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공간을 발견하다 - RUSD 손종란 대표 
 
루(樓)에스디는 누각을 뜻하는 다락 누(루)樓로 그들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문과 벽이 없이 기둥과 지붕으로 이루어진 누각에서는 자연이 거칠 것 없이 드나들며 공간을 만든다. 루에스디는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것은 자연이며 자연이 인테리어의 근본이라 여긴다. 2005년에 설립해 10년 동안 쌓은 풍부한 실무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주거, 상업시설 외에도 의료, 업무, 문화, 교육 시설 등 다양한 공간을 디자인하며, 사람과 문화, 예술과 감성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Q. 다양한 공간을 작업했다. 작업하는 데 있어서 제일 염두에 두는 부분은?
 
A. 클라이언트다. 나는 클라이언트에게 항상 얘기한다. 이 직업은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다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클라이언트의 삶에 밀접하게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면, 병원은 의사가 그 곳에서 진료를 할 뿐만 아니라 생활한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을 디자인할 경우에는 그 사람의 삶의 패턴이 어떤지, 채광은 괜찮은지, 쉴 때는 어떨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인테리어는 (어떤 의미에서는) 창조적인 것이 아니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을 도면화시키고 자재를 선정해 잘 표현해내야 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소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클라이언트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고 있지 않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나는 어떤 프로젝트 건 클라이언트를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Q. 클라이언트의 어느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나?

A. 생활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프로젝트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클라이언트가 현재 사는 곳을 둘러본다. 거기서 그 사람이 좋아하는 컬러나 가구 스타일을 볼 수 있다. 사람이 참 묘한게, 혹자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어하지만 결국은 자신이 평소 좋아하던 스타일을 습관적으로 고른다. 그래서 그 사람의 기호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거주하고 있는 공간을 꼭 찾아가 살펴본다. 클라이언트에 대한 자료를 취합해 그 사람이 소화해낼 수 있는 한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Q. 새로운 방향이라면?
 
A. VILLA D 같은 경우는 클라이언트가 오랫동안 아파트에서 생활했다. 그러다 노쇠한 시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복층 구조의 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위층에는 부부가, 아래 층에는 시어머니가 거주하고 있는데, 모든 방문을 미닫이로 설계했다. 여닫이 문은 열고 닫을 때 마다 생기는 반경 때문에 시어머님을 케어해야 할 때나 휠체어 사용 시 불편함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미닫이문은 무거운 문으로 제작해 발생할 수 있는 소음을 차단했다.

 
Q. 루에스디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는?
 
A. 고향 같은 주택이다. 시작을 주택부터 했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는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호의적으로 봐주셔서 다양한 작업을 해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클라이언트가 의사인 경우, 처음엔 주거공간 디자인을 요청해온다. 그 후엔 그 분의 병원 작업까지 맡겨주는 것이다. 그렇게 주택에서부터 병원, 상업, 문화, 교육 공간까지 마스터하게 됐다. 우리 사무실은 설계와 시공 모두 도맡아 한다. 이렇게 얘기하다가 ‘공사 가자, 배낭 매’ 이러면 현장에 가는 것이다. (웃음) 지금까지 오랫동안 작업을 해올 수 있었던 건 내가 시공을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클라이언트를 만나 설득하려면, 클라이언트가 질문을 했을 때 어떻게 디테일을 풀어나갈 것인지 피드백을 정확하게 주어야 한다. 그게 우리 전문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인테리어 디자인을 해오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A.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쉽다. 우리나라 업계에서는 아직 인테리어가 제도권 안에 들어가있지 않다. 자격증도 라이선스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호를 못 받는다. 설계를 해도 설계비용을 제대로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디자이너의 책임의식 역시 문제다. 이슈가 되었던 것이 노래방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이다. 노래방 설계를 할 때 비상구가 있는 탈출구를 막아버린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불을 낸 사람도 당연히 잘못이지만 노래방을 설계한 디자이너에게도 책임 소지가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지난 10년간 한국 건축가협회(KOSID)에서 실내디자이너 자격증을 만들고자 했고, 현재는 국가 공인 민간자격증으로 인정받았다. 실내 디자이너 자격증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최소한의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이다. 이 자격시험을 통해서 자신이 작업한 공간에 책임지는 실내디자이너가, 클라이언트에게 인정받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분발해 내 후배들이 좀 더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고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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