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씨지엠 구만재 소장 ©김고운
 
MAISON 12 (Calm Roof) ©김재윤

 

MAISON 12 (Calm Roof) ©김재윤

 

MAISON 12 (Calm Roof) ©김재윤

 

MAISON 390 (Roof and Root) ©김재윤
 

Q. 르씨지엠과 구만재 소장의 소개를 부탁한다. 

 

르씨지엠은 건축, 인테리어, 가구, 조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루며, 공간의 운영 방식까지 고려하여 디자인 하는 것을 지향한다. 단순히 아름다운 공간의 창조를 넘어, 전반적인 공간 활용과 운영에 대한 통합적 접근 방식을 취한다.

 

Q. sixieme MAISON 시리즈들에 대한 간단히 설명을 부탁한다.

 

우리는 꾸준히 집과 볼륨에 대한 고민을 해왔고 지붕이 여기에 미치는 영향과 역할을 생각했다. 마침 그 시기에 양평의 주택 프로젝트를 몇 개 연달아 맡게 되었고 이 프로젝트들을 계획하며 좀 더 깊게 지붕을 탐구했다. 우리는 그 결과로 도출된 '지붕'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며, sixieme MAISON 시리즈인 'MAISON 390', 'MAISON 12', 'MAISON 103', 'MAISON 404B'를 차례로 완성해 나갔다.

 

첫번째 주택 MAISON 390은 '루프 앤 루트 (Roof and Root)'라는 프로젝트로'Roof'의 'f'와 'Root'의 't'는 영어 'from'의 'f'와 'to'의 't'에서 유래되었다. 이는 시작과 끝을 의미하고, 건축에서는 집의 시작과 끝인 '지붕'과 '기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주택을 설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근본적인 집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다. 뛰어난 건축가라 할지라도 과한 상상력으로 집을 설계한다면 과연 그 집에 생활하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겠는가. 루프앤 루트가 가진 의미처럼 집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박공의 긴 지붕에 기단을 좀 높이 올려서 땅과 관계를 맺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이런 우리의 생각이 담긴 집이 바로 '루프앤 루트 (Roof and Root)'이다. 

 

두 번째 주택 MAISON 12 '캄 루프(Calm Roof)'는 물을 마주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토지 계획으로 개발된 허허벌판의 대지에 가장 먼저 지어질 집이기 때문에 한동안은 외로운 집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정방형의 넓은 대지에 자리 잡고 있어, 높고 커다란 하나의 지붕으로 디자인할 경우 집 내부 중앙 공간에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집 전체가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천창이 있는 여러 개의 지붕으로 이 집을 디자인 했다. 집이 완성된 후 나지막이 겹쳐있는 이 지붕들은 마치 고요한 새벽의 전통 한옥 마을을 연상시켰다. 

 

세 번째 주택 MAISON 103 '인비져블 루프(Invisible Roof)'는 우리가 클라이언트와 본격적으로 지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작업한 주택이다. 이 집은 기능상 지붕이 있으면 완벽할 것 같았지만 클라이언트는 형태적으로 깨끗하게 끊어지는 볼륨을 원했다. 다행히 대지가 높은 곳에 있어 나지막한 지붕을 얹었을 때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지붕의 형태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클라이언트에게 보이지 않으면서도 지붕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안했다. 이 결과 클라이언트는 우리의 의견을 수용했고, 그렇게 세 번째 프로젝트인 '인비져블 루프(Invisible Roof)'가 완성됐다.  

 

네 번째 주택 MAISON 404B의 클라이언트는 극단적으로 본인의 집에 "절대 지붕이 있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지붕이 주는 자연과의 교차점을 대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했고, 창호나 테라스를 깊게 만들어 중의적 공간을 남겨 놓으면 이곳이 지붕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런 고민 끝에 만들어진 집이 바로 '비욘드 루프 (Beyond Roof)'다.

 

MAISON 103 (Invisible Roof) ©김재윤

 

MAISON 12 (Calm Roof) ©김재윤

 

MAISON 12 (Calm Roof) ©김재윤

 

MAISON 390 (Roof and Root) ©김재윤

 

MAISON 12 (Calm Roof) ©김재윤
 

Q. sixieme MAISON 시리즈를 지붕에 집중해서 작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혹자는 '집'은 '지붕' 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이는 집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 지붕이라는 의미가 아니겠나. 나무 한 그루만 있으면 사람들이 모이고 우산이 있으면 비를 피할 수 있는 것처럼, 집의 최상부에 위치한 지붕은 자연스럽게 드리워진 그늘 아래 사람을 불러 모으고 안정감을 선사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인간에게 본질적인 편안함을 주는 지붕의 특성을 활용하여 집을 디자인하면 무언가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건축가 없는 건축』이라는 책에 집은 수천 년 전부터 세계 각지에 지어졌고 그 집은 건축가의 디자인적 사고가 아닌 그 동네에서 나는 소재, 그 동네의 자연환경에 맞게 집이 지어질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우리가 살아가는 집에는 그 지역의 자연환경과 인문학적 사고가 들어가 있다. 그 밖에도 사회적 구조, 종교 등에 의해서 집의 모양이 결정되어 수천 년간 이어져 온다. 집은 그런 과정을 거쳐 보편적인 본인들의 언어들을 만들어 내는데 요즘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독일 출신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의 바르셀로나 판스워스 하우스는 아름답고 멋진 모습으로 우리에게 많은 감흥을 주지만 그 집이 서울에 있어도 멋있을까? 모더니즘 건축이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주었으나 잃어버린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그 장소성이다. 우리는 특정 지역의 고유한 건축이 그것이 본래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 때 편안함과 조화로움을 느낀다. 그런 장소성을 갖는 건축을 조금 더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잘 찾아내면 더 좋은 볼륨 또는 우리 생활에 맞는 볼륨, 그 시대에 어울리는 것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Q. 최근 주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관심과 흥미를 느끼고 활용하는 건축 재료는 어떤 것들이 있나?

 

소재들도 트렌드처럼 유행이 바뀐다. 그런데 내가 썼던 재료들은 대부분 자연에서 온 돌, 벽돌, 나무와 같은 것들이 많았고, 나는 그런 소재들에서 좋은 느낌을 받는다. 또 나는 두리뭉실하기도 하고, 미끄럽기도 하고, 벨벳처럼 부드럽기도 한 다양한 소재들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자연에서 온 소재들이 목소리를 낮춰서 저음으로 조화를 이루는 느낌을 좋아하고, 그런 소재들이 오래갈 수 있고, 예쁘게 잘 늙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MAISON 12 (Calm Roof) ©김재윤

 

MAISON 390 (Roof and Root) ©김재윤

 

MAISON 12 (Calm Roof) ©김재윤

 

MAISON 12 (Calm Roof) ©김재윤

 

MAISON 12 (Calm Roof) ©김재윤

 

Q. 르씨지엠의 지붕 프로젝트가 계속된다면 향후의 디자인 시퀀스(방향성)는?

 

작가가 하나의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내듯 '지붕'을 주제로 여러 채의 집을 짓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슈가 되어 클라이언트들이 많아질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내 목소리가 되고 캐릭터이자 트렌드가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집과 사용자의 연결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집에 사는 사람과 잘 어울리는 그 사람들의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 최소한 우리가 짓는 집은 그 집에 사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과 그 집이 어울린다는 평가 받는 게 중요하다.

 

Q. 르씨지엠과 구만재 소장님의 디자이너로서 도달하고 싶은 최종적인 지향점은?

 

은퇴를 빨리하는 것? (웃음) 한때는 디자이너들의 순위를 매기는 것이 가능한지 생각하기도 했다. 업계 디자이너들은 인터뷰나 상을 통해 네임밸류를 올리려 노력한다. 스위스 건축가 페터 줌토르(Peter Zumthor)가 플리츠커상 수상 후 "상을 받으니, 클라이언트들이 내 말을 잘 듣는다."고 말한 인터뷰 영상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인터뷰와 수상, 매체 노출이 디자이너에게 기회를 주는 수단이 된다는 것을 알지만, 나는 순위와 네임밸류를 떠나 현재 이 일 자체가 즐겁고 끊임없이 일할 수 있는 조건들이 갖춰져 있어서 매우 만족스럽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MAISON 103 (Invisible Roof) ©김재윤

 

MAISON 404B (Beyond Roof) ©김재윤

 

MAISON 404B (Beyond Roof) ©김재윤

 

 

르씨지엠 (Le sixieme)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리풀길 31-3
Web: www.sixieme.co.kr
Email: sixieme@naver.com
Contact: 02-583-7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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