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와 공간의 합(合) - 디솔루션플러스 이종오 대표

디솔루션플러스의 사옥에서 이종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이런 사람에게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디솔루션플러스 사옥 옥탑, 이종오 대표의 방에는 업무용 데스크 외에도 침대와 샤워시설, 세탁기가 갖춰져있다. 그가 일을 하고 쉬기에 부족함이 없어 5분 거리의 집보다 이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종오 대표는 “사세가 확장되면서 지금은 개인 업무량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라며 멋쩍게 웃었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며 디자인을 대하는 날카로운 그의 대답과 눈빛은 여전히 그가 정교하고 섬세한 감각의 현역 디자이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기자가 만난 이종오 대표는 지독한 일벌레이자 운동광이며, 사람과 모임을 좋아하고 독서에 탐닉하면서 자기계발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차가운 눈빛 뒤로 디자인과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품은 디자이너였다. 

 

Q. 디솔루션플러스(DSP)는 어떤 의미를 담고있는지?

A. 디솔루션플러스, Design Solution Plus는, 사전적 풀이대로 디자인에 대한 해법, 해결책을 제시하는 회사다. 여기에 더하다라는 뜻의 Plus를 합쳐서 확장성의 의미를 가져왔다. 디솔루션플러스는 시간 변화에 따른 발전, 시대적 흐름에의 변화와 적응, 그리고 사용자의 삶의 질 향상 등을 의미한다. 특히 이 Plus(+)는 디자인 작업들의 수평적 확대에 대한 결속장치 - 이그니션(Ignition) 키라고 할 수 있다.
 
Q.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한국에서 처음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디자인 전공이 아니었다. 친가의 친척분들이 농장을 하셨는데 축산학 전공을 하면 차를 사주시겠다는 아버지의 꼬임(?)에, 아무 생각 없이 대학교 축산학과에 들어갔다. 그 후 군 생활 중 만난 동기 덕분에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심이 생겼고, 제대한 뒤 디자인 관련 공부를 하다가 운 좋게 아는 선배가 발주한 대학가 앞 커피숍 공사를 맡게 됐다. 생에 첫 인테리어 작업이었던 이 공간은 단독주택을 개조해 노출 천장과 옥외 테라스가 돋보이는 커피숍이었다. 최근에는 이런 공간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20년 전으로써는 생경한 컨셉이었고 반응도 좋았다. 이 작업에서 일본으로 유학을 갈 학비를 마련해 동경 디자인 Interior Planner 학과에 들어갔다. 유학 생활은 뭐, 그 무렵의 유학생들이 다들 그랬듯 힘들었다. 그래도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올 A에 출석률 100%, 일본 문부성 장학금까지 받았다.
 
 
Q. 일본 유학생활을 마치고 DSP가 설립되기까지는 어땠나?
 
A. 일본에서 귀국한 뒤 다녔던 회사가 IMF의 여파로 부도가 났고, 나는 밀린 급여도 제대로 정산받지 못한 채 내가 보던 책들만 챙겨 나왔다. 이제 디자인은 안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운 좋게 또 다른 지인이 상업공간 디자인을 부탁하시고… 여기저기서 줄지어 작업요청이 들어와 일을 하다 보니 개인으로써 보수를 받을 수 없는 작업들도 있었다. 그래서 보수를 받기 위해 사업자 등록을 하고 상가 건물에 조그맣게 디자인솔루션이라는 사무실을 차렸다. 먹고 살려고(웃음). 그게 지금의 디솔루션플러스의 전신이다.
 
Q. 그 동안 주변 사람들이 이종오 대표를 많이 찾았던 것 같다.
 
A. 운이 좋았던 것도 있었겠지만,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사람을 대할 때 솔직하고 담백하게, 믿음과 신뢰로 대하려고 한다. 이런 태도는 업무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인간과의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잘못은 솔직하게 인정하고, 또 이를 끝까지 책임지면 된다. 회사가 어려웠을 때는 책임지는 마음가짐으로 3년 동안 부채를 갚아나갔다. 이를 통해 클라이언트나 거래처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신용과 신뢰가 쌓이고 나서야 비로소 큰 일을 할 수 있다. 나는 지금도 20년 전의 클라이언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Q.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면?
 
A.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사용자와 공간의 ‘합(合)’에 중점을 둔다. 서로 상반되거나 유사한 재료와 물성, 오브제를 배치하는 방향과 순서, 공간을 구성하는 재료와 면적,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과 사물 등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어우러지도록 만들고 그것이 시너지를 내어 또 다른 어떤 값을 만들어내는 것. 공간을 디자인함에 있어 그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작업에 임하고 있다. 결국, 회사명 디솔루션 뒤에 나중에 붙인 Plus의 의미가 여기에도 해당되는 것이다.

  



Q. ‘합’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A. 합이란 둘 이상의 수(數)나 식(式)을 더해 얻은 새로운 값을 의미하기도 하고, ‘더해진 결과가 잘 맞는다’는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잘 맞다 할 때 ‘합’이 맞다고 표현하듯, 사용자를 포함해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궁합이 잘 맞고, 또 이로 인해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하는 일. 그것이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Q. 20년 동안 쉰 적이 거의 없으셨다고 들었다.
 
A. DSP를 차린 이후부터는 쉴 틈이 없었다. 아까도 말했듯 먹고 살아야 하니까(웃음). 종종 아내와 아이들을 먹여 살려야 해서라고 푸념하듯 말하곤 하는데, 사실 디자인이 재미있고 일이 재미있다. 주변의 좋은 분들이 나를 믿고 계속해서 일을 맡겨주시느라 20년간 쉬지 않고 일해왔지만 그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재미에 있는 것 같다. 일이 재미있지 않았으면 일중독자처럼 쉬지 않고 매진하지 못했을 거다. 재미있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덧 20년이 지났고, 그동안 사세도 많이 확장되서 이제는 직원들끼리 워크샵을 갈 때 관광버스를 대절할 수 있을 정도다. 20년 전 상가 사무실에서 현장을 다닐 땐 그 정도 규모의 스튜디오가 부러웠었거든(웃음).

Q. 앞으로의 계획은?
 
A. 앞서 이야기했듯 디솔루션플러스의 Plus는 확장성의 의미를 갖는다. 현재 DSP는 디솔루션 +A(Architecture)를 통한 인테리어+아키텍쳐의 토탈 디자인 체계 구축, +B(Beverage, Bistro)를 통한 F&B, 라이프스타일 디자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앞으로는 +C(Construction)를 통한 종합건설 역량 강화를 위해 건축 공사 면허를 준비 중이기도 하고, +D(Develop)와 +E(Education)를 통한 개발과 교육 등 디솔루션플러스가 해야 할 일들이 많다. 디솔루션플러스는 이렇게 점차 확장되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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