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이롭게 하는 건축, 사회에 공헌하는 건축 - Daniel Valle Architects, Daniel Valle
 
건축가 Daniel Valle는 70년대 말, 80년대 초 예술적 표현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폭발하던 도시 Madrid에서 태어났다. 고교 시절에는 자동차 디자인과 산업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품고 이탈리아로의 유학을 꿈꾸었던 그지만,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재능이 건축 쪽에 좀 더 맞닿아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Madrid, Amsterdam, London 등 유럽 각지에서 활동하다가 지난 2013년부터 한국에 정착,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국내 건축 Scene에 그동안 좀처럼 보지 못했던 공간들을 선보이고 있다. 건축가로서 인간을 위한, 지역과 사회를 위한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선한 미소만큼이나 따뜻한 철학을 가진 건축가였다.
 
 
Q. 어렸을 때는 자동차 디자인, 산업 디자인 분야에 진출할 생각이었다고 들었다.

A.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는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고, 이를 위해 세계 최고의 산업 디자인 학교가 있다는 이탈리아에서 유학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시험으로 점철된 생활 속에 이탈리아로의 대학 진학을 2년 정도 앞두고 문득 발견한 것이 있었다. 나의 능력은 ‘공간을 읽는’ 데 있다는 여러 시험 결과들이었다. 또한, 나는 과학 과목과 더불어 technical drawing 과목을 유독 좋아했는데 이런 것들이 합쳐져 내 능력에 적합한 분야가 건축 쪽이라는 생각이 잡히기 시작했던 것 같다. 
 
Q. (다른 분야의 디자인과 비교했을 때) 건축/공간 디자인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은?

A. 물론 건축 말고도 디자인 분야의 모든 창의적인 작업들은 공통된 결과가 있다. 바로 이 세상에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다만 건축가로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건축이야말로 가장 기초적인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건축은 단언컨대 모든 곳에 있다. 우리가 개인으로 행하는 모든 활동을 둘러싸고, 개인을 넘어 집단이 되어서도 우리는 집에, 사무실에, 나아가 마을에,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
 
Q. 한국에서 건축가/디자이너로 일을 한다는 것
 
A. 어느 곳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한국에서 건축가/디자이너로 일을 한다는 것에도 장점과 단점이 분명히 있다. 개인적으로 단점으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은, 우리(건축가/디자이너)의 작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패션, 산업, 인테리어 등 디자인 분야에서 급진적인 발전을 이룬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건축가를 위한 사회적 인식이나 기반은 여전히 가시적이질 않다. 반면, 한국 건축 문화의 근간이 되는 한국의 동료 건축가들은 너무나 패기 있고 재능있다는 것이 이곳에서 건축가로 일하면서 느끼는 재미있는 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놀라운 건축학적 아이디어들이 무수히 쏟아지는 것이 흥미롭다.
 
 
Q. 국내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인상 깊었던 부분은?
 
A. 유럽 대륙 출신의 디자이너로서 이곳의 작업 속도는 늘 인상적이다. 스페인에서 일을 할 때는 건물을 세우는 데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곤 했지만, 한국에서 단기간에 건물들이 지어지는 것을 보고 항상 놀라기도 하며, 내 작업 또한 그 일부가 된다는 것은 힘들지만 짜릿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Q. 전시 경험이 무척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A.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2014년 DDP에서 열렸던 MAS(Madrid Architecture Seoul)나, 같은 곳에서 2년 뒤에 개최됐던 Spain in Seoul 전시 등이 기억에 남는다. 본업인 건축은 좀 더 무겁고 지속성이 있어야 하지만 전시는 건축과는 정반대되는 그 일시적인 특수성 때문에 좋아한다.
 
Q. Daniel Valle Architects가 주로 디자인하는 공간과 그 이유
 
A. 가능한 특정한 분야의 공간 디자인에만 집중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나의 작업 스코프를 열어두려 하는 편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은 주로 교육 분야의 건축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수년간 한국의 교육시설 작업을 진행해오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고, 노하우도 제법 쌓였다. 그리고 특히 교육기관 작업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린 학생들이 우리가 작업한 공간에서 더욱 창의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시절의 교육이나 경험이 한 사람의 남은 평생을 좌우한다고 보기 때문에, 다음 세대의 주역인 이들에게 더 창의적이고 영감을 주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일이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택권이 있다면 가능한 학교, 도서관, 병원 등 사회에 공헌할수 있는 공간을 작업하려고 하는 편이다. ‘건축’이 지닌 사회 공헌이라는 대중적 특징은 다른 건물들보다 이런 공간의 작업에서 잘 드러나는 것 같다.
 
 
Q. 공간을 디자인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A.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클라이언트에 대한 이해다. 클라이언트야말로 프로젝트의 근간이며, 그의 필요와 요구에 맞춘 구체적인 형태를 공간으로 제공하는 것이 우리들의 일이다. 클라이언트들은 종종 추상적이거나 모호한 요구사항들을 들고 우리를 찾아오곤 한다. 그러므로 작업에 임할 때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구체화하고, 나아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공간을 제공할 것을 우선으로 한다. 공간 작업에서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그 이상의 가치’란 작업에 대해 창의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때 나타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만이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넘어선 최적의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창의력 역시 체육관에서 운동하면서 근육을 기르듯, 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대학에서 강의하는 것이 나의 창의성을 날카롭게 유지해주며, 나아가 학생들과 여러 아이디어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후에 나의 작업에서 형태를 갖추게 된다고 보고 있다.
 
 
 
 
 
Q. Daniel Valle가 건축가/디자이너로 일하는 데 영감을 주는 것은?
 
A. 여러 요소들에서 영감을 얻는다. 비전과 열정을 갖춘 클라이언트들로부터 영감을 얻기도 하고, 사이트의 아름다움이나 그 배경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Daniel Valle Architects)는 Contextual한 스튜디오라 볼 수 있겠다. 물론 전시, 여행이나 단순한 오브제처럼, 작업과는 좀 동떨어졌다고 볼 수 있는 요소들에서도 영감을 얻곤 한다. David Adyaje, Herzog & deMeuron, Peter Zumthor, NL Architects나 Selgascano 등 표현주의자들에서부터 미니멀리스트들까지, 여러 동료 건축가들에게서도 영감을 얻는다.
 
Q. 앞으로 Daniel Valle가 보여주고 싶은 건축은 어떤 것인가?
 
A. 우리는 현재 서울과 Madrid의 여러 주거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때문에 내년까지도 한국과 스페인을 오가며 바쁠 것 같다. 우리는 우리의 작업이 늘 창의적이고 긍정적이며 밝은 모습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우리가 어떤 디자인을 하든, 우리가 작업한 공간에서 사용자들이 편리함을 느끼고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개인적으로는 사용자들이 우리가 작업한 공간을 보고 첫눈에 반하거나 감탄하기보다 다소 느리더라도 시간이 지나며 점점 우리가 작업한 공간에 사랑을 느끼게 되는, 그런 작업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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