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JEAN ETERNAL JOURNEY
제임스 진, 끝없는 여정

 

LOCATION: 롯데뮤지엄

 

www.lottemuseum.com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 눈부시게 아름다운 작품을 선보이는 제임스 진(James Jean)은 무한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작가다.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로 DC 코믹스 팬들에겐 굉장히 익숙한 작가일 것이다. 롯데뮤지엄에서는 다양한 매력과 커리어를 가진 작가 제임스 진의 전시회를 개최한다. 완벽한 테크닉과 풍성한 화면으로 전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는 제임스 진의 이번 전시에는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10m 길이의 대형 회화를 포함한 9점의 신작 및 5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DC 코믹스부터 영화 포스터, 브랜드 프라다와의 협업까지 한계 없는 작가의 지난 20년 간 예술세계를 총망라한 전시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임스 진은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초반부터 DC 코믹스의 표지 아티스트로 일하며 예술계에 입문했다. 일러스트레이트로서 먼저 활동을 시작한 제임스 진은 2008년부터 ‘순수미술’을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페인팅 작업에 돌입했다. 공상과학소설을 닮은, 대서사시를 담은 환상적인 화면과 풍부한 표현력으로 큰 호응을 얻어내며, 상업미술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예술계와 대중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대만에서 태어나 어렸을 적 미국으로 이민을 간 제임스 진은 스스로를 미국인 혹은 아시아인이라고 정의하지 않으며 미국과 아시아의 경계에서 배회한다. 이러한 작가의 정체성은 작품 속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적으로 탐구하며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곳으로서 작품 속 인생의 내러티브를 완성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은밀한 내면과 현실 속 문제들이 혼재된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실재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I’m always trying to push the paintings toward something more unusual and unexpected. So I take a foundation grounded in craftsmanship grounded in the culture so I sort of transform it into my world.”
“나는 좀 더 특이하고 예상치 못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로 인해 정교함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 나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제임스 진은 2006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숙련된 드로잉 테크닉을 통해 일상, 머릿 속에 펼쳐진 상상의 나래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2007년부터 제작된 드로잉에서는 주변 인물과 일상의 모습, 만화 속 캐릭터같은 독특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중첩된 선들과 여러 장면이 교차하는 표현방법은 서술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방식이자 보는 이들이 작품에 빠져들게 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작가는 본격적으로 순수 회화를 제작하면서 드로잉을 통해 본인만의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2011년 제작된 드로잉에는 동물과 식물, 자연과 인간 등 이질적인 요소들을 혼합하여 탄생한 하이브리드가 존재하는 기괴한 세계가 담겨있다. 작가는 완벽에 가까운 숙련된 드로잉 기술을 기반으로 선과 악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상상 이상의 캐릭터들을 창조했다.

 

작가는 <제임스 진, 끝없는 여정>에서 아시아 시각 문화의 모태가 되는 다섯 가지 색깔(오방색)을 주제로 선택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동서양의 주제를 결합하여 만든 작가 특유의 독특한 도상들과 다양한 시각 예술의 재료와 장르가 집약된 새로운 작품들을 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우주 삼라만상의 질서를 담은 다섯 가지 색깔은 그의 작품에서 ‘인생’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특별한 이정표가 되었다. 작가는 완벽한 행복이 존재하는 이상향의 세계가 아닌, 인간의 욕망과 다양한 감정들이 뜨겁게 대립하는 삶 속 깊은 곳에 내재한 현실을 드러내고자 했다.

 

 

 

[Red] 붉은색을 테마로 한 작품은 불이 타오르는 지옥 <인페르노-레드 파이어 l Inferno-Red Fire>(2018)와 붉은 새들로 가득한 꿈의 세계 <에이비어리-레드 파이어 l Aviary-Red Fire>(2019)이다. <인페르노-레드 파이어>에서 제임스 진은 뜨거운 불길이 가득한 지옥을 독특하게 표현했다. 화면 전체를 가로지르는 푸른색의 거대한 나뭇가지를 중심으로 불길을 피우고 있는 어린 악마들의 모습이 보인다. 푸른색 나뭇가지와는 대조적으로, 붉은 선만으로 표현된 불길과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흔한 지옥도와는 다르게 유쾌하면서도 평화롭다. 제임스 진은 푸른색과 붉은색, 나무와 불길, 어린아이들과 악마라는 상반된 요소들을 화면에 조합해 생명과 죽음, 행복과 고통이 혼합된 혼돈의 세계를 보여준다.

 

 

Aviary - Red Fire, 2019, Acrylic on canvas, 304.8×624.8cm ⓒ 2019 James Jean

 

<에이비어리-레드 파이어>에서는 강렬한 붉은색을 통해 화면 오른쪽의 승려가 꾸는 꿈의 세계를 보여준다. 붉은색 연기에 휩싸인 승려의 꿈은 화면의 왼쪽으로 펼쳐진다. 줄 없는 악기를 연주하는 동자가 있고, 그 위로 붉은색의 줄을 늘어뜨린 나무가 기괴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작가는 가마우지라는 새를 이용해 낚시를 하는 중국 어부들에 모티브를 얻어 작품을 그려냈다. 오랜 전통의 낚시법이 돈을 버는 관광상품으로 변질된 것을 보고, 작가는 승려의 꿈에 가마우지 어부를 등장시켜 전통과 과거를 한낱 소비품으로 여기는 현실을 비판하고자 했다. 이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인간의 욕망과 행동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Blue] 제임스 진은 푸른색을 주제로 세 점의 대형 작품을 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디센던츠-블루 우드 l Descendents-Blue Wood>(2018)는 어린 소년들이 푸른색 하늘에 떠다니고 있는 작품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하늘 세계를 보여준다.

 

 

Descendents - Blue Wood, 2019, Acrylic on canvas, 335.2×1097.2cm ⓒ 2019 James Jean

 

작가가 롯데타워에 처음 올랐을 때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으로 10m 길이의 거대한 화면에 그려져 마치 눈앞에 푸른 하늘이 성큼 다가온 것만 같다. <디센던츠-블루 우드>는 ‘추락’, ‘하강’이라는 단어적 이미지와는 다르게 어린아이들이 국화, 모란, 연꽃 등 구름처럼 만개한 꽃들 사이를 노닐 듯 떠다니고 있다. 이 작품은 인간과 자연이 아름답게 합일된 초자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순수한 세계를 의미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생명, 탄생을 의미하는 꽃들을 ‘하강’이라는 죽음의 의미와 결합해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인간의 운명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패시지-블루 우드 l Passage-Blue Wood>(2018)는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채와 함께 바다 위 거대한 배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는 거대한 배를 타고 앞으로 진격하는 기괴한 동물과 식물들을 볼 수 있다. 뱃머리 쪽 향을 들고 서 있는 소녀 뒤로 인간인지 동물인지 모를 괴수들이 각각 무기를 들고 배가 향해 가는 곳을 바라보고 있다. 불안함과 긴장감이 느껴지는 작품은 다양한 문명이 공존하고 교차하는 우리의 현실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른 이상과 욕망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이들은 한배를 타고 있지만 언제 서로를 공격할지 모르는 우리의 모습으로 전 지구적인 난민 문제를 상징하기도 한다.

 

 

 

[Black] 검은색을 주제로 한 작품은 소용돌이치는 바다 <월풀-블랙 워터 l Whirlpool–Black Water>(2018)와 님프들이 등장하는 <베이더즈-블랙 워터 l Bathers-Black Water>(2018)이다. 제임스 진의 작품에는 거대한 파도와 물결이 자주 등장하는데, 작가에게 물결은 인생의 거대한 에너지임과 동시에 작품을 그릴 때마다 느끼는 불가항력의 에너지이다. <베이더즈-블랙 워터 l Bathers-Black Water>(2018)에서 세 명의 님프는 검은색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가운데 떠 있는 산호섬 위에서 머리를 내려뜨리고 멱을 감고 있다. 그들의 머리카락 또한 칠흑 같은 검은색이다. 얼핏 평화로운 듯한 광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님프들 뒤로 가위를 들고 있는 남자가 있다. 남자의 머리에서는 ‘장수(長壽)’를 상징하는 메밀국수가 흘러나오고 있다. 님프들은 인간의 장수를 상징하는 긴 머리카락을 고이 씻고 있지만, 그들이 모르는 새 거대한 위협이 바로 뒤까지 와있다. 섬을 금방이라도 삼킬 것 같은 큰 파도 한가운데서 평화로이 목욕하는 님프의 모습은 한 치 앞을 모르는 현실과 위협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Stampede - Blue Wood, 2019, Acrylic on canvas, 335.2×1097.2 cm ⓒ 2019 James Jean

 

<스탬피드-블루 우드 l Stampede-Blue Wood>(2018)에서는 말 무리가 동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서양화에서 주로 다루는 주제를 청화백자의 안료를 연상시키는 푸른 선으로만 완성한 이 작품에는 동서양의 다양한 기법과 이미지가 혼재된 새로운 시공간이 펼쳐진다. 정밀한 묘사와 표현 방법으로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키는 제임스 진의 섬세함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푸른색의 선만을 사용해 그렸음에도 진격하는 말과 군중의 모습에서는 역동적인 움직임이 느껴진다. 무기를 들고 있지만 다양한 꽃과 새의 형상으로 치장한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은 전쟁이라는 단어와는 다른, 이질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White and Yellow] <타이거-화이트 메탈 l Tiger-White Metal>(2019)에서는 위협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호랑이 가족을 표현했다. 구리 패널 위에 흰 물감을 사용해 그려진 어미 호랑이는 온몸으로 새끼 호랑이를 지키고 있다. 제임스 진은 미국과 멕시코의 정치적 문제로 국경 지역에서 이주자와 그 자녀들을 분리한다는 뉴스를 듣고 이 작품을 제작했다. 오방색 중 노란색을 상징하는 <가이아-옐로우 어스 l Gaia - Yellow Earth>(2019)에는 만물의 어머니이자 땅의 여신인 가이아와 용맹한 호랑이가 함께 등장한다. 가이아는 장수와 복을 상징하는 거북이의 목을 양손으로 부여잡고 있으며, 거북이는 빛나는 구슬을 토해 내고 있다. 제임스 진은 스테인드글라스라는 빛과 예술이 조화된 방식으로 성스러운 자연과 그 에너지를 표현했으며, 구리 패널과 유리, 스틸 등 다양한 재료와 방식을 통해 실험적인 작품 세계를 펼쳤다.

 

 

Tiger - White Metal, 2019, Mixed media on cradled copper panel, 197×152.5cm ⓒ 2019 James 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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