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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 재료
Glass Mix Motion Cristall ⓒ Normann Copenhagen-1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유리를 마주한다. 꽃을 담는 화병부터 시력의 교정을 돕는 안경, 공간 너머의 풍경을 비추는 창까지 유리는 우리의 일상을 담는다. 이처럼 쓰임이 많아 우리와 밀접하게 닿아있는 유리는 무엇이든 반영·투과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런 유리의 특성 덕분에 우리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공간을 넘어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 오브제, 유리를 소개한다.

 

 

 

 
 
 
Cognac Glass ⓒ Normann Copenhagen-6
 
 
 
 

어릴 적 눈이 나빠지기 시작한 저는 어머니와 함께 첫 안경을 맞췄습니다. 콧대를 간질이는 안경대는 불편했지만, 난시가 심했던 저는 그제서야 아름다운 것들을 또렷이 볼 수 있었습니다. 부서지는 햇빛과 빛나는 나뭇잎, 찬란한 바다까지 안경이 발명 이래 70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랑받는 것은 이러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요?

 
 
 
 
 
Mjolk Zen Han ⓒ Nichetto Studio
 
 
 
 
 

사실 초기 안경은 에메랄드나 크리스털 등을 볼록렌즈로 깎은 원시용 안경이었습니다. 15세기이후 산업화의 단계에 접어든 유리는 더이상 사치품이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오브제가 되었지요. 특히,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보급되면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는 안경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각종 서적을 보기 위해 안경이 필요했어요. 인류가 자연적 시력의 한계를 넘어서 대상을 마주하게 된 것은 유리 덕분입니다. 인류는 지금까지 수차례 자연의 한계를 넘어왔습니다. 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주먹도끼부터 먼 거리를 단숨에 이동할 수 있게 만든 바퀴, 생활 습관을 바꾼 전기 등 여러 발명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켰지요. 그중 유리의 발명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공간을 넘어 삶을 변화시킨 유리에는 어떠한 종류가 있을까요?

 
 
 
 
 
 
 
 
Mr Perswall Temperature 15grader high ⓒ Form us with Love
 
 
 
 
 

유리는 크게 일반 유리와 무늬유리, 망입유리, 복층유리로 나뉩니다. 대중적으로 쓰이는 유리 중 하나인 판유리는 일그러짐이 없고 두께가 일정합니다. 무늬유리는 롤아웃 공법으로 제조되며, 판유리의 한쪽 표면에 요철을 넣어 여러 모양의 무늬를 음각한 반투명 유리입니다. 빛이 무늬에 따라 확산되어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내지요. 두꺼운 유리에 철망을 넣어서 만드는 망입유리는 파손되더라도 파편이 흩어지지 않으며, 화재 시 연소를 방지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복층유리는 두 장 혹의 세 장의 유리를 일정한 간격으로 접착해 밀폐하고, 그 사이에 건조 공기를 봉입한 유리입니다. 단열과 방음 효과가 크며 공기층의 두께와 사용되는 유리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합니다.

 

 

 
 
Glas Italia_Shimmer ⓒ Normann 
 
 
 
 
 

유리는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시 메소포타미아 유적에서 유리 조각과 유리 막대기가 발굴된 것입니다. 이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남부 바빌로니아의 왕 다르 오마르의 점토판 문서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투명한 유리가루에 다양한 물질을 섞어 채색 유약인 연유를 제조하는 방법에 대해 작성되어 있으며, 이는 당시 유리 제조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집트의 경우, 기원전 5세기경부터 본격적으로 유리의 생산이 시작됐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때에는 세계 최대의 유리 생산지로 부상했지요. 당시의 유명한 유물로는 유리 암포라를 들 수 있는데, 그것은 유리 속에 모래나 진흙으로 만든 모형을 담근 후 유리가 식어 굳어지면 모형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시작된 유리는 세계 각지로 전파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유리의 중심 지역이 차츰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났어요. 기원전 1세기경 로마에서는 블로잉(Blowing) 기법이 발명되었습니다. 철 파이프의 앞 끝에 유리를 말아 올려 둥글게 한 후 반대편 끝에서 입으로 바람을 불어 풍선처럼 부풀리는 방법이지요. 당시의 기술자들은 이 방법을 활용해 보다 많은 양의 유리를 수월하게 생산할 수 있었고, 다양한 유리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Glas Italia_Shimmer ⓒ Normann Copenhagen
 
 
 
 

13세기 초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며 비잔틴제국의 유리 기술자들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정착하게 됩니다. 뛰어난 솜씨를 가진 그들은 베네치아의 상인들이 세계를 누비며 판매할 화려한 유리 제품을 만들었어요. 유리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섭씨 500도까지 열을 발산하는 용광로가 필요합니다. 당시 베네치아 대부분의 건물은 목조로 이루어져 화재가 발생할 염려가 있었기 때문에, 베네치아 정부는 유리기술자들을 무라노 섬으로 이주시켰습니다. 14세기 초, 무라노 섬은 ‘유리의 섬’으로 알려지게 됩니다. 무라노 섬에서 제작된 사치스럽고 섬세한 유리 제품은 높은 신분을 상징하는 물건이 되어 유럽 전역으로 팔려나갔어요. 그 당시의 보석인 셈이지요.

 

 

 

 

Kartell Jellies Table extension ⓒ Normann Copenhagen

 

 

 

사실 평소에 유리를 특별하게 여기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주변에 흔히, 여러 형태로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유리가 주는 빛의 형태는 경이롭기만 합니다. 스페인에 위치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제가 머물렀던 장소 중 가장 아름다웠던 곳입니다. 자연을 반영하는 유기적인 곡선, 정교한 조각, 그중에서도 유리로 만들어진 스테인드글라스는 시간에 따라 매 순간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찬란하게 흐르는 빛이 쏟아져 피부에 닿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저는 경건하게 앉아 기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빛나는 신앙심을 보았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재료에 안료를 넣어 만든 유리나 겉면에 색을 칠한 유리를 기하학적이거나 장식적인 형태 또는 회화적 도안으로 잘라 만든 것입니다. 고딕 건축의 구조상 거대한 창을 달 수 있어 스테인드글라스가 벽화를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아름다운 빛은 성스러운 효과를 주어 교회 건축에서 주로 사용했지요.

 

 

 

 

Crystal Rock 2014 LASVIT ⓒ Arik Levy

 

 

 

 

이러한 역할을 하던 유리는 현대 건축에서 벽의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유리가 주철과 연철, 강철과 결합해 공장에서 생산되기 시작하며 유리 건축물이 만들어지게 되었지요. 1914년 벨기에인 에밀 푸르콜은 수직 방향으로 끌어올리는 공정을 개발해 넓은 판유리를 생산했습니다. 이로 인해 여태 건축물을 이루는 오브제와는 전혀 다른 투명함이 가능하게 되었어요. 건축가들은 보다 더 투명한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유리판의 네 모서리에 구멍을 뚫고 나사로 구조체에 달아맸습니다. 창틀이 최소화된 유리 벽을 구현한 것이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유리 건축물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공정함과 투명함을 반영하며, 건물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할 것입니다. 드러나지 않았던 것들을 드러내는 것은 오로지 유리만이 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김리오 기자

 

 

 

 

차주헌 기자
ixd.jhch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