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EPTUAL ART IN DAILY

남성용 변기는 어떻게 예술 작품이 되었을까? 1917년 마르셀 뒤샹은 남성용 변기를 들고나와 ‘샘 (Fontaine)’이라고 이름 붙였다. 작가의 손길이 닿은 곳은 소변기 한쪽 “R. MUTT 1917”이 전부였다. 당시 미술계는 발칵 뒤집혔다. 전시기간 내내 제대로 전시되지 못하고 칸막이 벽 뒷 편에 방치되었다. 뒤샹의 레디메이드(Ready Made, 기성제품)라는 새로운 미술 개념은 완성된 작품만을 보는 기존 예술에 도전이자, 조롱과 비판이었다. 그는 아이디어나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통틀어 예술로 보았으며, 이러한 개념은 현대미술의 주요한 경향이 되었다. ‘샘’은 평범한 사물이 환경을 달리할 때 새로운 오브제로 탄생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오늘날 뒤샹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올라퍼 엘리아슨: “공존을 위한 모델들” - Models for coexistence
 
PKM 갤러리
www.pkmgallery.com
10:00 AM ~ 6:00 PM
 
PKM 갤러리에서는 오는 6월 20일까지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 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새로운 작품전 <공존을 위한 모델들(Models for coexistence)>을 개최한다. 작가가 PKM 갤러리에서 갖는 네 번째 개인전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태양광 패널을 통해 생산되는 전기에 의한 광선과 그림자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대형 신작 조각 탐험(The exploration of the center of the sun)>이 소개된다. 이 작품은 복잡한 비대칭적 유리 다면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시각각 변화한다. 이는 우주 속 별의 배열을 암시하는 끊임없는 빛의 반복을 통해 관람객에게 다양한 각도의 시각적 인지를 고무시킨다.

©PKM 갤러리 제공
 
올라퍼 엘리아슨은 2003년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의 터바인 홀(Turbine Hall)에서 인공 태양을 연출한 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랐다. 이후 덴마크 아로스 미술관(ARoS Museum)에 설치한 유리 전망대 와 뉴욕의 공공설치작업은 그의 입지를 단단히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 ‘관람객의 참여’를 중요한 모티브로 삼는 그는 “사람들이 작품이 포함된 공간의 어떤 한 단면과 교감할 수 있다면, 이는 감각의 결과로서 다양한 차이를 만든다.”라고 밝히며, 그 특유의 예술적 활동을 정의하기도 했다.


©PKM 갤러리 제공
 
나무를 주요 매체로 기하학적 패턴의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 3차원적 다면체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해변의 조약돌들(패턴마루)(Pebbles on the beach(parquet))>을 비롯해 다양한 유리 구슬로 이루어진 <시각적 조정(Visual Mediation)>, 수학자이나 토스테인(Einar Tosteinn)과의 협업 작품인 끊임없는 도넛(Endless Doughnut) 등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으로 이번 전시의 주제인 <공존(Coexistence)>의 본질적 의미를 시각적 유희를 통해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구민정·심래정: 핑크포이즌(Pink Poison) - 프로젝트 언더그라운드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www.arariomueum.org
10:00 AM ~ 7:00 PM
 
미국 소화제 '펩토 비스몰(Pepto Bismol)'은 불투명한 분홍색 약이다. 예쁜 색감과 달콤한 향으로 선뜻 먹게 되지만 입에 넣는 순간 퍼지는 강렬한 쓴 맛으로 인해 절로 얼굴이 일그러진다. 이런 기억이 점차 축적되면 이후에는 비슷한 향이나 맛에도 구토를 일으키는 등 의학적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구민정·심래정 작가의 2인전 <핑크 포이즌(Pink Poison, 粉紅色藥)>은 여기서 모티브를 얻었다. 두 젊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매혹에 빠지게 하는 달콤한 원동력과 속임수, 그리고 욕망의 배신으로 인한 소화불량 상태와 이로 인한 구토를 표현한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제공
 
꿈은 또다른 욕망이다. 우리는 어릴 때 ‘꿈이 뭐니?’라는 물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셀 수도 없이 많은 꿈을 꾸며 자랐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더 이상 꿈에 대해 묻는 사람은 없다. 꿈을 꾸는 것조차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철학자 강신주는 이렇게 말했다. “꿈을 갖는다는 건 무서운 저주다. 꿈은 없어도 되지만 만약 있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꼭 이루어져야 한다. 그걸 실현한 다음에야 버릴 수 있다.” 이와 같이 젊은 작가가 품은 창작 욕구는 축복인 동시에 재앙일 수 있다. 제한된 기회와 불안정한 현실, 자본의 제약은 예술의 영역에서도 지속적인 화두를 던져왔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제공

아라리오뮤지엄 아티스트 발굴전, “프로젝트 언더그라운드”의 첫 전시 <핑크 포이즌 (Pink Poison, 粉紅色藥)>에서는 꾹꾹 눌러야만 했던 우리의 욕구를 직접 눈으로 마주할 수 있다. 인체의 장기(臟器)를 연상시키는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심래정 작가는 전시장을 빽빽이 채워 그간 쌓여왔던 답답함을 시각화했다. 반면에 구민정 작가는 마치 구토하듯 공간 속으로 모든 것들을 쏟아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의 욕망과 좌절 그리고 구토를 통한 폭발로 카타르시스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엔트로피(ENTROPY) - 젠틀몬스터
 
신사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
kr.gentlemonster.com
1600-2126
 
신사 가로수길의 젠틀몬스터 플래그십 스토어가 리뉴얼 오픈했다. 이번 신사 스토어의 테마는 ‘Entropy(엔트로피)’다. 물리학 용어인 엔트로피란 모든 에너지의 이동 방향성에 관한 것으로 물질이 얼마만큼 무질서한지를 측정하는 함수다. 이번 공간은 한 번에 떠올릴 수 없는 생소한 주제로 이전의 젠틀몬스터와 차별화된다. 대구의 ‘세탁소’, 신사의 첫
번째 테마 ‘집’, 계동의 ‘목욕탕’ 등 젠틀몬스터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경험해봤을 만한 공간을 재해석해왔다. 그러나 이번 신사 플래그십 스토어는 무형의 현상을 형상화시키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여인우
 
흙과 나무, 메탈로 이루어진 신사 플래그십 스토어는 ‘엔트로피’가 생성되는 에너지 방향성을 반대의 순서로 보여준다. 이와 함께 건물 전 층에는 ‘엔트로피’ 현상을 시각적 구조물로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거대한 침엽수목과 앙상한 가지의 활엽수를 거꾸로 매달아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1층에서, 원래의 형태를 잃어가는 물질을 표현한 2층 그리고 3층에 들어서면 4층을 통과하는 엔트로피 키네틱 인스톨레이션과 마주하게 되며 ‘엔트로피’는 비로소 정형화된다.

©여인우
 
젠틀몬스터는 2011년 런칭해 국내외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웨어 브랜드로 주기적으로 새로운 모습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인다. 젠틀몬스터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기존의 여느 스토어와는 달리 공간이 하나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그 공간은 파격적이다. 전에 없던 새로운 구성으로 다양한 감정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젠틀몬스터를 새롭게 각인시킨다. 이러한 상업과 예술의 아슬아슬한 경계가 다음 젠틀몬스터를 기대하게 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기사 고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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