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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인간에게 세상을 볼 시야를 선물해주다

 : Ⓒ Pawel Czerwinsk

 

집을 구할 때 중요히 봐야 할 부분이 몇 군데 있다. 이를테면 방음은 잘 되는지, 물은 잘 나오는지, 교통 조건은 좋은지, 주변에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꼽자면 역시 볕이 얼마나 잘 드는 지일 것이다. 채광이 좋을수록 공간은 쾌적해진다. 충분한 채광에 필요한 것은 적당한 크기의 창(Window)이다. 적당한 크기의 창은 실내 곰팡이나 세균의 번식을 막아줄 뿐 아니라, 통풍과 환기를 통해 실내 환경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 Ⓒ FADD Architects

 

보안 등의 특수한 이유가 아닌 한, 창이 없는 공간은 없다. 침례교의 목사였던 찰스 스펄전(Charles Haddon Spurgeon)은 이렇게 얘기했다. “창문 없는 건물은 집이라기보다 감옥이다. 아주 어두워서 아무도 살지 않는다.” 심지어 감옥에도 창문이 있다. “바깥에서는 70년대의 대망에 모두들 가슴이 부풀고 희망찬 설계가 한창인 모양이지만 감옥에 갇혀 앉아 있는 내게는 고속도로도, 백화점도, 휴일도, 연말도, 보너스도, 친구도 없이 쇠창살이 질러 있는 창문 하나만 저만치 벽을 열어주고 있을 뿐이었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 Ⓒ Nitaprow 

 

인류 최초의 집이었던 동굴에는 물론 창문이 없었다. 동굴은 거대한 자연으로부터 약하디 약한 인류를 보호하기 최적의 조건이었다. 좁고 작은 입구는 맹수의 위협으로부터의 안전을 가져다 주었다. 동굴 이후에는 나무로 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동굴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무 집 위에서 모닥불을 태울 수는 없었다. 이 집에 네모난 틀(Frame)은 없었지만 마냥 어둡지는 않았다. 얼기설기 엮은 나무 사이로 빛이 조금씩 세어 들어왔기 때문이다.
 

 

: Ⓒ PARALELO ZERO Architecture
 

 

건축물이 구조를 갖추기 시작하면서는 창문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창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벽을 뚫어야 했고, 벽을 뚫는 과정은 지지기반이 약해진 위쪽 벽을 무너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건축가들은 창문 위에 길고 두꺼운 돌 혹은 목재로 만든 인방보를 넣어 이를 방지했다. 하지만 인방보가 길어질수록 지탱해야 할 무게도 늘어남으로 부러질 염려가 있었다. 창문의 폭은 자연스럽게 인방보의 길이에 좌우될 수밖에 없었다. 폭이 넓은 창문을 만드는 방법은 더 비싼 석재를 사용해 더 튼튼한 인방보를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가능한 건, 돈이 많은 귀족들 뿐이었다.
 

 

: Ⓒ FADD Architects
 

 

 

네덜란드와 프랑스는 부유한 이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기 위해 폭이 넓은 창문에 더 많은 세금을 매기는, 이름하여 ‘창문세’를 신설했다. 영국에서는 창문의 개수에 따라 세금을 책정했다. 당시 유럽은 기술이 아직 발달하지 못해 유리가 대량생산되던 시기가 아니었고, 창문을 ‘많이 둘 수 있다는 것’은 즉 ‘돈이 많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윽고 귀족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창문을 없애기 시작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창문 없는 집에 사는 이들은 우울증과 각종 전염병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기에 창문이 잠시 사라졌던 이 시기는 오히려 ‘창문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 Ⓒ YYAA
 

 

인방보에 의지하지 않고 가로로 긴 창문을 만들 수 있게 된 건, 근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덕분이었다. 그는 벽이 천장을 받드는 구조가 아니라 콘크리트 기둥을 구조체로 삼은 ‘도미노시스템’을 제안했다. ‘가로로 긴 창’을 필로티(Les Pilotis), 옥상 테라스(Le Toit-Terrasse), 자유로운 평면 (Le Plan Libre), 자유로운 파사드(La Façade Libre)와 함께 5원칙 중 하나로 삼았던 르 코르뷔지에는 도미노 시스템과 함께 이전과는 전혀 다른 건축의 패러다임을 만들어냈고,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 Ⓒ 85 Design
 

 

창문 없는 공간을 상상하기 어려운만큼, 창은 우리의 언어 곳곳에 하나의 상징으로 기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OS의 이름부터 이미 ‘윈도우(Windows)’다. 창을 통해 세상 곳곳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컴퓨터 상에서 어플리케이션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영역 또한 ‘창’이라고 불린다. 창틀(Frame)은 우리의 시야를 제한하고 창틀의 모양대로 세상을 보게 하기에,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는 현대인들이 정치•사회적 의제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본질과 의미, 사건과 사실 사이의 관계를 정하는 틀을 프레임(Frame)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 Ⓒ  Daniel Von Appen

 

 

창이 없었다면 우리는 문을 나서지 않는 한 바깥의 그 어떤 것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창이 있었기에 우리는 햇빛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비출 수 있었고, 신선한 바깥의 공기로 공간 내부의 탁함을 정화할 수 있었다. 창문을 통해 우리는 하늘을, 바다를, 숲을, 거리를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자연과 시야를 선물해 준 오브제, 창문이다.
 

이찬우 기자
ixd.cu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