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와 물, 모래, 자갈로 이루어진 콘크리트는 구조체를 형성하기 쉽고 강도가 우수하다는 장점으로 인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찾아볼 수 있는 대부분의 근현대 건축물은 철근과 콘크리트로 이루어져 있으며, 앞으로도 콘크리트를 대체할 만한 건축용 구조재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음울한 회색빛의 콘크리트는 무겁고 거친 날것의 느낌을 주며, 어쩐지 차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견고한 콘크리트는 세찬 비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우리가 머무는 공간을 이루며 오래도록 고고하게 서있을 것이다.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시멘트 풀, 배합수, 골재와 혼화재료를 적정한 비율로 섞어 만든 혼합물질이다. 이 재료를 배합하고 섞으면 화학반응이 일어나며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경화되어 암석과도 같은 강도를 가지게 된다. 콘크리트의 기원을 좇다 보면 인류가 시멘트를 발견하고 사용하게된 유래를 만나게 된다. 시멘트는 약 5000년 전, 인류 역사에 처음 등장했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역시 시멘트로 지어졌다. 그리고 콘크리트는 시멘트보다 더욱 강도가 우수한 건축재를 만들기 위한 연구 끝에 탄생했다.
고대 로마의 건축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원시적인 형태의 콘크리트 건축재는 석회와 화산회, 모래, 물을 혼합한 Pozzolana다. Pozzolana는 고대 로마의 성벽, 주택, 궁전뿐만 아니라 도로 등 도시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도 널리 쓰였다. Pozzolana를 사용해 지은 대표적인 건축 구조물로는 Pantheon의 돔이 있다. 서기 125년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신전을 재건하며 완성한 이 돔은 직경 43.3m에 무게는 4,535톤에 달하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이는 현존하는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돔이지만, 당시에 지은 그 어떤 건축물보다도 보존 상태가 우수해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신전의 천장을 장식하고 있다.
원시 콘크리트로 만든 돔은 무수한 세월에도 건재하지만, 이 돔을 만든 Pozzolana의 제조 기술은 다른 로마의 건축 기술들처럼 서기 476년, 로마의 멸망과 함께 유실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로마네스크, 고딕 양식 등 중세의 건물에서 볼 수 있는 건축자재는 대부분 거대한 암석이나 벽돌이다. 중세 이후 유럽 대륙에서 르네상스가 서서히 퍼져나가던 1414년, 고대 로마의 콘크리트 제조법을 담은 문서가 발견됐다. 이로 인해 콘크리트에 대한 건축계의 관심은 재점화됐다.
콘크리트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철근'과의 만남이다. 콘크리트는 단단하여 압축에 대한 저항이 강하지만, 인장 강도가 약하다. 반면, 철근은 압축에 약하지만 인장에 잘 견딘다는 특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철근과 콘크리트는 우연하게도 동일한 열팽창계수를 가진다. 이 말은, 철근 콘크리트로 만든 건축 구조물은 기온 차가 높은 환경에서도 수축, 팽창으로 인한 균열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철근과 콘크리트의 조합으로 인해 인간은 유사 이래 가장 뛰어난 건축 재료를 가지게 됐다. 우리는 사막에서도, 극지방에서도 철근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과 건축 구조물을 볼 수 있다. 인간은 지구 위 어느 땅에라도 견고한 회색의 깃발을 꽂고 우리의 영역임을 과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철근 콘크리트는 '신이 건축계에 내린 선물'이라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로마의 건축가 Vitruvius는 그의 저서 <건축서>를 통해 "건축의 핵심은 구조(견고함), 기능(유용성), 미(아름다움)"라 밝혔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연스럽게 철근 콘크리트와 이로 만든 건축물을 연상하게 된다.
현대 건축을 이룬 불멸의 자재, 콘크리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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