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우리에게 꽤 익숙한 용어다. 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그래픽디자인, 웹 디자인, 편집디자인, 시각디자인, UI•UX 디자인, 광고디자인, 패션디자인. 누군가 디자인을 전공했다고 하면 미술적인 감각이 뛰어날 것 같고, 왠지 그림이라도 하나 그려달라고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주변에서 디자인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고, 미디어를 통해 유명하다는 디자이너도 많이 접했다. 그런데 정작 디자인이 무엇인지 설명하라면 정확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사전적인 정의도 그렇다. 디자인이란 ‘주어진 목적을 조형적으로 실체화하는 것’이다. 디자인이란 건 무언가를 예쁘게 꾸미는 것처럼 생각했는데, 그 의미는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포괄적이다.

 

 

 

 

Food Package that attracts you by the freshness
 

우리 생활 속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건 역시, 음식 등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일 것이다. 기성 식음료 제품 없이 살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 테니까. 그래서일까. 많은 식품들은 가장 멋진 모습을 하고서 우리를 유혹한다. 어때? 맛있겠지? 신선해 보이지? 매장 진열대에 가만히 서있노라면 이런 대사가 들리기라도 하는 것 같다.
 

 

 

Moon Cake Box for “Tet Trung Thu”
 

베트남을 비롯한 중화 문화권 아래서, 설 이후에 가장 중요한 축제는 바로 ‘Tet Trung Thu(중추절)’다. 이 중추절은 일 년 중 가장 달이 밝은 날로 꼽히며, 월병(Moon Cake)은 이날을 기념하며 먹는 상징적인 음식이다. 이 월병은 가장 가까운 지인에게 전하는 선물이며, 스스로 먹기 위해 구입하는 것이기도 하다. Tiem Banh Ong Mat은 이 케이크 박스를 Lotus Garden, Moon Palace, Day-Night Mountain Ranges로 나누어 구분했다. Lotus Garden에서는 월병의 탄생과 달 토끼에 관한 설화를 읽어낼 수 있다. Moon Palace는 달에 관한 옛 전설, ‘Day-Night Mountain Ranges’에서는 낮과 밤에 대한 베트남의 옛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글로벌 푸드 트렌드의 중심에 서다, 자연두부


한국 음식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커지면서, 두부 역시 큰 관심을 얻고 있다. 배경에는 채식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점도 한 몫 했다. Studio Bean은 한국 특유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일러스트를 더해,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단순한 두부 패키지에서 탈피하려 노력했다. 그 결과 한국 고유의 식품과 이미지를 많은 이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Studio Bean은 이 밖에도 강아지를 위한 커피인 멍푸치노, 커피스낵 등 심플하고 건강한 스튜디오만의 개성이 담긴 다양한 상품들을 디자인하고 있다.

 

 


 

Shrimp that crosses the sea, Bergen

 

어떻게 하면 새우를 가장 먹기 좋은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을까? Bergen의 패키징은 깊은 바다 속에서 막 건져올린 새우의 싱싱함을 느낄 수 있는 포장이다. 모스크바에 위치한 Bergen Restaurant은 노르웨이산 쉬림프를 요리해 내놓는 푸드코트다. 스튜디오는 지리적 특성을 나타내는 심볼을 이용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나타냈다.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하기 위해 사용된 것은 ‘배의 형태’였다. 패키징을 바꾸며, 소비자로 하여금 새우를 찾기 위해 망망대해를 건너는 커다란 배를 떠올리게 한다. 파란 배에는 제품이 담겨 있고, 오렌지 쉬림프 박스는 소스 홀더다. 이 새로운 디자인은 많은 소비자들을 매료시켰고, 많은 사람들이 이 새우를 맛보기 위해 Bergen Restaurant을 찾게 됐다.
 

 

 

 

 

Snack Package, the Most Intense Packaging

 

음식도 좋지만, 소비자들을 가장 강렬하게 유혹해야 하는 건 스낵 패키지 디자인일지도 모른다. 같은 진열대에 함께 올려진 채, 어떤 상품이 더 매혹적인지 어떤 디자인이 더 제품의 매력을 잘 담고 있는지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에게 대항하려는 신제품 같은 경우는 더하다. 소비자는 오로지 제품의 겉 포장을 통해서만 내용과 맛을 추론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장을 통해 역사와 비전을 드러내다, 태극당

 

광복과 함께 문을 연 태극당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중 하나로 남아 있다. 태극당이란 이름에는 우리 민족의 이상을 담고자 했던 창업주 신창근의 의지가 담겨있다. “배고프던 그 시절, 우리 민족이 배부르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빵을 넉넉하게 만들면 그게 애국이라 생각한 청년의 마음”을 담은 빵집은 이제 3대 째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맛’은 계속해 지켜왔지만 단지 ‘오래된’ 빵집이라는 이미지는 탈피하고자 했다. 패션, 문화, 예술 등 같은 시대의 트렌드를 면밀히 반영하면서 동시에 자신들이 트렌드를 이끌어가고자 했다. 동화책 출판사, 신발 브랜드, 패션 브랜드 등과 콜라보를 시도한 것이 그 예다. 이들은 제품 패키지 디자인도 놓치지 않았다. 옛 서울의 정취가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오늘날의 서울을 읽어낼 수 있는 세련됨, 그것이 바로 태극당이 찾고 있는 현재다.

 

 

 

 

Crunchy Crew, package to show its brand

 

유기농 과일 칩은 일반적으로 자주 접하는 스낵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해당 제품군 내에서는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브랜딩과 패키지 디자인을 맡은 GreenMars의 역할은 제품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고유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Crunchy Crew는 얇은 슬라이스, 풍부한 맛, 바삭거림 등 경쟁사와 비교우위에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운송 중에 완제품을 보완할 수 있는 디자인, 아름답고 얇은 외관이 드러나도록 할 것, 제한적인 생산 가격. 이를 위해 투명한 창이 있으면서도 단단한 박스를 고안해냈다. 고객들은 이제 Crunchy Crew의 패키징을 보고 제품의 장점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되었다.


 


 

 

Drink Package, that Makes You Drunken by its Design

 

스낵만큼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분야라면 역시 ‘음료’를 빼놓을 수 없다. 음료 진열대에서 제품의 특성을 잘 드러내면서 동시에 매력 있어 보이는 디자인을 갖춘 음료는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래서 소개할 브랜드들처럼 말이다.

 

 

Censurado Wine, a design that reveals the producer’s life

 

어떤 예술작품에서 따온 듯한 와인 패키지 디자인 위에 반창고로 붙인 듯 X자가 그어져 있다. 인물의 눈을 가린 듯한 이 디자인은 한 개인 와인 생산자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는 일을 함에 있어 내외부적으로 검열을 받는 상황에 지쳤고, 스스로의 현재 상태가 잘 드러나는 자신만의 와인 라인을 개발하고자 했다.
 

 

 

 

Fish Wine, a Gift for Seafood Lovers

 


와인의 디자인에서 읽을 수 있듯, 이는 씨푸드 전문 레스토랑에서만 판매되는 주류다. 영감을 주는 분위기에서 와인의 진정한 맛을 전하기 위해, 씨푸드를 사랑하는 고객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만들어진 패키지 디자인에는 아름다운 스케일 패턴이 있는 물고기 실루엣이 묘사되어 있다. 레드, 로즈, 화이트라는 세 와인의 종류에 따라 다른 디자인이 채택되었다.
 

 

 

기억의 샘을 자극하는 디자인, 프릳츠 커피

 

프릳츠 커피의 로고를 보면 1930년대 경성 어딘가에 조용히 문을 연 작은 커피 집이 떠오른다. ‘프릳츠’라는 말 자체가 그렇다. 외래어표기법에도 맞지 않고, 단순히 레드와 블루만을 이용한 컬러 조합은 요즘보다는, 몇 십 년은 앞선 세대를 떠올리게 한다. 커피잔을 들고 있는 물개는 다양한 차림새로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를 유혹한다. 프릳츠 선물 세트, 프릳츠 티백 커피, 프릳츠 콜드브루 보틀, 프릳츠 싱글 오리진 등 다양한 제품의 패키지 역시 옛 과거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하다. 심지어 그런 향수가 없는 세대에게조차, 프릳츠는 기억의 샘을 자극케 한다. 독특한 브랜딩을 통해 프릳츠 커피는 단 시간 내에 서울을 대표하는 커피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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