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포(linen, 리넨)를 뜻하는 프랑스어 ‘toile’에서 모종의 역사적 과정을 거쳐 현대적 화장실을 뜻하는 영어 단어 ‘toilet’이 탄생했다. 수세식 변기는 19세기 후반에야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세면대와 수세식 변소가 하나의 방으로 만나게 된 것은 20세기 초반의 일이다. 욕조, 세면기, 수세식 변기가 함께 있는 욕실이라는 요즘의 서양식 건축이 보편화 된 것은 서양에서도 최근, 20세기 중반에나 이루어진 일이다.
1700년대 영국 하노버 왕조 시대의 침실 한구석에는 화장대와 세면기가 나란히 있었다. 세면기는 실상 커다란 그릇 모양으로 삼발이 받침대 위에 올려져 있었는데 보통 세면기에 있는 물로 아마포를 적셔 몸을 닦고는 했다. 목욕이 거의 금기시 되었던 19세기 중반까지의 사회적 분위기 탓이다. 화장대에는 거울, 향수, 솔과 같은 화장용품이 올려져 있었다. 화장대와 세면기가 함께 있었다는 점에서 씻기와 꾸미기의 기능이 함께 있는 오늘날 현대적 욕실의 모태를 볼 수 있다.
중세에는 많은 사람이 배변을 위해 자연을 이용했다. 삽을 이용해 땅을 파고 다시 덮거나, 흐르는 물로 흔적을 남기지 않기도 했다. 신분제 사회에서 신분이 낮은 이들은 옥외 변소와 공동변소를 사용했고 신분이 높은 이들은 특별히 만들어진 변소에서 실내용 변기나 전용 요강을 사용했다. 변소에는 암모니아가 가득했기 때문에 벼룩을 죽일 수 있어 옷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기도 했다. 때문에 중세 유럽에서는 변소를 옷방이라 부르기도 했다.
은밀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실내용 변기와 요강은 수백 년간 사용되었다. 현대적인 수세식 화장실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끈 것은 19세기에 들어 이루어진 일이다. 1840년대 S형 배수관 위에 조잡한 도자기 재질의 변기가 올려진 현대적 형태의 수세식 변기가 등장했지만 많은 이들은 여전히 침실에서 요강을 사용했다. 변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남들이 볼 수 없는 욕실 혹은 화장실이라는 닫힌 공간이 생기기까지는 이후로도 긴 시간이 걸렸다.
19세기 유럽의 도시에 수도관이 도입되면서 주택 내부에 욕실이 따로 생기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침실과 욕실 그리고 변소는 하나였다. 침실 한편에는 상단에 세면대를 놓고 하단에 요강을 두는 이동식 가구가 있었다. 세면기와 변기를 가까이 두는 건축 양식이 여기서 시작됐다. 19세기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며 침실과 분리된 욕실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씻기’라는 행위가 사적이고 은밀한 행위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욕실에 마침내 잠금장치가 생기기 시작했다.
사적인 공간임을 더욱 강조하는 침실에 딸린 전용 욕실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1920년대에 이르러는 미국 내 대부분 호텔에 설치되었다. 지나친 청결을 퇴폐적으로 보는 보수적인 유럽인들은 물론 청교도적 전통을 간직한 미국인들에게도 침실 전용 욕실은 다소 선정적인 인상을 풍겼다. 로마 시절부터 내려온 공중목욕탕이라는 전통이 사적인 욕실을 부정적으로 보는 생각의 근원이었을까. 그러나 지금 서구식 문명을 받아들인 거의 모든 곳에서 욕실은 사적인 공간으로 취급된다.
20세기가 되면서 욕실은 주택 건축의 상징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온수와 냉수가 나오는 파이프, 욕조, 세면기, 샤워기, 수세식 변기까지 하나로 합쳐지며 건축적 미학의 실험실과도 같이 변화했다. 기능주의적 미학을 드러내던 흰색 타일, 도기 제품은 이후 병원의 상징으로 옮겨갔고 이후로는 가정생활의 욕망을 드러내는 화려하고 세속적인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 욕실에 휴식의 기능이 강조되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의 연장일지 모른다. 사회적 욕망이 휴식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
‘씻다’, ‘몸을 꾸미다'라는 프랑스어 ‘toilette’은 아마포를 뜻하는 ‘toile’에서 나왔다. 화장실과는 무관한 말이었던 ‘toilette’이 화장실을 뜻하는 영어 ‘toilet’이 된 것은 열차의 발전 덕분이다. 초창기의 열차에는 세면기가 있는 ‘toilet’과 수세식 변소가 있는 ‘water closet’이 각자 독립적인 객실에 있었다. 두 객실 모두 물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으로 둘을 합쳐 하나의 객실로 만들었을 때, 비교적 사려 깊은 느낌의 ‘toilet’이라는 이름이 남았고 아직까지 그 이름이 사용되고 있다. 이 흥미로운 결합은 20세기 미국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한국에 지금과 비슷한 형태의 세면기, 변기, 욕조가 함께 있는 욕실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62년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였다. 1962년이라니 너무 늦은 것 같지만, 영국의 고급 호텔에 처음 현대적인 욕실이 들어선 것은 1920년대였고 1930년대까지도 유럽의 주택에는 대부분 샤워기가 없었다. 역사적으로 사람들이 욕실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지난 수십 년과 현재가 거의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1700년대 영국 하노버 왕조 시대의 침실 한구석에는 화장대와 세면기가 나란히 있었다. 세면기는 실상 커다란 그릇 모양으로 삼발이 받침대 위에 올려져 있었는데 보통 세면기에 있는 물로 아마포를 적셔 몸을 닦고는 했다. 목욕이 거의 금기시 되었던 19세기 중반까지의 사회적 분위기 탓이다. 화장대에는 거울, 향수, 솔과 같은 화장용품이 올려져 있었다. 화장대와 세면기가 함께 있었다는 점에서 씻기와 꾸미기의 기능이 함께 있는 오늘날 현대적 욕실의 모태를 볼 수 있다.
중세에는 많은 사람이 배변을 위해 자연을 이용했다. 삽을 이용해 땅을 파고 다시 덮거나, 흐르는 물로 흔적을 남기지 않기도 했다. 신분제 사회에서 신분이 낮은 이들은 옥외 변소와 공동변소를 사용했고 신분이 높은 이들은 특별히 만들어진 변소에서 실내용 변기나 전용 요강을 사용했다. 변소에는 암모니아가 가득했기 때문에 벼룩을 죽일 수 있어 옷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기도 했다. 때문에 중세 유럽에서는 변소를 옷방이라 부르기도 했다.
은밀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실내용 변기와 요강은 수백 년간 사용되었다. 현대적인 수세식 화장실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끈 것은 19세기에 들어 이루어진 일이다. 1840년대 S형 배수관 위에 조잡한 도자기 재질의 변기가 올려진 현대적 형태의 수세식 변기가 등장했지만 많은 이들은 여전히 침실에서 요강을 사용했다. 변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남들이 볼 수 없는 욕실 혹은 화장실이라는 닫힌 공간이 생기기까지는 이후로도 긴 시간이 걸렸다.
19세기 유럽의 도시에 수도관이 도입되면서 주택 내부에 욕실이 따로 생기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침실과 욕실 그리고 변소는 하나였다. 침실 한편에는 상단에 세면대를 놓고 하단에 요강을 두는 이동식 가구가 있었다. 세면기와 변기를 가까이 두는 건축 양식이 여기서 시작됐다. 19세기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며 침실과 분리된 욕실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씻기’라는 행위가 사적이고 은밀한 행위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욕실에 마침내 잠금장치가 생기기 시작했다.
사적인 공간임을 더욱 강조하는 침실에 딸린 전용 욕실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1920년대에 이르러는 미국 내 대부분 호텔에 설치되었다. 지나친 청결을 퇴폐적으로 보는 보수적인 유럽인들은 물론 청교도적 전통을 간직한 미국인들에게도 침실 전용 욕실은 다소 선정적인 인상을 풍겼다. 로마 시절부터 내려온 공중목욕탕이라는 전통이 사적인 욕실을 부정적으로 보는 생각의 근원이었을까. 그러나 지금 서구식 문명을 받아들인 거의 모든 곳에서 욕실은 사적인 공간으로 취급된다.
20세기가 되면서 욕실은 주택 건축의 상징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온수와 냉수가 나오는 파이프, 욕조, 세면기, 샤워기, 수세식 변기까지 하나로 합쳐지며 건축적 미학의 실험실과도 같이 변화했다. 기능주의적 미학을 드러내던 흰색 타일, 도기 제품은 이후 병원의 상징으로 옮겨갔고 이후로는 가정생활의 욕망을 드러내는 화려하고 세속적인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 욕실에 휴식의 기능이 강조되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의 연장일지 모른다. 사회적 욕망이 휴식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
‘씻다’, ‘몸을 꾸미다'라는 프랑스어 ‘toilette’은 아마포를 뜻하는 ‘toile’에서 나왔다. 화장실과는 무관한 말이었던 ‘toilette’이 화장실을 뜻하는 영어 ‘toilet’이 된 것은 열차의 발전 덕분이다. 초창기의 열차에는 세면기가 있는 ‘toilet’과 수세식 변소가 있는 ‘water closet’이 각자 독립적인 객실에 있었다. 두 객실 모두 물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으로 둘을 합쳐 하나의 객실로 만들었을 때, 비교적 사려 깊은 느낌의 ‘toilet’이라는 이름이 남았고 아직까지 그 이름이 사용되고 있다. 이 흥미로운 결합은 20세기 미국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한국에 지금과 비슷한 형태의 세면기, 변기, 욕조가 함께 있는 욕실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62년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였다. 1962년이라니 너무 늦은 것 같지만, 영국의 고급 호텔에 처음 현대적인 욕실이 들어선 것은 1920년대였고 1930년대까지도 유럽의 주택에는 대부분 샤워기가 없었다. 역사적으로 사람들이 욕실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지난 수십 년과 현재가 거의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기사 노일영
차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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