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한 마디로 쉽게 정의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로고, BI, 패키지, 인테리어 디자인, 건축, 포스터, 슬로건, 보이스 톤, 웹디자인, 영상 디자인 등을 촘촘히 오가며 고객들을 만나는 곳에 있는 모든 것이 바로 '브랜딩'의 영역에 속해 있다. 지난 달 IXDesign은 세 명의 디자이너를 만나 브랜딩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더퍼스트펭귄의 최재영 디렉터는 비물리적인 브랜드와 물리적인 공간을 하나의 관점으로 통합해 밀도 있는 브랜딩을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고, Tangible의 심윤석 대표는 수많은 브랜드가 서로 다른 성격과 목소리로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 있다고 그 매력을 전했으며, Studio Flat Flag의 염승일 디렉터는 브랜딩은 한 마디로 공감각적인 요소가 만드는 '인상'이라고 이야기했다. 지난 달에 이어서 이번 달에는 Eggplant Factory, Studio Mountain, 홍그래픽 세 스튜디오를 이끄는 리더와 디자이너 들을 만나 브랜딩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세 스튜디오가 들려준 이야기 역시 지난 달 못지 않게 흥미진진했다.

 

 

EGGPLANT FACTORY

 

Eggplant Factory는 이지윤 대표와 최한메 건축가가 2013년 4월에 시작한 브랜드 컨설팅 스튜디오다. '달걀(Egg)을 부화(Plant)해 세상에 내놓는 것(Factory)처럼, 브랜드를 개발해 인큐베이팅 한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은 이제는 가지공장이라는 애칭으로 더욱더 많이 불리고 있다. 이들은 창업가와 같은 선상에서 기업의 철학과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브랜드 전략과 공간 기획을 바탕으로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을 펼쳐나가고 있다. 

Q. IXDesign의 독자분들께 인사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브랜드 컨설팅 스튜디오 Eggplant Factory를 이끄는 이지윤 대표입니다.



Q. Eggplant Factory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스튜디오를 운영하기 전에는 트렌드 컨설팅 연구원이었고, 패션 마케터였습니다.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쏟아지는 정보들이 비즈니스가 되지 못하고 묻히는 게 안타까웠고, 마케터로서 일할 때는 수박 겉핥기로 끝나는 브랜딩이 아쉬웠죠. 그러나 누구보다 세상의 흐름에 민감하고, 이를 비즈니스화하는 일에 자신이 있었어요. 이를 깨닫고, 본격적으로 회사를 시작하게 됐죠. 


Q. 브랜딩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무엇일까요? 


A. 브랜딩은 창업가가 만든 생태계를 좋아해 주는 팬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생태계란 곧 그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이며, 그 브랜드다움이죠. 그러나 많은 창업가가 본인의 비즈니스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본인이 구성한 생태계를 명확히 알지 못한다는 뜻이죠.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바로 이 생태계의 가이드라인입니다. 비즈니스의 방향성은 변할 수 있지만 변하지 않는 핵심가치를 정해둔다면 이 생태계는 창업가 없이도 유지될 수 있게 되죠.

 

 

 

 

Q. Eggplant Factory가 운영하는 리포트 역시, 브랜딩을 다루는 스튜디오가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A. 홈페이지만 보면 그래픽 디자인 회사처럼 보이겠지만, 저희는 브랜드 파트너에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트렌드를 읽고 인사이트를 캐치하는 것이 중요하죠. 저희는 디자이너에게 기획을 강조합니다. 단순히 예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넘어 지금 시점에서 시장이 원하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어야 하니까요. 매주 수요일마다 트렌드를 분석하기 위해 트렌드 인사이트라는 미팅을 진행합니다. 이때 나온 아이디어를 저희끼리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와도 공유하고자 했던 시도였습니다.

 

Q. 브랜딩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A. 브랜딩은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또 비즈니스적인 관점도,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시야도 중요합니다. 종합적인 사고가 필요해 굉장히 다양한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죠. 본인이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기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길 추천해 드려요. 최근 단조롭고 고지식한 브랜드 전략보다는 브랜드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컨설턴트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기에, 이런 트렌드를 눈여겨 볼 필요도 있겠죠?

 

 

 

STUDIO MOUNTAIN

 

Studio Mountain은 브랜드 기획을 기반, 2013년 설립된 토털 브랜딩 스튜디오다. 이들은 브랜딩에 관한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기대 이상의 브랜드 기획과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해 왔다. 상업용 공간에 대한 독창적인 방식을 설계, 디자인으로 이름을 알려온 이들은 브랜딩에 필요한 모든 요소에 대한 총체적인 디렉팅을 통해 토털 디자인 솔루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 최적의 비즈니스 컨설팅을 제공한다. 



Q. IXDesign의 독자분들께 인사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디자인을 좋아하는 분들의 다양한 니즈를 유용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충족하는 IXDesign에 브랜딩 테마로 찾아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지면을 통해 스튜디오 마운틴을 소개하고 브랜딩에 관한 생각들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기쁩니다.

 

Q. Studio Mountain의 디자인 철학이 궁금합니다. 



A. Mountain은 브랜드 기획을 토대로 디자인을 하고, 공간을 만들며 그 안에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추구합니다. 자세히 말씀드리면, 의미 있는 브랜드 경험과 지속 가능한 브랜드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략적 지향점과 새로운 방향성의 다자인,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뜻인데요. 유용한 브랜드 환경을 구축하는 과정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고민해 왔습니다. 이 과정이 마치 산(mountain)을 오르는 과정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Q. 브랜딩과 함께 공간 디자인을 진행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A. 브랜드 경험을 기획하는 입장에서 공간이 부재하는 작업은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의 경험이 감성적 만족감과 즐거움을 충족하며 브랜드 확산에 시너지를 내는 것을 보아 왔기 때문입니다. mtl hannam, LUFT coffee 등 브랜드 작업을 살펴보면,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고 상호 작용하며 확산시키는 데 공간이 중요한 창구의 역할을 해줬습니다. 그러나 브랜드에 대한 판단과 검증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순환되는 시장 상황을 보며 브랜딩과 공간의 역할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Q. 아이디어의 영감은 어떻게 얻으시나요? 



A. 개인적으로는 Gary Hustwit 감독의 영화 [objectified]를 보고 감명을 받아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음악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요. 팀원 중에 레이블을 운영하며 DJ 사운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친구가 있어, 자연스럽게 뮤직 브랜딩으로 작업을 연결하기도 했습니다. 음악이 장소와 시간 목적에 따라 행동을 유도하고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공간 브랜딩을 완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 사운드 디자인과 뮤직 큐레이션을 통해 디테일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Q.브랜딩 분야를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뭐가 있을까요? 



A.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사람들과의 만남과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습, 공부, 성공과 실패에 이르기까지의 경험을 통해 지식도 쌓고, 상상력도 풍부해지는 것 같아요. 과거의 경험들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상상할 수 있는 원재료와 대안을 보여주거든요. 있어 보이는 디자인이나 소비성 높은 브랜드 솔루션을 제안하기 전에 지속 가능한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대안으로 브랜딩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HONG GRAPHIC

 

홍그래픽은 김홍지 대표가 자신의 이름을 따 문을 연 디자인 스튜디오다. 이름에서 세련됨보다는 고객에게 신뢰를 주겠다는 굳센 의지가 읽힌다. 처음에는 1인 스튜디오로 시작, '그래픽'이라는 분야에 한정된 결과물을 선보였지만, 차차 그 영역을 넓혀 브랜딩과 슬로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Q. IXDesign의 독자분들께 인사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외부 활동이 어려운 지금, 지면으로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반갑습니다. 홍그래픽의 김홍지 대표입니다. 


Q. 홍그래픽의 디자인 프로세스는 어떻게 다른가요? 


A. 다른 스튜디오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이 과정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프로젝트별로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를 두고 있습니다.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의 입장과 언어가 다르다고 봤기 때문인데요. 프로젝트가 한쪽의 의견으로 기울어지면, 그저 '빨리 끝내고 싶은 골칫거리'로만 남죠.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두 사람 사이에 통역사가 필요하듯, 서로의 의견을 한 번 더 정리해주는 매니저가 필요하죠. 홍그래픽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 양쪽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Q. 어떻게 '브랜딩'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A. 처음 스튜디오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였습니다. 사업이 안정화되자 클라이언트의 만족도가 높아지며 요구사항이 다양해졌죠. 네이밍과 슬로건을 홍그래픽의 사업 안으로 편입시키며 프로젝트에 접근하는 방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브랜드의 스토리와 철학, 방향성을 고민하게 되었죠.
 

 

Q. 브랜딩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A. 완성된 건물이 아닌, 건물을 짓기 위한 초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놓인 초석이 없다면 건물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고, 완성된 이후에도 작은 바람에 흔들리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그러나 이 초석을 잘 세운다면, 앞으로 지어질 건물의 모습에 관계 없이 안정되게 바닥을 지탱해주죠. 이 초석처럼 브랜딩은, 어떤 콘셉트와 디자인이 그 위에 자리잡아도 흔들리지 않는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합니다.

 

 


Q. 브랜딩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A. 브랜딩은 경계를 구분 짓기 어렵고 광활한 것입니다. 저 스스로도 어디까지가 우리의 영역이라고 구분 짓지 않으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 이외의 역할이 요구되기도 하죠. 모델과 스튜디오를 섭외하기도 하고, 기획서를 작성합니다. 변리사와 상담을 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스스로 디자이너 이외의 역할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디자인 완성도에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 오랫동안 디자이너로 남을 수 있도록 지구력을 키워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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