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저마다의 이야기와 분위기를 담고 있다. 특히 베이커리 카페는 색다르지만 전혀 낯설지 않은, 평온한 느낌으로 가득한 공간이다. 베이커리 카페 특유의 여유롭고 풍요로운 분위기, 거기에 고소하게 풍기는 갓 구운 빵 냄새는 잠시 바쁜 현실을 잊고, 빵을 고르는 그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빵을 굽는 작가의 공간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브라우터 성수'는 독일의 브레첼 가게를 모티프로, 한국의 문화를 결합하여 독창적인 감수성을 선보인다. 지상 4개 층으로 구성된 건물은 좁은 층별 평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층마다 다른 공간성을 부여했다. 먼저, 외관은 구동독(former East German)의 보급형 아파트 외관의 모습을 레퍼런스로 삼았으며 입면에는 타일링과 사이니지 등의 디테일을 입혔다. 이와 함께 '브라우터 성수'만의 감수성과 취향을 표현할 수 있도록 쇼윈도를 디자인하고 디스플레이를 연출했다. 이 결과 멀리서도 눈길이 가고 자세히 볼수록 보는 재미를 배가한다. 시대성이 느껴지지만 현대적인 재료를 이용하여 브랜드의 진정성과 현대적인 시선의 경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브라우터 성수'는 층마다 다른 공간을 선보이는 방식을 통해 브랜드의 캐릭터를 반영했다. 각 층에서 펼쳐지는 공간의 다양성을 보고 있으면 보물찾기를 하듯 곳곳에 숨겨진 재미를 찾아볼 수 있다. 입구를 지나 등장하는 계단을 오르면 1층이 펼쳐지는데, 파스텔 톤의 노란색을 기반으로 곳곳에 배치된 톡톡 튀는 컬러가 마치 동화 속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주문하는 공간은 단순히 카운터만 배치하기보단, 한쪽에는 브레첼, 베이글 등 갓 구운 빵과 굿즈들을 판매하는 곳으로 활용했다. 이렇듯 건물의 좁은 평면의 한계를 극복하여 공간의 활용을 극대화한 설계가 돋보인다.
거실을 테마로 구현한 2층은 전후 시대 독일 표준형 가정집의 모습과 기능적인 커피 카운터의 느낌을 표현했다. 파스텔 톤을 기반으로 빈티지한 동화적인 색감을 활용하여 자칫 딱딱하게 보일 수 있는 베를린의 산업주의적 느낌을 중화했다.
응접실과 서재를 표현한 3층은 작가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곳곳에 20세기 초반의 동유럽의 출판물과 인쇄물을 배치하여, 빈티지 간행물을 좋아하고 베이킹에 일가견이 있는 브랜드의 캐릭터를 나타냈다. 군데군데 인테리어적 요소를 배치하여 고객이 공간을 통해 메시지를 기억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으며, 프로젝트의 콘셉트와 브랜드 메시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명확하게 유지했다.
4층은 테라스가 있는 공간으로, 베를린 시립 도서관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되었다. 전후 산업화 시절 국가적으로 공용공간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던 당시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병렬 반복적으로 배치한 테이블, 연장감을 강조하는 거울, 게시판 및 유리 아카이브 디테일을 통해 빈티지한 도서관의 느낌을 최대한 담고자 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위트있게 풀어내는 '브라우터 성수'를 통해 단순히 공간이 주는 느낌을 넘어 그 안에 담겨있는 세계관과 메시지를 오롯이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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