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는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어느덧 아홉시. 옷을 갈아 입고 따뜻한 친구들과 전화 한 두 통 후면 잘 시간이 가깝다. 주말에는 피곤을 감싼 채 누워 있기 일쑤. 물론 어쩌면 이 모든 게 변명일지도 모르겠다. 10분, 20분 정도 짬을 내면 불가능할 것도 없지. 그러나 가만히 있으면 귀와 눈을 열어 정보를 채워넣는 유튜브나, 매일 다른 자극이 쏟아지는 배틀넷 속과는 달리 독서는 정자세를 갖추고 앉아 한 자 한 자 씹어 삼켜야 하는 노동처럼 느껴진다.

 

때문일까. 나날이 독서량은 줄어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도서를 읽은 사람의 비율은 비청소년 59.9%, 청소년 91.7%로 집계되었다. 지난 15년 대비 5% 가량 줄어든 수치다. 연간 독서량은 8.3권에 불과했다. 한 달에 채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것이다. 책을 읽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32.2%)’라고 답한 이들과 ‘휴대전화 이용, 인터넷 게임을 하느라(19.6%)’라고 답한 이들의 비율을 보자. 책은 어느덧 비일상의 영역에 편입되고 있다.

 


그러나 독서가 중요하다는 인식은 여전하다. 본인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평하는 의견이 과반수를 넘겼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사람들에게 책이 낯설고 지난한 매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의미 있고 중요한 매체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책에는 인류의 자산이 담겨 있다. 지식, 정보, 상상, 해학, 인류의 모든 지혜와 지성이 집합되어 있는 것이 바로 ‘책’이다. “책으로 인해 나는 세계를 알게 되었다.”는 장 폴 사르트르의 말을 떠올려보자. 책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으리라.

책은 역사를 기록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 역사가 된다. 시민들의 정신을 담으며, 동시에 정신을 길러내는 매체이다. 과거 진나라 시황제가 사상통제를 위해 실시한 분서갱유(焚書坑儒)의 예에서, 일제강점기의 조선어 말살 정책의 예에서, 과거 독재정권 시기의 금서 지정의 예에서 우리는 오히려 책이 가진 힘을 읽어낼 수 있다.

 

 


아쉽게도 모든 책에 대한 접근이 모두에게 평등한 것은 아니다. 이 나라에서 출판되는 모든 책을 두기에 우리 각자의 서재는 너무나 작고, 인류의 호기심은 장대하다. 어떤 책들은 이내 절판되고, 어떤 책들은 역사 속에서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우리는 도서관을 필요로 한다.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꼽혔던 월터 크롱카이트(Walter Cronkite)의 말에서 도서관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도서관에 얼마나 많은 비용을 투자하든, 무지한국가가 되는 것에 비하면 저렴하다.” 지식과 지혜의 가치는 낮게 매길 수 없다. 도서관이 교량, 항만, 도로, 철도 등과 함께 사회 간접 자본(Social Overhead Capital) 중 하나로 분류되는 이유다.

 


디지털 시대 도서관의 역할에 회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영상 컨텐츠의 부상으로 점차 인쇄 컨텐츠의 중요성은 떨어지고 있고, 앞서 말했듯 1인당 연간 독서량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도서관의 역할을 단지 책을 보관하고 빌려주는 곳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다.

도서관은 생각보다 많은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도서관은 때로 책 보관소를 넘어 지역의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강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회화의 장소’가 된다. 또한 지역 내 여러 모임에 필요한 장소를 제공하는 공동체의 장이 되기도 한다. 더불어 장서 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을 수집해 시민에게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도서관은 도서관 이상의 무언가로 탈바꿈해왔고, 또 하고 있다.

 

 


이는 최근 개봉한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Ex Libris: the New York Public Library)]에서도 잘 드러난다. 프레드릭 와이즈먼 감독의 이번 작품은 뉴욕 공공 도서관을 다양한 각도에서 주목하며 평생교육, 문화향유, 지역사회 공동체의 허브로서 21세기 공공 도서관의 본질을 명확히 한다.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는 뉴욕 타임즈 2017 최고의 영화에 선정된 데 이어, 로튼토마토의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했다. 또 제7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및 2개 상을 수상해 황금사자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다. 도서관은 인류의 역사이며 유산인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공공의 공간인 동시에, 시민들을 재사회화하는 학교이며 폭넓은 문화적 시각을 기를 수 있는 문화센터이다. 자, 이제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읽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보자. 도서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공간이니까 꼭 책을 읽기 위해서일 필요는 없다.


분명 아래 소개할 멋진 도서관들에서 당신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을 발견하게 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지식을 쌓고, 여가를 즐기고, 또 문화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곳, 바로 도서관이 여기 있다.

 

 

Sharing Economy of the Knowledge
YES24 F1963


서점 역시 일정 부분 도서관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특히 책을 판매하고 거래하는 중고서점은 나의 낡은 지식을 판매하고 타인의 새 지식과 공유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지식의 공유경제를 만드는 장이라 할 수 있다. 부산에 위치한 F1963은 고려제강이 1963년부터 와이어 생산공장으로 가동하던 곳이었다. 2014년 일부 공간이 부산 비엔날레 전시장으로 사용되었고, 이후 2016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되었다. 지난해 9월 이곳에 야놀자디자인랩이 디자인한 YES24 중고서점이 들어섰다.

 

 


Preserve the Nation’s Heritage for the Future
Qatar National Library

 


카타르 국립도서관은 국립도서관이면서 대학도서관, 연구도서관,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공공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만들어졌다. 국립도서관으로서 카타르의 문화유산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대학 및 연구도서관으로서 청년들의 교육과 모든 수준의 연구 활동을 폭넓게 지원하며, 공공도서관으로서 국민들에게 독서를 즐기고 이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며 문화적 소양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주는 것이다. 카타르 국립도서관은 소장 자료 120만 점, 전자책 50만 권 외에도 연속간행물, 신문 등과 더불어 다양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Contemplation about Life and Travel
현대카드 Travel Library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현대카드에서 운영하는 라이브러리 중 하나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여행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동굴을 모티프 삼아 디자인한 이곳은, 이 라이브러리에 들어서는 순간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직감케 해준다.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세계 곳곳을 소개하는 여행 서적 1만 5,000여권을 구비하고 있고, 가이드북을 통해 계획을 시뮬레이션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현대카드는 이외에도 디자인 라이브러리, 뮤직 라이브러리, 쿠킹 라이브러리 등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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