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한 원룸. 안국동의 한 오피스텔에는 성인 취미미술 강사 강동혁 씨가 그의 고양이 민영이와 함께 살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많은 이들의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이 집은 시즌마다 다채로운 컬러로 단장하고 있으며, 올봄에는 개나리꽃이 핀 듯 노란 컬러로 새 옷을 입었다. 동혁 씨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품디자인을 전공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직장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아 다소 까칠해지고, 그 덕에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퇴사를 결심했다. 그 후 렌탈 스튜디오를 차렸지만, 금전적인 여유가 없어 공사를 직접 했으며 이때 인테리어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한다. “전에는 남들처럼 일을 하고 여행을 해도, 돌아와 쉬는 곳이 편하지 않으니까 일상이 불행하게 느껴지더라구요. 무리를 해서라도 사는 환경을 바꿔보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렌탈 스튜디오 안의 작은 공간에서 생활하다가 한계를 느낀 그는 사업을 접고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따로 얻어야겠다 마음먹었다. 무리를 한 만큼 이제는 편안하고 내 마음에 드는 곳에서 살고 싶었다.
 
 
▲생활공간 컬러는 얼마 전 그의 화실과 집에서 사용할 1년 치 소품을 사러 홈데코 소품샵에 갔다가, 의류 매장의 벽에 걸려있던 여성용 핸드백을 보고 그 색감에 반해 페인트 매장에서 조색해온 색깔을 직접 칠했다. 그는 주기적으로 페인트칠을 하고, 기분에 따라 다양한 컬러를 과감하게 사용한다.
 
집을 꾸미고 나서 처음에는 작은 것들이 바뀌었다. 밥을 차려 먹는 것, 지인들을 초대해 홈파티를 여는 것,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민영이와 티비를 보는 것까지도. 동혁 씨가 꾸민 집과 일상을 SNS에 공유하다 보니, 그가 직접 그려서 걸어둔 보타니컬 아트에 대해 문의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동혁 씨는 우연한 기회로 성인 취미 미술 선생님이라는 세 번째 직업을 갖게 되었다.
 
▲사무공간 창가 쪽에는 책상을 집 안쪽을 향하도록 배치했다. 창가 쪽 한가운데에 있어 협소한 원룸 안에서도 서재같이 독립적인 공간 같은 느낌을 준다.
 
▲주방 원룸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주방이 고스란히 보이는 게 싫어서 가벼운 광목 커튼을 설치했다. 아일랜드 식탁을 두 개 이어 붙여 가벽과 같은 연출도 가능했다.
 
동혁 씨가 지금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게 된 것은 고작 2년 전. 그가 셀프 인테리어를 통해 생활 환경을 바꾸면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저는 일하는 시간이 편해요. 매일 뵙는 분들이 일단은 기분이 좋은 상태니까” 생활 환경을 바꾸려는 의지에서 출발해 사소한 일상이 행복해지고, 그에 대한 긍정적인 연쇄반응으로 새로운 직업까지 찾게 된 지금, 그가 삶과 일을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달라졌다. 얼마 전에는 셀프인테리어와 그것이 그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에 관련된 본인의 경험담으로(오늘 하는 셀프 인테리어)라는 책을 펴냈다고 한다. 생활 환경은, 집은 그렇게 누군가의 삶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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