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애월읍의 스테이 ‘드렌도트’는 도로를 면하고 있는 삼각형의 부지 위, 작고 하얀 두 동의 건물이다. 디자이너는 애초부터 ‘제주의 정서가 담긴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내고 싶다’는 거창한 포부 따위는 없었다. 디자이너는 제주에서 5년정도 지낸 제주초년생이기에 아직까지 이 곳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다. 때문에 의도적으로 제주의 정서를 찾아내 대지 위에 표현해내기보다, 조용히 숨죽여 제주에 녹아들 수 있는 공간을 완성하고 싶었다. 낮은 돌담 너머로 기다란 형태의 드렌도트 제1동이 도로를 마주하고 서있다. 공용 공간으로 활용하는 제1동은 4개의 숙소, 1/8~4/8과 리셉션 공간이 한 층에 자리한 낮은 건물이다. 제1동의 중심부는 외부 라운지로, 건물의 전면과 후면을 관통하는 통로다. 이곳을 찾는 이들이 제주도의 바람과 어울려 쉬어갈 수 있도록 의도했다.
 
 
 
드렌도트 공간의 시작인 모두의 공간은 클라이언트가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꼭 조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꾸며졌다. 리셉션 공간은 노출 콘크리트와 티크한 우드의 조화로 좀 더 날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디자이너는 공동 취사 공간인 이곳에서 클라이언트와 드렌도트를 찾는 이들이 당신들이 사는 꾸밈없는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을 풀어냈다.
 
 
 
 
드렌도트를 찾는 이들은 4개의 숙소에 머무르게 된다. 모든 객실은 퀸사이즈 베드와 파우더룸, 욕실/화장실 공간이 갖춰져 있으며, 객실별로 개방형 테라스, 또는 외부 평상이 있어 어떤 방에서도 제주의 시간을 느낄 수 있다. 리셉션 공간이 날 것 같지만 아늑한 느낌을 자아낸다면, 1/8에서 4/8까지 모든 숙소는 화이트컬러의 천장, 벽체와 티크 우드 마감재의 조화가 정갈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 숙소 안의 공간에서도 바닥이 적당한 레벨 차이를 가지고, 쓰임에 따라 나눠지는 구역들이 모호한 경계를 통해 구분되도록 했다. 이것은 디자이너가 작은 공간에서도 다양한 볼륨을 느낄 수 있도록 프로젝트의 마무리 단계까지 고민한 흔적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스타시스와 건축주는 상하, 갑을 관계가 아닌 ‘우리’를 베이스로 꽤나 괜찮은 건축을 하고 싶었다. 클라이언트와 작업자들이 모두 허세 짙은 거추장스러움을 걷어내고 담백해지고 싶었던 만큼, 드렌도트 역시 담백하게 지어졌다. 제1동 너머로는 다른 객실보다 넓은 4인실, 가족 공간이 자리했다. 제2동은 전원주택을 연상하면 쉽게 떠오르는 뾰족한 지붕과 넓은 창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제2동은 1층에는 거실, 주방, 다이닝 등 가족 공동 공간이, 2층에는 두 개의 방이 달려있는 주택의 구조다. 이곳 역시 프레임이 넓은 창을 곳곳에 두어 채광을 원활하게 했다. 머무는 이들이 함께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는 공간은 2층의 하부를 터서 천고를 높였고, 1층의 전면창 외에도 2층의 창으로 볕이 들도록 했다. 디자이너는 오랫동안 아껴두었던 빈티지한 조명들을 꺼내 제 역할에 맞는 공간에서 그 가치가 빛날 수 있도록 했다. 가족 공간에는 그 외에도 아주 작은 생각들이 더해져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고민한 흔적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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