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예를 평면과 입체로서 다룬다 ' 라는 평을 받으며,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중국, 일본 등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길영 작가.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하여 일본 다가와 시립미술관, 인도 뉴델리 현대미술관, 베이징 송주앙 미술관 등 다수의 국내외 미술관에 영구 소장되어 있는 등 독보적인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도자기의 중심지인 중국 징더전(경덕진)과 한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온 정길영 작가가 최근, 제주의 한 공간을 통해 그만의 독창적인 감성을 선보였다. 그는 거침없이 그려나간 원초적 예술 표현을 통해 이곳에 방문하는 이들에게 특별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정길영 그림 카페'를 통해 정길영 작가만의 담백하면서도 진솔한 인사이트를 조명해보았다.
Q. 정길영 작가와 최근 문을 연 '정길영 그림 카페'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온 세상과 모든 일상이 '도화지'라 생각하며 예술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 정길영이다.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이 세상에서 '예술'만큼은 순수함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순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술이란, 나에게 쌓인 모든 때를 벗겨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순수하게 나의 예술 세계를 나타내는 원초적, 원시적인 예술을 표현하고 싶다. 나는 기존의 내 작품에서 늘 '무겁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왔다. 물론, '무거움'이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대중과의 거리가 너무 멀다고 느껴졌다. 이를 개선하고자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정길영 그림 카페'를 통해 대중들에게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 간의 거리를 좁히고자 준비하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제주도에 위치한 한 카페에 내 예술 세계를 녹여낸 것으로, 펜 드로잉 작업을 통해 일일이 손으로 모든 공간을 그려냈다. 나의 예술 세계를 스페이스의 모든 곳에 녹여낸 만큼 방문하는 이들이 조금 더 쉽게 나의 작품을 이해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Q. 이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소요 시간과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
3개월 동안 밤낮없이 작업에만 몰두한 결과, 이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 공간의 모든 곳에 내 손길이 묻어있는 만큼 긴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예술'이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역시나 3개월이라는 작업 기간 동안 계속해서 계획이 바뀌었다. 그러나 이렇게 의도하지 않은 드로잉들이 모여 계획된 우연을 만들었고, 이러한 우연이 쌓여 원초적 예술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드로잉 작업을 할 때 다음 드로잉을 어떻게 그릴지 미리 계획하지 않는다. 마치 운동선수가 무의식중에 경기의 흐름을 파악하여 더 나은 플레이를 빠르게 펼쳐 나가는 것처럼, 바로 다음 드로잉을 향해 자동으로 손이 뻗어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반사 신경과 같은 자동적인 움직임은 작가로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평소, 중국에 있는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에 몰두하고 있지만 늘 대중들에게 새로운 것을 던져야 하는 것이 작가의 숙명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기존에 주로 작업했던 세라믹 소재에서 벗어나 펜 드로잉을 통해 대중들이 더 쉽고 편하게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내 작업의 목적은 내 작품을 보는 이로 하여금 무조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 목적의 연장선으로 '정길영 그림 카페'라는 공간을 구성하고, 대중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Q. 이 공간에서 흰색과 검은색만이 사용된 점이 두드러진다. 이유가 있는가?
이곳에선, 흰색과 검은색의 명확한 대비를 느낄 수 있다. 이는 서로 반대되는 느낌을 주는 요소들이 모여서 창출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평소 화이트 컬러와 블랙 컬러가 주는 의미가 매우 많다고 생각을 해왔고, 이처럼 서로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 만났을 때 피어나는 '극적인 조화'와 '극대화된 아름다움'을 담아내고자 했다. 이를 기반으로 화이트와 블랙 컬러가 만나 명확한 대비를 보여주어 방문자에게 '완전한 새로움'을 전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이자 내 작품의 기획 의도다.
Q. 식물 등 살아있는 생물이 배치되지 않은 것과 정길영 작가를 상징하는 오브제가 설치된 것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유가 있다면?
물론, 공간에서 '살아있는 존재'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와 더불어 살아있는 식물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조화가 자아내는 분위기와 의미는 완전히 다른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를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새로움을 주는 예술'이었다. 나는 예술이란 보는 이에게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소신으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렇기에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자연이 주는 컬러를 완전히 배제하는 시도를 통해 새로운 예술을 선사하고 싶었다. 이는 산, 숲 등 자연을 그리는 작품을 거부하는 것이 아닌, 자연이 제공하는 푸르른 컬러를 거부한 것이다. 초록빛을 머금고 있는 자연의 푸름은 어찌 보면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풍요'가 아닌가 생각했다. 한편, 평소 나는 내 작품을 통해 나 자신을 투영한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집, 나무 밑에 앉아 있는 인물 등 내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보이는 것들을 비춘다. 한편으로는 익살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오브제가 현재 내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기에, 곳곳에 배치하여 공간을 보다 더 다채롭게 구성했다.
Q. '정길영 그림 카페'에 방문하는 이들이 어떤 경험을 하길 원하는지 궁금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의 공간들도 계속 변화한다. 예전에는 '다방'의 역할을 했던 곳이 지금은 '카페'로 변한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춰 대중들에게 특별한 공간을 선보이고 싶었고, 이렇게 차별화된 공간을 통해 관객들이 '새로움'을 느끼길 바랐다. '정길영 그림 카페'는 내가 평생을 해온 드로잉과 작업 그리고 내 가슴이 온전히 다 묻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한 예술가가 걸어온 길을 충분히 느끼고, 서로 다양한 것을 공유하며 즐기길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곳에 방문하는 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 "그냥, 느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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