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바라보는 진부한 프레임을 깨다, 스노우에이드 김현주
 
스노우에이드는 탄탄한 건축적 베이스와 틀에 박히지 않은 새로운 디자인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건축/디자인 어워드로부터 주목 받고 있다. 그들은 부지 선정부터 설계, 시공, 사후 처리에 이르기까지 클라이언트와 함께 고민하며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함께한다. 스노우에이드의 헤드 디자이너인 김현주 공동 대표는 ‘우리 모두의 삶은 같지 않은데, 왜 다들 비슷비슷한 집에서 살아야 하는가?’를 화두로, 시각적인 깊이감이 있는 공간, 오래 머물러도 뻔하지 않고 Fun한 공간을 완성하고 있다. 그녀는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동안의 작업과 인터뷰를 통해 들여다보았다. 
 
 
 
Q. 사명이 독특하다.
 
A. 초창기에는 나와 공동대표이자 건축가인 박호현 교수의 이름을 따 단순하게 ‘박호현 + 김현주’로만 활동했다. 그러다가 2011년도부터 함께 일하는 스탭들이 늘어나면서 둘만의 대표성을 가진 이름이 아닌, 공통의 목적을 가진 디자인 스튜디오로서 이름을 새로 지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Snow Aide는 ‘S(소유격 ‘s) + Now(지금) + Aide(돕다)를 합친 단어로, ‘건축/디자인을 통해 누군가의 지금을 돕는다’는 의미다. 많은 회사들이 이름을 통해 그들이 누구인지, 그들의 작업이 어떤지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는 이런 작업을 합니다”, “우리의 작업은 이렇습니다”라며 결과론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 ‘우리는 건축/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의 모든 과정을 클라이언트와 함께 하고 그들을 돕겠다’는 뜻을 사명에 담고 싶었다.
 
Q. 주거 공간에 대한 스노우에이드만의 디자인 철학이 있다면?

A. 처음으로 작업을 시작한 것도 주거 공간이었고, 지금 가장 많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주거 공간이다. 그런데 주거 공간 디자인이라 하면 디자이너나 일반인들이나 대부분 ‘뻔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반듯한 정방형의 벽체, 직각과 직선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레이아웃, 기능에 따라 명명되는 거실, 안방, 욕실, 주방 등의 공간들. 스노우에이드는 이런 주거 공간에 대한 진부한 프레임을 깨고, ‘뻔한 주거 공간’이 아닌, ‘Fun한 주거 공간’을 추구하고 있다.
 
Q. 구체적인 예시가 있나?
 
A. 우리가 작업한 주거 공간에는 방과 방이 완전히 닫히는 형태가 아닌 여닫는 형태의 레이아웃, 주택 내부에서도 여러 단차를 가지고 있는 입체적인 구조, 하나의 오브제가 되는 감각적인 계단이나 문처럼 일반적인  집’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기능적으로 해석한 포인트가 많은 편이다. 이렇게 Fun을 시작으로 재미있는 시각적 깊이감과 다양한 공간 경험을 주고자 한 것이 우리 디자인의 시작점이 아닐까 싶다.
 
 
 
Q. 아파트에 대한 스노우에이드의 생각을 듣고 싶다.
 
A. 아파트는 태생 자체가 도시 생활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기능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공간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보편성’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 보편성 때문에 앞서 언급한 ‘뻔한 주거 공간’의 전형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과거 대기업의 건설사 인테리어 팀에서 근무할 때 아파트 프로젝트를 많이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파트의 태생으로 인한 한계가 ‘욕실’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욕실에 리프레시와 릴렉스의 공간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만, 전체 집에서 가장 좁고 습한 일반적인 아파트의 욕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스노우에이드가 설계하는 주택 프로젝트에서는 욕실이 큰 portion을 차지한다. 가장 쾌적하고 가장 사용하고 싶은 공간, 리프레시와 릴렉스의 공간이라는 이상적인 로망을 현실에서 만들고자 한다.
 
물론 아파트에서의 편리한 삶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나의 색깔을 표현하고 가꾸는 것보다 지금의 도심 속 라이프 스타일을 영유할 수 있고, 기능적이고 효율적으로 설계되서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는 주거 공간. 어떤 사람에게는 아파트에서의 삶이 필요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다른 공간에서의 삶이 필요한 분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시각에서 아파트가 좋다 나쁘다 딱 잘라서 이야기할 수는 없는 부분인 것 같다.
 
 
 
Q. 클라이언트를 대하는 태도는 어떤가?

A. 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수억 원 대의 주택을 지으려는 것치고는 본인이 어떤 집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 그들이 머릿속에 그리는 주택은 어땠으면 좋겠는지 이야기하다가도, 어느새 이미 살고 있는 아파트의 평면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본인들도 놀란다. 이렇게 지금 살고 있는 주거 환경,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클라이언트가 살아가는 이야기, 취미생활 등 집을 짓는 것 외에 다른 이야기, 틀을 깨려는 작업을 많이 한다. 그러다 보면 클라이언트의 라이프 스타일, 사이클에 따라 동선의 구조, 방의 위치나 크기가 자연스럽게 정리되기도 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물론 회사의 사옥, 근생 건축물 작업도 했지만, 스노우에이드가 세워진 이래로 가장 많이 한 작업은 주거 프로젝트다. 그동안 주거 문화나 주거 환경에 대해 많이 고민을 해온 만큼, 주거 공간을 베이스로 하는 호텔, 리조트 프로젝트도 더 해보고 싶다. 나는 ‘집’이란 개인의 생각을 담는 공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도서관, 문화시설 등 다양한 사람들의 여러 생각을 담는 공간 작업도 해보고 싶다. 이런 작업을 통해 스노우에이드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것이 우리의 단기적인 목표다. 그 외에도 궁극적인 지향점이 있다면, 스노우에이드의 시작은 박호현과 김현주라는 개인 디자이너로 출발했지만, 앞으로의 스노우에이드는 함께 하는 스텝들 모두가 고유의 색깔을 낼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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