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역할은 브랜드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stof 박성재 소장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대중들이 공감하고,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브랜드의 의도를 전달한다. 2011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에서 'best of best'를 수상하며 그의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대표적인 프로젝트인 '아이소', '콘피에르' 등을 디자인하며 국내와 해외 프로젝트의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한번 그의 디자인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공간을 방문하는 누구든 쉽게 그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설계하는 그의 매력을 조명해 보았다.
Q. 'stof'를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신다면?
‘아이소(AISO)'라는 카페를 예로 들자면, 광활한 공간에 멋진 조형물로 채워진 소위 '대형 카페'의 클리셰를 벗어나 카페의 본질적인 기능에 집중하기 위해 건물의 평면, 입면을 의도적으로 단절시켰다. 단, 이를 연속적인 경험으로 연결하기 위해 각 층을 관통하는 커다란 스피커 구조물을 두어 '소리'라는 감각 요소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스케일이나 조형적 특징을 입힘으로써 우리의 의도를 시각적으로 전달했다. 이러한 물리적 접근을 통한 사례 외에 또 다른 예로, 스토리텔링을 통해 공간의 관계를 재건하고 지속적인 경험을 이끌어낸 프로젝트가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진행 중인 32do, Younghee, SJ2.0이라는,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카페, 바, 레스토랑 등으로 이루어진 F&B 프로젝트다. 커다란 필지 위에 각각의 건물들로 나누어진 형태였기 때문에 각 공간들이 저마다 고유한 디자인을 갖출 수 있는 장점이 있었지만, 하나의 경험으로 묶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내부 공간을 디자인하기에 앞서, 각 공간들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스토리를 부여했다. 더하여 한국적이지만 전통적이지 않으면서도, 이 인도네시아라는 국가에서는 이국적일 수 있는 ‘한국의 사계절’을 하나의 여정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따라서 이국적인 테마 내에서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물’이라는 요소를 공통 요소를 담고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물의 모습을 방문객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각 공간을 순서대로 봄여름의 계곡 / 가을 연못 / 겨울의 얼음 동굴 등 으로 디자인하여 방문객들이 그 계절의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게 의도했다.
Q.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가장 중점에 두는 디자인 원칙이 궁금하다.
다양한 사람들의 니즈가 다르고,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프로젝트의 성격이 모두 다르다. 유행하는 스타일이나 구성 요소들을 요구하는 클라이언트들로 인해 나 역시 이런 시대적 흐름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동반자의 위치에서 브랜드의 본질에 대해 같이 고민한다. 이를 통해 클라이언트와 같은 목소리를 가지고 방문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나는 '이해 가능한 디자인과 관계의 재건'이라는 디자인 원칙을 세웠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숏폼, 팝업과 같이 빠르게 소비되는 것들에 익숙하다. 어려운 개념이나 모호한 디자인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나의 개인적인 경험보다는 사용자의 관점과 브랜드의 목표, 객관적인 사실에서 디자인 로직을 이끌어내려 한다. 그 과정에서 공간 내 형성되는 관계의 성격을 직관적이고 간결한 형태로 풀어내고 있다.
Q. 해외 프로젝트의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이 궁금하다.
현재 1년에 한 번 정도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는 이러했는데, 해외는 이랬다'고 명확하게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그래도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화합할 수 있다는 사실은 항상 나를 설레게 한다. 그리고 사실 개념적인 부분을 형상화한다는 건축의 뜻은 국내와 해외 모두 동일하다. 다만, 그 속에서 각 나라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의 차이가 있다. 종교적 특징, 장애인에 대한 배려, 시설의 차이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나는 이런 것들을 접하면서 오히려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에 대해 스터디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긴다. 해외 프로젝트는 그 나라의 파트너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협업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다.
Q. 'stof'가 디자인한 공간이 사용자들에게 어떤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나는 스튜디오의 색깔과 스타일을 클라이언트나 stof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나는 디자인 스튜디오가 브랜드를 나타낼 수 있는 하나의 '툴'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도구로써 브랜드를 고객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요즘은 온라인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물건을 구매하기 위한 목적성만을 띠고 오프라인 공간에 오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공간을 직접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방문 경험 자체가 가치 있을 수 있도록 스페이스 내에서 더욱 풍부한 장면들을 제공하고, 세심한 경험을 제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앞으로의 'stof'의 지향점이 궁금하다.
공간 디자인을 시작한지 10년이 되는 시점이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면서도 어느 정도 나의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가끔 시간이 있을 때 내가 초기에 작업했던 프로젝트들과 최근에 작업했던 프로젝트들을 비교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과정을 보면서 깜짝 깜짝 놀란다. '결'이나 '분위기'를 중요시했던 초창기와 비교해서 지금은 '의도'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나의 이러한 변화는 나에게 긍정적이다. 더 다양한 도전들을 맞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프로젝트를 대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작업하더라도 서로 공감할 수 있고, 서로의 '의도'를 전달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만들어나갈 수 있다면 어떠한 도전도 즐겁게 할 수 있다고 느낀다. 6년 차의 작은 스튜디오 stof는 앞으로도 국내, 해외를 떠나서 더욱 많은 프로젝트를 맞이하며 아파하고, 부딪히며 성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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