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둘, 서른 하나인 신혼부부가 살고 있는 인영 씨의 집. 집을 준비할 때는 예비 부부였지만, 집에 함께 살며 결혼식을 거쳐 이제는 어엿한 부부가 되었다. 한옥은 신혼부부가 새로운 집을 찾으며 쉽게 고려해볼만한 카테고리는 아니다. 인영 씨는 디자이너다. 프랑스에서 몇 년 간 공부하며살았다.

 

 

 

그가 살던 집은 무려 80년이 된 집이었다. 오래된 집들과 가까워지고, 아파트처럼 일률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 곳에 살다보니, 한국에 들어와서도 그런 집을 찾게 되었다. 답은 한옥이었다. “몸은 불편하더라도 마음은 편한 곳, 그곳이 바로 한옥이다.” 어떤 책에서 읽은 한 구절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몸이 조금 불편할지라도 한옥은 디자이너인 스스로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이었다. 결국 당시 예비 신랑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한옥에 살면 어떨까?”

 

 

 

건물은 한옥이지만, 내부까지 ‘한옥스럽게’ 꾸미지는 않았다. 필요한 가구와 필요한 도구만 미니멀하게 배치했다. 한옥은 ‘넓다기 보다 긴 형태’이기 때문에 물론 구조의 한계도 있었다. 그러나 필요한 물건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그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 그의 집에는 직접 그린 그림이나 파나마에서 가져온 퀼트 등, 다양한 소품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읽어낼 수 있는 건 디자인에 대한 그의 감각이다. 인테리어 초보자를 위한 팁을 묻는 질문에 그는 ‘많이 볼 것’을 주문했다. “SNS를 좀 더 많이 찾아보면 몰랐던 스타일을 알 수 있어요. 인테리어는 하얀 공간에 미니멀하게 배치된 가구들만 있는 게 아니에요.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안다면 더 다양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거실 소파와 TV, 액자와 간단한 소품들로 꾸며졌다. 화려하진 않지만 한옥의 정서와 잘 어울린다. 그가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무르는 테이블이 놓여 있다. 그는 앞으로 이 공간에서 워크샵,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열고자 한다.
 

 

 

 

주방 많은 짐을 두지 않고 깔끔하게 배치했다. 한옥은 수납공간이 많이 없기에, 그 안에서 최대한 많이 수납하기 위해 애썼다. 싱크대, 하부장과 상부장, 냉장고와 세탁기까지 한옥에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공간 안에 녹아든다.
 

 

 

 

침실 작은 공간을 침대가 가득 채우고 있다. 잠을 푹 자지 못하는 편인 그는 침실에 많은 것을 두고 싶지 않았다. 다소 높은 곳에 집이 있는 덕에, 창 너머로 경복궁을 비롯한 서울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마당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햇볕이 드는 날에는 이곳에서 기분 좋은 일상을 즐길 수 있다. 태양열 흡수판이 설치되어 있어서 어두운 밤이면 낮에 받은 빛을 이용한 조명에 불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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