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일방통행이다. 1초의 거스름 없이 모든 것에 공평한 속도로 나아간다. 시간이 지나는 길목에 노화와 쇠퇴가 남기도 하지만, 반대로 시간이 쌓여 갈수록 아름다워지는 것들이 있다.
적게는 50년에서 많게는 한 세기 이상을 지나온 한옥은 시간을 잠시 멈추는 정지선같다. 한옥에 들어서면 특유의 정적임과 고즈넉함으로 시간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가속화된 일상의 브레이크를 잡아준다. 그렇게 머무르는 이들의 천천한 시간이 쌓이며 한옥에는 느리고 여유로운 아름다움이 빛을 발한다.
한적한 자연 속에서 맞이하는 한옥도 훌륭하지만, 도심 한 가운데서 느끼는 한옥의 정취는 더욱 매력적이다. 마천루가 즐비한 광화문과 종로를 마당 삼은 경복궁과 그 뒤로 이어지는 북촌과 서촌의 묵묵한 풍경 속 도현당이 사랑받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서촌의 복잡한 골목 중에서도 가장 비밀스러운 자하문로 끝에 위치한 도현당의 대문을 힘차게 열고 들어가면 입구부터 놓여진 디딤돌이 공간의 완전한 반전을 선사한다. 추운 날씨를 잊을 정도로 생기가 맴도는 초록의 마당을 품고있는 'ㄷ'자 형태의 가옥은 어디서나 근경의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한옥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창을 바닥에 가깝고 크게 내어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문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마당을 접하는 면에는 반드시 창을 만들고, 방과 방 사이에도 문을 내거나 천으로 된 발을 설치해 가볍게 여닫을 수 있다. 도현당 역시 침실과 거실, 주방 등 마당과 면하는 모든 벽에 창과 문을 내어 실내의 햇빛을 넉넉하게 들이고, 침실로 향하는 입구에 천으로 만든 발을 두어 아늑함을 더했다. 그리고 마당을 따라 열려있는 문을 통해 갈라지고 순환하는 동선을 만들어 공간의 자유로운 시퀀스를 형성한다. 아파트처럼 복도를 지나 안방으로 이어지는 일직선 상의 이동은 효율적이지만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경계한 한옥의 지혜를 온전히 받아들여, 작은 행동 하나까지도 선택할 수 있는 소소한 여유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도현당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은 바로 자쿠지 시설이다. 침실과 주방을 잇는 모퉁이 공간을 개조해 새롭게 만든 욕조는 옛 한옥 구조에 현대적인 편리함과 감성을 더한 공간이다. 최대 8인을 수용할 수 있는 넉넉한 크기의 스테이인 도현당답게 대형 조적 욕조를 설치해 여럿이 함께 스파를 즐길 수 있다. 옆으로 이어지는 주방에는 창을 따라 긴 테이블과 따뜻한 빛의 조명들을 두어 낮에는 포근한 햇살 아래서, 저녁에는 편안하고 오붓한 식사를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됐다.
도현당은 안채에 메인 침실을 비롯한 두 곳의 취침 공간과 별채 침실이 배치돼 다수의 인원이 방문하더라도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자쿠지와 거실로 이어지는 라운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도 개개인의 온전한 휴식을 위해 각 침실은 천으로 된 발이나 문으로 구분되어 있다. 또한 침실마다 개별적으로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어 보다 편안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
'빨리빨리'. 한국을 대표하는 단어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가장 한국적인 주거공간, 한옥만큼은 예외다. 한 해를 시작하는 지금, 연간 플래너를 바쁘게 채워가는 것도 좋겠지만 한옥 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깨닫고 여유롭게 새로운 시간을 맞이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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