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는 시간이 쌓은 이야기가 있다. 적어도 반세기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공간에 머물며 크고 작은 흔적들을 남기기 마련이다. 안타깝게도 그 흔적들은 대개 사람들의 편의에 의해 덧대어지거나 교체되어, 공간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한옥스테이 '선물'이 들어선 이 한옥 역시 할머니 한 분이 거주하던 가정집이었다. 지붕을 씌운 마당이 실내로 사용되고 있었고, 실내외 가릴 것 없이 조적벽이 설치돼 한옥의 기둥과 서까래 등 기존 목구조 형태를 찾아볼수 없었다. 디자인 투플라이는 보강작업을 통해 썩은 기둥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보완하고, 들뜬 서까래와 이 나간 기와를 교체하며 기존의 모습을 되찾고자, 한옥의 전반적인 리노베이션 과정을 진행했다.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난 한옥은 16개의 기둥으로 둘러싸여진 공간에 '스테이'라는 목적에 적합한 요소들로 채워졌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마당을 가득 채운 수공간을 만날 수 있다. 좁은 복도를 지나 마주하는 선물의 내부는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좁고 넓음의 강한 대비로 탁 트인 거실의 개방감을 배가했다. 깊고 고즈넉함이 묻어 나오는 목재로 한껏 다운된 톤 앤 매너는 한옥 특유의 정제된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을 동시에 펼쳐낸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쉼터로 작용하는 스테이 공간인 만큼 곳곳에 쉼을 위한 요소가 숨어있다. 욕실에 배치된 편백나무 건식 사우나에서는 향긋한 피톤치드로 샤워하며 세면대 부근의 창으로 들이치는 햇빛과 외부의 조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밖에도 산 속의 온천을 가져다 놓은 듯한 노천탕과 한쪽 벽에 마련된 난로를 보며 즐기는 불멍 등 자연의 요소들을 사적인 공간에 이식해 방문객들에게 온전한 쉼을 경험케 한다.
선물은 수공간에 흐르는 물과 바람에 흔들리는 오죽의 그림자, 이미지월에서 스미는 정적이고도 은은한 빛과 난로의 생동감 있는 불꽃 등 자연의 도구로 공간에 대한 감각과 감정을 응축해 전달하며, 방문객들에게 공간에 대한 집중을 요한다.
어떤 공간은 사람들을 명상에 이르게 하고, 또 어떤 공간은 굉장히 역동적으로 다가온다. 공간의 별개로 좋은 공간은 결국 시선을 멈추게 하고 생각하게 되는 공간일 것이다. 수공간(물), 오죽(풀), 이미지월(빛), 난로(불) 등을 이용해 오감을 자극하는 평온한 명상의 시간. 당신에게만 준비된 선물 같은 이 공간에서 명상을 통한 몸과 마음의 치유로 쉼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디자인 투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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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스테이 '선물'
설계. 김명훈, 이승규
시공. 전영훈
위치.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경기전길 57-13(풍남동3가)
면적. 15PY
마감.
- 바닥: 원목마루, 포세린타일
- 벽체: 스타코 마감, 유럽미장
- 천장: 도장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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