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의 이미정 씨 부부가 살고 있는 이곳은 신규 분양된 지 1년 정도 된 아파트다. 입주 전 집을 둘러봤을 때는 다소 삭막하게 느껴질 정도로 심플한 인테리어 디자인이었지만 지금은 미정 씨의 취향을 담은, 아늑하고 따뜻하면서 정갈한 집이 됐다.
 
 
▲거실 남서향 아파트라 한낮부터 초저녁까지 햇살이 깊게 들어오며 집안에서 가장 밝은 공간이다. 그래서 가구와 가전제품도 화이트 컬러로 통일하되, 실내 공기가 늘 쾌적하도록 여러 화분으로 싱그러움을 더했다. 시즌마다 패브릭 아이템을 교체하는데, 이번 봄에는 PANTONE 선정 올해의 컬러인 Living Coral과 유사한 핑크색 커튼, 소파 쿠션으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깔끔함에도 종류가 있다. 순백의 공간에 모던,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는 인테리어가 지난 몇 년간의 아파트 인테리어 트렌드였다면, 미정 씨의 집은 소박한 일본의 가정집처럼 단정하고 정돈된 공간이었다. 여기에는 미정 씨의 확고한 취향, 우드 컬러의 가구와 마크라메, 자수, 등공예 등 미정 씨가 취미로 만드는 소품들도 그녀가 의도했던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한몫을 했다. 한편, 미정 씨는 단순히 가구 위에 소품을 올리는 데서 만족하지 않고, 벽면과 바닥에도 그녀가 직접 만든 플랜트행거나 팬던트를 통해 포인트를 주었다. 덕분에 집안의 무게중심이 바닥에만 쏠리지 않고 입체적인 공간으로 홈스타일링을 완성할 수 있었다.
 
 
 
▲주방 미정 씨에 의하면 집에서 가장 세련된 공간이라 한다. ㄷ자 구조라 동선이 효율적이며 수납공간도 충분해 싱크대 위에는 꼭 필요한 도구들만 소재를 통일해서 올려뒀다. 주방 소형 가전은 모두 화이트 컬러로 통일했고, 화이트와 투명 그릇들은 투명 그릇장에, 알록달록한 유색 그릇들은 보이지 않는 하부장에 수납했다.
 
기자가 다녀본 많은 가정집들 중에 미정 씨의 집은 손에 꼽힐 만큼 단정한 집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깔끔하면서 마음까지 편안한 집은 드물다. 그것은 미정 씨가 의도한 대로 소박한 일본의 가정집처럼 따뜻하고 단정한 분위기의 인테리어 디자인에, 집주인 미정 씨의 친근한 성격이 더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경력이 10년 이상 차이 나는 직장 후배들도 직급보다는 ‘언니’라 부르더라고요.” 귀엽게 하소연하던 미정 씨의 모습은 저절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듯했다. 그녀의 직장 후배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안방 침실은 예쁘게 꾸미기보다 숙면의 질을 높이는 것을 우선시했다. 다크 그레이 컬러의 벽지로 차분한 분위기에 그레이 암막 커튼을 설치해 편안히 잠들 수 있게 했지만, 침구와 포인트 인테리어 소품은 코튼 소재로 포근함과 깨끗한 느낌을 주었다. 직접 만든 패브릭 아이템들이 차분한 침실을 칙칙하지 않게 살려준다.
 
▲서재 서재는 집에서 가장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공간이다. 남편이 집중해서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꾸몄다. 서재의 가구는 화이트로 통일했고, 미정 씨가 수집해온 아기자기한 감성의 소품들로 채워 지나치게 사무적이기보다 사랑스러운 공간이 되길 바랐다.
 
▲작업실 미정 씨는 이곳에서 마크라메, 자수, 등공예 등 여러 가지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고 있다. 그녀가 집중해서 작업할 수 있고, 완성된 작품들을 보관하고 싶어서 꾸민 방이다.
 
 
미정 씨는 머지않아 휴직을 마치고 11년간 일해온 직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녀는 그동안의 시간을 ‘좋아하는 것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그간 느껴보지 못했던 행복을 맛본’ 시기라고 했다. 인테리어와 수공예에 대한 애정 역시 지난 1년간 생겨났으며, 그녀가 느꼈던 행복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앞으로도 더욱 발전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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