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맞닿아 있는 모든 것은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가 있다. 라보토리는 그런 이야기를 관찰해 그들만의 디자인 언어로 경험할 수 있는 대상을 발전시키고자 한다. 또한 실험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무언가를 연구하고 창작하며 고민하는 태도로 다시 한편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INC COFFEE Ⓒ 최용준

 

INC COFFEE Ⓒ 최용준

Q. 라보토리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A. 라보토리(LABOTORY)는 LABORATORY(실험실), STORY(이야기) 두 단어의 합성어로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이야기를 실험하고 연구하는' 스튜디오다. 우리는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공간을 풀어나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다시 말해 브랜드가 가진 본질적인 이야기를 공간화시켜서 이용자들로 하여금 그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INC COFFEE Ⓒ 최용준

Q.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배경이 궁금하다.

 

박기민. 어릴 때부터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레고를 사달라고 부모님을 많이 졸랐는데, 만드는 동안 상상하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 경찰관, 소방관, 해적이 되어보며 경찰서, 소방서, 해적선을 상상하게 되고 공간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내가 만약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고, 상상하는 행복을 좇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간 디자이너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정진호. 어떤 우연과 인연이 있었다. 아버지는 어렸을 적 그림을 그리셨지만, 집안의 반대로 목수가 되셨다. 그 모습을 보고 자라다 보니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그림을 그리고 싶은 열망이 커졌고, 아버지께 말씀드리자 내심 좋아하셨다. 그렇게 미대 입시를 치르고 공간 디자인과에 진학해 건축가가 되었다. 돌이켜 보면 예술을 근간으로 한 미대에 진학을 했고, 목수의 기본이 되는 공간 디자인을 모두 하게 된 셈이다. 아버지가 하셨던 것을 그대로 이어받아서 하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지금 내 어린 두 아들이 어떻게 본인들의 아카이브를 쌓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MUSINSA STANDARD Ⓒ 최용준

 

MUSINSA STANDARD Ⓒ 최용준

Q.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박기민. 라보토리의 초창기 프로젝트인 오리앙떼는 가장 설레고 기대되고, 또 채워지지 않은 트레이싱지의 여백이 두려웠던 프로젝트다. 우리가 어떻게 디자인을 해나가야 될지 확신이 없었고 '클라이언트의 기대치를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컸다. 지금까지 해왔던 프로젝트 중 가장 심박수를 높였던 것 같다. 프로젝트가 완성된 후에는 해외 어워즈에서 수상을 하는 등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매번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좋은 결과를 낼 때마다 오리앙떼를 진행하며 느꼈던 희열과 보람을 상기하고 있다.

 

정진호. 내가 다니고 근무했던 은사님의 미술학원을 디자인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었다.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일 이상의 감정과 에너지가 소모되고 심적 부담이 크다. 여러 현실적인 문제와 부담감을 안고 프로젝트를 완성하게 됐는데 마무리가 잘 되어 대전 내 유명한 미술학원이 되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은사님께서 만족하시며 너무 고맙다고 말씀해 주실 때, 그동안 힘들었던 감정이 싹 녹아 내렸다. '이게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MUSINSA STANDARD Ⓒ 최용준

Q. 디자인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얻는가?

 

박기민. 어떤 감각이나 상황 때문에 영감을 얻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에게 집중하기 위해 음악을 듣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음악에 깊이 빠지다 보면 서서히 스며들었던 영감들이 화학 작용을 일으키듯 폭발적으로 나타난다. 영화를 보고 영감을 받아서 음악을 직접 만들어 표현하기도 한다.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가장 큰 영감을 얻고 있다. 

 

정진호. 일상을 달리 보는 것에 관심이 많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작가처럼 창조를 근간으로 하지만 기존에 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캐치해서 이용자들에게 전달해주는 중간자 역할을 한다. 운전하는 것을 싫어해 가끔 버스를 이용하는데 일부러 원래 다니던 길과 다른 길로 다니게 되면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한다. 이럴 때마다 오감의 자극을 느끼게 되는데, 머릿속에서 재미난 상상을 하며 영감을 떠올리는 방법이 되고 있다.

MUSINSA STANDARD Ⓒ 최용준
CREAMCHIC Ⓒ 최용준
THE HYUNDAI SEOUL SAGE VIP LOUNGE Ⓒ 최용준

Q. 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있나. 공간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있다면?

 

박기민. 철학은 너무 거창한 것 같다. 공간 디자인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과연 공간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부터 비롯되는 것 같다. 공간이라는 단어는 한자로 빌 공(空)과 사이 간(間)을 쓴다. 즉, '비어있는 곳의 사이'를 뜻하는데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비어져 있으니 '본다'보다 '느끼다'의 경험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다양한 감각으로 느껴야 하는데 만드는 이의 입장에서는 그 느낌을 어떻게 실체화시키느냐가 가장 큰 미션이다. 공간은 곧 도구다. 사용자가 그 도구를 어떻게 느낄 수 있게 만드느냐가 디자이너의 역할인 것 같다. 

 

정진호. 아직 철학을 갖기엔 부족한 우리다. 하지만 추구하고자하는 것 만큼은 뚜렷하다. 모든 건축가들에게 그들만의 언어가 있듯이 라보토리는 미니멀리즘과 컨스트럭티비즘의 정신을 우리만의 색으로 정의한 '미코니즘'이라는 언어를 사용한다. 그 언어를 표현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건 마음가짐과 태도인 것 같다. 이 일을 하면서 우리가 그려내는 그림보다 더 나은 무언가가 없을 때까지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진심을 담은 공간을 그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다.

YUN Ⓒ 최용준

Q. 후배 건축가, 대중들에게 어떤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은가?

 

박기민. 누군가에게 변화와 진화를 이끄는 사람이고 싶다. 스티브 잡스가 데스크 톱을 처음 만들 때, '이 도구를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가 더욱 월등해질 수 있게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한 말이 있다. 나와 라보토리가 후배들한테 이런 도구처럼 사용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긍정적인 영향력을 바탕으로 자극제의 역할을 해주고 싶은 바람이 있다. 

 

정진호. 우리는 아직 어리고 부족하지만, 많은 것을 이겨내고 배우며 성장하는 후배들에게 '대가 없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라보토리가 짧은 시간에 많은 성장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더욱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나아가는 자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달려가는 우리에겐 그 목적을 믿는 끈기가 필요하다. 선택한 일에 있어서 좀 더 끈기를 가지고 목표를 뚜렷이 한다면 분명 이루어질 것이니 그 마음을 잊지 말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YUN Ⓒ 최용준

Q. 라보토리와 박기민, 정진호 대표에게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박기민. 중세 시대에는 하나님을 믿고 따라야지만 소명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신학자 마틴 루터는 '신만 따르는게 소명이 아니다. 누군가가 편한 신발을 신게 하기 위해서 신발을 만들어주는 것, 누군가가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집을 만들어주거나 옷을 만들어주는 일, 이렇게 상업적인 일을 하더라도 누군가를 위한 것이라 하면 자기 인생의 소명을 다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의 커리어뿐만 아니라 라보토리의 소명으로서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소명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나의 계획이다. 

 

정진호. 지금에 머물러 있고 싶지 않다. 가야할 길이 멀지만 디자이너로서 줄 수 있는 더 큰 영향력을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클라이언트, 팀원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우리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욕심이 많다. 이렇게 한 걸음씩 다가가서 목적을 쟁취하는 것이 라보토리의 계획, 그리고 나의 계획이다.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고 열정을 이끌어나가는 리더가 되고 싶다.

YUN Ⓒ 최용준

LABOTORY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 27길 19

WEB: LABOTORY.COM

EMAIL: HELLO@LABOTORY.COM

CONTACT: 02-798-3778

 

박기민 / KEE MIN PARK

약력

現) LABOTORY CHIEF DIRECTOR(2016~2022)

前) StudioLIT CHIEF DIRECTOR(2012~2016)

학력

2009 건국대학교 실내디자인과 학사

 

정진호 / JIN HO JUNG

약력

現) LABOTORY CHIEF DIRECTOR(2016~2022)

前) StudioVASE Team(2012~2016)

학력

2007 건국대학교 실내디자인과 학사

 

수상

2022 IF AWARDS WINNER(INC COFFEE)

2022 명가명인상(크림시크)

2022 ICONIC AWARDS WINNER(무신사 스탠다드)

2021 명가명인상(윤 서울)

2020 ICONIC AWARDS WINNER(291포토그랩스)

2020 ICONIC AWARDS BEST OF BEST(오리앙떼)

대표 프로젝트

INC COFFEE /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강남점 / 현대백화점 VIP 라운지 / 디뮤지엄 성수 / 윤서울 성수-한남점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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