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E SPACE는 자신들의 취향을 강요하기보다 공간이 갖는 성격과 특성에 집중하여 그 대상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백지를 채워나가며 내용을 덧붙이기도 하고 화자와 필자 혹은 독자가 되어 공간을 탐닉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전개한다. 공간의 용도와 상업성, 지역성 등 대상의 특성에 맞는 이야기를 그려내며 브랜드의 정체성 및 철학, 방향성을 담아낼 수 있는, 이를 통해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카페 OOO는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는 제주, 그 중에서도 암석이 솟아있는 바다와 맞닿은 성산에 자리하고 있다. 스튜디오는 제주가 가지고 있는 자연과 전통성, 지역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카페를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자연의 언어를 경청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제주 바람의 결, 돌의 물성, 빛의 구조 등을 깊게 탐색하고 관찰하여 새로운 언어로 이야기하고, 장소의 특성을 시각화하고자 했다. 또한, 카페라는 상업적 특성을 배제해서도 안됐다. 수많은 제주도의 카페 중 고객들을 이곳으로 이끌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필요했고, 풍광에 대한 배려와 자연의 물성을 낯설게 보여주는 방법을 선택했다.
1층으로 들어서면 자연의 산책로가 펼쳐진다. 좌측 진입로는 바다의 정반대인 서쪽 면을 마주하고 있는데, 공간 쌓기로 인해 아열대 지역 특유의 ‘빛의 길’을 지나게 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매번 새로운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산책로를 지나 하늘과 이어지는 듯한 중앙계단을 통해 2층을 오르면 바다와 결을 함께하는 패브릭 오브제를 만나게 된다. 바람이 잘 통하는 ‘마’ 소재 덕분에 제주의 바람을 느끼는 건 물론 얇은 천을 통해 시각적으로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바다에 인접한 상업공간의 창가 자리는 고객들 사이에서 늘 경쟁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에 창가 자리 뒤편의 좌석에는 단차를 조성하고, 레벨차로 인해 편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중정을 배치해 제주의 빛과 대나무 숲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여 조망이 없는 좌석을 배려했다.
이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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