아트디렉터이자 모션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목수언니는 남편과 두 마리의 고양이, 물고기들과 함께 살고 있다. 동식물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그녀는 고양이들이 사색할 수 있는 창문 밖 풍경과 다섯 종류의 고사리가 잘 자랄 수 있는 온실에 특히 공을 들였다. 12평 테라스에 비해 작고 아담한 생활 공간은 복잡한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맞춤형 인테리어로 꾸며졌다. 침실과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문짝을 미닫이문으로 교체함으로써 좁은 공간에 실용성을 더하고, 유리 공예 소품 등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들만 엄선해 미니멀함을 강조했다.

현관 중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이는 스트링 선반은 미술을 전공한 그녀답게 취향을 적극 반영한 오브제들로 가득하다. 좋아하는 LP와 향수, 디자인 서적은 물론, 매 시각 58분마다 초침이 멈추었다가 정각으로 이동하는 독특한 시계가 장식되어 있다. 드레스룸부터 취미방까지 설치한 슬라이딩 도어는 좁고 긴 형태의 복도를 보완하며, 문 안쪽은 전면이 거울로 이루어져 활용도가 높다.

목수언니가 조언하는 셀프 인테리어 팁은 작은 평수의 집에 특히 효과적이다. 유튜브 채널 'Never too small'은 집값이 비싼 영국 런던이나 홍콩 등의 아파트와 빌라 인테리어를 취재하는 채널로, 좁은 공간 활용과 관련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전수한다. 그녀 역시 인테리어 당시 이 채널을 즐겨보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이어 인테리어 시뮬레이션 앱 '3D Home'을 사용해 가구 배치를 예상해 보길 권했다. 사전에 새 가구가 놓일 여백을 실측함으로써 완벽하게 공간과 부합하는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다.

거실 일반적인 화이트 월 & 우드 톤 가구 매치의 발상을 뒤집어, 거실 아트월 전체를 맞춤 제작한 원목 템바보드로 교체하고 화이트 계열의 가구로 컬러를 통일했다. 화이트 프레임의 Serif TV와 사랑스러운 모듈 가구 USM haller, 견고한 아쿠아 클린 소재의 소파가 적절히 배치돼 모던하면서도 레트로한 무드를 자아낸다.

주방 테라스로 나서는 길목에 위치한 주방은 남편이 더 많이 머무는 공간이다. 요리를 즐겨하는 그의 취향을 존중해 블랙 컬러의 주방 가구들로 꾸며졌으며, 칼 붙이대와 벽걸이 선반을 이용해 실용적인 수납공간을 완성했다. 벽면 타일을 비롯해 직선이 강조된 주방에는 원형의 따뜻한 컬러 조명을 설치해 부드러움을 가미했다.

침실 계절에 따라 침구의 소재와 컬러를 달리하는 침대는 창가 간격에 맞추어 안방 중앙에 배치했다. 좌우에는 부부의 공간을 따로 분리해 각자 소중한 물건들로 채웠다. 독특한 거울이 놓인 수납장은 독특한 오브제와 디자인 캘린더를 진열하고 천장에 달린 모빌은 타이머 기능의 조명과 어우러져 일출과 일몰 시 자연스럽 게 그림자를 연출한다.

테라스 잎과 줄기가 인상적인 식물들이 공존하는 테라스는 좌석이 마련된 온실과 플랜테리어를 위한 도구를 보관하는 공간으로 구분된다.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온실은 바닥 카펫을 깔아 놓아 포근함을 더한다. 투명한 온실 천장은 사계절마다 변화하는 벚꽃과 초록 잎, 낙엽, 소복하게 쌓인 흰 눈으로 장식된다.

취미방 취미 활동과 운동을 겸할 수 있는 방은 온실과 화단이 가장 잘 보이는 공간이다. 부부의 취미인 라이딩을 위한 자전거를 보관·수리하는 곳이며 고양이들을 위한 캣타워를 비치해 오랜 시간을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다. 벽면의 하단은 올리브컬 러로 포인트를 주어 내추럴한 무드를 업그레이드했으며, 안락한 색감의 가구와 커튼, 여행지에서 구매한 빈티지 아이템으로 아기자기하게 장식되어 있다.

 

사진.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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