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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코저널 칼럼 - 노태린] 병원 디자인은 왜 다른 공간 디자인과 차별화되어야 하는가?

[데코저널 칼럼 - 노태린] 병원 디자인은 왜 다른 공간 디자인과 차별화되어야 하는가? 최근까지 병원을 여느 상업 공간 못지않게 꾸밀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특히 성형외과나 치과는 세련미의 극치를 내세우는 게 중요했다. 클라이언트와 논의할 때도 화려한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면서 평당 단가를 이야기하는 게 전부였다. 보기 좋은 감이 맛도 좋다는 소리만 할 뿐이었다. 인테리어 회사들은 병원 인테리어를 따로 분류하지 않고 여전히 상업 공간의 일부로 여기고 있기도 하다. 세련된 숍의 디자인으로 외형의 모양새를 갖추는 것에 중점을 두면서 말이다. 요즘 들어 나를 두고 부르는 호칭이 있다. 그동안 작업의 90% 가까이를 병원디자인에 몰두하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느덧 ‘병원 전문 디자이너’라고 부른다. 이런 특별한 이력이 만들어진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 지금 보면 제목부터 부담스러운 “종합병원 리모델링”이라는 책을 출간한 뒤부터였다. 이 책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쩌면 단순했다. 병원 리모델링이나 디자인을 하는 이유는 단지 외형적인 스타일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 공간 안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그들이 바라는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공간을 변화시키며 일상과 삶도 바뀌어간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강북 삼성 병원 소화기암센터, 2014) 하루에도 수천 명이 들락거리는 대형 종합병원과 고작 의사 한 명이 환자를 돌보는 의원급의 병원은 많은 차이를 가진다. 그러나 내가 볼 때는 그 차이보다 더 큰 공통점부터 눈에 띈다. 어떤 병원이든 아픈 환자와 의료진이 디자인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아픈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절대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없다. 병원 디자인은 겉으로 보이는 마감재의 비싼 향연이 아니다. ‘내 집 같은 병원’이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온종일 지하 공간에 있어야 하는 근무자들이 햇빛 한번 비추지 못하는 곳에서 환자를 웃으며 대할 수 있을까? 아파서 고통스러운 환자에게 휘황찬란하고 값비싼 대리석으로 감싼 벽면에 눈에 들어올까? 공간 디자인은 실제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지내야 하는 공간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매번 환자와 의료진의 귀와 눈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최근 어느 병원의 오픈 행사가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당시 행사는 단순한 의전행사가 아니었다. 병원장이 스트레쳐 카(stretcher car, 환자이동용 침대) 위에 누워 병원 입구부터 둘러봤다. 환자의 입장에서 공간의 동선과 구조를 바라본 것이다. 나도 이런 경험이 있다. 병원을 고치면서 일부러 휠체어에 타서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인 디자인sign design을 하곤 했다. (서울 삼성병원 분만장 입원실, 2015)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일상을 보내는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예컨대, 지하 검사실에 늘 근무하는 스텝들의 심정을 헤아리는 것도 금방 이루어진 게 아니다. 그들은 일과의 대부분을 지하에서 머문다. 햇볕 한 줌 들어오지 않는 그곳에서 하루 종일 있는 심정은 어떨까. 환자를 맞이할 때 과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떠올리고 답을 구할 때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던 것이다. 과거에는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경건축학의 접근과도 일맥상통한다. 공간 디자인은 인간의 마음을 헤아릴 때 비로소 가치를 발휘한다. 병원이라는 공간은 더욱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그곳에서 모두가 위로받고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으로 살 수 있는 디자인. 공간 디자인의 다름은 이러한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민트병원, 2018 K-Design Award Winner)

[데코저널 칼럼 - 정희정] 색채디자인 - 도시의 색채위계질서

[데코저널 칼럼 - 정희정] 색채디자인 - 도시의 색채위계질서 유럽의 도시들은 드라마틱한 표정을 연출한다. 건축물에서도 차분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는 먼저 건물의 외관 디자인이 색상이나 형태면에서 시대적 전통과의 통일감으로부터 오는 아름다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도심에 위치한 상가나 주택단지 별로 건물의 높이가 규제를 받기 때문에 스카이라인이 통일되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건물에 설치된 간판이나 건물 앞의 옥외광고물을 살펴보면 도시가 차분한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옥외광고물의 규모와 색상, 위치 등에서 대부분 비슷하게 규제를 하고 있어 통일감을 느끼게 한다. 유럽의 경우 도시환경과 광고매체들의 조화를 위하여 순색을 배제하고 후퇴 색을 주조 색으로 사용하는데, 이례적으로 런던의 경우 선정적이며 전진적인 강력한 빨간색을 사용하고 있다. (©런던 IMG-1) RED+BLACK이 대표적인 런던도시의 색이 되면서 랜드마크가 되어버린 빨간색 2층 버스는 화려하지만 한층 감성적인 도시풍경을 건축물을 배경삼아 연출하고 있다. 런던의 도시환경에 설치되어있는 공공 시설물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붉은색과 검정색을 적용한다. 대중교통수단인 택시와 버스가 그러하고 우체통과 공중전화박스, 지하철의 픽토그램, 가로의 휴지통 등 모두가 빨간색을 입고 있으며, 아울러 도시교통시설물과 기반시설물들은 검정색으로 도시의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강렬한 빨강과 검정이 이처럼 도시환경에 조화롭게 적용된다는 것은 철저히 계획되고 계산된 도시디자인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명시성과 가독성이 좋은 강력한 색이 오히려 도시의 질서를 잡고 나아가 도시의 색이 되고 랜드마크가 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런던 IMG-2) 도시는 장르를 초월한 통합디자인의 결정체이다. 그러한 광범위한 도시를 RED+BLACK으로 질서와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런던의 사례를 통하여 도시환경에서 색채위계질서 정립의 중요성을 알게 한다. (©런던 IMG-3)

[데코저널 칼럼 - 구만재] 중국 디자인 단상

[데코저널 칼럼 - 구만재] 중국 디자인 단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학생들과 교류를 위해, 또는 개인적인 관심과 호기심에 의해 중국을 방문하고그들의 음식과 문화를 이해하려책의 도움을 받는 등 많은 경험을 했지만, 그들의 문화는 사실 부러울 정도로 깊고도 넓다. 자본과 자본의 아우라를 통해서 바라본 그들의 모습은 조금 안쓰럽다거나 졸부에 대한 비아냥으로 치부되기 일쑤였지만, 자연을 곁에 두고 즐기는, 여유로움과 전통의 방식을 자연스럽게 몸에 두르고 경험했던 풍부한 구세대의 존재와 새로움을 취하는 젊은 세대간의 교류와 융합이 일어나고 있는 중국은우리네 보다도 훨씬 흥미로운 장소다.특히, 자국전통문화의 재해석을 통해새로운 모더니즘의 가치를 찾아내고 있는 풍부하고 넉넉한 여건의 몇몇 공간은 마냥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Photo by Yu Kato on Unsplash) 중국 항주 인근에 명나라때 조성되었다는 홍춘이라는 마을을 방문 했을때, 물을 다루고 있는 그들의 생각과 방식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마을 앞의 수로는 모든 집을 거치게 설계되었으며, 정해진 시간에 물을 사용하고 정해진 시간에 하수의 개념으로 물을 정리하는 방식, 다리를 건너 마을을 진입하는 방식과 인공 호수에 잔잔한 물결을 유지하기 위해 분순물을 걸러내는 치수의 방식, 외부를 향해 닫혀있지만 중정을 통한 자연과의 소통 방식은 David Chipperfild 가 설계한 인근의 Liangzhu Culture Museum에서 서양인의 시선으로 정제된 홍춘의 공간적 맥락을 잘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러한 결과물의 레이어는 Whang Shu라는 중국 건축가의 감각을 통해 새로운 중국적 모더니즘으로 나타나고 있다. (©Hongcun, Wikipidea) 즉, 수많은 자국 문화의 문맥을 보유하고 외국인의 시선을통해 세련된 공간구축의 힘과 방법을 받아들여 벌써 새로운 방식의 공간론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서양에서 시작된 모더니즘은 본질적 회귀에 대한 강한 작용으로 다분히 냉소적인 면을 띄고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선이 중국 자국의 다양한 감성과 면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모더니즘을 만들어 내는 중국 내의 숨가쁜 움직임 덕분에매번 이런 장소를 방문하고그변화를 지켜보는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며, 한국의 디자이너에게도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 (©David Chipperfield Architects - Liangzhu Culture Museum 良渚博物館, Image on F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