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모두 새 다이어리를 꺼내 무언가를 잔뜩 적으며 설렘을 느끼는 때다. 새 다이어리, 새 캘린더, 새 펜과 새 메모장, 새 노트는 새 시작에 어울리는 선택이다. 그렇지만 새로 스테이셔너리를 고르는 것이 영 쉬운 선택은 아니다. 1년을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니 고를 때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내게 꼭 맞는 다이어리를 찾는 데 실패했다면 처음 한, 두 달 이후에는 가끔 꺼내 쓰고 마는 연습장으로 전락해버리고 말 테니까. 나 역시 매해 새 다이어리를 산다. 그러나 몇 달 못 써 날마다 일정을 정리하는 다이어리보다는, 교정 볼 때 메모하는 메모장이 되고 만다. 사실, 앞서 언급한 사례는 내 이야기와 다름 없는 셈이다. 벌써 딱 맞는 스테이셔너리를 찾아 구비해 두었다면 축하한다. 하지만 아직 맘에 드는 다이어리와 캘린더, 메모지와 노트를 찾지 못했다고 해서 벌써 좌절할 필요는 없다. 아이엑스디자인이 이번에 만난 이들이 바로, 이 스테이셔너리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아이엑스디자인이 추천하는 이 스테이셔너리 브랜드와 함께라면 분명 후회 없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재기 넘치고, 발랄하며 또 때로는 무게감 있는 디자인으로 매년 고객들을 사로잡는 브랜드들, 오롤리데이와 서커스보이밴드, 트롤스페이퍼를 소개한다. 혹 당신 역시 스테이셔너리를 기획해보고 싶다면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서커스보이밴드 Circus Boy Band

 

서커스보이밴드(Circus Boy Band)는 일상적 경험과 상상 속 이미지를 콜라주, 일러스트, 그래픽 그리고 제품 디자인의 형태로 대화 를 건네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약자로 CBB라 불리기도 하는 이들은, 범위와 한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에서 기획과 디자인을 이어가고 있다. 스테이셔너리, 라이프스타일 소품, 피규어와 백팩, 지갑 등 잡화류까지. 이들의 디자인은 그야말로 무대, 의상, 음악, 공연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서커스’ 같다. 이들이 디자인한 캘린더 속의 일러스트를 넘겨 보는 재미는, 마치 서커스 공연의 관객이 되어 무대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를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Q. IXDesign 독자 분들께 인사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서커스보이밴드’를 운영하고 있는 이준용, 오현석입니다.


Q. ‘서커스보이밴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A. 서커스보이밴드는 2008년에 mmmg라는 디자인 회사 근무 당시 오현석 실장이 진행했던 프로젝트였어요. 재활용 원단을 소재로 face-pocket 파우치와 Monday hiking 백팩 등을 선보였죠. 이후 mmmg에서 독립해 이준용 실장과 함께 2010년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게 지금 제 스타일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Q. 서커스보이밴드가 지향하는 디자인의 방향은 무엇인가요?

A. 생활에 기분 좋은 포인트가 되어주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마음이 즐거워지는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싶고요. 제품 디자인 부분에서 는 실용성과 단정함을 기본으로 그 안에 CBB만의 색감을 넣으려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누군가에게 좋은 영감도 줄 수 있다면 좋겠네요.

 

 

 


Q. 서커스보이밴드의 제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어쩌면 피규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A. 현재 CBB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어요. 일러스트 작업과 제품 제작을 병행하며 CBB 자체의 디자인과 상품들 또한 지속적으로 작업하고 있죠. 저희의 능력이 가능한 범위라면 해보고 싶은 작업들을 실천에 옮기려 해요. 대다수 작업은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스테이셔너리, 리빙소품류, 피규어까지 범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피규어 분야도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었어요. 일러스트 작업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오브제를 입체화해 피규어로 구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지금 만나보시는 것들은 바로 그 결과물입니다.


Q. 제품을 디자인하고 기획하는 데 필요한 영감을 얻는 곳이 있다면?

A. 일상생활의 많은 것들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 우연히 듣게 되는 음악의 제목, 영화의 어떤 장면, 공원에 있는 나무들의 색감. 많은 순간이 어딘가 저장되어 있다가 운 좋게 필요한 순간에 떠오르죠.


Q. 마지막으로, 디자이너 혹은 기획자가 되기를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A.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 혹은 기획자분들이 계시기에 공통으로 적용이 될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시대의 흐름은 이해하되 그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하고 싶었던 나의 색을 찾는 것에 집중하셨으면 합니다. 유행보다는 자신만의 색을 보여주고 표현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라고 생각해요.

 

 

오롤리데이 Ohlollyday

 

“당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다정한 제품을 만듭니다.” 오롤리데이의 소개 문구다. 이들은 섬세함에 자신들만의 위트와 세련됨을 더해 매력적인 스테이셔너리를 선보이는 디자인 브랜드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고객과 직원의 행복이다. ‘오롤리데이’라는 이름이 에드윈 호킨스 싱어즈(Edwin Hawkins Singers)의 곡 ‘Oh Happy Day’로부터 비롯됐을 정도다. 이들은 문구를 만드는 데서 시작해 멈추지 않고 계속해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Q. IXDesign 독자 분들께 인사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오롤리데이를 운영하는 롤리라고 합니다. 오롤리데이는 ‘작은 것으로도 당신의 삶이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시작한 작고 다정한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Q. 오롤리데이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A. 7년 전,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물건으로 만들어 판매해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죠. 에코백 100장을 만들어 판매한게 오롤리데이의 출발이었어요. ‘자영업’이라는 개념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하나의 기업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Q. 오롤리데이가 지향하는 디자인의 방향은 무엇인가요?

A. ‘귀엽고 아기자기하다’는 반응이 많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위트와 세련됨, 실용성을 놓치지 않으려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서는 컬러, 타이포, 레이아웃 등 기본적인 것들이 탄탄하게 잡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오롤리데이의 다이어리가 바로 그런 설명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A. 다이어리는 연속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올해 이 제품을 샀으면, 내년에도 고민 없이 이 제품을 사는 것! 그것이 다이어리를 개발하고 제작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에요. 오랫동안 쓸 수 있도록 꾸밈요소를 배제하고 줄 간격, 잉크 컬러, 타이포 사이즈 등에 대해 많이 고민하죠. ‘mes 12 mois’ 다이어리는 7년째 만들고 있는데요. 맨 처음 버전과 지금이 같은 듯 굉장히 달라요.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지만 매년 내지는 조금씩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어요.


Q. 더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으신가요?

A. 제조업은 항상 유통사와 함께 하므로 한계가 있어요. 다른 매장에 가는 순간 저희 색을 잃기 쉽죠. 우리 아이덴티티를 정확히 보여주려면 우리 매장이 파워풀하게 있어야 했죠. 최근 해피어 마트를 오픈했어요. 마트는 모든 것이 다 있을 수 있죠. 하고 싶은 것, 직원들이 할 수 있는 것에 한계를 두지 않았어요. 저희는 뭐든 만들 수 있는 사람이죠. 마트라는 콘셉트 안에서 그 공간을 얼마나 다양한 물건으로 채울지가 우리 숙제예요. 12월에는 립밤과 핸드크림을 출시하기도 했어요. 올 초에는 칫솔과 치약 출시를 계획하고 있고요.

 

 

 

트롤스페이퍼 Trollspaper

 

트롤스페이퍼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창조와 영감의 도구가 되는 제품을 디자인, 제작하는 스테이셔너리 브랜드다. 이들은 좋은 종이에서 느낄 수 있는 촉감과 색감을 좋아하고, 기계적인 정교함보다는 수작업의 만듦새를 사랑한다. 이들은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닐 및 플라스틱 코팅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잉크 인쇄 역시 최소화했다. 이들의 제품 디자인은 별나거나 독특하지 않다. 심플하다. 이들의 디자인은 화려하지 않아서 빛난다. 특히 포장과 촉감 등은 제품을 구입해 직접 사용할 때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Q. 안녕하세요, IXDesign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디자인 문구 브랜드 트롤스페이퍼를 운영하는 원지은과 최지철입니다.

 

  



Q. 트롤스페이퍼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A.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일할 때부터 하나의 브랜드가 로고부터 공간까지 꼼꼼하게 만드는 기획에 큰 흥미가 있었어요. 그러던 중 어차피 고생하는 것, 우리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나왔죠.


Q. 트롤스페이퍼가 지향하는 디자인의 방향은 무엇인가요?

A. 사용할수록 좋은 디자인 정도일 것 같아요. 유행에 따르거나 자극적인 단발성 디자인보다는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스며들어 오랫동안 사랑 받을 수 있는 디자인이었으면 합니다.


Q. 트롤스페이퍼의 제품 소개 문구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A. 제품 디자인과 브랜드를 강조하지 않는 콘셉트로 기획했어요. 제품이 사용자의 삶에 자연스레 스며들길 바랐기 때문이죠. 대신 촉감, 색감, 사용감에서 높은 만족도와 차별점을 주고 싶었습니다. 촉감을 저해하는 플라스틱 코팅을 배제하고 염색된 색지를 사용해 잉크 인쇄를 최소화했어요. 다양한 소재의 특성을 파악해 조합하고, 기계로는 불가능한 공정은 수작업을 통해 만들었죠.

 

Q. 제품을 제작하고 디자인할 때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A. 대부분 패션 브랜드들과 영화 미술, 또는 뮤직비디오에서 영감을 받아요. 일부러 스테이셔너리 브랜드의 디자인은 참고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트롤스페이퍼를 구입하며 인상 깊었던 부분은 포장이었습니다.

A. 숍에 가보면 대부분 제품이 OPP 봉투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합리적이고 쉬운 방식이지만 그렇게 해서는 브랜드 차별화가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트롤스페이퍼만의 패키지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너무 비싸지 않을 것, 구매 후 누군가에게 바로 선물해도 좋을 정도의 디자인일 것, 포장재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목표로 해 만든 패키지였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브랜드를 구축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만의 디자인을 여전히 고민 중입니다.


Q. 마지막으로 디자이너, 혹은 기획자가 되기를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A. 디자이너 혹은 기획자를 꿈꾼다면 분명 열정적으로 일할 분들이라 생각해요.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잘 먹고, 충분히 쉬면서 건강하게 일하는 방법을 찾자.’는 거예요. 회사마다 문화가 다르지만, 많은 경우 과도한 업무로 인해 지치는 경우를 봤습니다. 우리, 건강하게 지치지 말고 디자인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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