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삶을 바꾸고 공동체를, 사회를 변화시키는 건축. 운생동 건축사사무소
 
UnSangDong Architects Cooperation은 건축의 문화적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발현해 내기 위한 ‘개념적 건축’을 실험하는 건축가 그룹이다. 건축가 그룹 운생동, 갤러리 정미소, 운생동 출판, 운생동 ART, USD 인테리어등 다양한 분야의 소통을 통해 건축적 깊이를 실현하고자 한다. 또한 다양한 전시 및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Q. 두분은 어떻게 만나 운생동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시게 된건지 궁금하다.
 
장. 신 대표를 처음 만난 건 1995년 운생동을 설립하기 전 다른 건축사무소에서였다. 당시 내가 신 대표의 면접을 봤는데, 그때부터 인연이 시작되었고 마음이 맞아 2004년에 운생동을 세우게 되었다.

신. 장 교수님은 술을 잘 사주는 사수였고, 덕분에 빨리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웃음) 건축계에 우리처럼 파트너로 오래 지낸 팀이 흔치 않은 걸로 안다. 사수와 부사수로 만나게 된 우리가 약 20년간 이런 파트너쉽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운생동을 통해 새로운 건축, 새로운 문화에 대한 하나의 고민, 하나의 목표와 그에 대한 열린 자세로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긍정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장. 트러블이 없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신 대표가 착해서.(웃음) 신 대표가 이야기했듯, 살아가며 공동의 목표를 가지는 것이 공동체 생활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운생동 건축사사무소는 좋은 프로젝트를 위한 고민과 실험적 건축이 매개가 되어 단단한 유대관계로 뭉친 각계의 여러 사람들이 함께하는 건축사사무소다.
 
Q. 운생동 건축사사무소가 프로젝트를 대하는 태도는?
 
장. 흔히 프로젝트를 구분하면서 주택이면 주택, 갤러리면 갤러리, 상업 공간이면 상업 공간 등 정형화된 프로젝트의 타입들이 있다. 운생동은 이런 여러가지 정형화된 프로젝트의 타입을 파괴하는 것에 주목하고, ‘새로운 스타일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프로젝트에 접근한다. 갤러리와 주택의 영역을 넘나드는, 매번 새로운 프로토타입(prototype)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운생동 건축의 시발점이다.

신. 우리가 프로젝트를 대할 때, 근본적인 개념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우리의 작업 중 한내 지혜의 숲을 예로 들자면, ‘100평짜리 커뮤니티를 규정지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했다.
 
 
 
Q. 한내 지혜의 숲은 지역 주민들과 건축계의 호평을 받았다.
 
장. 한내 지혜의 숲은 건축물의 매스(mass)를 완성한 후에 내부 공간을 채워나가는 방식이 아닌, 반대 방향의 작업 과정으로 완성됐다. 책꽂이라는 가구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만큼, 책꽂이가 어느 벽에 위치해야 하는지, 그 벽이 어떤 형태로 조성되어야 하는지, 나아가 그 벽이 어떤 천정을 만들어야 하는지 등, 내부에서부터 외부로 채워나가는 방식의 프로세스를 거쳐 완성된 프로젝트다.
 
신. 한내 지혜의 숲은 어린이 도서관 외에도 주부들의 사랑방, 돌봄학교, 전시회와 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작지만 집합적으로 모여있는 커뮤니티다. 그러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내는 공간이면서도 건축과 구조가 통합적일 것을 지향했다. 그래서 표피와 내피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된 언어로 풀어나가려 노력했다. 덕분에 지역 주민들과 어린이들이 만족해주시는 것 같다.

Q. 영감을 얻는 요소와 실험적인 건축을 위한 접근 방식은?
 
장. 비단 건축물이나 건축가 등 건축적인 성격의 어떤 것에서 벗어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우리가 보고 있는 사물, 어휘 등 세상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소스로 아이디어를 얻는다. 우리는 직원을 뽑을 때도 무조건 건축을 하는 친구들을 채용하기보다 순수 예술이나 패션디자인이라든지, 우리와는 다른 베이스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을 데려오려 한다. 우리의 일에 새롭게 접근하는 그들만의 방식이 궁금해서. 운생동은 건축이라는 영역을 깨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모아 새로운 시각으로 건축을 바라보려 시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신. 운생동은 이렇게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본 아이디어를 통해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여러 주제를 가지고 100여 개 정도의 모델을 만든다. 한 단어에서 생성되는 디자인적 아이디어는 무수하지만 채택은 단 한 가지. 그렇다면, 나머지 99개의 아이디어는 버리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고스란히 우리의 라이브러리로 들어간다. 이 라이브러리 내의 데이터들이 나중에 다른 프로젝트에서 새롭게 해석해서 쓸 수 있는 키(key)가 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데이터와 아이디어들이 누적되었다. 사무실로 들어오시며 보셨을 정원의 오브제들이 그 일부다.
 
 
 
Q. 대학교에서, 운생동 사무실에서 여러 후배/제자 건축가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들이 한국 건축계를 어떻게 이끌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신. 건축가협회에서 4년 정도 ‘젊은 건축가 위원장’을 맡으며 건축가들을 위한 국제 교류 프로그램 등 여러 협업 전시 타입의 교류를 많이 했다. 요즘 건축계의 젊은 친구들, 자기가 관심 있는 것을 잘 캐치하고 자신감에 차 있다. 앞으로도 각자가 생각하는 바를 꾸준히 탐구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것저것 어설프게 여러 가지를 시도하기보다 자기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분야를 깊게, 길게 탐구하다 보면 세계적인 건축가로서 성장할만한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있다고 본다.

장. 학생들에게 주로 하는 이야기가 ‘설계를 할 때 자기가 10년 후에 할 건축을 미리 생각하고 구성해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최근에는 젊은 건축가들이 전보다 유행에 조금 더 민감해졌다고 느낀다. 건축가 개인이 각자 다른 형식의 건축을 찾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건축가로서 개인의 색깔을 찾는 것과, 건축가로서 건축적 실험정신을 가지는 것에 대한 부분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아직 젊다 보니, 혹은 최근의 추세가 그렇다 보니, 구축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고 건축의 실험성을 간과하는 경향도 좀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시도 없이 어떻게 건축적 발전을 이루겠나?
 
Q. 최근 건축의 사회공헌적 역할을 깊이 고민한 듯한 프로젝트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는데, 앞으로 운생동이 보여주고 싶은 건축은?
 
장. 우리가 작업한 프로젝트 개수로 따지자면, 한 인간으로서 100세 정도의 건축가가 해 올 수 있는 분량이 됐지 싶다. 그러나 단순히 방대한 양을 넘어 ‘의미 있는 건축’을 하고자 한다. 요즘에는 더더욱, 건축의 공공성,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가령, 친환경 주택 한 채를 짓는 일이 지구 전체 환경의 관점에서는 큰 영향력이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훌륭한 친환경 주택을 선보여, 이것이 건축계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친환경 주택의 프로토타입으로 기능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 채의 친환경 주택이 프로토타입이 되어 10채, 100채, 나아가 대도시의 주거지구를 이룬다면 지구의 환경 문제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 건축사사무소의 입장에서 회사에 이윤이 되는 남는 큰 프로젝트들은 많다. 그렇게 건축가로서 상업적인 역할의 수행만을 위하는 것은 회사의 규모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건축구조물은 사회적 책임을 지는 공공성을 띤 공학적 공공재’라는 것이 정론이다. 우리의 작은 커뮤니티가 사회에서 잘 작용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건축가로서 그보다 더 보람된 일은 없더라. 운생동은 앞으로도 그런 발전을 돕는 프로젝트를 보여주고 싶다.
 
장. 그러면서도 건축의 실험적인 정신을 놓치고 싶지 않다. 건축의 사회적 역할과 새로운 시도를 종합해서, 의미 있는 건축의 종합화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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