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고향은 아니지만, 고향에서보다 서울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다고 말할 수 있다. 대학 입학과 함께 서울에 입성했고, 기념일 혹은 명절을 맞아 매번 고향을 내려가는 것도 어느 순간 이래저래 핑계를 대며 가지 않고 서울에 머문 횟수가 잦아졌다. 기억 혹은 특별한 추억을 떠올린다면 서울의 어느 장소가 함께 생각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서울은 더...
로즈 와일리는 21살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 미술대학을 다녔지만 결혼과 함께 20여 년간 꿈꿔온 화가의 길은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45세가 되던 1979년, 그림을 포기하지 않은 그는 영국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 입학하며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졸업 후에도 아티스트로서는 조명 받지 못했지만 그는 매일매일 그림을 그리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한글은 너무나도 익숙하고 당연한 존재다. 현대의 한글은 단순한 문자를 뛰어넘어 문화 전반 및 생활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1443년, 글자를 몰라 소통하지 못하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겨 배우기 쉬운 스물여덟 개의 문자를 만든 세종대왕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제 뜻을 펼 수 없는 백성들을 위해 누구나 쉽게 배워서 편...
여러분은 삼청동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삼청동은 우리 옛 것의 아름다움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장소 중 한 곳일 것이다. 안국역과 경복궁역 사이에 자리한 많은 가게와 집들은 여전히 한옥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경복궁 돌담과 청와대를 지나 작은 골목들을 거닐다 보면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껏 즐길 수 있다. 에디터는 이 외에도...
거리에서 한 번쯤 벽면을 가득 채운 화려한 색채의 그림 혹은 누군가 휘갈긴 듯한 낙서 같은 글씨를 종종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기원과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동굴 벽화부터 시작할 수 있듯이 낙서는 인류가 문화를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연스레 행해왔던 생활의 한 흔적이기도 하다. 낙서 안에 잠재되어 있는 해방감과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
《호랑이는 살아있다》는 코리아나미술관과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의 호랑이 관련 소장 유물과 회화, 동시대 작가들의 시선이 담긴 영상, 회화 및 설치 작품으로 이루어진 특별기획전이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동명 작품에서 이름을 빌려온 전시 제목은 호랑이라는 상징적 존재에 관한 지속적인 가상의 믿음을 살아있다라는 현재형 동사를 통해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태어난 에바 알머슨(Eva Armisén)은 바르셀로나를 주 무대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보이며 한국과 미국, 영국,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 전세계에 수많은 팬들을 보유한 작가다. 솔직하고 천진난만한 시선과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화풍으로 우리가 무심코 흘려 보내는 소소한 일상을 특별한 순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그의 작품은 많...
어렸던 시절, 미술 수업은 어렵거나 재미없는 지루한 시간이었다. 어떤 화가의 어떤 그림이 얼마나 대단한 예술성을 담고 있다더라는 선생님의 말씀과, 내가 정성과 노력을 쏟아 만들어내는 폐기물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간극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내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피카소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복잡하게 창조해낸 모나리자도 아니었다...
2018년 10월, 용인시 고기리에 뮤지엄그라운드(Ground Museum of Contemporary Art)가 오픈했다. 뮤지엄그라운드는 입체 추상 작품으로 명성을 얻은 전광영 작가가 만든 곳이다. 전광영 작가는 미술관을 오픈하며 이렇게 이야기한 바 있다. 한국처럼 미술 활동하기 어려운 나라가 없는 것 같아요. 작품이 좋아도 인맥 부족으로 세상에 알려지...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이자 보테가 베네타, 이브 생로랑, 발렌시아가, 알렉산더 맥퀸 등을 소유한 케링 그룹의 자회사, 구찌(GUCCI). 한때는 절제된 이미지가 고루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타격을 받았지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지휘 아래 브랜드는 새롭게 태어난다. 이후 규칙도, 성도, 시대도 없는 디자인을 선보이며 구찌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
영화관에 가면, 영화를 보게 된다. 도서관에 가면, 책을 보게 된다. 미술관에 가서도, 전시된 작품을 볼 뿐이다. 영화관과 도서관과 미술관의 환경이란 사실 그 모든 작품들을 위해 구성된 곳이기 때문이다. 영화관에서는 영화에 집중할 수 있으면 된다. 도서관에서도 책에 방해만 안 되면 그 뿐이다. 미술관 역시 작품들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구조여야 한다. 그러...
예술은 가깝고도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동시대를 그려낸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면, 어떻게 이걸 이렇게 표현했지 싶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것을 생각하며, 종종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내뱉는 예술가들. 왠지 경외심이 들고, 묘한 거리감을 느낀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조차 그럴진대, 수세대를 앞서 살아간 예술가들은 더욱 멀게만 생각된다. 그러나 그 ...
지난 두 달 간의 테마 코너를 통해 IXDesign은 색다르고 독특한 타이포그래피가 담긴 포스터 디자인을 선보인 바 있다. 포스터는 영화, 책, 상품, 연극 등을 홍보하기 위해 쓰이며, 강렬한 디자인과 문구로 사람의 이목을 사로잡곤 한다. 그렇다면 최초의 포스터는 무엇이었고, 누구에 의해 탄생된 것일까. 인쇄술의 발달은 1400년경 목판인쇄로 제작된 첫 포...
예술과 특별히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Stirling Calder)의 이름을 잘 모를 수 있다. 그는 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 중에는 알렉산더 맥퀸(Lee Alexander McQueen)처럼 요즘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도 않고, 예술가 중에서는 피카소(Pablo Ruiz Picasso)만큼 유명하지도 않으며, 마르셀 뒤샹...
에스팩토리는 성수동에 위치, 대지면적만 약 9,917m에 달하는 총 3층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오래된 섬유공장, 자동차 공업소 등 4곳을 함께 리모델링해 17년 오픈했다. S는 이야기, Factory는 말 그대로 공장. 이야기를 함께 만들고 즐기는 공장인 셈이다. 전시회가 열리는 스페이스, 쇼핑 공간, 다양한 가게들이 입점해 있는 거리, 레스토랑이 한 ...
지금230대의어린시절에포켓몬스터와디지몬,블리치와원피스같은애니메이션이 있었다면요즘의10대에게어린시절은무엇으로기억될까.[겨울왕국]의엘사와안나를 떠올리게될까?아니면[뽀로로]나[또봇]시리즈?아니면[인사이드아웃]같은영화를 떠올릴까.글쎄.적어도하나확실한것.그자리에분명미니언즈친구들이있을거라는 사실말이다.사실[슈퍼배드]의1편이나왔을때만해도,한국에서는그렇게흥행에 성공한영화...
유명한 개 캐릭터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짱구는 못말려] 속 귀여운 흰둥이? [검정 고무신] 속의 땡구? 누군가는 [리그 오브 레전드] 속의 나서스나 [플란다스의 개] 속 파트라슈를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스누피를 빼놓고 개 캐릭터를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스누피는 알아도 [피너츠]는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지도 모르겠다. [피...
담벼락에, 칠판, 바닥, 공책에 낙서 한 번 하지 않으며 자란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모두 조금씩은 아티스트였을지도 모르겠다. 고작 낙서가 무슨 예술씩이나 되느냐고 묻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 낙서는 예술의 영역 안에 있어왔다. 바로 그래피티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피티(Graffiti)는 그 역사의 시작과 함께 늘 논란의 대상이었다. 공공장소, 벽에...
누구든지 마음 속에 빨강머리 소녀 하나쯤은 품고 살아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이들은 초록 지붕 집에 살던 해맑고 명랑했던 소녀로 앤을 묘사하겠지만, 앤은 실은 상처가 많은 사람이었다. 상처가 많았기에 밝은 척 미소 지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힘들고 지친 마음을 이고 살아가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애써 괜찮은 척 하는 현대인들 역시 어쩌면 ...
미술관과 갤러리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 전시를 찾지 않는 이유를 묻곤 한다.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하다.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것. 사실 그렇다. 미술관을 처음 가보는 이에게 전시란 오랫동안 서서 걸으며 의미가 와닿지 않는 그림과 캡션만 잔뜩 보다 나오는 일일 것이다. 그것이 설사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나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