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이 곧 원동력. NBDC 신용환

삶에 대한 가치관에 대해 물어보았다. “가치관이요? 정직하게 일하자. 저희 입장에서는 클라이언트 한 분 한 분이 되게 중요하거든요. 저희를 통해 잘되셨으면 좋겠고, 안되더라도 저희 핑계는 안대셨으면 좋겠고(웃음)” 삶에서조차 일에 대한 열정이 묻어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신용환 대표는 그 두 가지를 모두 해낸다. 그는 한번에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는다. 더 꼼꼼하게, 완벽하게 완성하기 위해서다.


 
Q. 성수동에 ‘멜로워(Mellower)’라는 카페 공간을 새로 하셨다고 들었다. 어떤 컨셉으로 디자인했나?
 
A. ‘멜로워’를 작업하며 중요하게 잡은 타이틀이 ‘과거 없는 현재는 없다’다. 성수동이 도시재생 시범지역이지 않나.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태환경을 고려한 디자인을 통해 사회문화적 기능과 도시 경제의 회복을 이끌어내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멜로워 또한 기존 아시아권 브랜드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한국의 첫 플래그쉽 스토어이자 본사인 성수동을 시작으로 본인들의 스페셜리티를 새롭게 담아내고 싶어했다. 그런 니즈와 공간이 만나 과거의 것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기존 공간에 멜로워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NBDC의 해석으로 멜로워 코리아를 완성했다.

Q. 지금의 멜로워는 성수동의 어떤 모습을 간직하고 있나?

A. 기존 멜로워 건물은 염색공장이었다. 1층 건물의 뼈와 살은 그대로 살리고, 건물의 위 아래를 두 개의 Creative Box로 연결해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새로움이 서로 교차하도록 기획했다. 흰 Creative Box들은 외부에서 내부로 이어지며 각각 멜로워의 기능을 담아낸다. 1층 Box에는 Coffee Bar와 Roasting Room이, 2층의 Box에는 Coffee Academy와 Office를 배치해 1층에서 2층으로 연장시켰고, 다른 하나의 독립적인 Box에는 Bakery Kitchen을 배치했다. 분할된 두 박스를 연결하는 계단은 무지개 빛으로 공간을 덮어 활발히 발전 중인 지역을 위트 있게 표현하고자 했다.
 
Q. 공간에 툭 놓여 있는 H빔 철골이나 페인팅된 의자, 큐브 조명이 눈에 띈다.

A. 가구 역시 공간 컨셉과 맥락을 같이 한다.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보여주는 미국의 ‘브루클린’은 지역 산업의 쇠락으로 빈 창고와 공장 건물을 젊은 예술가들이 채우며 성장했다. 멜로워 공간에서도 그 모습을 재현하고 싶었다. 오트 쿠튀르 가구로 유명한 MOROSO와 국내에서는 생소한 브랜드 AREA declic, Kian, Inno, AVARTE, palomaserralunga, 본 프로젝트 디자이너인 박한나가 페인팅으로 커스텀한 'Tattooed chair' 그리고 홍익대학교 목조형 가구학과 윤베델의 졸업 전의 작품인 'Heterogeneous coexistence' 등 다양한 가구와 오브제를 무심한 듯 흩뿌려 다소 거친 공간에 개성 있고 세련된 이미지를 입혔다.
 
 
Q.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기준이 되는 디자인 철학이 있나?

A. 그런 건 딱히 없다. 마음 가는 대로, 손가는 대로. 재밌으니까. (나를) 디자이너라고 내세우고 싶진 않다. 요즘은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한 사람들보다는 다른 분야에서 배출된 사람들이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인테리어가 베이스인 상황에서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까 항상 고민한다.

Q. 그래서인지 요즘은 건축과 인테리어, 설치미술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 같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A. 나는 그런 현상이 좋다고 본다. 바닥, 벽, 천장 등에 많은 비용을 들이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가구나 움직일 수 있는 것 혹은 오브제가 중요하다고 본다. 내 포트폴리오를 보면 알겠지만 나 역시도 제품디자인을 하고 있다. 재정적으로 충분하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인테리어를 하는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이고 한다. 하지만 이사 가면 끝이다. 그에 반해, 가구는 아니다. 하나의 오브제로 분위기 전환이 가능하다.

Q. 생활 패턴이 일-집-일-집, 일이 생활이라고 들었다. 디자인 역시 창작활동인데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나?

A. 일에 미쳐있으면 된다. 보통 디자인 스튜디오 운영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틀리에 출신이다. 하지만 나는 일반 인테리어 회사에 있었다. 블랙스톤 리조트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때는 인테리어 업체를 연결해 일을 시키는 입장이었다. 그때부터, 아니 처음부터 디자인에 대한 열망이 컸다. 이력서를 낸다고 해서 아틀리에에 갈 수 있는것도 아니었고 시행사는 디자인의 열망을 펼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블랙스톤에서 재미있게 일해보려 했지만 리조트가 활성화되지 않아 결국 팀이 없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은 즐겁게 일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재미있게 일하지 않은 프로젝트는 결과물 역시 좋지 않았다.
 
Q. 지금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기까지 순탄치 않았을 것 같다.
 
A. 처음 회사를 시작할 때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설계비도 없이 클라이언트가 지시하는 대로 했다. 그러다가 조금씩 내 의견을 제안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진행했던)프로젝트가 기사화 되고 클라이언트가 내 포트폴리오를 보고 찾아오기 시작했다. 처음과는 달리 내 입장이 공고해지는 데서 쾌감이 컸다. 내 포트폴리오를 보고 왔는데 그것보다 못하면 안되지 않나.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


 
Q. 가장 즐겁게 일한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A. 솔직히 아직까진 없다. 대부분 경제적인 문제로 휘둘리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인테리어를 시작할 때 병원과 사우나, 호텔을 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내 경험상 고급 주택을 해야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Q. 꼭 고급 주택이어야 하나?
 
A. 아파트는 옹벽을 움직이기 힘들다. 하지만 개인주택은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고급 주택은 경제적인 제약을 받지 않는 것이다. 정말 쓰기 어려운 자재나 시스템을 사용해볼 수 있다. 경험은 폭이 넓을수록 좋다. 최악의 상황을 컨트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최상의 컨디션에서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것 역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주거는 어느 공간이든 가장 기본이 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현재 진행 중인 주거 공간이 있는데, 열심히 작업하고.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웃음)
 

고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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