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主樂

서울에서 약 두 시간. 달리는 도로 위에는 어느새 빌딩숲이 점점 사라지고 드넓은 들판과 소들이 보이는 한적한 동네에 도착했다. 좁은 골목길 끝에 자리한 집은 처음 와본 곳이지만, 낯섦 보다는 왠지 모를 정겨움이 느껴졌다. 대문을 열자 돌바닥이 깔린 마당이 우리를 먼저 반겨주었다. 붉은색 벽돌의 외관 역시 친숙한 느낌을 주지만, 문을 열고 마주한 내부는 예상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지호 씨가 현재 살고 있는 40년이 넘은 단독주택은 깔끔한 화이트 컬러와 우드가 어우러진 아늑한 공간이다. 친할머니댁이었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세입자가 거주했고, 우연한 계기를 통해 지호 씨가 시골집에 머물게 되었다. 간단하게 진행하려 했던 리모델링 작업은 생각보다 쉽게 정리되지 않았고, 결국 고심 끝에 집 전체를 지호 씨만의 스타일에 맞춰 새롭게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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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부터 열까지 바꿔야 할 게 많은 오래된 집이었지만, 예스러운 이 집만의 구조가 지호 씨는 퍽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가족들의 추억이 남아 있는 이 공간을 완전히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중문과 아치형 문, 붙박이장, 나무 수납장 등이 그대로 남아 있는 디테일을 살릴 수 있게끔 인테리어의 방향을 결정했고, 이를 잘 받쳐줄 수 있는 화이트와 우드의 콘셉트가 자연스레 정해졌다. 지호 씨는 추후 날이 풀리면 마당과 작은 별채를 계속해서 꾸미고 싶다고 말해 주었다. 아직은 수돗가를 핑크색 타일로 시공한 게 전부이지만, 여름에는 작게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마당과 작업실, 혹은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는 별채 공간의 인테리어를 계획하고 있다. 멋진 계획을 들려주는 지호 씨의 얼굴에서 기분 좋은 설렘을 엿볼 수 있었다. 또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변해갈 지호 씨의 공간을 에디터 역시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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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지호 씨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조 중 하나인 거실. 시골집 구조상 TV를 거실에 둘 수 없었기에 소파를 가운데 배치하고 창 밖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거실 뒤편으로 보이는 문과 벽 쪽에 수납장은 오일 스테인만 칠하여 예전 모습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공간 전체의 따스한 분위기를 주도하는 거실 조명은 세심하게 작업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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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거실과 주방이 따로 분리되지 않아 주방으로 가는 공간에 아치형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마당에서 주방을 넘나들 수 있었던 작은 문은 아치형 창문으로 변경해 통일감을 느낄 수 있다. 상부장을 따로 설치하지 않고 싱크대와 아일랜드 식탁을 제작해 부족한 수납 공간을 확보했다. 아일랜드는 식탁, 조리대, 작업 공간 등 다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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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룸 40년이 된 붙박이장이 그대로 남아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력적인 게스트룸. 손님들이 오거나 부모님이 내려오시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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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 싱크대를 만들고 남은 자작나무를 활용해 침대 프레임을 만들었다. 창고에서 발견한 오래된 원목 가구는 침대 옆에 자연스레 자리해 멋스러운 존재감을 자랑한다. 방 한편에는 지호 씨가 틈틈이 작업하고 있는 그림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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