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정승영 - 공간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다.
 
CA PLAN의 정승영 대표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Reddot, IF, IDEA)를 여러 차례 수상한 젊은 실력파 디자이너다. 그가 디자인 총괄로 있는 CA PLAN은 매 작업 ‘세상에 없던 디자인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고집으로 독창적인 포트폴리오를 쌓아가고 있다. 동양화를 전공한 정승영 대표는 공간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프로젝트들로 세계 유수 디자인 미디어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CA PLAN은 자연물의 아름다움에 대한 조예와 예술적 감수성 아래 디자인에 대한 탄탄한 전문성과 기술적 이해도를 가지고 있으며, 정승영 디자이너는 앞으로도 전에 없던 새로운 디자인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준비가 되어있다.
 
 
 
Q. CA PLAN과 정승영의 디자인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A. CA PLAN은 올해로 설립 14년을 맞이한 중견 디자인 스튜디오다. 나는 CA PLAN의 창업 당시에는 메인 디자이너로, 3년 전부터는 대표 겸 디자인 총괄로 이곳에 10년 이상 몸담아왔다. 우리의 디자인은 화려한 스타일링과 예상치 못한 공간의 개념을 제시하는 것이 그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소위 ‘패셔너블(Fashionable)’하다는 표현도 어울릴 것 같다. 우리는 늘 ‘그동안 세상에 없던 디자인’을 보여주려 한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줄 기술적인 이해도와 전문성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 우리의 장점일 것이다.
 
Q. Reddot, IF, IDEA 등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A. 운 좋게도 여러 곳에서 좋게 봐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열심히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었다(웃음). 사실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힘들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은 결과물 하나이지만, 과정 자체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디자인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면 힘든 과정 끝에 탄생한 나의 작업, 결과물의 가치를 어워드를 통해 알아봐 주고 인정해주는 것이 바로 그 고난에 대한 보상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것이 다음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원동력,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Q. BEAT 360이나 용산 국제학교 등, 규칙적인 패턴이나 소재를 통해 독특한 파사드를 만드는 것이 인상적이다.
 
A. BEAT 360은 서울 압구정의 KIA MOTORS 영업사옥 내부와 외관 전체를 리노베이션한 복합 브랜드 체험관 프로젝트다. BEAT 360의 파사드 디자인은 KIA MOTORS의 브랜드 방향성인 ‘A Different Beat’를 나타내고자 공기의 흐름을 조형적 모티브로 사용해 매개변수 이미지의 음영 값을 모듈 각도로 치환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적용된 알고리즘에 따라 파사드를 구성하는 7,533개의 모듈은 각각 다른 각도로 조정되어 입체적인 패턴을 구현했다. 한편, 용산 국제학교의 파사드는 멀리서 보면 나무의 형태를 음영으로 표현한 작업이었다. 사이트가 남산 인근이었기 때문에 장소에 대한 상징성을 연결하고자 했고 기존에 주차장 부지로 쓰이던 버려진 공간이었지만, 작업 덕분에 그 앞에서 교내행사를 하는 등 다시 생명력을 갖추게 되었다. 두 프로젝트 모두 자연적인 것에 대한 영감을 얻어 디자인적으로 실험했던 결과물이었고, 같은 알고리즘이었지만 아웃풋이 달랐던 프로젝트였다.
 
 
Q. 파사드가 인상적이면 가질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A. 상업 공간이면 상업 공간, 공공 공간이면 공공 공간, 인상적인 파사드를 갖추면 각각 다른 부분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건물의 파사드는 사람의 얼굴처럼 관심과 호감을 끌어내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 재미있는 점이다. 도시적인 맥락이든, 사람의 시선이 끌리는 것에 대한 맥락이든 파사드는 외부에 드러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내부의 시스템이나 공간과도 연계가 많이 되어 있다고도 생각한다.
 
 
 
Q. BEAT 360이나 용산 국제학교 외에도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A. 대구 동구의 아양기찻길 프로젝트도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였다. 이 작업 역시 Reddot 어워드를 수상했는데, 아양교는 원래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다리다. 세월이 흐르며 노후화되고 결국 폐교가 됐지만, 이후에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시민들이 도보로 지나다닐 수 있도록 리노베이션하는 프로젝트였다. 다리 중심부에는 다리박물관을 조성해 기존에 있던 철로를 없애지 않고 그 위를 유리로 덮어 역사성과 대구 산업화에 이바지했던 철로의 가치를 보존하기로 했다. 아양기찻길 프로젝트는 우리의 첫 공공 프로젝트였는데, 다리가 개통되면서 보행자들도 좋아하고, 실제로 다리 양 끝 동네에 소통도 늘었다고 하더라. 이 프로젝트도 디자이너로서 자부심도 느끼고 뿌듯할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
 
Q. 디자인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는가?
 
A. 프로젝트마다 다르긴 한데, 최근의 프로젝트에서는 자연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다. 프로젝트 때문에 일부러 자연의 현상이나 모습을 찾는 건 아니고, 평소에 여행을 다니거나 가족들과 나들이 갈 때 자연 속에서 보여지는 규칙, 패턴들에 유난히 눈이 많이 가는 편이다. 여기서 영감, 모티브를 얻는다. 이것은 자연 그 자체가 이미 완벽한, 예술적인 패턴과 비율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Q. 공간 디자인에 대한 디자인 철학은?
 
A. 디자인 철학이라면 나뿐만 아니라 어느 디자이너든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인 것 같은데(웃음). 사실 나는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었고, 학부 때는 그림(동양화)을 전공했기 때문에 아직도 디자인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막연하게나마 ‘공간은 예술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예전에 디자인과 수업을 받을 때 연세가 많으신 외국인 교수님께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가 무엇입니까?”하고 다짜고짜 질문한 적이 있다. 당시 그분께서는 “디자인과 예술에는 경계가 없다”고 답변해주셨었다. 어찌 보면 그때의 나는 그런 대답을 듣고 싶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공간을 예술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공간을 바라보는 핵심적인 개념이다. 예술은 기술, 시대상, 혁신, 반전, 광기, 역사, 문화, 사회, 정치 등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인류에게 항상 필요한 그릇이며, 공간 또한 예술적인 시선에서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지?
 
A. 그동안이나 앞으로나 우리의 목표는 똑같을 것이다. 전부터 그래왔듯, 디자인 작업하는 당시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디자인을 보여주고 싶다. 나 같은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도록 요구받고, 또 그렇게 학습되어있기 때문에(웃음). 늘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디자이너, 스튜디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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