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즐거움, 관습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 친근한 건축가들이 만드는 새로운 건축. 요앞 건축사사무소 류인근, 김도란, 정상경

 

2013년 ‘디자인밴드 요앞’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어, 이제 막 7년차를 맞이한 요앞 건축사사무소는 짧은 기간 동안 인상적인 프로젝트를 다수 선보인 젊은 건축사사무소다. 류인근, 김도란, 정상경 세 명의 대표 소장은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처음 만났고, 지금은 뜻이 모여 함께 일하고 있다. 무겁고 딱딱한 건축보다는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지는 건축을 지향한다는 세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 함께 일하는지, 어떤 건축적 아이디어를 공유하는지 물어보았다.

 

Summer Rainbow

 

Q. ‘요앞 건축사사무소’라는 독특한 사명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김도란(이하 김). 대부분 건축사사무소는 어렵고 딱딱한 사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이 건축가를 찾다 보면 이름 때문에 다가가기 어렵게 느끼기도 한다. 어느 곳보다도 친근해야 할 ‘내 집’을 지어줄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명을 지을 때 어감으로나 의미적으로나 친근한 이미지를 주고자 했다. ‘요앞’은 거리감 없이 느껴지고, 누구나 쉽게 다가오고 편히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골랐다. ‘Yoap’이라고 영문으로 썼을 때는 조금 팝(pop)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한글로 썼을 때는 친근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

 

류인근(이하 류). ‘디자인밴드 요앞’이라는 이름으로 5년 정도 일을 해오다가 작년 말 ‘요앞 건축사사무소’로 사명을 바꿨다. 우선 ‘디자인밴드’에서 ‘건축사사무소’로 정체성을 명확히 한 것에는 건축에 좀 더 집중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Q. 세 사람은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만났다고 들었다. 공간 건축에서는 어떤 것들을 배웠나?

 

정상경(이하 정). 건축 프로그램에서 주거, 상업, 공공을 포함해서 건축가가 해볼 수 있는 작업은 다 해봤다. 나는 특히 해외 프로젝트 전담 파트에 있었는데, 우리와는 다른 다양한 문화권에서도 건축 작업을 해봤다. 예를 들어 이슬람 문화권에서의 건축 설계 작업을 하게 되면 화장실 변기의 방향이 메카를 향하면 안된다는 등, 일반적인 건축사사무소에서 접하긴 쉽지 않은 경험을 쌓았다. 얻은 것이 정말 많았다.

 

김.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은 부서마다 색이 워낙 다르고 추구하는 방향도 달라서 모든 사람들이 함께 작업한다. 나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협업에 대해서 배웠다. 우리(요앞) 같은 규모의 사무실 치고, 대표 소장이 3명이나 있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혼자였다면 아마 요앞 건축을 개소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간에서 배운 것은 건축은 결코 홀로 완성하는 것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또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이 토대가 되어 요앞 건축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화성진안 청년형 행복주택

 

Connerstone

 

Q. 요앞 건축사사무소만의 건축 철학이 있다면?

 

김. 우리는 건축을 ‘의도하는 장면들의 결합’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의도된 각각의 장면들을 연출하는 것이 우리의 작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또, 거시적 관점에서만 건축을 바라보기보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서, 건축 속에서 건축의 시퀀스적인 동선들을 따라가며 설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들은 작업 자체에서 즐거움을 얻고, 또 건축물들이 도시 안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건축을 추구하고 있다.

 

류. 건축에 대한 철학이라기보단 작업에 대한 철학이라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작업 철학을 한마디로 말하면 ‘관습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가 작업을 할 때 처음부터 ‘엄청난 철학을 담아야지’, ‘새로워야지’ 하진 않는다. 다만 모든 건축의 프로세스에서 관습적으로 진행되는 것들에 대해 한 번쯤 의심해보고, 특히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건물은 이래야 한다’는 정해진 틀에 대해서도 한 번씩 의심해보며 작업을 한다.

 

정. 짧게 말하면, 우리의 작업이 특정한 스타일로 고정되는 것을 경계하고, 어딘가의 접점에 있기를 원한다. 건축가들이 흔히 할 수 있는 반복되는 스타일, 자가복제를 하지 않으려 한다. 요앞 건축은 항상 새로운, ‘지속 가능한 즐거움’을 찾으려 노력하며, 그것이 요앞 건축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꿈을담은교실 - 미아초등학교

 

찾아가는동주민센터 - 응암3동

 

화성진안 청년형 행복주택

 

Q. 요앞 건축은 컬러의 활용에 있어서도 관습적인 건축가들의 표현보다 다채로운 것 같다.

 

김. 해외 건축가들은 포인트 요소로 색깔을 많이 쓰기도 하지만, 한국에선 건축가들이 컬러를 사용하는 경우가 좀 드문 것 같다.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은 늘 진지해야 하니까. 국내 건축계는 ‘소재의 물성에 집중’하려 하고, 색은 ‘표현적인 것’이기 때문에 자제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그냥 색을 안 쓰려고 노력하지 않을 뿐, 필요할 때는 색을 쓸 수도 있고, 컬러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 뿐이다.


류. 조금 일반화해서 말하는 것 같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건축학도들은 색에 대해 배우지 않는다. 색깔에 대해 배우지 않아도 얼마든지 컬러를 활용할 수는 있지만, 색을 쓰면 교수, 선배 등에게 혼이 나기도 한다. 우리나라 건축에 있어서 색깔, 색깔의 사용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우리도 컬러를 다채롭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냥 우리가 봤을 때 어울릴 것 같은 곳에 컬러를 사용할 뿐. 그것이 다른 분들에게는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피드백(컬러의 활용이 인상적이다.)은 예상 못했던 부분이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Q. 요앞 건축사사무소는 개소한 지 7년차다. 현재의 요앞 건축은 어떤 단계라고 생각하나? 또, 앞으로 하고싶은 건축은 어떤 것인가?


류. 현재의 단계라고 하면 업력이 10년, 20년쯤 되신 분들이 말씀하실 수 있는 이야기 같은데 (웃음). 요앞은 사람으로 치자면 지금은 사춘기쯤 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방황하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미래에 대한 갈피를 잡아나가는.

 

정. 현재의 요앞 건축은 건축이라는 필터를 통해 우리의 작품을 되돌아보며 방향성을 설정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요앞 건축은 우리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즐거움’을 좀 더 다수와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특히 그동안은 우리가 주거 프로젝트에 많이 집중했다면, 이제부터는 도시재생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공공성을 띤 건축 프로젝트를 좀 더 맡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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