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계를 대표하는 런던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에서 2019년 첫 선을 보인 '비욘더로드(BEYOND THE ROAD)'는 시각, 청각, 촉각, 후각, 공간지각 등 오감을 자극하는 초현실적 실감 몰입형 전시로, 2021년 아시아 최초로 서울을 찾아왔다. 관람객들은 33개의 공간을 360도로 자유롭게 순회하며 100여 개의 스피커와 다양한 조명으로 구현된 환상적인 사운드와 음악, 몰입도 높은 영상과 시각효과를 온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또한, 더현대 서울의 건물과 갤러리 공간을 기반으로 레이아웃을 새롭게 구성해, 런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공간과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Colin Nightingale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Stephen Dobbie

비욘더로드는 이머시브(Immersive) 전시를 지향하는데, 이번 전시를 기획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티븐 도비(Stephen Dobbie)와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콜린 나이팅게일(Colin Nightingale)은 '이머시브'라는 용어가 유행하기 전부터 몰입형 전시를 주목해 온 아티스트들이다. Immersive는 '담그다, 몰두하다'라는 의미로, 관객이 무대 위 배우들의 연기를 수동적으로 감상하기만 하는 것이 아닌 작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연극이나 공연 장르를 뜻한다. 관객 사이로 배우들이 내려와 춤을 추고 노래하는 경우는 물론 관객을 연기에 참여시키는 연극 등이 이머시브 시어터(Immersive theater)의 한 형태다. 이들의 대표작은 이머시브 공연의 트렌드를 선도한 작품 중 하나인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로, 호텔의 5개 층을 무대로 하여 관람객은 공연 시간 동안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같은 공연에 갔음에도 어느 장소에 있었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경험을 갖게 되며, 특정 배우를 쫓아다니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관람할 수 있다.


  Ⓒ 아이엑스디자인 - BEYOND THE ROAD 展

누구나 한 번쯤 콘서트에 가서 큰 사운드의 음악을 들으며, 심장이 뛰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스티븐 도비와 콜린 나이팅 게일은 비욘더로드를 통해 '음악은 경험하는 것'이라는 주제를 전달하고 싶었다. 두 사람은 디지털 디바이스나 콘서트 등 기존의 방식 외에 새로운 매체를 통해 음악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무대에서 공연 자체보다 음악에 중심을 두고 체험적인 방식으로 리얼한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하고 흥미로운 무언가를 만들고자 했고, 다양한 형태와 감각으로 음악을 느낄 수 있도록 사운드를 입체적으로 공간에 실현시켜 완성한 결과물이 바로 '비욘더로드'라 할 수 있다.


  Ⓒ 아이엑스디자인 - BEYOND THE ROAD 展


  Ⓒ 아이엑스디자인 - BEYOND THE ROAD 展


  Ⓒ 아이엑스디자인 - BEYOND THE ROAD 展

전시명은 제임스 라벨(James Lavelle)의 앨범 'The Road'에서 이름을 빌려왔다. 새로운 방식으로 음악을 체험할 수 있게 하려는 크리에이터의 꿈을 통해 음악의 형식을 확장한, 듣는 경험 이상(Beyond)까지 가게 했다는 뜻이 담겨 있다. 또한, 일상적 관습을 넘어 흥미로운 영역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탐색하고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협업한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평소 그들의 작품 그 이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예를 들어 토비 다이(Toby Dye)의 영상은 이미 완성된 작품이지만, 비욘더로드에서 새로운 맥락과 함께 단순히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은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관람객들은 일반적인 공연이나 갤러리에서의 경험을 넘어선 새로움을 체험하는 'BEYOND THE ROAD'의 의미에 공감하게 된다.


  Ⓒ 아이엑스디자인 - BEYOND THE ROAD 展

제임스 라벨은 이번 전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비욘더로드는 영국의 유명 일렉트로닉 밴드 엉클(UNKLE/JAMES LAVELLE) 의 앨범 에서 엄선한 트랙들을 활용해 만든 사운드 디자인으로 매우 독특한 청각 경험을 제공한다. 3D로 리믹스해 30분 간격으로 루핑한 사운드는 각 방마다 다른 요소로 들리도록 디자인했다. 2017년 발매된 은 강렬한 분위기의 트랙으로 UNKLE 데뷔 이래 최고의 음반으로 꼽힌다. 이어 UNKLE은 2019년 로 다시 한번 특유의 매혹적인 하모니를 선보인다. 비욘더로드에서는 를 포함해 전시에 맞게 재구성한 다양한 트랙을 다양한 공간과 각기 다른 음악적 요소들과 함께 경험할 수 있다.


  Ⓒ 아이엑스디자인 - BEYOND THE ROAD 展

비욘더로드에는 제임스 라벨 외에도 영화, 설치, 조명, 사운드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시각 미술과 사운드, 조명, 향기 등을 융합시켜 초현실적인 체험 전시를 선보였다. 전시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제임스 라벨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대니 보일(Danny Boyle) 감독은 그가 라는 드라마를 연출했을 때 제임스 라벨이 사운드트랙 작곡에 참여했고, 당시에 사용한 음악적 요소가 마음에 들어 이번 전시에 사용하게 되었다.


  Ⓒ 아이엑스디자인 - BEYOND THE ROAD 展


  Ⓒ 아이엑스디자인 - BEYOND THE ROAD 展

또한, 특정 방에서는 알폰소 쿠아론의 영화 <로마>의 영상과 음악이 전시되는데, 엉클은 영화의 특정 장면을 위해 사운드 트랙을 작업했고, 이러한 인연을 통해 알폰소 감독은 이들에게 영화 장면을 새롭게 편집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 주었다. 작품이 상영되는 공간은 스크린의 양면에서 나오는 빛이 유일한 조명으로, 영화 상영이 없을 때는 스크린에 강렬한 색상을 비춰 설치 미술로 변신하게 된다. 영상에 맞춰 흘러나오는 사운드가 관객 주변으로 움직이는 듯한 색다른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 아이엑스디자인 - BEYOND THE ROAD 展


  Ⓒ 아이엑스디자인 - BEYOND THE ROAD 展

마지막으로 서울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 있다. 한국의 민화와 전래동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제작한 작품으로 박제사 폴리 모건(Polly Morgan)과 컨템퍼러리 아티스트 아이비 존슨(Ivy Johnson)이 각각 까치와 호랑이의 작품을 완성했다. 영국에서 까치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것들을 모으는 새로 알려져 있다. 무언가를 계속 모으는 까치의 모습을 보고 제임스 라벨은 여러 음악을 샘플링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한다. 한국에서 까치는 좋은 소식을 전달해주는 이미지가 있는데, 코로나 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국에서 좋은 전시를 가져왔다는 의미를 담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한국의 스트리트 아티스트 '나나'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그래피티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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