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AA 건축사사무소는 지난 10년간 건강한 집, 따뜻한 공간을 가진 도시 내 건축물을 만들어왔다. 보여지기 식의 독특한 디자인보다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비범한 결과를 만든다는 확신을 가지고 주어진 각기 다른 조건 내에서 최대한 솔직하고 명쾌한 공간을 구성하고 있으며, 재료 하나하나의 접합과 만짐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최근 프로젝트 판교 백현동의 주택은 아파트에서 생활하던 부부와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게 되는 두 아들을 위한 집이다. UTAA는 건축주가 오랫동안 머무르며 익숙해진 아파트의 주거 형태를 벗어나, 백현동 주택의 넉넉한 실내 공간과 정원을 통해 새로운 주거 형태가 주는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했다.

 

 

 

대지는 동쪽을 제외한 3면이 도로에 접해 있었고, 북쪽으로는 4.5m의 공개 공지 확보를 위한 건축 한계선을 가지고 있었다. UTAA는 다소 불리한 정사각형의 이 필지 위에 각기 다른 크기의 ㅁ자형 매스 네 개를 풀어 위로 뻗어 나가게 했다. ㅁ자 네 개를 모아놓은 위층 볼륨과 이를 하나로 묶어 놓은 아래층 볼륨은 대조적이다. 가족 구성원들의 개성을 드러내는 위층 네 개의 볼륨은 널찍한 스테인레스 스틸을 이용했으며, 공용 공간 중심이며 ‘화목’을 키워드로 하는 아래층의 볼륨은 작고 섬세한 단위의 벽돌을 정성스럽게 쌓아 올려 위층의 볼륨들을 감싸게 했다. 이렇게 대조적인 두 볼륨이 합쳐지면서 백현동 주택의 외관은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을 연상케 한다. 특히 앞마당의 흙과 초목, 영롱 쌓기로 생긴 벽돌 틈새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 소리는 건축주가 그동안 아파트에 살면서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4.5m의 공개 공지로 인해 지하주차장을 안정적으로 구성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살짝 들어 올려진 주택은 스킵 플로어 형식의 입체적인 평면 구조를 이루었다. 덕분에 백현동 주택의 내부는 가족 구성원들에게 맞춘 공간들로 넉넉하게 채울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플랫(Flat)한 공간에 익숙한 가족 구성원들이 입체적인 공간감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환경이 되었다. 백현동 주택의 내부는 견고하고 안정감 있는 외관과는 달리 밝고 화사한 공간으로 구성했다. 서로 다른 실내외의 분위기를 더욱 극적으로 반전시키는 장치는 바로 불규칙적으로 낸 곳곳의 창과 실내 정원이다.

 

 

 

여러 창과 중정을 통해 실내로 유입되는 자연광은 주택 내부의 다채로운 선과 면을 따라 풍성한 공간감을 더해준다. ㅁ자 형태의 볼륨들 사이, 평면상 중심부에 위치한 중정은 부족한 광원과 환기 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기능 외에도 인위적 경계 없이 각 구성원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고, 나아가 자연을 통해 시선을 걸러주면서 서로 통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생기는 다양한 주택의 표정은 아파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배가한다.

 

 

 

건축주가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주거의 방식을 바꾸면서 UTAA에게 요구했던 것은 아파트와 다른 깔끔하고 간결한 모습일 것,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있을 것, 그리고 손님을 맞이할 수 있는 응접실과 넓은 주방과 거실 및 취미가 다른 두 아들의 독립된 공간을 갖출 것이었다. UTAA는 이러한 건축주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자연과 건축적 틀 사이에서, 아파트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건축주만의 다양한 기억과 사건이 채워질 수 있는 집을 선물하고 싶었다. 자연을 품은 판교 백현동 주택은 건축주가 잊고 살던 주택에서의 삶에 더욱 커다란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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