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유닛디자인(Unit Design)을 주로 하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솔직히 말하자면, 우연히 이렇게 됐다고 할까요. 처음부터 유닛디자인을 전문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어요. 원래는 상업공간 위주로 작업을 했어요. 점차 주거공간으로도 영역을 넓혔고요. 그러다 우연히 유닛디자인을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처음에 유닛디자인을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까지 제가 오래 이 일을 하고 이렇게 이 일을 사랑하게 될지 몰랐어요. 그런데 일을 하면 할수록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기존의 주거공간이나 상업공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어느새 계속 하게 됐어요. 아까 제가 우연이라고 말씀드렸지만 어쩌면 운명적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유닛디자인을 하게 된 것도, 또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도요.



Q. 디자이너로서 어떤 매력을 느꼈기에 그렇게 일을 사랑할 수 있었나?

유닛디자인은 기본적으로 대중을 상대로 하는 작업이잖아요. 처음에는, 그때는 특히나 지금보다 훨씬 어렸으니까 100명, 1,000명이 넘는 많은 분들을 위한 디자인을 한다는 게 정말 엄두도 안 났죠. 많이 배우고, 많이 고민하고 또 많이 칭찬도 받고 혼나기도 했어요, 사실은. 그런데 일이라는 게, 어쩌면 인생도 그렇지만, 쉽고 편하기만 해서는 그렇게 재미있지 않잖아요. 아주 어렵고 힘들게 일을 익히고 작업을 진행하면서 어떤 보람을 느꼈어요. 그 뿌듯함이, 어쩌면 너무 추상적인 말일 테지만,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내가 만든 공간에서 한 사람 혹은 한 가정이 행복하게 산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디자이너로서 충분히 행복한 일인데, 한 사람, 한 가정이 아니고 100세대, 1,000세대가 그 공간에서 행복하게 산다면 얼마나 디자이너로서 행복하겠어요. 또 일을 하면서는 수학적이고 계산적인, 지극히 이성적인 부분과 디자인을 결합하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고 매력적이었어요. 공간이라는 것이 그렇잖아요, 1cm가 달라지면 공간의 동선이 달라지고,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의 삶의 질이 달라져요. 그런데 그게 아파트라면, 내가 잘하면 수많은 이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테고 내가 잘 못 하면 수많은 이들의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사람들의 생활과 삶을 고려해야 하니까 공간에 선 하나를 그리면서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얼마나 많이 계산해야 하는지 몰라요. 그런 게 저한테는 매력적이었어요. 말하고 나니까 조금 이상하네요. 어렵고 힘든 점들이 매력이었다고 하니까.

Q. 디자이너로서 어려운 점이나 힘든 점은 어떤 것이었나? 

아주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그렇게 가르치셨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가 살면서 실제로 그렇게 느끼기 때문이기도 한데, 사실 저는 어떤 일도 어렵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이겨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로서 항상 그렇게 생각해요. 그게 어떤 일이든 어려운 일, 힘든 일이라기보다는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고 또 경험을 쌓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버겁고 까다로운 시기도 있었죠. 어쩌면 지난 일이니까 이제 와서 제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그런 정말 힘든 시기도 있었겠죠. 하지만 저는 항상 생각하는 게, 제가 디자이너가 아니라 또 다른 무언가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어요. 그래서 힘든 일도 디자이너로서 당연히 겪어야 할 경험을 쌓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늘 그래 왔고, 앞으로도 늘 그럴 것 같아요.

Q. 벌써 20년 가까이 디자이너로 살았는데, 아직도 경험을 쌓는다고 생각하나?

그럼요, 당연하죠.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로서 또 인간적으로도 새로운 걸 배우는 일은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늘 새로운 걸 배워요. 신기하게도 늘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더라고요. 인격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디자인과 공간에 대한 견해도 배울 부분이 있어요. 제가 보지 못 하는 부분을 보시는 분들도 계시고 제가 미처 어쩌면 전혀 생각지도 못 한 부분에서 의견을 제시해주시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여전히 늘 배우고 늘 경험을 쌓고 있어요. 현장에서도, 모든 현장이 다 다르잖아요. 그렇게 새로운 도전 과제를 만날 때마다 그런 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또 경험이 쌓이고, 배우고 그렇죠. 지금까지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보낸 시간만큼 어쩌면 더 많은 시간과 과정이 앞으로 남아있을지도 모르는데, 절대 배우는 일과 공부하는 일에 게을러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Q. 인테리어 디자인에 새로운 요소를 많이 시도하는데, 그런 영감과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 편인가?

어려서부터 좋은 회사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난 덕분인지 외국에서 열리는 전시를 자주 다닐 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아무래도 트렌드를 조금 이르게 캐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려서 그렇게 배워서 그런지 지금도 국내외로 전시를 많이 다니기도 하고 여행을 다니기도 해요. 그러다 보면 어떤 흐름 같은 것들이 보이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제가 그런 걸 조금 빨리 캐치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요즘에는 또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많이 활용하기도 해요. 주로 Pinterest 같은 것들을 보는데, 전 세계의 아주 트렌디한 욕망의 결정체가 거기에 모여 있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품들도 꾸준히 살피고, 미처 참석하지 못하는 전시나 새롭게 떠오르는 디자이너들, 새로운 기술과 제품 같은 것들을 보면서 항상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물론, 정말 좋은 곳이나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작품 같은 경우는 꼭 가보려고 해요. 아무래도 화면으로 보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까, 정말 좋은 곳은 가서 직접 봐야 직성이 풀리더라고요. 그리고 어려서부터 부모님께서 고전 소설과 영화를 많이 보여주셨어요. 어릴 때에도 그런 걸 참 좋아했는데, 지금도 그런 게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클래식한 것들에 대한 감수성이 어려서부터 있었던 것 같고, 여전히 그 문화와 삶에 대한 노스텔지아가 있어요. 우아한 드레스, 웅장한 저택 같은 클래식한 어떤 것들, 고전적인 양식과 미의식 같은 것들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지금도 좋아하고요.





Q. 일찍부터 인테리어 디자인을 시작했는데, 인테리어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이었나?

어려서부터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요. 아주 어렸을 때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했던 때도 있었고요. 어릴 때 부모님께서 보여주셨던 책이나 영화에 나오는, 그런 고전 작품에 나오는 정말 멋진 드레스와 그런 문화, 그런 삶에 매료됐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중에서도 패션에 관심이 많았는데,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서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게 오히려 인테리어 디자인이 됐어요. 언젠가부터는 드레스보다 멋진 궁전이나 저택, 그런 구조나 장식에 더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선 한 번도 그 생각이 바뀌지 않았어요. 어렸을 때는 언제나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생각했고, 지금은 언제나 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어요. 



Q. 디자이너로 살아오면서 생긴 철학이나 간직하고 있는 세계관 같은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저는 공간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희망, 꿈, 기쁨,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제가 늘 명심하고 있는 것은 부끄럽지 않고, 미안하지 않은 디자인을 하는 거에요. 보통 건물의 수명을 50년이라고 하면, 얼마나 많은 분들이 제가 만든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시겠어요. 제가 작은 실수 하나만 해도 그 많은 사람이 그 긴 시간을 불편하게 살아야 하잖아요.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해야 하는데 불편해선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늘 그 공간에 사는 분들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그렇게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결국에는 기본에 충실하게 되는 것 같아요. 현란한 연출이 아닌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 좋은 재료와 마감재 이런 아주 기본적인 것들에 더 충실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대단한 철학이나 이런 것이 아니라 시간을 견디는 집, 수십 년을 살아도 질리지 않고 불편하지 않은 공간을 만드는 게 지금까지 제가 지켜온 마음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에요.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디자인, 시간이 아무리 오래 지나도 촌스러워지지 않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디자이너로서의 목표는 어떤 것이 있나?

계획이라면, 일단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이 있고, 디자이너로서 항상 성실히 배우고 일하는 것이죠. 앞으로도 그동안 지켜온 제 생각과 주관을 여전히 지켜나갈 것이고 더 발전시켜야겠죠.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어서는 안 된다, 후회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미안하지 않은 디자인을 하자, 기본에 충실하고 재료에 충실하자, 언제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제 목표이고 계획이에요.



























기사 노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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