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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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빵을 만든 한 제빵사의 마지막 빵집, 오월의 종은 지난 수십 년간의 생각이 글과 그림들이 담긴 한 권의 노트를 건네는 순간 시작됐다.

제빵에서 중요한 발효는 순수한 시간이 맛을 빚어내는 과정이다. 시간이 쌓여 맛과 풍미를 불어넣고, 이를 구워내는 시간을 거치며 또 한 번 깊어진다. 디자인 스튜디오 유랩은 빵과 시간의 밀접한 관계성과 예민하고 섬세함을 요하는 제빵의 특징들 관찰하고, 이를 공간에 아낌없이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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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종으로 향하는 길에는 특별한 길잡이가 함께한다. 클라이언트가 운영하던 빵집에서부터 갖고 있던 주물 종을 외부 날벽에 고정시켜, 멀리서부터 종을 바라보며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달콤한 빵 냄새가뒤를 이어 종착지를 알린다. 공간 전반에 구로 철판을 사용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흔적이 쌓일 수 있도록 의도했으며, 외장재는 빵과 같이 구워서 제작되는 세라믹 소재를 선택했다. 또한 타일을 빵 반죽처럼 손자국을 내어, 계절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불규칙한 질감으로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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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종의 지하 1층은 빵을 반죽하고 숙성, 성형하는 키친이 자리하고 1층은 빵을 굽고 판매하는 오픈형 공간이다. 그리고 2층은 클라이언트를 위한 개인적인 라운지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 외부 날벽의 한켠에는 반려견을 위한 물그릇과 후크가 마련되어 있다. 설계 초기부터 애견인들이 많은 지역적 특징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또한 외부 진입부 파사드에는 당일 구워진 빵을 전시할 수 있는 작은 창과 클라이언트의 핸드프린팅된 타일이 설치되어 있어,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부여한다.


출입구로 다가가면 센서에 의해 좌측 문이 열리며, 자연스럽게 빵들이 진열된 판매 공간으로 이어진다. 카운터 너머로 오픈된 오븐에서 갓 구워져 나오는 빵을 바라보며, 주방 사이를 지나는 듯한 현장감을 느끼며 퇴장하는 동선으로 구성됐다. 클라이언트를 위한 2층 라운지 공간은 여유를 즐기는 것은 물론 연구를 계속 할 수 있도록 케이싱해 설치한 오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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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깨끗하고 정제되기보다는 거칠고 검박한 질감을 사용한 오월의 종의 또 하나의 큰 특징은바로 창문이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빵 굽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길 바랐기 때문에, 작은 대지 안에 창이 없는 건물로 완성됐다. 창문 대신 건물 중심에 중정을 만들어 빛과 바람을 안으로 들이고, 중정을 기준으로 회전하는 동선을 구획했다. 지하에서부터 옥상까지 건물을 관통하는 작은 '뚫린 공간'에는 자작나무 다섯 주가 심어져 있어 모든 층에서 나무와 외부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시간이 빵의 풍미를 더하는 것처럼 오월의 종의 건물과 공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해갈 깊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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