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재 ©NONESPACE

 

논스페이스는 디자인을 함에 있어 자신들의 취향을 강요하 기보다 공간이 갖는 성격과 특성에 집중한다. 또한 클라이언 트의 평소 생각과 철학, 생활 관념 등을 담아내 대신 목소리 를 내어줄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비움의 상태에서부 터 화자와 필자 혹은 독자가 되어 공간을 탐닉하며 프로젝트 를 풀어나가는 논스페이스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EERO ©NONESPACE
EERO ©NONESPACE

Q. 논스페이스와 신중배 소장의 소개를 부탁한다.

논스페이스의 공간 브랜딩 디렉터로 시작해, 최근에는 건축과 조경, 마스 터플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디자인 외에도 브랜드 전략 컨설팅과 운영, 마케팅, 서비스까지도 관여하는 공간 전략가라는 포지셔닝을 취하려 한 다. 논스페이스라는 사명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비움'의 의미를 담으려 했다. 디자이너의 취향은 필요하지만 그것을 강요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움의 상태에서 클라이언트의 니즈나 취향을 반영하 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논스페이스'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

 

Q.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우리는 7평 규모의 주얼리숍부터 10,000평 정도 규모의 리조트까지 다양 한 프로젝트를 작업하는 스튜디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모와 관계없이 늘 열과 성을 다하기 때문에 하나를 꼽기가 어렵다. 그래도 하나 꼽자면 첫 프로젝트인 주신당이라는 프로젝트인데, 공간부터 브랜딩, 마케팅이나 컨설팅, 메뉴 콘셉트까지 관여했던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외비 라 자세한 설명은 어렵지만 최근 10,000평 규모의 리조트 마스터플랜 작 업을 해오고 있는데 첫 미팅 때 30평 규모의 주신당 프로젝트를 보고 찾 아오셨다고 했다. 공간의 크기를 떠나 이렇게 디테일하고 밀도 있는 작업 을 하는 회사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작업을 의뢰하셨다고 한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쉬운 도전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이다.

주신당 ©NONESPACE
주신당 ©NONESPACE

Q. 평소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현재 사옥으로 사용하는 사선재이다. 내가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었던 스승님의 공간을 물려받아서 쓴다는 점에서 하루하루 늘 감사와 존경 의 마음으로 임하며 매일 감동하고 있다. 김포의 누산리라는 시골에서 30년 정도 살았는데 그때는 내가 자연을 좋아한다고 인지하지 못했 다. 그러다 서울로 상경 후 아파트에 살아보니 비올 때 들리는 빗소리와 창을 열면 바로 보이는 나무, 빛에 의해 흐트러지는 그림자, 풀벌레, 맹꽁이, 새소리같은 소리들이 그립기도 하고 나에게 안식을 준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자연과 항상 함께 있고 암석에 가려져 있는 애매한 남동향의 사선재는 길게는 계절별로, 짧게는 시간대별 장면 변화가 극적이다. 그래서 해가 뜨면서 공간에 맺히는 물 그림자, 해가 지면서 들 어오는 나무 그림자를 보며 하루에도 몇 번씩 벅찬 감정을 느끼며 행복에 젖어 일하는 공간이다.

Time to B ©홍기웅
Time to B ©홍기웅
Time to B ©홍기웅

Q. 상업 공간 프로젝트가 돋보인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 프로젝트에 접근하는 논스페이스만의 방식이 궁금하다.

과정이나 방식은 생각보다 굉장히 단순하고 심플하다. 다들 잘 알고 있는 방식으로 한다. 브랜드를 분석해서 방향성 에 따라 때로는 세련되게, 때로는 담백하게, 때로는 격 있게 표현하고 주요 고객층을 타겟팅해서 고객의 니즈에 맞춰 공간 경험을 계획한다. 이를 토대로 사이트, 트렌드, 시대 상황과 같은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료들을 조사하고 분석해 서 하나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든다. 결국 상업 공간은 장사가 잘 되는 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하 는데, 위 프로세스로 진행하면 기본적으로 타깃층들이 찾아주기 때문에 장사가 잘되거나 사람이 몰리는 등 브랜드 가 원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을 수 있다. 간단하지만 모두 어려워하는 부분은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7평 의 클래시디아라는 주얼리숍을 디자인할 때도 3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초창기부터 타협하지 않은 프로젝트 진행 시간과 믿어주시는 클라이언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때론 타임투비 프로젝트처럼 돈을 버는 것보다 고객들에게 휴식의 공간을 선사하고, 유럽의 여느 카페처럼 20~30년 이 지나도 그 자리에 있는 카페를 원하는 클라이언트들이 계신다. 그 또한 너무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나의 개인적인 취향은 후자지만 모든 프로젝트를 나의 취향대로 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사선재 ©NONESPACE
메이드림 ©김한얼
메이드림 ©김한얼
메이드림 ©김한얼

Q. 디자인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얻는가?

일상과 경험이라고 많이 얘기한다. 근래 자주 하는 이야기인데, 디자인은 결국 우리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인문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갤러리나 미술관, 바나 호텔, 좋은 레스토랑, 고건축 등 특별히 의도 한 건 아니지만 영감이 있을만한 곳들을 20살 즈음부터 좋아했다. 이런 일상의 경험들이 지금까지 축 적되어온 영감이라고 생각하지만 참고일 뿐이고, 실제 디자인을 할 때에는 리서치와 분석을 통해 모 든 작업을 하고 있다. 다만, 안주하면 도태될 것 같은 마음에 영감을 잃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게 일상 이다. 예를 들면 바 프로젝트를 할 때 하이엔드 바부터 을지로 시장에 숨어있는 바나 전통성을 강조하 는 곳들을 경험하며 영감을 축적한다. 리조트 프로젝트를 할 때에도 우리나라부터 시작해 비슷한 규 모의 해외 리조트들을 방문하며 몸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는 데 진심인 편이다.

교촌필방 ©Jang Hyunseok, Eenomsik
교촌필방 ©Jang Hyunseok, Eenomsik

Q. 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있나. 공간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중시 하는 것이 있다면?

'우리의 철학과 생각, 가치관에 함몰되지 말자'가 우리의 방향성인 것 같다. 모든 것을 잘하는 디자이너가 되고자 한다. 그렇지 않고 나 만의 스타일이 굳어진다면 일부만 찾는 예술가라고 생각하기에, 난 철저히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개인적으로 세상에 관심이 많아서 건 축을 예로 들면 재생 건축, 지속 가능한 순환형 건축, 헤리티지가 담 긴 건축, 자연환경에 순응하는 건축, 때로는 하이테크나 트렌디한 건축도 모두 사랑하고 좋아해서 그 장소에 맞게 모두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엔젤리너스 아일랜드 ⓒ김한얼

Q. 후배 건축가, 디자이너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심스럽지만 스튜디오나 아틀리에를 꿈꾸는 후배 디자이너들이라면 해 줄 이야기 가 있다.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삶과 늘 사고하는 습관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것은 결국 경험에서 비롯되어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 흡수된다고 생각하는데, 일을 하거나 경험을 할 때 어떤 가치관으로 생각하고 사고하는지에 따라 같은 시간을 보 내도 전혀 다른 디자이너가 된다. 나는 신입 때 김문덕 교수님의 특강을 들었는데 어 떤 공간에 방문했을 때 머릿속으로 레이아웃을 그리라는 이야기였다. 그 후로 2~3년 동안 어떤 공간에 가도 늘 그 공간의 레이아웃을 실제로 그려보고, 그곳의 장점과 단 점 혹은 '내가 디자인했다면 이렇게 했을 텐데'라는 마인드 트레이닝을 했다. 100곳 의 카페를 가서 그저 분위기가 좋다 하고 나온 디자이너와 10번을 가더라도 이곳이 왜 좋고 왜 나쁜지, 어떤 것이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지 파악하는 디자이너가 더 좋은 디자이너가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웅녀의 신전 ⓒNONESPACE
 

Q. 논스페이스와 신중배 소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계획 없는 삶이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큰 계획 없이 지금 앞에 놓 여져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모든 것은 따라온다는 마음이었기 때 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회사가 성장하면서 미래비전을 계획하기 시작했 다. 한국 문화가 시대적, 문화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만 잘한 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느껴져서 세계적인 디자인 아틀리에를 목표로 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는 물론, 공간과 디자인 업계 자체가 성 장해야 된다. 그래야 전 세계 사람들이 나스닥에 투자하듯, 우리나라 디 자인 업계에 몰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 건축계가 그렇듯 충분히 가 능한 일이라고 본다. 우리가 공간뿐만 아니라 브랜딩, 건축, 조경과 함께 마스터플랜을 하는 것도 그 이유이고, 신입사원의 연봉을 많이 인상했 던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웅녀의 신전 ⓒNONESPACE

 

웅녀의 신전 ⓒNONESPACE

 

NONE SPACE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31가길 11

WEB: none-space.com

EMAIL: none-space@naver.com

TEL: 070-7720-3151

 

 

신중배 / Jungbae Shin

 

약력

2018 ~ NONE SPACE

2015 ~ 2018 NEED21

 

학력

2015년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실내설계 / 수료

 

수상

교촌필방 /2023 Korea Golden Scale Best Design Award 국토교통부 대상

메이드림/ 2023 K-Design Award

타임 투 비(범천 커피그룹) / 2023 iF DESIGN AWARD

엔젤리너스 아일랜드/ 2023 iF DESIGN AWARD

섬세이 테라리움/ 2022 iF DESIGN AWARD

한국인의 밥상/ 2022 RED DOT AWARD

엔젤리너스 롯데월드몰/ 2022 DESIGN IT AWARD

닥터포헤어/ 2022 RED DOT AWARD

웅녀의 신전/ 2021 ICONIC AWARDS

주신당/ 2020 07 K-DESIGN A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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