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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건축의 세포
Everywhere

Ⓒ Tom Ferguson - Benn & Penna Architects - Balmain Rock

 

벽돌

 

건축의 세포

 

영국의 전래동화 '아기돼지 삼형제'에서 첫째는 지푸라기로, 둘째는 가시덤불로, 셋째는 벽돌로 집을 지었다. 포식자 늑대로부터의 유일한 생존자는 튼튼한 벽돌집을 지은 셋째 돼지뿐이었다. 벽돌로 집을 짓는 것은 수고스럽고 고된 일이지만, 일단 완성하고 나면 그 안의 우리는 안전할 수 있다. 벽돌은 튼튼한 건축자재를 대표하며 문명의 초창기부터 사용됐다. 전 세계에는 수많은 벽돌 건축물이 있으며, 벽돌은 오늘날에도 건축자재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 Archi-EXIST&Xiaoyun - RooMoo - Canada Goose Shanghai Office

 

벽돌은 가장 오래된 건축자재 중 하나다. 우리가 건축 목적으로 벽돌을 사용한 것은 기원전 8,0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해(死海) 인근에서 발굴된 고대 도시 Jericho의 유적에서는 벽돌을 사용해서 주거지를 만들어 촌락 집단을 이루었던 흔적이 발견됐다. 당시의 벽돌은 따뜻한 기후를 가진 지역에서 강렬한 햇빛에 진흙을 단단하게 말리는 방식으로 제조됐다. Harappa Buhen과 Mohenjodaro 유적에서 발견된 무덤벽화에서는 이집트의 노예들이 점토와 짚을 섞고 햇빛에 말리기 위해 운반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Spaceshift Studio, Ketsiree Wongwan - IDIN Office - IDIN Architects

 

점토를 화덕에 구워 더욱 단단한 벽돌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3,500년경으로 추정된다. 화덕에 구워낸 벽돌은 물에 대한 저항력이 생기며 내구성이 증가한다. 덕분에 인류는 더욱 구조적인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고대 로마인들은 이동식 가마를 만들어 로마 전체에 벽돌과 벽돌로 만든 건축물, 시설을 전파했다. 잘 정비된 도로, 상하수도 등의 인프라를 가진 거대한 로마 제국을 만들었던 힘은 벽돌에서부터 기인했다고 보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로마인들로부터 벽돌에 대한 지식을 얻은 유럽인들은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까지 벽돌 제조, 조적 기술을 발전시켰다.

 

Ⓒ &Tradition

 

Ⓒ HAY

 

벽돌은 19세기 철근 콘크리트가 건축자재로 부상할 때까지 무수한 건축물에 사용됐다. 철근 콘크리트는 높은 압축강도와 인장강도를 가지고 있어 내력이 확보된 재료다. 근대 건축은 철근 콘크리트를 통해 기존 벽돌 건물이 가질 수 없던 크기와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건축자재를 만난 벽돌은 철근 콘크리트에게 왕좌를 물려주게 되었지만, 건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과 견고하고 중후한 벽돌 건물의 외관, 시공 방식의 다양성 등을 바탕으로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 biliani

 

오늘날 사용되는 벽돌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시멘트 벽돌과 점토 벽돌이다. 시멘트 벽돌은 일반적으로 바닥이나 건축물의 내부에 모르타르로 감춰지는 보조적인 구조재 역할을 한다. 점토 벽돌은 순수한 흙을 주원료로 하며, 단열, 습기 조절 등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건축물의 외벽, 내벽 마감재로 사용되며, 내구성이 강해 오래된 벽돌을 신축 건물에 재사용하기도 한다.

 

ⓒ HAY

 

벽돌을 쌓는 조적 방식은 오래전부터 다양하게 연구되어 왔다. 조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건축물은 표정을 달리한다. 직사각형태의 벽돌을 길게 쌓는 방식은 길이쌓기라고 한다. 반대로, 벽돌의 좁은 단면 부분을 이용해서 조적하는 방식은 마구리쌓기라고 한다. 길이쌓기와 마구리쌓기를 교차하는 방식을 불식쌓기라 한다. 이외에도 영롱쌓기, 엇모쌓기, 무늬쌓기 등 다양한 방식의 장식쌓기가 있다. 벽돌을 통해 벽을 세우고, 건축물의 이미지를 만들어온 우리는 무궁무진한 방식으로 조적기술을 발전시켜온 것이다.

 

Ⓒ Muuto

 

200m2의 면적과 2,450mm의 높이로 이루어진 한 층짜리 벽돌집을 만드는 데에는 약 8,000장의 벽돌이 필요하고, 280m2로 더 넓은 면적의 2층짜리 벽돌집을 만드는 데에는 약 12,000장의 벽돌이 필요하다. 파이프 오르간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죽기 전에 봐야 할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 그룬트비 교회에는 600만 장의 벽돌이 사용되었다고 하며, 인류가 만든 가장 거대한 건축물 중 하나인 만리장성에는 약 38억 7천 3백만 장의 벽돌이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작은 벽돌이 모여 거대한 건축을 이루는 것은 마치 세포가 우리의 몸을 이루는 것과 같다. 그리고 벽돌은 유구한 인류 역사 속에서도 세포처럼 건축을 이루어왔다.

 

Ⓒ Muuto

 

건축의 세포, 벽돌이다.

차주헌 기자
ixd.jhch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