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그르르

 

벽. 집 혹은 방, 건축물의 둘레를 막아 경계하고 또 지켜주는 수직의 건조물을 뜻한다. 벽은 사생활을 보장하고, 또 주위 환경으로부터 안전하게 한다. 대표적인 사회계약론자인 존 로크는 그의 저서에서 ‘벽은 인간이 농경사회의 소규모 정착촌에서 큰 마을로, 경국에는 누구 누구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 추적하기 어려운 도시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낯선 사람들의 행동을 파악해야 하는 인지적 부담을 덜어주도록 설계되었다.’고 이야기했다. 현대인들에게 벽은 복잡다단한 존재가 되었지만, 오래 전 동굴 속에서 지낼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이 하나 있다. 벽은 인류에게 있어 훌륭한 도화지다. 동굴 속에서 인류는 벽화를 그렸다. 지금의 아이들도 벽을 거대한 스케치북처럼 활용한다. 낙서를 하고, 새로 도배를 하면 다시 낙서를 한다. 아동기가 지나면 벽에 대신 무언가를 부던히도 채우려 한다. 걸고, 또 붙여서. 포스터를 붙이고, 시계를 건다. 마크라메와 드림캐쳐도 빠질 수 없다.
 

 

 ⓒODDS&ENDS

 

5월호의 주제는 ‘벽에 거는 것’이다. 당신의 벽에는 무엇이 걸려 있는가. 십자가, 거울, 시계, 액자, 혹은 TV일 수도 있겠다. 인류는 이 멋진 도화지를 결코 그대로 비워두지 않았다. 사람들이 멋지게 채워낸 벽을, IXDesign이 소개한다. 혹시 지금 텅 빈 벽을 보고 있다면, IXDesign의 안내와 함께 제각기 취향대로 벽을 가득 꾸며보자.
 

 

 

ⓒODD&ENDS 

 

모빌(Mobile)이란?
 

모빌은 가느다란 실, 철사 등을 통해 여러 모양의 쇠, 나무, 큐빅 등을 매달아 균형을 이루게 한 움직이는 조각을 뜻한다. 알렉산더 칼더(Alexader Calder)가 ‘몬드리안의 작품을 움직이게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움직이는 조각’을 제작했고, 이것이 ‘Objet Mobile’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모빌이라는 호칭이 굳어졌다. 몇 해전까지만 해도 모빌은 주로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처럼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공간을 장식하는 오브제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ODDS&ENDS

 

ODDS&ENDS

odds&ends는 김예니, 민선아 두 공동대표가 운영하는 디자이너 주얼리 브랜드다. 그러나 주얼리라는 주제에만 천착하기보다, 그 이름처럼 여러 잡화와 소품을 소개하려 한다. 이들은 “Everyone has their own orbit.”이라는 모토 아래 직접 디자인한 모빌, 썬캐쳐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의 주된 소재는 ‘우주’다. ‘모두가 자신의 궤도를 가지고 있다’는 모토는 그래서 더욱 잘 들어 맞는다.

 

 

ⓒDAWNN

 

DAWNN

Dawnn은 미니멀 감성으로 일상의 순간들을 빛나게 하는 라이프스타일 소품을 제안한다. ‘새벽’이라는 뜻의 dawn에 n을 덧붙여 새벽의 여운을 더욱 오래 간직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 Dawnn의 주 제품은 모빌이다. 어두운 밤하늘에 달이 차오르는 모습에 영감을 받아 완성한 ‘Moon’ 컬렉션은 골든 톤의 브라스 소재를 사용, 은은하고 잔잔하게 반짝인다. 하루를 보내며 느끼는 여러 감성을 마주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담아낸 ‘Time’ 시리즈 역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Blooming&Me

 

마크라메(Macrame)란?
 

이제는 조금 진부해졌지만, 힙한 라이프스타일을 전달하던 <킨포크> 같은 책에서 한 번 쯤은 봤을 장식품이다. 자매지인 住樂>에서도 셀프 인테리어 코너를 통해 몇 차례 소개한 적 있다. 마크라메는 13세기경 아라비아에서 시작된 매듭실 레이스로, 아라비아어인 ‘Migramah’에서 유래했다. 국내에 알려진 지는 5년 가까이 됐음에도 유행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사이다. 정해진 매듭법은 있지만,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보니 만드는 사람의 개성에 따라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Blooming&Me

 

Blooming&Me

블루밍앤미는 Japan Flower Design School에서 플로리스트로서 교육 과정을 보내고, NFDA 라이선스를 취득한 플로리스트 하상훈이 운영하는 디자인 조화 전문 브랜드로, 꽃과 컬러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 블루밍앤미의 베이스는 ‘꽃’이지만, 그 꽃이 품어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꽃은 갈란드가 되기도 하고, 마크라메와 월행잉의 데코레이션이 되기도 한다. 리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자연을 잔뜩 품은 싱그러움은 꼭 생화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벽 한 쪽, 블루밍앤미의 마크라메를 무심한듯 걸어둔다면 이 공간은 좀 더 봄다워질 것 같다.

 

ⓒ핑그르르

 

썬캐쳐(Sun Catcher)란?

썬캐쳐는 햇빛을 받아 아름다운 프리즘을 만들어내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월 데코를 찾는 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크리스탈, 메탈, 글라스 등의 소재를 이용해 공간 안에 햇빛을 받아들여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최근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핑그르르

 

핑그르르

핑그르르는 썬캐쳐를 만드는 핸드메이드 공방이다. 핑그르르에게 썬캐쳐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이들은 썬캐쳐를 두고 ‘공간 예술’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2차원 벽면에 거치해 3차원의 공간을 빛내주며, 인간이 만들지만 자연의 손길을 통해 완성되기 때문이다. 방 안을 촘촘히 채우는 프리즘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마치 아름다운 예술품을 보았을 때와 유사하다. 미세먼지로 인해 맑은 하늘을 보는 것이 어렵지만, 핑그르르가 만드는 썬캐쳐는 집안에서 밝은 태양빛을 만나게 해준다.
 

 

 ⓒFrom.Lu

 

FROM.LU

From.Lu는 일상에 반짝이는 순간들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천천히 꼼꼼히 꾸준히 행복의 시간을 만든다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독특한 감각이 담긴 썬캐쳐를 만든다. 이들이 만든 썬캐쳐가 벽에 산란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한편으로는 몽환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제품의 이름은 ‘봄의 시작’, ‘반짝이는 바다’ 등으로 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네이밍이다. 자연의 따뜻함이 그립다면 멀리 떠나기보다 From.Lu의 썬캐쳐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

 

 

ⓒongo

 

드림캐쳐(Dream Catcher)란?

드림캐쳐(Dream Catcher)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통 주술품으로, 거미집 모양의 그물이 있는 깃털과 구슬 등의 소품을 엮어 창가 혹은 벽 등 잠자리 근처에 걸어 두면 악몽을 꾸지 않도록 돕는다고 전해진다. 물론 미신일 뿐이라 생각하고 장식품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전히 미국 등 국가에서는 잠을 잘 못 드는 아이 방에 하나씩 걸려 있는 일이 많다.

 

 

ⓒongo

 

스튜디오 ONGO를 운영하는 작가들은 제주도로 휴가를 떠났다 다소 우스운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한국의 관광지인 제주도에서 인도, 중국산 드림캐쳐(Dream Catcher)가 기념품처럼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재부터 디자인까지 한국적인 부분 하나 없었지만 말이다. ONGO는 한국적인 드림캐쳐를 제작하기로 결심했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가 보는 것들이다. 단순히 모양만 낸 것이 아니라 확실한 한국의 정체성을 드러내려 했다. 바로 문화재 속 동물인 해태와 기린을 통해서다. 액운을 막아주고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영물인 해태, 태평성대와 행운을 상징하는 영물인 기린이 더해져 드림캐쳐와 썩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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