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스킨케어 제품 브랜드 Aesop 시그니처 스토어가 자리한 Sounds 한남은 용산구 대사관로에 위치한 작은 건물이다. 이곳은 모던 스타일의 레스토랑과 카페, 부티크 숍으로 인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었고, 건물은 차가운 느낌의 회색 벽돌이 특징적인 공간이었다. 마침 mlkk 스튜디오가 프로젝트를 위해 이곳을 처음 찾았던 시기도 영하의 추운 날씨였기에, 그들은 ‘보기만 해도 따뜻하고 아늑해서 지나가는 사람들도 잠시 들어와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을 이번 프로젝트의 컨셉으로 잡았다.
 
 
 
Sounds 한남 Aesop 시그니처 스토어는 두 층으로 이루어진다.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인 1층은 적벽돌을 주로 사용했다. 벽돌은 도자기를 굽는 가마터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로, 단일한 물성이 주는 통일감과 따뜻한 느낌, 아늑함을 느낄 수 있도록 1층 매장의 모든 벽과 바닥을 벽돌로 마감했다. 재활용 벽돌을 주로 사용해 1층 매장 공간은 풍성한 질감을 가지며, 같은 벽돌색에서도 다채로운 컬러 팔레트를 선보인다. 여기에 색온도가 낮은 조명을 사용해 추운 날이면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보기만 해도 따뜻할 것 같은 Aesop 매장에 들어오고 싶도록 연출했다.
 
 
Aesop 시그니처 스토어의 2층에는 라운지와 스킨 케어 공간이 들어서 있다. 이곳은 1층과는 달리 황토 페인트로 마감했다. 황토 페인트는 자연스럽게 산화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공간에 더욱 풍성한 질감을 준다는 점과, VOC(Volatile Organic Compounds: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이 없고 Aesop 취급 상품 고유의 향을 해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2층의 라운지 공간에는 외부를 향해 넓은 창을 내 햇빛이 잘 유입되고 더욱 자연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도록 했다. 창가를 따라 길게 배치한 벤치에 앉거나 외부 테라스로 나갈 수 있어서 스킨 케어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편안히 쉴 수 있다. Aesop 한남은 직선, 직각의 구조와 함께 곡선, 아치 형태의 요소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이는 외국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적인 곡선의 미’를 재해석해 디자인한 것이다.
 
 
 
 
1층은 폭이 좁고 길쭉한 복도와 같은 볼륨이라면, 2층은 정방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라운지 공간 뒤로는 스킨 케어 공간, 탈의실, 화장실이 자리한다. 이곳 역시 황토 페인트와 조도가 낮은 조명을 사용했고, 곡면의 부드러움을 활용해 아늑한 느낌을 준다. mlkk Studio는 Sounds 한남의 회벽돌이 주는 차가운 이미지와 인접한 건물들의 서구적인 디자인 양식에서 오히려 디자인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 그들은 이번 Aesop 시그니처 스토어 프로젝트가 주변의 환경과 대조를 이루도록 공간을 디자인하는 흥미로운 작업이었다고 회상한다. mlkk Studio는 현대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에 한국적인 요소를 너무 노골적이지 않게 담아낼 수 있는, 차가운 회색 거리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와 포근히 쉴 수 있는 곳을 만들고자 자재부터 레이아웃에 이르기까지 섬세한 연구 끝에 Aesop 시그니처 스토어를 완성했다.
저작권자 ⓒ Deco Journal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