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한강이 빼꼼 보이는 동네로 이사했다. 강우량이 적던 그해, 소복한 눈도 없이 텅 빈 강가는 쌀쌀맞고 썰렁했다. 뼈 마디에 뭉근한 온기가 느껴지는 4월이다. 질겼던 추위가 가고 올해도 당연하다는 듯 봄이 왔다. 심심한 강가에 초록 순이 돋기 시작하자 개나리가 피고 화사한 벚꽃 눈이 날렸다. 소풍 인파로 붐비는 5월, 봄 노래가 쏟아지는 나의 새 동네는 언제 그랬냐는 듯 넘치는 활기로 시끄럽다. 날아갈 듯한 발걸음, 쩌렁한 웃음소리. 입안의 사탕처럼 달콤하게 퍼지는 봄의 컬러. ‘파스텔’은 나에게 어떤 색이었더라? 파스텔(pastel)은 이탈리아어 파스텔로(pastello)에서 유래한 말로 ‘부드러운 중간색’을 뜻한다. 빨강, 노랑, 파랑 등 원색에 흰 물감을 떨어뜨리면, 그 방울 수에 따라 채도가 낮아지면서 밀키한 컬러가 완성된다. 파란색은 더욱 환해지고, 핑크색은 경쾌한 분홍빛으로 무드를 반전시킨다. 벨벳처럼 화려하고 말간 파스텔은 봄을 상징하는 대표 컬러인 동시에 크레용 계열의 화구를 의미한다. 인상주의 화가 드가(Degas)는 빛을 활용한 부드러운 화풍으로 잘 알려졌다. 오일 파스텔의 대가인 그는 오직 파스텔로 구현할 수 있는 발레리나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작품으로 남겼으며, 말년에 시력을 잃은 뒤에도 파스텔화와 조각 작품들을 계속해서 작업했다. 우아하고 생동감 넘치는 그림 속 무희들은 꽃잎이 춤추는 5월의 파스텔 컬러를 연상케 한다.
QWAYA
서정적인 화풍으로 뭉클함을 전하는 작가 콰야(QWAYA). 그는 ‘밤을 지새움, 밤을 지나는 시간’이라는 뜻을 가진 과야(過夜, 課夜)와 'Quiet, Quest'의 머리글자 Q를 결합한 작가명을 쓴다. 작업에 깊이를 더하는 밤(Night)을 사랑하는 콰야는 최근 연령대가 다양해진 아트 컬렉터들로부터 주목 받고 있다. 그에게 오일 파스텔은 시그니처로 여겨지는 그림 도구다. 파스텔은 다른 재료에 비해 공간을 차지하는 빈도가 낮고 고유한 느낌을 풍긴다. 크레파스에서 오일 파스텔, 오일 바(Bar)로 이어지는 화구의 사용은 두껍고 거친 느낌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 어린 시절 서투른 터치가 담긴 동심까지 느낄 수 있다. 규칙없이 즉흥적인 채색을 선호하는 콰야는 해마다 다수의 전시와 옥션을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선을 멈추게 하는 노란색 배경과 어딘가 미스테리한 눈빛의 남자. 콰야는 명반으로 인정받는 가수 잔나비의 ‘전설’ 앨범 커버와 속지 등을 작업한 장본인이다. 가수 정우물의 ‘happy’, ‘home’, ‘green’, ‘blue’에 이르기까지 연달아 앨범 아트 작업에 참여하며 색채가 분명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이어 나갔다. 페인팅과 드로잉, 다채로운 화구를 이용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현하며, 아트 포스터나 드로잉 스티커 등 굿즈 상품으로도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MONTANA
사랑스러운 파스텔 컬러가 시그니처인 가구 브랜드 몬타나(MONTANA)는 1982년부터 여러 세대에게 개인화된 스토리지 솔루션을 제공해왔다. 덴마크의 고급 가구 회사로 모듈러 몬타나 시스템을 만든 피터 J. 라센(Peter J. Lassen)에 의해 설립됐다. 오늘날 이 브랜드는 피터의 아들 요아킴 라센(Joakim Lassen)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데, 그는 유명 가구 제조업자 프리츠 한센(Fritz Hansen)의 증손자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덴마크 해군에서 근무하던 피터 J. 라센은 1954년 가구업으로 전향했다. 유명한 건축가 아르네 야콥센, 예른 우트존, 피에트 하인, 베르너 판톤과 함께 작업한 라센의 연관성은 의심할 여지 없이 그의 디자인 표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몬타나는 피터 J. 라센과 요아킴 라센의 디자인 외에도 아르네 야콥슨, 베르너 판톤, 슈미트 해머 라센, 야콥 와그너가 디자인한 테이블과 의자를 생산하고 있다. 몬타나 가구는 자유에 대한 욕구와 자신만의 개인적인 공간을 창조하려는 자연스러운 욕망을 제품에 녹이는 피터 J. 라센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몬타나는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는 덴마크의 디자이너이자 색 전문가인 마르그레테 오드가르드(Margrethe Odgaard)와 긴밀히 협력해개발한 42가지 시적이고 복잡한 색상으로 특징지어진다. “색은 모든 것을 의미한다. 색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통해 인테리어 세계에 영감을 주고 싶다” 몬타나는 경쾌함, 촘촘하고 깊은 색채를 제품에 활용함으로써 시대를 초월한 기능성, 장난기 많은 낙관주의 또는 편안한 안식처를 고안한다. 블록의 색상, 우아한 패턴,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 등 이들의 6가지 색상 스타일은 다양한 개성을 수용하며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결합한다. 몬타나 시스템은 전 제품에 덴마크 실내 기후 라벨을 부착하고 있다. 이 라벨은 몬타나 시스템 전체에 적용되며 MDF로 만들어진 모든 가구를 포함한다. 덴마크에서 설계, 개발 및 제조되는 제품은 매일 140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푸넨(Funen)섬의 작은 마을에서 최고의 가공, 도장 및 조립 표준을 준수하여 생산된다.
HIMLA
힘라(HIMLA)는 하나의 스타일이 아니다, 모든 스타일이다. 집을 꾸미거나 방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행위를 훌륭한 예술로 생각하는 브랜드의 30년 전통의 디자인 철학이다. 방에서 방으로, 물건에서 물건으로 이어지는 날렵한 라인에 바탕을 둔 리빙 브랜드 힘라는 독립적이지만 통제된 디자인들을 선보이고 있다. 힘라의 디자인은 빠르게 왔다가 사라지는 일시적인 유행과 다르다. 단순하지만 카피가 어려운 아이덴티티를 가진 브랜드는 대부분의 제품 제작 시 ‘날것의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리넨 직물을 사용한다. 매끄럽지만 거칠고, 다림질로 다양한 주름을 만들 수 있는 이 소재는 많은 얼룩을 견딜 수 있고 환경 친화적이며 내구성이 뛰어나다. 새로운 커튼만으로도 공간을 바꿀 수 있는 마법, 특별한 가구의 배치가 없어도 힘라의 패브릭이라면 가능하다.
삼십 년의 세월과 천 가지 빛깔, 힘라는 스칸디나비아의 심플함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비비드한 색부터 은은한 파스텔 컬러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팔레트가 돋보인다. 다채로운 디자인 소품과 가구는 색상과 음영을 조화롭게 나타내는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색채는 물론, 완전히 분해되는 천연 재료를 사용한 제품을 개발하며 힘라는 위험한 화학물질을 포함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연구한다. 생산의 대부분은 유럽에서 이루어지는데 이곳에서 작업 조건과 환경 문제를 모두 만족스럽게 통제하고 있으며,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물류 체인을 운영하고 있다.
OYOY
오와이오와이(OYOY Living Design)는 덴마크의 가정 인테리어 디자인 브랜드다. 순수한 캔디 컬러의 제품들은 아이들 방뿐 아니라 집안 곳곳을 장식해 달콤하고 유머러스한 요소로 작용한다. 컬렉션은 심플함을 우선시하는 덴마크 전통에 뿌리를 두며, 장난기 넘치지만 솔직한 심미적 접근을 통해 가족의 일상과 동행한다. 매년 새로운 시즌 컬렉션 소식을 전하는 오와이오와이는 자신만의 고유한 제품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곳에서 엿볼 수 있는 컬렉션은 단순함과 우아함을 탑재하는 것은 물론, 우수한 디자인을 갖췄다. 오와이오와이의 디자인 철학은 디자이너 롯데 핀보이(Lotte Fynboe)의 어린 시절 추억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의 기억을 바탕으로 탄생한 독특한 디자인은 고품질의 재료로 생산되며, 뛰어난 실용성을 자랑한다.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순수한 곡선 셰이프의 향연은 봄 햇살처럼 따뜻한 5월의 집안 분위기를 만들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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