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입구, 특히 주택의 문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 지어주는 교차점이자 외부의 혼란과 내부의 안정의 교차점이다. 혼란스러운 바깥 세상과 안전하고 평화로운 안을 구분하는 동시에 이어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입구, 문은 그래서 문화와 역사, 의미와 상징을 담은 인문학적 오브제이며 동시에 안전과 방어를 책임지는 기능적인 오브제로서 존재한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건축물의 입구는 보통 태양이 뜨는 방향, 동쪽을 향하고 있다. 동쪽을 향해 문을 내는 것은 매일 아침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하루에 대한 감사함, 그 성스러운 의미에서 시작됐다. ‘경향’, ‘지향’을 의미하는 단어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의 ‘동쪽을 향한다’는 원래 의미 또한 같은 유래에서 출발했다. 



풍수지리에서는 현관문과 대문의 방위, 위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건물과 현관문의 크기 비례를 중요하게 여긴다. 현관문과 대문의 방향에 따라 건물에 복이 들어오거나 흉이 들어오는 것이 결정될 수 있고 현관문의 크기가 건물의 크기와 비례가 맞지 않으면 옹졸하거나 헤픈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아파트에서는 대문이 사라지고 현관문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던 울타리와 대문, 마당이 사라진 아파트에서는 현관문이 그 역할을 한다. 현관문의 역할은 커지고 중요해졌지만 관심은 그만큼 커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현관문이 똑같이 생긴 것은 어쩌면 몰개성과 익명성의 시대적 상징일 것이다. 




전통적으로 건물의 입구, 현대의 현관문은 주인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건축물인지를 방문객에게 전달하는 일종의 비언어적 표현이었다. 때문에 문에는 여러 장식적 요소가 많았고 인간적인 특징과 상징이 많이 담겨 있다. 보통 문의 전면에 덧댄 벽 널은 사람의 머리, 몸통, 다리의 비율에 맞춰져 있으며 손잡이는 배꼽의 높이와 비슷하다.
 


 
현대의 아파트 현관문은 주인에게 거의 선택권이 없다.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문의 외부에는 종교 스티커가 거의 전부이다. 그러나 개성있는 장식으로 내부를 꾸미는 이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리폼 스티커나 시트를 붙이기도 하고 페인트 칠을 하거나 나무를 덧대 새로운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 안으로 꾸며진 현관문은 가정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현관문을 꾸미는 것은 주인의 개성과 인격을 겉으로 전시하고 소망을 내부로 표출하는 행위이다. 간과하기 쉬운 그 중요성을 인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래서 환영할 일이다. 절반은 공적이고 절반은 사적인 현관문이 다채로워지는 것은 적어도 사회와 가정이 내부로 다채로워지고 아름다워지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익명의 타자로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일종의 금기와도 같다. 눈의 띄거나 돋보이는 것은 약점을 노출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개성있는 현관문이 늘어나는 것은 그래서 공동체 의식의 부활이기도 하다. 서로를 믿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현관문을 꾸미는 행위는 그래서 한편으로 숭고하기까지 하다. 

기사 노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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