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there is a message behind each work, it always remains subtle,
leaving the viewer free to interpret each work according to
its sensitivity. Each work is the result of a process of common
reflection on the composition, the meaning and its uniqueness.
Ⓒ MURMURE STREET
THINGS THAT ARE THROWN AWAY AND SPECIAL
버려지다
버려지는 많은 것들이 있다. 우리는 오래되어 쓸모를 다 하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쓸모없던 것을 아무렇지 않게 버린다. 버려지는 것들을 수용하기 위해 많은 시설이 존재하지만 사람들에게 버린다는 행위는 너무나도 간단해서, 버려지는 것을 완벽히 수용하기엔 역부족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버리는 행위와 동시에 버려진 것들을 혐오한다. 버려졌다는 것은 돌봐줄 누군가가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여서 그대로 방치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러워지고 낡아지고 허술해진다. 볼품없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가치를 잃어 아무도 찾지 않게 된다. 그만큼 버려진 것에 관심을 갖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다. 버려져 아무도 찾지 않는 것을 자신들만의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버려진다는 건 이제 더 이상 슬픈 행위가 아니며, 새로운 도약을 의미하기도 한다. 버림받은 것들 속에서 미약한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풀어나간다. 버려진 것은 이들의 표현 방식을 통해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 자연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메시지를 보내며, 보는 이들에게 무언의 경고를 주기까지 한다. 버린다는 행위를 기회로 전환해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들이 재생산해낸 메시지를 통해 "버려지다"의 의미를 다시 파악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이번 테마를 준비했다.
MURMURE STREET
Ⓒ MURMURE STR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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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지는 얇고 가벼우며, 의외로 튼튼해 여러 곳에서 사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쓰고, 손쉽게 버린다. 일회용품의 과다 소비는 항상 대두되는 문제이며, 해결하기 어렵다. 우리는 비닐봉지 없이 살 수 있지만, 비닐봉지 때문에 죽어가는 생명이 있다. 비닐봉지를 먹이로 착각해 수많은 해양 생물이 목숨을 잃고 있으며, 비닐봉지가 몸에 뒤엉키거나 얼굴을 덮어 위험에 빠진다.
비닐봉지라는 일회용품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Murmure street의 아티스트 Paul Ressencourt와 Simon Roche가 독특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검은색 비닐봉지를 이용해 다양한 그림을 그리며, 이들이 표현할 수 있는 길거리, 갤러리, 벽화 등의 작품을 공개한 것이다. 비닐봉지를 뒤집어 쓴 사람의 그림을 통해 질식사하는 동물들의 고통을 표현했고 작품 속 사람들은 비닐봉지로 인해 더 이상 가깝게 닿을 수 없다. 이처럼 일회용품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한다. 숨구멍 하나 없이 목 끝까지 꽉 덮은 비닐봉지를 보면 누구나 답답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순간, 동물들의 고통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Murmure street의 작품 속 검은 비닐봉지는 사람의 얼굴을 뒤덮기도 하지만, 생물 그 자체가 되어 표현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비닐봉지를 장난감 삼아 가지고 노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위협하는 비닐봉지를 효과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각각의 작품을 독특하게 만든다. 작품마다 남아있는 메시지는 개인의 감수성에 따라 자유롭게 해석 가능하다.
DIEDERIK SCHNEEMANN
Ⓒ DIEDERIK SCHNEEMANN
Ⓒ DIEDERIK SCHNEEMANN
Ⓒ DIEDERIK SCHNEEMANN
Ⓒ DIEDERIK SCHNEEMANN
Diederik Schneemann은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네덜란드의 디자이너다. 미학 그 이상의 것을 전달하기 위해 아이템을 재활용하고 창조된 작품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는다. Diederik Schneemann의 창작은 때때로 그의 이야기가 내포되어있기도 하다. 그의 감정이나 정서가 작품에서 상징적인 형태로 보여지며, 어느 작품에든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녹아있다.
여름휴가를 맞아 사람들은 시원한 바다를 찾는다. 많은 사람들이 왔다간 해변에는 그만큼 많은 쓰레기가 버려지며, 아프리카 해안으로 밀려오는 쪼리는 여름철 골치 아픈 쓰레기 중 하나다. Diederik Schneemann은 해변에 버려진 Flip-Flop(플립 플랍), 일명 쪼리를 압착하고 모양대로 붙여서 다채로운 가구를 만들었다. 겹쳐진 쪼리가 기하학적인 무늬를 만들어, 개성 있는 모습의 테이블이나 화분, 거울, 전등이 된다. 버려진 피규어를 한데 모아 항아리 형태로 만들고, 향수와 에센스 공병을 하나의 덩어리처럼 함께 매달아 오브제로 활용하기도 한다. 버려진 담뱃갑이나 성냥갑을 이용해 거대한 시계로 재탄생 시킨다. 기준을 잡고 생산한 제품들이 아니라 마구잡이로 버려진 쓰레기들이기 때문에 더욱 알록달록한 빛을 낸다. Diederik Schneemann의 업사이클링을 통해 버려져 못쓰게 된 물건이 다시 태어나 새로운 의미를 갖게된다. 지속가능한 작품을 선보이는 Diederik Schneemann는 버려진 것들로 다양한 오브제와 일상용품을 창작해내며, 창작해낸 작품으로 전시를 진행하거나 판매를 하고 있다.
BOUKE DE VRIES
Ⓒ BOUKE DE VRIES
Ⓒ BOUKE DE VRIES
Ⓒ BOUKE DE VRIES
Ⓒ BOUKE DE VRIES
Bouke de Vries는 네덜란드에서 디자인 공부를 시작했으며, 그 후 도자기 보존과 복원을 시작했다. 그는 예술가로서 가치를 둘러싼 사회적 이슈와 모순에 직면했고, 여기서 떠오르는 영감으로 작품을 창작한다. 복원가로서의 기술과 예술을 융합해, 규칙 없이 부서진 도자기 조각을 활용하는 것이 작품의 특징이다. Bouke de Vries는 자신의 작품을 '파괴의 미'라고 덧붙이며, 버려질 것들을 재건하는 대신 해체한다. 망가진 모습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 되어가는 과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극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며 깨진 도자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모두가 바라볼 만한 아름다운 도자기도 깨지고 나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깨져버린 도자기가 버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흩어진 조각들을 다칠세라 조심스럽게 모아 버린다. 쓸모가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불길하다는 미신 또한 작용하기 때문이다. Bouke de Vries는 버려지고 마는 망가진 도자기의 파편으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표현한다. 깨진 접시를 모아 지도를 만들어내기도 하며, 더 작은 조각들로 장미 한 송이를 창조해낸다. 부서진 낙타의 조각품과 주전자를 붙이지 않은 채 그대로 전시하기도 한다. Bouke de Vries의 작품은 해체주의의 실험성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인 파괴는 하지 않았으며, 실제로 파손되거나 폐기되는 도자기만을 활용했다. 오로지 버려지는 것들을 위한 작품 활동인 것이다. Bouke de Vries의 인상적인 작품은 깨진 도자기의 파편처럼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진다.
DIETER KLEIN FOTOGRAFIE
Ⓒ DIETER KLEIN FOTOGRAFIE
Ⓒ DIETER KLEIN FOTOGRAFIE
Ⓒ DIETER KLEIN FOTOGRAFIE
Ⓒ DIETER KLEIN FOTOGRAFIE
사람들이 가장 애용하는 탈 것은 단연 자동차며, 한 자동차를 평생 타지 않고 바꾸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는 계속해서 생산되는데, 그렇다면 주인을 잃은 자동차들은 전부 어디로 갔을까? Dieter Klein은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위해 주제를 잡고, 콘셉트에 적합한 광고 사진을 수년간 찍어온 전문가이다. Dieter Klein은 이후 특이한 장소에서 사진을 찍는 예술 사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Dieter Klein의 프로젝트 "Forest Funk"는 유럽과 미국의 독특한 장소와 버려진 자동차의 조화를 보여준다. Dieter Klein은 잊혀진 장소에서 버려진 자동차를 찾기 위해 각지를 돌아다녔다. 그의 여행 목적은 아름다운 풍경이나, 이국적인 장면 같은 것이 아니었다. 버려진 장소와 버려진 자동차를 찾아 나서는 그의 사진 기행은 독특하고 신선하다.
Dieter Klein은 낡은 집과 관리하는 이가 없어 초라해진 정원, 먼지가 가득한 헛간과 공터에서 버려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자동차를 촬영했다. 누군가의 소중한 이동 수단이었을 자동차는 시간을 이기지 못해 본래의 색을 잃었고,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세월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망가진 폭스바겐 비틀과 성한 곳이 없는 포르쉐, 지프 트럭까지, 버려진 시간 속에서 빛이 바랜 자동차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관광지 등 이미 유명해진 명소는 가지 않는다. California의 Bodie에도 버려진 자동차가 대여섯 대 있지만, 구글에서 이곳을 검색하면 촬영된 수백만 장의 사진을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장소는 완전히 버려졌다고 할 수 없어 Dieter Klein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Dieter Klein의 사진 속 주인을 잃고 버려진 자동차의 사연은 비밀 속에 묻혀있다. 자동차에게도 주인이 있었지만 버려진 자동차의 주인이 누구였 는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버려지고 잊혀진 자동차만이 Dieter Klein의 프레임 안에 오래도록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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