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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숙면? 물론 중요하다. 세상에 잠을 자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쉬어야 한다. 식사? 당연하다. 식사는 아름다운 맛과 풍부한 식감을 통해 즐거움을 주는 일임과 동시에 몸에 꼭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행위이다. 물론 지식을 습득하거나 탐구하며 자아를 성찰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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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배설과 목욕이다. 배설과 목욕은 무척이나 다른 단어다. 하나는 무척이나 비위생적인 듯하고, 나머지 하나는 스스로를 깨끗이 정돈하기 위해 하는 일이니까. 그러나 역사와 시간을 거치며, 이 두 행위는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우리는 하루의 시작을 화장실에서 하며, 마무리 역시 화장실에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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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는 이렇게 얘기한다. “인간의 역사는 곧 화장실의 역사이다.” 화장실은 그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지닌 공간이며, 유적을 발굴할 때 수세식 화장실의 존재가 문명 발달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인도의 모헨조다로에서 발견된 유적은 물 위에 배설을 할 수 있는 구조였고, 바빌로니아 우르의 유적에서는 분뇨와 물을 함께 내려보내면 땅에 스며들게 하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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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시대는 공중화장실이 발전했던 시기였다. 비누 대신 소변으로 빨래를 했던 세탁업자들은 길가에 그릇을 세워놓고 소변을 받아가기도 했다. 당시 로마에만 400여 개의 공중화장실이 있었다. 중세와 근대에는 ‘공간’의 개념이 주춤했다. 대체품은 요강이었다. 요강에 볼일을 마친 후, 창 밖으로 그것들을 모두 털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근대 이후 화장실은 집에 없어서는 안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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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는 행위는 현대인들에게 무척 중요하게 받아들여지지만, 사실 과거에는 씻는 행위가 모두에게 필수적인 일은 아니었다. 1세기 로마인들은 여러 온도의 물에 몸을 담그며 찜질을 하고, 긁개로 땀과 기름을 닦아낸 뒤 온몸에 기름을 발랐다. 17세기, 프랑스 귀족에게 ‘씻는 행위’란 셔츠를 꼬박 꼬박 갈아입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한층 더 나아가 유럽인들은 씻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페스트 때문이었다. 역병은 물을 두려워하게 했고, 창궐이 사라진 뒤에도 물을 멀리하는 관습이 약 400년이나 유지되었다.
 

 

 

: Ⓒ 상아타일 

 

그리고 근대를 거쳐 현대로 오면서, 이는 민족 간의 우열을 가르는 요소로 여겨졌다. 일본은 기후 특성상 자주 몸을 씻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나 19세기, 다른 나라를 침략하기 시작했고, 서로 다른 위생관을 비교하며 그것을 자신들이 우월한 증거라 여겼다. 나치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나치는 유대인들의 불결을 그들이 열등한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지금도 이방인을 보고 코를 막으며 눈썹을 찡긋거리는 것은 아주 강력한 인종차별의 시그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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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는 행위가 일상이 되고, 욕실도 집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미국식 건축의 영향을 받은 한국은 욕실과 화장실을 한 데 놓았으나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유럽 국가들과 유럽 건축에 영향을 받은 일본 등 국가는 대개 욕실과 화장실을 분리해 놓았다. 배설과 목욕을 통해 우리는 보다 더 가볍고 깨끗한 몸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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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은 우리에게 안식처이며, 고민을 훌훌 내려버리는 장소다. 샤워를 하면서 흥얼흥얼 나 스스로를 위한 공연을 펼치고, 뜨거운 물을 맞으며 오늘 있었던 나쁜 일을 흘려버리기도 한다. 욕실에서 몸을 씻고 영혼을 위로하며 깨끗해지고, 또 가벼워진다면 더욱 나은 하루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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