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으로서의 집은 개인의 삶과 지극히 사적인 부분까지 깊게 관계하고 있지만, 실용의 언어가 앞서가면 고상함이 무뎌지고 단일한 평면이 된다. 그러나 형태와 미학의 목소리만이 높아지면 집은 이내 날카롭고 불편해져, 삶과 생활에서 빗겨간 무언가가 되곤 한다. Le sixieme(르씨지엠)에게 주택이란 실용과 관념, 그 경계에 있는 접점을 찾아 생활과 몸을 연결하는 일이다. 양평 주택의 연작, 이번 MAISON 12 프로젝트 역시 주거공간으로서의 실용과 미학의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MAISON 12는 평면을 따라 M 지붕, 외쪽 지붕이 함께하는 형태의 지붕을 가지고 있다. 외부에서 보았을 때 다소 과장된듯한 지붕은 단순히 미학을 이야기하는 억지가 아닌, 빛과 비와 바람에 대한 다분히 실용적인 우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자연 속의 주택에서 지붕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자연과 맞닿아 있으면서 건축주에게 사이트가 주는 요소를 최대한 많이 접촉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번 MAISON 12 역시 사계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유유자적하게 체감할 수 있도록 높은 지붕과 깊은 처마 밑 공간을 두었다. 또한, 주택을 두르고 있는 담장은 외부의 불편한 시선은 차단하면서 여러 볼륨으로 구성된 매스를 좀 더 정돈되어 보이도록 아이레벨보다 살짝 높이 구성했다.
 
 
 
 
 
주택은 넉넉한 풍경을 끌어들이기 위해 창을 내는 소극적인 방법부터 눈높이를 바꾸거나 동선을 길게 계획하는 방법 등 여러 스킴을 활용했다. 이로 인해 접촉하게 되는 새로운 풍경, 소리, 냄새 등 거주자가 보이는 것 이상의 요소들로 풍성한 일상을 보낼 수 있길 바랐다. MAISON 12는 동쪽으로 남한강을 마주하고 있으며, 주택의 뒤편에서도 거실을 관통하며 강가가 보이는 구조다. 또한, 안뜰에서 강과 맞닿은 공간은 단차를 낮추고 난간을 설치해 실내에서 강을 바라보면 마치 인피니티 풀과도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실내에는 다이닝과 리빙 룸 두 공간에 뎁스가 있는 천창을 내 실내 공간으로 정돈된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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