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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미쉘 바스키아 - 거리, 영웅, 예술

거리에서 한 번쯤 벽면을 가득 채운 화려한 색채의 그림 혹은 누군가 휘갈긴 듯한 낙서 같은 글씨를 종종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기원과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동굴 벽화부터 시작할 수 있듯이 낙서는 인류가 문화를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연스레 행해왔던 생활의 한 흔적이기도 하다. 낙서 안에 잠재되어 있는 해방감과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점은 이 행위가 어느 정도 예술과 연결되어 있음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하나의 예술로 자리잡은 그래피티는 뉴욕의 브롱크스 거리에서 낙서화가 범람화하면서 본격화되었다. 벽, 경기장, 지하철, 자동차 등 거리를 지배하며 도시의 골칫거리로 불리던 낙서는 바스키아의 등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1980년대 초 뉴욕 화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생을 마감하기까지 8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3,000여 점의 작품을 남기며 이름을 알렸다. 어린아이와 같은 자유분방한 화법과 이질적이고 거친 이미지가 혼재된 독특한 작품으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은 바스키아는 자유와 사회에 대한 저항의 에너지로 점철된 다양한 작품을 통해 20세기 시각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장 미쉘 바스키아는 1960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어가 모국어였던 아버지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어머니 밑에서 성장한 그는 영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를 완벽하게 구사했고, 이는 작품 속에서 다양한 언어를 표현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의 어머니는 어린 바스키아를 데리고 뉴욕의 주요 미술관을 관람했다. 덕분에 그는 다빈치부터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명화를 감상하며 미술사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바스키아와 해부학 바스키아는 어릴 적 교통사고로 팔이 부러지고 내장을 심하게 다쳐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비장을 떼어내는 큰 수술을 경험한 그는 이후 수많은 작품에서 인간의 몸과 삶, 죽음을 작품으로 시각화했다. 장기 입원 당시 어머니에게 선물 받은 해부학 입문서를 탐독했고 이로 인해 시작된 신체 기관을 향한 관심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해부학까지 섭렵하게 만들었다. 바스키아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 중 하나인 해부학은 살과 뼈, 신체 기관의 조각난 도식뿐만 아니라 고대 조각, 거장의 작품, 텍스트들이 조합된 다양한 이미지와 독창적인 도상으로 나타난다. WRITING AND DRAWING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바스키아의 예술 세계는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텍스트와 자유로운 드로잉이 만들어내는 이질적인 것들의 충돌에서 시작된다. 텍스트와 드로잉을 토대로 스프레이, 오일 파스텔, 크레용, 유화와 아크릴 물감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즉흥적이면서도 동시다발적인 의미를 생성했다. SAMO© 활동으로 의미와 형태를 실험했던 바스키아는 알파벳과 단어, 문장과 드로잉을 자유롭게 조합해 회화의 영역을 확장했다.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 간듯한 는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각양각색의 단어들로 작품이 구성되었다. 작품 속에서 달걀, 우유, 물 등 매일 먹는 음식을 비롯해 돈과 권력을 상징하는 오일과 같은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다. 또한, 자신이 작성한 글 위에 선을 긋거나 덧칠하는 크로싱 아웃(Crossing-out) 기법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러한 지우기 전략은 그의 작품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바스키아의 글쓰기는 시와 같이 함축적인 의미를 포괄하는 동시에 의사소통이라는 언어의 기능을 넘어서 역동적이고 리드미컬한 조형미를 함께 보여준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선물 받은 [그레이의 해부학 Gray’s Anatomy]은 바스키아에게 강렬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는 이 책으로 인해 인체, 그 중에서도 뼈와 장기, 근육의 구조에 관해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몸의 기관을 설명하는 해부학처럼 각각의 이미지에 이름을 표기하고 분류하는 형식을 차용하여 작품을 제작한다. 또한, 폴 리처의 [예술적 해부학 Artistic Anatomy]을 통해 심장과 비장 등의 내장 기관, 머리, 팔, 다리, 발, 손과 같은 신체를 표현하는 방식을 배우게 된다. 와 은 이러한 특징이 도드라지게 나타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BARACCO DI FERRO(바라코 디 페로)는 무쇠 팔이라는 이탈리아어로, 두 작품에서는 만화 캐릭터 뽀빠이가 등장한다. 뽀빠이는 거대한 팔로 악당을 무찌르는 정의로운 캐릭터다. 바스키아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검은색과 노란색의 색채를 사용해 힘과 에너지를 극대화했고, 뽀빠이는 해부학적 형상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골격과 근육, 힘줄의 움직임은 작가 특유의 거칠고 자유로운 선으로 표현되었다. PORTRAIT 바스키아는 불평등한 사회구조 속에서 불의를 딛고 성공한 아프리카계 운동선수와 뮤지션들의 초상화를 통해 존경심과 경의를 표했다. 사회적 지위와 신분을 나타내는 전통적인 초상화 제작 방식에서 탈피해 직관적으로 표현한 대상의 특징과 단어, 이미지들을 조합하여 초상화를 제작했다. 바스키아의 초상화에는 물건의 상표, 말풍선, 해부학책 속의 캡션처럼 인물을 설명하는 글자나 도상들이 함께 등장한다. 죽음과 폭력, 차별의 역사를 살아온 아프리카계로서의 정체성은 바스키아 작품에 있어 뼈대를 이루는 주제다. 는 그가 가장 존경했던 야구 선수 행크 에런이 왕관을 쓴 야구공의 이미지로 등장한다. 행크 에런이 훈련하면서 신었던 신발을 통해 그의 노력과 희생 역시 함께 표현했다. 반복적인 이미지들 사이에서 거칠게 흘러내리는 붓터치는 역동적인 화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행크 에런의 영웅적 모습을 극대화했다. ANDY WARHOL & JEAN-MICHEL BASQUIAT 1982년 10월 4일, 장 미쉘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의 운 명적인 만남이 성사됐다. 바스키아는 워홀을 의지하고 존경했으며 워홀에게 바스키아는 새로운 예술적 영감이었다. 바스키아의 천재성을 알아본 워홀은 그와 함께 교감하며 공동 작업을 시작했고, 이들은 1985년까지 150여 점이 넘는 작품들을 공동으로 제작하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바스키아와 워홀은 끊임없이 대형 작품을 제작했다. 워홀이 먼저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작품을 시작하면 바스키아가 마지막으로 거친 붓질로 글씨를 지워 작품을 마무리했다. 대중문화와 물질주의의 양면적 모습을 폭로하는 두 천재 화가의 역동적인 예술 세계는 작품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1985년《워홀-바스키아 페인팅 Warhol-Basquiat Paintings》전시가 미술계의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두 사람의 공동 작업은 끝이 났지만, 1987년 워홀이 수술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이들의 우정은 변치 않았다. 워홀의 죽음은 바스키아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주었고 은둔생활을 하며 작품에 열중하던 바스키아는 다음 해인 1988년 약물 과다로 짧은 생을 마감한다. 바스키아는 처음부터 유명한 스타가 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바스키아의 작품에는 그가 좋아하는 예술가, 음악가에 대한 상징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자신도 그들처럼 전설이 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잭슨 폴록의 추상적인 면모와 앤디 워홀의 팝아트가 조합된듯한 과감함과 즉흥성, 색감, 자유분방한 표현은 미술계를 확장시키는 새로움이었다. 슈퍼스타를 꿈꿨던 청년은 단숨에 그 꿈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급격한 성공을 뒤따라온 시기와 질투, 흑인에 대한 위선적인 관심은 그를 갉아먹고 말았다. 자본주의 시대 미국에서 차별받던 흑인의 삶과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소리쳤던 바스키아는 작품 속에 영원히 남아 우리에게 압도적인 에너지를 선사한다.

호랑이는 살아있다

《호랑이는 살아있다》는 코리아나미술관과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의 호랑이 관련 소장 유물과 회화, 동시대 작가들의 시선이 담긴 영상, 회화 및 설치 작품으로 이루어진 특별기획전이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동명 작품에서 이름을 빌려온 전시 제목은 ‘호랑이’라는 상징적 존재에 관한 지속적인 가상의 믿음을 ‘살아있다’라는 현재형 동사를 통해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과거와 현대,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서는 액운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어 사용했던 호랑이발톱 노리개, 무관의 의복을 장식한 호랑이 흉배, 포효하는 호랑이의 모습을 담은 맹호도(猛虎圖), 익살스러운 호랑이 모습의 민화와 국내외 현대 작가 5인의 시선이 담긴 ‘호랑이’와 관련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커다란 호랑이 무늬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붉은색의 덮개는 신부가 타고 가는 가마의 지붕을 덮는 용도로 널리 사용됐다. 혼례식을 마치고 신방을 치른 신부는 화려하게 꾸민 가마를 타고 남편의 집으로 향했는데, 가마의 둘레에는 흰 천으로 휘장을 두르고 지붕에는 호랑이 가죽을 덮었다고 한다. 용맹스러운 호랑이가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고 믿어 실제 가죽을 사용했으나, 일제강점기 당시 호랑이 사냥이 급격히 증가하고 실제 호랑이 가죽을 구하는 것이 힘들어지자 호랑이 무늬가 들어가 있는 모직물 덮개로 점차 대체되었다. ▲은파란 호랑이발톱 노리개, 호랑이 발톱, 금속, 사직(絲織), 길이 36cm, 조선. /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소장 조선 시대에만 있었던 흉배는 관리들의 집무복인 관복의 가슴과 등에 붙여 신분과 직위를 나타냈다. 문관은 조류(鳥類)를, 무관은 금수류(禽獸類)를 부착했는데, 호랑이는 용맹함을 상징하여 무관의 의복에 사용했다. 다채로운 색상과 패물을 사용하여 의상에 화려하고 섬세한 미를 더해주는 여인들의 장신구 노리개에도 호랑이가 빠지지 않았다. 궁중과 상류사회, 평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은 노리개 장식은 금, 은, 옥, 산호 등 다양한 재료와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호랑이발톱 노리개는 호랑이발톱 두 개를 마주 보도록 배치하고 테두리를 은으로 감싸 꾸민 것인데, 호랑이발톱이 병을 막아주고 액운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어 널리 애용되었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호랑이의 용맹함과 날렵함이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는 믿음 또는 염원을 가지고, 다양한 곳에 호랑이 문양을 넣거나 실제 호랑이의 일부를 재료로 사용하곤 했다. ▲소재 유삼규, 군호도 8폭 병풍, 비단에 채색, 127x441cm. / 코리아나미술관 소장 ▲ 백남준, 호랑이는 살아있다, 비디오 설치, 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LCD 모니터, 레진 구조물에 유채, 61x72cm, 13분 58초, 2000. / 개인 소장 공간 안쪽에서는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로 잘 알려진 백남준의 작품이자 이번 전시의 이름을 빌려온 <호랑이는 살아있다>를 만나게 된다. 새천년맞이 행사로 추진된 공연 <DMZ 2000>의 주요 섹션 중 하나로 기획됐으며, 당시에는 첼로와 월금 형태를 한 8m 크기의 대형 비디오 조각으로 설치되었다. 전시된 작품은 동일한 제목의 변주된 형태로, 북한 체제선전용으로 제작된 호랑이 다큐멘터리, 다양한 호랑이 민화 등이 편집되어 등장한다. 작가에게 호랑이는 역사적 고난과 고통 속에서도 반만년 동안 굳건하게 산야를 누비며 생존해온 강인한 생명력이자 한민족의 메타포로, 밀레니엄 세대를 맞이하는 한국인의 미래지표로 투사되었다. 옛 전통에서 살아 숨 쉬던 호랑이를 뒤로하고 새로운 공간으로 내려가 동시대 작가 5인이 바라본 호랑이들을 만나볼 차례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제시카 세갈(Jessica Segall)의 <(낯선)친밀감>은 공간을 압도하는 7m 폭의 대형 화면을 통해 수중에서 호랑이와 마주하는 한 여성의 모습을 슬로우 모션으로 소개한다. 영상 속 여성은 실제 작가의 모습으로 작품을 위해 야생동물을 다루는 훈련을 받아 미국 민간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직접 촬영했다. 호랑이와 작가의 접촉이 일어나는 장면은 초현실적이면서도 생경한 세상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동시에 생태계 보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 현실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전통적인 한국화 기법과 재료를 사용하여 어두운 숲 속에 그림자처럼 숨어있는 여러 마리의 호랑이를 욕망의 메타포로 표현한 이은실의 <삶의 풍경>, 1970~80년대 유행했던 호랑이 스킬자수 골동품을 수집해 자신만의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한주예슬의 작품, 한국, 독일을 거쳐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영주의 <잃어버린 호랑이를 찾아서> 등 호랑이에 관한 현대적 관점과 작가의 개성이 묻어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실제로 호랑이를 마주할 경험이 살면서 얼마나 될까? 주위에서 직접 호랑이를 본 사람을 꼽아보자면 극히 드물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낯설고 포악한 야생의 맹수이건만 이상하게 우리는 호랑이를 떠올리면 마냥 무섭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우리나라의 건국 신화인 <단군신화>와 오랜 세월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와 민화 등 다양한 작품, 오늘날 올림픽 대회의 마스코트까지. 호랑이는 수천 년의 역사를 거쳐 우리 민족의 풍습과 문화, 정서 깊은 곳에 자연스레 자리하고 있다. 신으로 받들고 제사를 지내는 신앙의 대상이 되거나, ‘호환’이라 불리며 조상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존재이기도 했던 호랑이는 때로는 미워할 수 없는 익살스러운 동물로, 혹은 민족을 상징하는 영물(靈物)로 지혜롭게 그려졌다. 이처럼 호랑이는 다채로운 모습으로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에바 알머슨 Vida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태어난 에바 알머슨(Eva Armisén)은 바르셀로나를 주 무대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보이며 한국과 미국, 영국,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 전세계에 수많은 팬들을 보유한 작가다. 솔직하고 천진난만한 시선과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화풍으로 우리가 무심코 흘려 보내는 소소한 일상을 특별한 순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그의 작품은 많은 대중들에게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 ≪에바 알머슨 Vida 展≫은 지난 2018년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 展≫에 이은 두 번째 전시로,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유화, 미디어, 설치, 드로잉 등 작가의 인생이 담긴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영감 INSPIRATION 총 10개의 방으로 구성된 전시의 첫 번째 섹션 [영감]에는 에바 알머슨의 감정과 심장이 자리한다. 그에게 영감은 햇살 좋은 날, 정원을 날아다니는 작고 귀여운 새로 비치곤 한다. 그리고 이 영감이야말로 화가로서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방에서 그가 삶 속에서 어떻게 영감을 얻고, 어떠한 방식으로 작품이 탄생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알아가게 된다. 삶의 조각들 PART OF THE LANDSCAPE 두 번째 섹션 [삶의 조각들]에서는 모든 순간에 대한 기억이 삶의 일부가 되고, 그로 인해 특별해지는 우리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삶>이라는 작품을 만나게 된다. 작품의 양 옆에는 비슷하게 생긴 두 개의 그림을 함께 볼 수 있는데, <봄>과 <개화>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이 세 작품을 통해 에바 알머슨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표현하고자 했다. 양 옆의 소녀는 각각 과거와 미래를 상징하며, 현재를 뜻하는 가운데 소녀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과거와 미래가 현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가족어 사전 FAMILY LEXICON [가족어 사전]에서는 힘든 삶 속에서도 우리를 지탱해주고 힘이 되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긴다. 에바 알머슨은 우리 모두 어린 시절 형제자매 혹은 가족과 함께 만들고 공유하던 특별한 의미와 단어, 몸짓에 대한 기억들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표현들은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공유해야만 기억할 수 있기에 그의 작품 속에서 숨겨 놓은 듯한 기억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작품을 둘러보면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익숙한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한국에서의 생활을 작품 속에 그려내며 국내 팬들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었다. 모두 식탁으로 모여 봐 Everyone To The Table [모두 식탁으로 모여 봐]는 작가의 동명의 그림책을 입 체적으로 재현한 공간이다. 시금치, 토마토 등 익숙한 음식부터 상어 지느러미 수프, 정어리같이 낯설면서도 이색적인 음식을 에바 알머슨만의 밝고 생생한 그림으로 만나볼 수 있다. 알록달록한 공간, 커다란 테이블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정말로 동화 속 세상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자연 NATURE 여섯 번째 섹션 [자연]은 작가의 영감의 원천인 자연을 통해 우리 주변을 돌아보게끔 한다. 형형색색의 동화 속 세상을 뒤로하고 계단을 오르면 흐드러지게 핀 꽃과 다채로운 색감이 넘쳐나는 드넓은 벌판이 등장한다. 이곳에서 머리 위에 한 마리 나비와 함께하는 소녀, <날다(To Fly)>라는 그림을 보게 된다. 나비는 처음부터 나비의 모습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알에서 애벌레로,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긴 시간과 힘든 변화의 과정을 거쳐야 아름다운 나비로 훨훨 날아오를 수 있다.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상상력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에만 있으면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삶의 실타래 THREAD OF LIFE 에바 알머슨은 삶이란 빨간색 실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 일곱 번째 섹션에서는 작품 속 소녀가 직접 뜨개질을 하는 듯한 설치미술부터 붉은색의 실을 그림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가 생각하는 우리의 삶, 한 사람을 정의하는 형태는 조각보를 기워서 만든 알록달록한 코트와 같은 모습이다. 실을 엮었다가 다시 풀어내기도 하면서 어떠한 형태로 만들어 나갈지는 온전히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 행복을 찾아서 EVASIONS 커다란 공간을 가득 메운 설치 작품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아홉 번째 섹션 [행복을 찾아서]. 단편집 <행복을 찾아서(Evasions)> 표지를 위해 그린 두 작품 <꿈을 꾸며>와 <사라지다>는 형형색색의 머리카락이 서로 이어지는 대형 벽화를 통해 완성됐다. 또한 색종이 조각들이 서로 연결되어 환상의 길을 만들어 내고, 이는 행복을 찾아 떠나는 이들의 여정을 안내한다. 첫 번째 전시를 통해 ‘행복을 그리는 화가’, ‘행복전도사’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그는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주변 인물들을 특유의 감성으로 접근한다. 둥글둥글한 얼굴과 단순하면서도 익숙한, 따스한 느낌의 그림은 고단한 현실과 각박한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작은 행복감을 선사한다. 에바 알머슨은 이번 전시의 가장 기본적인 주제는 ‘사랑’이라 밝히며, 자신이 언제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라 말했다. 밝고 환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그의 작품을 통해 어느 순간보다 아름다운 보통의 나날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어렸던 시절, 미술 수업은 어렵거나 재미없는 지루한 시간이었다. 어떤 화가의 어떤 그림이 얼마나 대단한 예술성을 담고 있다더라는 선생님의 말씀과, 내가 정성과 노력을 쏟아 만들어내는 폐기물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간극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내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피카소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복잡하게 창조해낸 <모나리자>도 아니었다. 오히려 누구라도 그릴 수 있을 듯 툭 그린 파이프 하나. 그리고 그 파이프 밑에는 "Ceci n'est pas une pipe.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것이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와의 첫 만남이었다. 르네 마그리트는 1898년 11월 21일 벨기에에서 태어난 화가로, 미래주의와 입체주의 성향의 작품을 그리다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와의 만남 후 초현실주의에 빠지게 되었다. 장 콕토, 살바도르 달리, 호안 미로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이들도 있지만, 마그리트의 작품에 집중하게 되는 이유는 하나, 개성 때문이다. 대상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다른 방식으로 배치하는 등 그는 스스로의 작품을 마그리트 답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는 특별전, 《Inside Margritte》가 9월 13일까지 안녕 인사동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열린다. 철학자의 생각을 품은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초현실주의 사조의 거장으로, 친숙하고 평범한 일상을 예기치 않은 환경 속에 배치해낸다. 이는 우리 안의 상식을 위협하고, 사고의 일탈을 유도한다. 그는 언어보다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복제품 또한 원작과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믿었고, 특별한 해석보다는 자유롭게 시처럼 읽히길 원했다. 그의 바람은 인사센트럴뮤지엄을 통해 실현되었다. 전시의 첫 공간, 르네 마그리트의 예술세계와 작품을 다룬 뤽 드 회쉬 감독의 영화 <마그리트, 또는 사물의 교훈(Margritte, or the Lesson of Things)>가 상영되는 공간을 지나고 나면, 마그리트의 생이를 다룬 연대기가 보인다. 입체 미래주의에서 암흑기까지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 후, 벨기에 샤를루아를 떠나 브뤼셀 예술 아카데미에 진학했던 그는 드로잉과 회화를 배우며 당시 사조였던 미래주의와 입체주의에 입문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이에 곧 흥미를 잃었고 다다이즘에 관심을 가졌으나 어떻게 그릴것인가보다 무엇을 그릴 것인가에 더 몰두하게 된다. 추상예술에서 벗어나 현실에 보이는 일상의 디테일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추후 마그리트의 작품에서 보이는 새, 손, 커튼 등이 처음으로 작품에서 등장하는 시기가 바로 이때이다. 이후 그는 무거운 분위기의 기이한 도형 등이 배경이 되는 암흑기를 거쳤다. 손, 체스, 말, 나무, 종, 커튼 등을 소재로 삼아 고유한 틀을 벗어난 일상의 재해석을 시도했다. 파리에서 In Paris 이후 마그리트는 브뤼셀을 떠나 아내인 조르제트(Georgette)와 함께 파리로 거처를 옮긴다. 그곳에서 그는 프랑스 초현실주의 그룹과 만나 교류하게 된다. 마그리트는 일상의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며 아파트 내부에서 영감을 받아 100여 점의 작품을 제작했다. 거울, 양초, 사과, 레몬 같은 뻔하고 흔한 물건을 낯선 환경에 놓는 마그리트의 대표적인 작업 방식이 이 시기에 탄생한 것이다. 이때 대표작인 <이미지의 배반(La Trashion des Image)>과 <연인들(the Lovers)>이 그려졌다. 친화력 The Elective Affinities 1930년, 대공황을 맞아 파리의 경제 상황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었다. 마그리트와 함께했던 갤러리들의 사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브뤼셀로 다시 돌아온 그는 작은 집을 구했고, 남동생의 도움으로 창립한 광고대행사 스 마그리트의 헌신 The Consecration of Magritte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마그리트는 이전의 회화 스타일로 회귀를 택한다. 1950년까지 자신의 조국인 벨기에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던 마그리트에게, 미국 진출로의 기회가 열렸던 당시는 무척 중요했던 때였다. 그리고 그는 달콤한 성공을 맛본다. 성공적인 전시로 인지도가 오르며 재정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들어 광고 일을 모두 그만두고 미술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빛의 제국 The Empire of Light <빛의 제국> 시리즈는 하나의 이미지 안에 대조적인 낮과 밤을 동시에 담아내 조화시킨 연작이다. 그림의 위는 뭉게구름이 자욱한 맑은 낮이지만 아래에는 어둠이 성난 채 잔뜩 끼어 있는 집이 숲에 둘러싸여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국내 크로스디자인 연구팀에서 제작한 영상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미스터리 룸 Mystery Room 마그리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금지된 재현>은 꽤 이상하다.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와 마그리트 같은 아방가르드 작가를 애호했던 에드워드 제임스(Edward James)가 1937년 마그리트에게 초상화를 의뢰했고, 그렇게 나오게 된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관객에게 뒷모습을 보인 채 거울을 바라보는 남자, 그러나 거울을 통해 보이는 남자의 얼굴은 역시 뒷모습이다. 이 아이러니함을 관객들은 거울 속 비친 자신의 뒷모습을 보며 체험할 수 있다. 플레이 마그리트 Play Magritte 플레이 마그리트 존은 국내 크로스디자인 연구소에서 제작한 증강현실(AR) 포토존을 통해 작품을 자신의 몸으로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이번 전시의 대표적인 '포토존' 중 하나로 작품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인사이드 마그리트 Inside Magritte '메인 영상 룸'에 들어서면, 관람객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르네 마그리트가 남긴 회화 초기작부터 마지막 시기까지 약 120여 점에 달하는 작품을 새로운 시각효과와 클래식 음악을 통해 새롭게 재탄생시킨 것이다. 마그리트 특유의 부드러운 색채는 현대적인 감각을 입어 관람객을 360도로 에워싸 압도한다.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Magritte's Surrealism 작가 앙드레 브르통을 중심으로 시작된 프랑스 초현실주의 사조, 마그리트가 이끌었던 벨기에 초현실주의 사조의 예술적 특성을 비교해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마그리트가 깊이 고민했던 사물과 언어 사이의 관계에 대한 고찰과 대표적인 초현실주의자들인 막스 에른스트,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에 대한 설명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청취실 The Listening Room 마지막 공간인 체험존에 나가기 전, 만날 수 있는 작품은 <청취실(the Listening Room)>을 대형으로 재현한 것이다. 마그리트의 작품이 그렇듯, 익숙한 공간에 놓인 익숙한 물건 속에서 우리는 낯섦을 강하게 느낀다. 익숙하지 않은 사과의 크기, 익숙하지 않은 공간의 배치는 오히려 관람객에게 무언지 모를 불안함을 선사한다.

뮤지엄그라운드 기획전

2018년 10월, 용인시 고기리에 뮤지엄그라운드(Ground Museum of Contemporary Art)가 오픈했다. 뮤지엄그라운드는 입체 추상 작품으로 명성을 얻은 전광영 작가가 만든 곳이다. 전광영 작가는 미술관을 오픈하며 이렇게 이야기한 바 있다. “한국처럼 미술 활동하기 어려운 나라가 없는 것 같아요. 작품이 좋아도 인맥 부족으로 세상에 알려지지 못한 작가도 많죠. 앞으로 후배들이 이런 고통과 억압에서 벗어나 좋은 환경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장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미술관을 설립했죠." 뮤지엄그라운드에는 총 세 개의 전시공간이 위치한다. 제 1, 2, 3 전시실을 비롯해 멀티 교육실, 야외 조각 공원, 카페 등을 통해 현대 미술의 위치와 의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할만한 전시를 기획하고, 개최한다. 문을 연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여전히 국내, 국외의 다양한 문화예술이 전시되는 복합문화공간인 이곳은 다양한 스타일과 장르의 현대미술을 가감없이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IXDesign이 컬쳐 꼭지를 통해 소개했던 그래피티 전시, «마이 스페이스» 展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 뮤지엄그라운드가 새로운 전시와 함께 관람객을 찾았다. . 제 1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바로 «본다» 展이다. 이번 전시는 극사실주의 장르와 문학작품의 결합을 통해 감상에 대한새로운 공감과 개인적 사유의 장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처음 보이는 강강훈 작가의 작품은 작가의 딸을 모티프로 작품을그려냈다. 감정과 색에 관한 폭넓은 연구와 딸의 성장 과정 속의 찰나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작가의 부성애와 세심한 기록을 위한 사유의결과물이다. “우리는 유한한 삶을 살며 모든 것을 유동적으로 움직이고 끊임없이 변한다. 구체적인 형상을 그리지만 잡히지 않을 법한부분들은 연출 과정에서 뿌리거나 바르는 추상적 행위를 통해 간접적으로 내포되어 있다.” 작품 속 파색은 작가를 대변하는 색이자 동경의 의미를 담았다. 핑크색은 딸이 성정하며 좋아하게 된 색으로, 이 두 색의 교차 속에서 감동을 주기 위한 작가의 노력을 담았다. 박지혜 작가의 작품은 롤랑 바르트가 제시한 푼크툼(Punctum) 개념에서 출발한다.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생각에잠기고, 친구를 만나고, 전화를 하고, 밤새도록 깨어 있는, 일상적인 순간들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뇌리에 꽂히는 경험’으로 남을수 있다. 모두가 각자의 경험과 사고에 따라 평가하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가의 뇌리에 강렬히 남은 일상의 순간을 캔버스위에 풀어냈다. 얼굴을 알 수 없는 여성의 뒷모습, 뒷모습 안에 드러나는 등세, 섬세한 근육과 골격구조를 관찰하고 표현한 것이다작가의 작품이 그려지는 시점이 작가가 느낀 푼크툼이었다면, 이제 관람객들은 박지혜 작가의 작품을 보며 또 다른 푼크툼을 경험하게 된다. 작가의 경험과 시선으로 만든 작품들은 이내 관람객의 경험과 시선 안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완성된다. 제 1전시실의 마지막 공간, 이흠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케이크와 사탕이라는 달콤하고 감각적인 소재를 통해 예술을 담아냈다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여도, 실제로는 곪아 있는 것들이 있다. 쇼윈도를 통해 예술을 이야기하는 작가는 진열대에 놓인 물건을 집어들기만 해도 상품을 돋보이게 만들던 모든 요소가 사라지고 본질만 남는다고 이야기한다. 예술이라는 행위를 비롯한 21세기를 살아가는 모든 방식을작가는 이 쇼윈도에 담고자 했다. 작가는 예술계에서 등한시하는 자본주의에 관한 작가의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낸다. 삶과 죽음, 섹스 등 고차원적으로 인용되는 주제가 아니라,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자본적인 부분을 그는 예술의 바운더리 안으로 가져온다. 제 2전시실에서는 전광영 작가의 개인전 ≪전광영 – Chapter 2: Blue & Yellow≫ 展이 펼쳐진다. 뮤지엄그라운드는 설립자 전광영 작가의 초기 회화부터 현재 부조 작품을 7개 장으로 구분해 60년 작가 인생의 전작을 담아냈다. 이번 챕터는 작가의 80년대 회화작품부터 2020년 최신 집합 작품들 중 이번 전시 주제 컬러인 옐로우와 블루 컬러를 중심으로 작품을 선보였다. "전광영의 주목할만한 조각 작품은 혁신과 전통의 교차로 사이에 자리한다. 그의 작품은 그가 어린 시절에 기억하는 한의원의 천장에 매달린 약봉지에서 받은 수천 매의 고서로 감싼 꾸러미로 구성된다. 집합은 역사적인 재료로 만들어지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함축된 의미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작가가 그 재료들을 모을 때 그 꾸러미들은 천문학과 과학적 허구의 세계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내는 형태를 만들어낸다. 잊히지 않으면서 시각적으로 확신에 찬 [집합] 작품은 부분의 총합보다 더 위대하며 더욱 진보적이다." 브루클린 미술관의 전시 서문이다. 제 3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는 건 한국과 뉴욕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키야킴 작가의 작품이다. 키야킴 작가는 사소한 일상속을 들여다보고 관찰하며 관념, 색, 사물 등을 조합해 평면과 입체의콜라주를 그려낸다. 그 작업은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 일상의 순간에 집중해 스스로 참여하거나 수집하는 단계를 거쳐 작가가 반응하고 이해하는 단계에 이른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이야기하는 자기객관화다. 키야킴 작가가 작품에 사용하는 재료는 이 자기객관화를 거친 자기자신이다. 내면에서 시작된 사적인 이야기들은 관람객 개개인에게닿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가 된다. 그는 어린 시절 인형 놀이에서 시작된 사회적 모습의 기억에서 자신의 작업 형식을 도출했다고 말한다. 패션 잡지에 실린 모델의 스타일, 색, 그래픽, 요소들이 그를 현재의 작업으로 이르게 했다. 다양한 오브제를 사용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고 콜라주해 표현하는 작가의 작품세계에 관람객들은 어느새 빠져들게 된다. 지금까지 IXDesgin과 함께 뮤지엄그라운드의 새로운 전시들을 만나보았다.후덥지근하고 왜인지 모를 짜증이 스멀스멀 맘속에서 기어 나오는 날, 우리의 일상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도와줄 세 개의 전시를 보러 떠나는 건 어떨까. 지루하고 단조롭던 일상에 어느 순간 당신의 뇌리에 꽂히는 장면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이자 보테가 베네타, 이브 생로랑, 발렌시아가, 알렉산더 맥퀸 등을 소유한 케링 그룹의 자회사, 구찌(GUCCI). 한때는 절제된 이미지가 고루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타격을 받았지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지휘 아래 브랜드는 새롭게 태어난다. 이후 규칙도, 성도, 시대도 없는 디자인을 선보이며 구찌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그런 구찌가 2020년 5월 6일부터 7월 12일까지 대림미술관에서 멀티 레이어(Multi-layered) 프로젝트를 연다. 이번 전시는 서울의 다채로운 문화 경관과 현대 미술을 지원하기 위한 문화지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의 독립 및 대안 예술 공간의 복합적인 역사와 헤테로토피아(Eterotopia)에 대한 디렉터의 고찰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되었다. 전시는 다른 공간(Other Space)에 대해 개인이 타인 혹은 주변 환경과 관계를 맺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No Space, Just a Place, Eterotopia)다. 전시의 모든 프로젝트들은 내러티브를 새롭게 만들고, 마이너리티를 이해하는 것, 즉 소수자의 정체성과 퀴어 문화를 탐색할 수 있는 유토피아적 대안을 꿈꾼다. 특히 불확실성이 가득한 지금 이 순간, 자신의 환경 속에서 대안적인 존재와 소비의 방식에 대한 성찰이 요구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런 요구에 대해 GUCCI가 내놓은 대답이다 대림미술관 첫 층에서 우리는 한 세탁소를 만나게 된다. 한 쪽에는 벤치가 있고, 양 벽면에는 세탁기가 가득 메우고 있다. 그냥 세탁기는 아니다. 세탁기 속에는 인어들의 꼬리가 보인다. 이곳은 올리비아 에르랭어(Olivia Erlanger)의 작품 ‘Ida, Ida, Ida!’ 속. 이 인어들은 세탁기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인지, 빠져 나오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세탁소란 집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다면 결코 방문할 필요가 없는 장소다. 이곳의 인어들에게는 성별이 없다. 작가는 이들이 환경에 따라 모습이 변하는 초현실적 존재라 말한다. 인어, 세이렌, 메두사처럼 말이다. 동화 속 장면들 때문에 우리는 이들을 여성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글쎄. 그것은 그저 고정관념일 뿐이다. 2층 첫 전시공간은 화이트노이즈(White Noise)와 탈영역 우정국(Post Territory Ujeongguk)이 꾸몄다. 국내외에서 분야와 장르의 구분 없이 활발하게 아트 이벤트를 기획하고 주최하는 화이트노이즈는 이번 전시에 프로젝트 ‘장수의 비결’을 소개했다. 화이트노이즈에서 활동해온 창작자 여덟 명을 새롭게 구성한 네 팀의 결과물이다. 일층에서 이층으로 올라가면 계단 옆에 이강승 작가의 작업이 보인다. 작품의 이름은 ‘QueerArch.’ 작가는 1,700여종의 책과 잡지로 작품을 구성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주류의 역사에서 베재되었던 성소수자의 역사에 주목한다. 2층의 작은 방에는 한 트랜스젠더 여성의 일기를 그림으로 옮긴 작업을 볼 수 있다. 그의 일기에서 우리는 삶에 베여 작품 안에 녹아든 역경, 자기혐오, 희망을 목격하게 된다. 한 층 계단을 올라가면 독립공간 OF의 프로젝트 Room을 만나볼 수 있다. OF는 그들에게 주어진 공간을 세 개의 방으로 분리,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재밌는 점은 이현종 작가의 영상과 다른 영상의 사운드가 제각기 뒤바뀐 채 송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김동준 작가, 임소은 작가, 허지혜 작가 등의 작품도 주목할만하다. 세 개의 방에는 아티스트의 작업이 가구처럼 배치되어 있다. 각 방들은 구분되어 있는데, 관객은 각 분리된 공간에서 작품과 오롯이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취미가가 꾸민 ‘취미관 대림점’은 40명 이상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작품들을 진열장 너머로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빽빽한 유리 진열장 속에는 생소하고 친숙하며, 갖고 싶었던 물건들이 놓여 있다. 이번 전시에서 취미가는 판매와 구매의 개념을 도입했다. 작품들을 살펴보면 작품들 옆에 이름과 가격이 함께 쓰여 있는 표를 목격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미술품 경매 소식을 들을 때도 어떤 작품이 엄청난 가격에 팔렸다는 사실은 알게 되지만, 그 가격이 왜 붙었는지는 모른다. 취미가는 우리에게 이런 숫자에 현혹되지 말고, 작품 자체가 가진 가치에 주목해보자고 이야기한다. 통의동 보안여관은 ‘사이키델릭 네이처: 나타샤와 두 개의 노란 조각’이라는 2019년 보안여관의 전시를 재구성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환영이 만들어낸 인공 낙원을 다루던 이들은 세계의 안쪽을 이루는 인물과 사물에 주목한다. 류성실이 창조한 ‘칭첸’의 세계는 환영과 현실, 전통과 미래의 경계가 불명확하다. ‘칭첸 투어’의 주요한 감각적 대상은 여행지의 이국적 정취가 아니라 그 세계를 만들고 있는 미신과 신화다. 최하늘이 만들어낸 두 조각은 오브제가 지닌 형식과 구성 자체를 통해 그 의미를 드러내는데, 이번 작업에서 그는 서로 상반되는 성적 지향을 가진 이들을 표현한 조각과 사진을 선보였다. 시청각(AVP)의 프로젝트는 흥미롭다. 이번 전시에서 이들은 지난 기획을 새롭게 바라보는 프로젝트 AVP Route를 선보인다. 이 프로젝트는 시청각이 기획했던 두 전시를 합쳐 놓은 것이다. AVP Route를 통해 도면함과 무브 앤 스케일에 참여했던 박미나,Sasa, 윤지영, 장금형 작가 등의 작업물을 만나볼 수 있다. 공간의 4층, 자칫 발을 잘못 내딛으면 떨어지기라도 할 것 같은 곳, 세실 B. 에반스의 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작가는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에 대해 탐구하고 탐색한다. 인터넷의 종말 후 세상을 가정해 시스템인 HYPER의 시선을 따라가며 전개되는 한 편의 이야기를 보고 나면, 우리는 이번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No Space, Just a Place, Eterotopia)> 전시의 모든 공간을 다 만나게 된다.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전시인만큼, 전시장을 나서는 발걸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이곳에서 당신이 주최 측이 의도한대로 대안적인 세계를 만나기를 바라본다.

PERSPECTIVE: 2020 MIMESIS ART MUSEUM COLLECTION

영화관에 가면, 영화를 보게 된다. 도서관에 가면, 책을 보게 된다. 미술관에 가서도, 전시된 작품을 볼 뿐이다. 영화관과 도서관과 미술관의 환경이란 사실 그 모든 ‘작품들’을 위해 구성된 곳이기 때문이다. 영화관에서는 영화에 집중할 수 있으면 된다. 도서관에서도 책에 방해만 안 되면 그 뿐이다. 미술관 역시 작품들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구조여야 한다. 그러나 어떤 미술관들은 이런 기본조차 지키지 못한다. 조명도, 습도도, 온도도, 구조도 작품을 감상하라고 만든 곳이라 말하기에 너무 불합리하다. 전시를 취재하기 위해 방문했던 어떤 공간들도, 작품을 감상하는 곳보다는 방문을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자연스레 파주에 위치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떠올리게 된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작품을 감상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동시에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작품이 되는 공간이다. 이곳은 대지면적 1,400평에 연면적 1,100평의 지상 3층 지하 1층으로 이루어진 미술관으로, 다양한 크기의 여러 전시 공간이 하나의 덩어리로 구획되어 있다. 이곳은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설계해 잘 알려졌다. 그는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이라 불리는 포르투갈의 건축가로서, 외형적 화려함보다는 사용자를 배려한 기능을 추구한다고 평가 받는다. 포르투 세할베스 현대 미술관, 아베이루 대학교 도서관, 리스본 엑스포 파빌리온을 비롯, 국내의 알바루 시자 홀, 아모레 퍼시픽 연구원 등을 설계하기도 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건축물의 부드럽게 파고 들어가는 인상적인 곡선을 만나면, 왜 이 건물이 ‘시자의 고양이’라 불리는지 깨닫게 된다. 노출 콘크리트 형식의 외관은 무엇이 진정한 노출 콘크리트 형식인지 잘 나타내는 듯하다. 뮤지엄을 찾아가 처음 만나게 되는 곳은 바로 카페와 북앤아트숍이다. 카페와 테라스에서는 커피, 제철 과일로 만든 생과일 주스와 빙수 등 식음료를 즐길 수 있고, 숍에서는 열린책들과 미메시스가 출간하는 책, 디자인 굿즈들을 보다 할인된 가격에 만날 수 있다. ⓒ박기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상업적인 전시공간을 내세우지 않는다. 화려하고 그럴싸한 전시로 방문객을 유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축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고, 건축이라는 작품은 또한 전시되는 작품들을 놀랍도록 주목하게 만들어준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주목할만한 요소는 바로 ‘빛’이다. 해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채광이 달라지는데, 모든 작품은 천장에서 들어오는 빛을 통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작품들은 이에 따라 빛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유연하게 구성되어 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지난 2월 6일부터 이라는 이름의 소장품전을 열고 있다. 큰 주제는 두 개다. 작가들의 시선이 머무는 지점, 그리고 작가들의 관점에서 나타나는 세계. 미메시스 아트뮤지엄을 찾는 이들은 작가들의 관점과 시선을 통해 이전에 느끼 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고 체험해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강석호, 권영성, 김성국, 김중만, 김효숙, 민병헌, 박기일, 우정수, 이세헌, 이슬기, 이지영, 장재민, 제여란, 최윤희, 최은정, 홍순명 작가 등 미메시스가 소장하고 있던 다수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김효숙 작가는 완성된 구조물보다는 부유하는 도시의 구조물을 중첩된 유기적 공간으로 표현해 여러 프레임을 쌓아 형상화한다. 복잡한 그의 작업은, 복잡한 도시의 겉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다. 생명력 없이 인공적인 인물과 부유하는 건축 자재는 작가가 어린 시절 참여했던 <해체되어 가는 건축물>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세계는 시각적으로 느낄 수 없는 것들로 차 있고, 이 세계를 가장 근접하게 표현하는 것이 작가의 목표다. 최은정 작가는 가장 비현실적인 인공의 풍경화를 그린다. 언뜻 보면 도시 설계 같기도 한 작품은 나무와 식물의 다채로운 구조물과 어우러진 익명의 풍경. 이것이 최은정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작가는 말한다. “내가 화면에 구성하는 공간은 우리가 그 안에 살고 있는 공간도,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도 아니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동적인 구도와 휘황찬란한 색은 이질적인 듯 하나 작가만의 조화로운 기준을 완성시켰다. 박기일 작가의 작업은 흥미롭다. 환영(Illusion)을 만들어내는 창(Window). 회화에 대한 전통적 개념은 작품의 주된 소재가 된다. 그의 작품은 그림이라는 프레임 속 프레임으로, 현실과 이상을 분리하거나 대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이미지인지, 어디까지가 일상이며 또 욕망의 대상인지는 관람자의 시점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조금만 걸어가면 권영성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주변의 사물을 소재로 가상의 지도를 만들 어내는데, 복잡한 세계를 단순화해 현실의 풍경과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그는 최근 ‘그래프’라는 소재를 통해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는 이 작업을 ‘풍경화’라 칭했다. 작가가 보는 세계가 사물에서 공간으로 넓어지며 보다 더 많은 것들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인지 모른다. 그는 비물질적인 것을 수치화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의 작업물을 천천히 살펴보면 냉담하기보다는 감정적으로 그가 이입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계단을 거듭 올라가고 나면 장재민, 우정수 작가의 작업이 보인다. 장재민 작가는 채도를 덜어내고 갈색과 회색으로 세상을 보는 작가다. 거친 붓질은 그만의 풍경화를 그려내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그만의 풍경화는 그가 그린 풍경의 장소를 잊게 하고, 새로운 장소를 만들어낸다. 우정수는 사회의 단면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묘사하는 작가다. 거대한 서사시 같은 그의 작품 속에는 책, 원숭이, 도깨비, 난파선 등 기괴한 상황들이 등장하는데, 우리와 상관 없을 것 같은 소재들로 사회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세현 작가는 산수화를 활용, 그가 경험한 현실 속 이미지를 그린다. 그가 그린 붉은 그림은 낭만적이라기보다는, 현실적이다. 과거 산수화가 작가의 유토피아를 보여주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 반대편에는 이슬기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일상의 사물이 지닌 맥락을 변형해 새로운 정체성을 찾게 하는 작업이다. <이불 프로젝트 U>란 이름의 이 누비이불 작품은 한국의 속담을 기하학적 무늬로 도상화한 것이다. 퇴장로가 따로 없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올라왔던 길을 그대로 걸어 내려가게 하며 작품들을 한 번 더 마주하게 한다. 새 걸음과 헌 걸음이 교차하는 이 교차로에서 관객은 작품의 의미를 한 번 더 발견하게 된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앞으로도 다양하고, 깊이 있는전시를 통해 관객을 찾을 것이다. 여유가 된다면 파주 출판 단지의 멋진 갤러리로 와 작품을 보고, 또 건축을 즐겨보자. 다른 미술관에서 보지 못했던 재미를 발견하게 될 테니까.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카스틸리오니

ⓒ :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와 타락사쿰 88’, 사진: C. 콜롬보,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재단 제공 예술은 가깝고도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동시대를 그려낸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면, 어떻게 이걸 이렇게 표현했지 싶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것을 생각하며, 종종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내뱉는 예술가들. 왠지 경외심이 들고, 묘한 거리감을 느낀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조차 그럴진대, 수세대를 앞서 살아간 예술가들은 더욱 멀게만 생각된다. 그러나 그 아득한 거리감을 뛰어넘는 건 쉽다. 바로 작품을 통해서다. 예술가들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전율을 느끼고, 다른 시대를 살아갔던 예술가들조차 작품을 통해서 같은 공간에 숨 쉬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카스틸리오니 역시 좀처럼 가깝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존재였다. 아트마이닝과프로젝트 콜렉티브가 공동 주관한 이번 전시,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카스틸리오니》 展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전시를 통해서 만난 아킬레 카스틸리오니는 번뜩이는 생각과 아이디어를 가진, 조금 재치 넘치는 이탈리아 아저씨였다. 그는 난해하다기보다는 직관적이었고, 이해하기 어렵다기보다는 명쾌한 해법을 내어놓는 사람이었다. 카스틸리오니의 익살스러운 표정 뒤에 감춰진 디자인과 발명의 세계, 그가 왜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이라고 불리는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와 형제들 이번 전시는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와 그의 형제들인 라비오, 피에르 지아코모 카스틸리오니의 디자인이 지닌 현대적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기획된 전시다. 밀라노에서 태어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세 형제는 이탈리아를 넘어 전 세계 디자인 역사에서 가히 상징적인 영향력을 펼쳤던 핵심 인물들이다.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형제는 실험적인 산업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밀라노의아티스트 스튜디오에서 공동작업을 시작했다. 큰 형 라비오는 머지 않아 시청각 및 조명 분야에 주력하기 위해 떠났지만, 남은 두 형제는 도시계획, 건축, 설치미술,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새로운 것’을 탄생시켰다. 5개의 황금콤파스상을 비롯한 수많은 수상이 당시 그들의 영향력을 짐작케 한다. “밀라노는 위대한 ‘밀라노’이다” Milan l’é un gran Milan 이탈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롬바르디아 중심 도시이자 이탈리아 경제의 중심, 세계 패션과 디자인의 중심, 바로 밀라노다. 밀라노는 카스틸리오니 형제가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자, 동시에 카스틸리오니 형제의 상징이었던 도시다. 1950년대 이탈리아, 특히 밀라노는 문화와 기술,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혁신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학제 간 협업이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음향업체 Brionvega는 자누소와 손을 잡았고, 올리베티는 소트사스와 함께했다. 카스틸리오니와 조명회사 Flos의 협업 역시 같은 맥락 위에 있다. 아, 밀라노 사투리로 ‘밀라노’는 도시의 아름다움과 문화, 유산을 갖춘 위대한 도시라는 뜻이란다. 카스틸리오니 스튜디오 The Castiglioni Studio 이 위대한 도시에 위치한 카스틸리오니 스튜디오는 기업과의 협업 이전에 각 형제들 간의 협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곳이었다. 1936년 아버지 지아니노 카스틸리오니가 사용하던 작업실을 리비오가 사용하게 되었고, 이듬해 피에르 지아코모가, 1944년에는 아킬레가 합류하며 만들어진 카스틸리오니 스튜디오는 혁신을 만들어내는 곳이었다. 그러나 혁신에 골몰해 현재의 중요한 것들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도 않았다. 이 스튜디오에서 형제는 독창적이면서도 위트가 담긴 작품들로 ‘아름다운 동행’을 지속했다. 1968년 피에르 지아코모가 사망한 뒤에 이들의 협업은 끝났지만, 아킬레는 혼자 남아 2002년까지 작업을 이어갔다. : Arco_Courtesy of ArchilleCastiglioni Foundation 창조의 과정 The Creative Process 무언가를 창조해본 적이 있다면 창조의 과정은 순전히 ‘질문의 과정’이란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질문을 던지지 않고는 무언가를 만들 수 없다. 카스틸리오니 형제들은 창조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이 물건은 어떻게 쓰이지? 이 물건은 어디에 두어야 하지? 이 물건은 무엇이지? 이 작업은 어느 때를 위한 것이며 왜 필요한 것이지?”하고 말이다. 체계적 의심은 카스틸리오니가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었고, 곧 그들은 ‘자유롭고 열린 마음’으로 디자인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전시 디자인 Temporary Architecture 카스틸리오니 형제의 이런 창작 과정이 잘 드러났던 것은 전시 분야의 디자인이었다. 건축적 요소, 환경 그래픽 사인을 융합하고, 멀티미디어 분야를 실험했던 카스틸리오니 형제는 공간 구성을 단지 미학적 작업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았다. 뭐랄까. 이는 리 ‘서사’였다. 영화의 몽타주 기법처럼 스케일과 지속 시간을 고려한 장면들, 프레임의 연속을 통해 공간 속에 만들어낸 이야기의 리듬은 당시로서는 혁신이었다. 스케일의 변화, 배선, 루트, 조명, 음향, 움직이는 요소와 알레고리, 반복, 거울, 시퀀스, 레디메이드, 반사와 환경. 지금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는 전시의 요소들은 바로 이 카스틸리오니 형제에 의해 탄생한 것이었다. 만화 속 카스틸리오니의 디자인 Design and comic strips <디아볼리크>는 밀라노 출신의 만화가 주사니 자매(Angela and Luciana Giussani)가 집필한 만화책 시리즈로, 잔악한 빌런이 등장한다. 주사니 자매는 이 시리즈에 카스틸리오니 형제가 디자인한 아르코 램프(Arco Lamp)를 그려 넣었는데, 이 스릴러의 배경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단지 아르코 램프뿐만은 아니다. 만화 속 등장한 토이오 램프(Toio Lamp), 또 타치아 램프(Taccia Lamp) 역시 <디아볼리크>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카스틸리오니 형제의 디자인이 그야말로 시대의 아이콘이자 스타일이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포스터의 숲 The “woods of posters” 밀리오레+세베르토 건축사무소는 2018년 스위스 키아소 m.a.x 박물관에서 흥미로운 전시를 개최했다. <공상가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Anchille Castiglioni Visionario>라는 이름의 이 전시에서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젊은 인재들이 그린 포스터 24장이 소개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24장에 한국 유명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가 제작한 10장의 포스터가 더해졌다.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는 작품을 통해 보다 새롭고 흥미로운 카스틸리오니의 면모를 읽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은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와 그 형제들이 만들어낸 ‘혁신’을 만나볼 수 있었다. 뛰어난 관찰자이자 해석가였던 이들은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를 명확히 이해하고 예측해 사회의 변화에 언제나 앞서가는 ‘트렌드세터’였다. 레디메이드, 형태와 기능의 자유로운 결합, 예상치 못한 스케일의 변화, 관람객과 여정의 중심성, 생동하는 빛의 움직임, 음향의 서사적 목소리, 알레고리, 그래픽 사인과 이를 넘는 새롭고 예측 불가능한 무언가까지. 한가람미술관의 전시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카스틸리오니》를 통해 확인해보자.

툴루즈 로트렉展 - 물랭 루즈의 작은 거인

지난 두 달 간의 테마 코너를 통해 IXDesign은 색다르고 독특한 타이포그래피가 담긴 포스터 디자인을 선보인 바 있다. 포스터는 영화, 책, 상품, 연극 등을 홍보하기 위해 쓰이며, 강렬한 디자인과 문구로 사람의 이목을 사로잡곤 한다. 그렇다면 최초의 포스터는 무엇이었고, 누구에 의해 탄생된 것일까. 인쇄술의 발달은 1400년경 목판인쇄로 제작된 ‘첫 포스터’를 탄생시킨다. 오늘날과 같은 포스터의 흐름을 정립한 건 툴루즈 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이었다. ‘현대포스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툴루즈 로트렉은 몽마르트의 상징인 ‘물랭 루즈’를 무대로 파리의 삶을 날카롭게 주목했다. 이런 툴루즈 로트렉의 전시가 5월 3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바로 《툴루즈 로트렉展 – 물랭 루즈의 작은 거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로트렉이 남긴 포스터, 석판화, 드로잉, 스케치, 일러스트와 수채화 등의 작품을 빠짐 없이 만나볼 수 있다.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비단 그가 남긴 작품뿐만이 아니다. 한가람미술관에 준비된 미디어아트, 영상, 사진을 통해 몽마르트의 작은 거인으로 불렸던 툴루즈 로트렉의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다. 37년의 길지 않은 생애 동 안 5,000여점에 가까운 작품을 남기고 떠난 툴루즈 로트렉을 한걸음 한걸음 뒤쫓아 가보자. 연필로 자유를 사다 연필은 유화 물감, 프레스코, 아크릴 물감, 붓에 비해 간소한 도구처럼 보인다. 그러나 로트렉은 늘 연필을 가지고 다니며 떠오르는 영감을 빠짐 없이 기록하려 애썼다. 연필과 펜이 만드는 스케치를 본격적인 그림을 그리기 전의 준비 단계이자 원칙으로 여겼다. 이 섹션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것은 현대적이면서도 절묘한 드로잉이다. 매우 빠른 속도로 펜을 움직여 대상을 묘사했음에도 날카로운 선들이 모여 명확한 대상의 특징을 드러냈다. 툴루즈 로트렉이 17살 때 아버지를 그려 묘사했던 <알퐁스 드 툴루즈 로트렉(Alphonse de Toulouse-Lautrec) 백작의 초상>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상류 사회를 비웃다 몽마르트의 화가로 불렸던 툴루즈 로트렉은 파리의 밤 문화를 만들었던 여인들을 즐겨 그렸다. 비극적으로, 또는 희극적으로. 그들을 비웃기 위함은 아니었다. 오히려 위선과 가식으로 뭉친 상류사회를 조롱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로트렉의 독특한 감각으로 그려진 모델들은 그의 포스터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로트렉은 이 시기에 만난 카바레 스타인 제인 아브릴(Jane Avril)과 친분을 쌓았고, 이후 제인은 그가 죽을 때까지 그의 곁을 지켰다. 그의 유명한 작품인 <디방 자포네(Divan Japonais)>에서 공연을 보고 있는 매력적인 여성으로 묘사된 것이 바로 제인 아브릴이었다. 몽마르트의 작은 거인 3번째 섹션은 대중적인 카바레 쇼에서부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는 비극이나 클래식 공연까지, 그와 관련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담았다. 일본의 목판화가였던 오노레 도미에(Honore Daumier)에게 영감을 받은 빛과 그림자의 역동적인 대조 및 움직임, 과감한 생략을 읽어낼 수 있다. 추한 것이 아름답다 세기는 바뀌고 파리에는 카바레의 화려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엔터테이너들의 화려한 공연이 열린다. 로트렉은 그들에게 강요된 관능과 유혹, 그 아래 감춰진 열정과 외로움,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욕망을 목격하고 작품 안에 담아냈다. 19세기 후반 판화의 최대 걸작으로 꼽히는 <엘르(Elles)> 연작은 이런 환경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이상보다는 진실을 그리다 19세기 말, 프랑스에는 각종 잡지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야말로 황금기. 로트렉에게는 원고를 청탁하는 편지가 쇄도했다. 잡지를 위해 제작했던 일러스트, 만화, 디자인은 로트렉이 남긴 유산들 중 하나이다. 이 시기 파리에서 출판되던 풍파 잡지인 <르 리르(Le Rire)>는 스타들의 밤 문화와 유명인사들에 대한 가십이 넘쳐났다. 로트렉은 <르 리르>에 풍자 그림을 자주 게재하곤 했다. 이 섹션에서는 로트렉이 기고했던 그림들과 잡지의 실물이 소개된다. 뿐만 아니라 로트렉이 일생 동안 가장 열정을 쏟은 석판화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데, 로트렉이 직접 제작한 석판화 판석과 스케치 등을 통해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다. 나는 단지 기록할 뿐이다 로트렉의 친구이자 저널리스트였던 타데 나탕송(Thadée Natanson)은 그에 대해 이렇게 회상하곤 했다. “앙리는 남성보다는 동물을, 동물보다는 여성을 좋아했다. 그는 미칠 정도로 말을 좋아했지만 말을 타지는 못했다.” 로트렉은 말을 좋아했다. 그가 어렸을 적 말과 함께 야외 활동을 하던 시절에 그린 청소년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로트렉은 훗날 알코올 중독과 과대망상증으로 인해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기억에 의존해 자신이 좋아했던 서커스 장면과 말을 드로잉하기 시작했다. 현대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 툴루즈 로트렉 19세기, 예술가의 역할이 이전과 상상할 수 없을만큼 달라졌던 시기였다. 예술가들은 귀족과 부유층을 위해 의뢰 받은 작품을 만들었지만, 그 후 스튜디오가 생겼고, 자신만의 시각과 관점이 담긴 작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주제, 혁신적 형태, 이전에 없던 스타일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경제구조 변화와 맞아 떨어졌다. 포스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각선 구도, 과감한 자르기, 배경 생략,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 굵고 진한 선, 사선 문양 등, 당시 화가들의 고전적인 회화 기법과는 한 차원 다른 시각을 드러낸 그의 작품이었다. 그런 툴루즈 로트렉의 포스터는 최초의 현대적인 포스터로도 평가 받는다. 당시 수집가들은 그의 포스터를 높게 평가했으며, 벽에 붙은 포스터를 떼어가지려 애썼다. 예술 비평가였던 펠릭스 페네옹(Félix Fénéon)은 그의 포스터를 두고 이렇게 얘기하기도 했다. “감초를 사용해 민망한 쾌락을 느끼게 만드는 엉터리 그림들보다, 훨씬 활력 있는 툴루즈 로트렉의 포스터를 손에 넣으라.” 후기인상주의 화가이자 현대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로 꼽히는 툴루즈 로트렉의 전시를 만나보았다. 로트렉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을 뿐 아니라, 비평가들의 인정까지 받았던, 상업미술과 순수미술의 벽을 허문 작가였다. 국내 첫 단독전인 《툴루즈 로트렉展 – 물랭 루즈의 작은 거인》은 올해 5월 3일까지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프랑스 몽마르트 언덕을 느끼며 19세기 후반 서양미술 사조의 한 흐름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알렉산더 칼더: 모빌을 상상하다

예술과 특별히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Stirling Calder)의 이름을 잘 모를 수 있다. 그는 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 중에는 알렉산더 맥퀸(Lee Alexander McQueen)처럼 요즘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도 않고, 예술가 중에서는 피카소(Pablo Ruiz Picasso)만큼 유명하지도 않으며,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만큼 현대 미술에 널리 영향을 끼치지도 않았다. 그러나 키네틱 아트(Kinetic Art)와 모빌(Mobile)의 영역에 이르면 그의 이름은 어렵지 않게 회자된다. 알렉산더 칼더. 그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조각가 중 하나로, ‘모빌의 창시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의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의자에서 장난감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들곤 했다. 그는 공과 대학으로 진학, 엔지니어로 일하게 되지만, 그곳에서 ‘어긋남’을 느끼고 예술에 대한 열정을 가진 채 뉴욕으로 향하게 된다. 그는 이후 조각이라는 장르에 변화를 몰고 온다. 몬드리안을 만난 이후 그는 추상 세계에 빠져들게 되고, 원색으로 칠한 여러 형태의 조각을 메탈로 된 실 끝에 매달아 공기에 따라 움직이게 한다. 모빌의 탄생이었다. K현대미술관은 이번 겨울 알렉산더 칼더를 되돌아보는 회고전을 연다. 기존 칼더를 조명했던 전시는 모빌의 창시자인 칼더의 면면에 집중했지만, K현대미술관은 칼더의 작품 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회화 작품들에 주목했다. 단지 회화 작품들을 벽에 걸어 관객을 객체로 두는 데 그치지 않고 2D와 3D가 융합된 구조물들로 칼더의 예술 세계 속에 관객이 직접 걸어 들어와 작품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왔다. IXDesign과 함께 칼더의 예술 속으로 한 발짝 다가가보자. 화려한 모빌만이 칼더의 예술 세계를 채우고 있었던 것은 아니란 걸 곧 알게 될 것이다. 예술가로서의 첫걸음을 내딛다 칼더는 1923년부터 뉴욕 예술 학생 리그에 등록해 수업에 참여했다. 그때 만난 보드만 로빈슨(Boardman Robinson)에 대해 칼더는 이렇게 회고했다. “그는 훌륭한 선생님이었다. 나에게 펜과 단선으로 드로잉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던 사람이다. 몸집이 크고 붉은 머리에수염이 난 그는 정말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전시장에 들어가서 만나는 첫 공간, 이곳에서 관객들은 1925년경 칼더가 처음 작품 활동을 시작했을 무렵의 드로잉을 만날 수 있다. ‘움직임’에 대한 칼더의 관심과 특징을 표현하는 재능을 읽어내게 되는 공간이다. 칼더는 다양한 종류의 동물을 그려내며 유머 감각을 발휘하기도 했다. 볼록한 뱃살을 가진 코끼리는 정치인에 비유했고, 그들의 움직임을 ‘우아하면서도 율동적’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예술계의 총아, 칼더의 등장 그 다음 공간에서 우리는 칼더의 작품 세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던 ‘서커스’를 목격하게 된다. 서커스는 칼더의 인생에서 무척 중요한 경험이었다. 1926년 파리로 유학을 간 후 그는 서커스 공연을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서커스는 철사, 가죽, 천 등 다양한 재료로 이루어졌으며, 칼더가 직접 조종하는 일종의 ‘공연예술’이었다. 가족과 친구들이 첫번째 관객이었으나 이윽고 그는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장 콕토, 르 코르뷔지에, 테오 판 되스버그, 미로, 레제, 이사무 노구치, 안드레 케르테즈 등 다양한 예술가들이 그의 팬이 되었다. 알렉산더 칼더는 일생에 걸쳐 12개 이상의 공연 무대, 세트장, 의상을 제작했는데, 그중 잘 알려진 것은 발레리나이자 안무가인 미사 그레이엄과 함께한 1935년의 파노라마, 36년의 수평선이다. 칼더가 만든 발레 무대 역시 인상적이다. 모빌과 스태빌이 설치되어 있고, 과슈화가 배경에 걸린 무대는 니콜로 카스티글리오네, 알도 클레멘티, 브루누 마데르다가 작곡한 전자 음악에 맞춰 상연되었다. 피에트 몬드리안과 조우하다 칼더는 프레데릭 키슬러(Frederick Kiesler)의 소개로 윌리엄 아인슈타인(William Einstein)과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작업실을 방문하게 된다. 그는 몬드리안의 예술 실험을 보고 감명을 받아 한 가지 제안을 하게 된다. “이 사각형들이 움직인다면 꽤 재밌을거야. (Perhaps it would be fun to make these rectangles oscillate.)”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달랐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내 그림은 충분히 빠르거든. No, it is not necessary, my painting is already very fast.” 칼더는 이 대답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칼더가 ‘추상’의 세계에 빠진 건 정확히 그때부터였다. 그러나 그 거절에 동의 했던 것 역시 아니었다. 그는 추상 미술을 움직이게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고, 곧 머지 않아 ‘모빌’이 탄생하게 된다. 초현실주의와 호안 미로 알렉산더 칼더는 파리로 이주한 후, 다양한 예술가들과 끊임없이 교류했다. 대표적으로는 마르셀 뒤샹과 호안 미로(Joan Miro)를 꼽을 수 있다. 1928년 12월 <칼더의 서커스>에 참여했던 호안 미로는 이후 지속적으로 칼더와 인연을 이어왔다. 그와의 교류를 통해 칼더는 호안 미로의 초현실주의적 성향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이는 이후 칼더의 작품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되었다. 1936년 파리에서 열린 초현실주의 전시에 참여하는 등, 칼더는 초현실주의 미술 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오늘날에는 초현실주의와 분리되어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칼더의 그림에서 각 요소들이 맥락 없이 얽혀 있는 형태, 의미 없이 배치된 모습은 분명 초현실주의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칼더는 우주에서 영감을 받은 그림들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우주와 행성. 칼더는 이 거대한 세계를 각기 다른 요소로 구성해냈다. 다양한 모양과 색, 밀도와 온도를 지닌 요소들은 둥둥 떠 있으면서도 멈춰 있고, 물결이 되기도 했다. 칼더는 다양한 과슈화를 그려냈다. 태양, 달, 별의 형태를 띤 상징을 통해 그려낸 우주는 나선, 피라미드, 별자리, 풍경, 인간의 형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매우 단순화된 인체의 모습, 또는 교차하는 선들로 그린 머리는 아프리카 부족 미술에서 기원한 프리미티비즘(Primitivism)에서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칼더의 작업실을 상상하다 알렉산더 칼더는 앞서 말했듯 흔히 모빌의 창시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이 전에 화가이자 조각가였고, 또 배우였으며 지휘자이기도 했다. 모빌의 원형을 담고 있는 그의 드로잉 작 업들은 어떻게 그가 모빌을 떠올렸고, 탄생시켰는지 그 기원을 추측하게 한다. K현대미술관 학예팀은 모 빌이 탄생하기 직전, 그 순간을 관객이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칼더의 작업실을 상상해 구성했다. K현대미술관이 준비한 칼더의 회고전은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았다. ‘모빌’로 대표되는 칼더의 작품세계 를 마주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칼더의 팬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그의 회화 작품을 한 데 모았다는 데에 분명 의의가 있다. 모빌 그 자체에 주목하기보다는 모빌이 탄생하는 과정에 주목했던 K현대미술관의 전시, 《알렉산더 칼더: 모빌을 상상하다》 展이었다.

Museum of Colors

에스팩토리는 성수동에 위치, 대지면적만 약 9,917m²에 달하는 총 3층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오래된 섬유공장, 자동차 공업소 등 4곳을 함께 리모델링해 17년 오픈했다. S는 이야기, Factory는 말 그대로 공장. 이야기를 함께 만들고 즐기는 공장인 셈이다. 전시회가 열리는 스페이스, 쇼핑 공간, 다양한 가게들이 입점해 있는 거리, 레스토랑이 한 건물 안에 모여 있다. 성수동의 축소판이랄까. 그런 에스팩토리에서 조금 특별한 전시를 준비했다. 바로 ‘색’에 관한 전시다. :ⓒKristina Makeeva 색에 대해 평소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본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색들은 특별하게 우리 삶 속에서 배경으로, 또는 어떤 기능을 하며 꿋꿋이 빛나고 있었다. IXDesign은 때문에 Objet 코너를 통해 지난 몇 달 간, 블루, 레드, 블랙, 화이트, 옐로우 등 다양한 컬러의 역사와 쓰임에 주목해온 바 있었다. 컬러는 사회적이며, 동시에 아름답다. 컬러는 사회를 반영하며, 또 동시에 사회를 예측케 한다. 에스팩토리의 이번 전시 뮤지엄 오브 컬러(Museum of Colors) 또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컬러에 대한 5명의 작가들의 상상력이 담긴 96점의 작품, 또 컬러를 주제로 꾸민 가상공간이 결합된 특별한 팝업 뮤지엄의 형태로 기획되었다. 검은색과 빛을 시작으로 천천히 미술관의 초대에 응해 한 발자국씩 걸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좋아하는 색이 하나쯤 더 생겨나 있을지도 모른다. 블랙 광장 블랙 광장은 에스팩토리의 이번 전시에서 가장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공간이다. 검은색은 르누아르에 의해 ‘색의 여왕’이라 불렸다. 이런 검은색의 특성을 살려, 에스팩토리는 ‘여왕의 초대장을 받아 참석한 만찬’에 온 듯한 분위기를 관객들에게 선사하기로 했다. 긴 테이블에 놓인 식기와 화병, 배경에 걸린 Kristina Makeeva 작가의 그림까지. 모든 색을 아우르는 동시에 빛의 깊이를 드러내는 역할을 하는 검은색. 마키바 작가의 그림은 검은 배경 위에 멋지게 피어났다. 오로라 숲 여왕과의 만찬을 마치고 가는 길에, 우리는 빛으로 장식된 오로라 숲을 만나게 된다. 빛이 반사되고 부딪혀 퍼지면서 영롱하게 번지는 색채는 마치 오로라처럼 관객들을 반겨준다. 두번째 섹션에 참여한 윤새롬 작가는 아크릴에 섬유 염색 기법에서 차용한 수공예적 과정을 거쳐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다. 작가만이 낼 수 있는 묘한 색채 속을 거닐며 관람객들은 색에서도 텍스쳐(texture)를 읽어내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컬러 유니버스 세계적인 컬러 연구소 ‘팬톤(PANTONE)’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공간, 색의 우주다. 관람객은 이곳에서 팬톤 컬러가 탄생하고 실제로 사용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다. 팬톤의 컬러 측정 시스템, 팬톤 컬러 키트 등을 통해 색채가 의미하는 것이 꼭 색채만은 아님을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더불어 팬톤의 컬러 IQ 테스트를 통해 컬러 지능을 알아보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지난 12월 발표한 ‘2020 오늘의 컬러’는 전세계 최초로 에스팩토리에서 실물로 전시되기도 했다. 시인의 정원 한 층 내려가면 싱그러움을 가득 담은 공간이 펼쳐진다. ‘시인의 정원’은 젊음과 성장, 생명과 회복을 상징하는 초록을 테마로 했다. 중세 영어 Grene에서 유래된 초록색의 이름은 풀(grass), 자라다(grow)와 함께 봄의 이미지를 공유한다. 이 초록 정원에서 잠시 쉬어가자. 새파란 나무에 더한 시 한 구절은 삭막한 도시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나름의 위로를 선사한다. 황인찬, 함인복, 박소란 등 주목받는 시인 10명의 아름다운 시를 영상으로 소개 받을 수 있다. 스카이 아일랜드 바다를 좋아하는 이는 많다. 그러나 이처럼 꾸준하게 기록한 이는 없었을 것이다. 바로 린 더글라스(Lynne Douglas) 말이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듯한 푸른 빛이 끝없이 펼쳐진다. 세상의 모든 파란이 담긴 곳,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을 느낄 수 있다. “자연이 이렇게나 많은 색을 담고 있었구나.” 싶어진달까. 스카이 섬의 빛이 떠오르는 안개 낀 아침, 태양빛이 뜨거운 한낮, 별이 빛나는 해질녘. 이 섬의 모든 아름다움을 작가의 메모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컬러 스트리트 컬러 스트리트는 옐로를 베이스로 한 톡톡 튀는 색의 거리다. 팝아티스트 아트놈(Artnom) 작가가 참여, 다양하고 경쾌한 색상으로 만들어낸 거리는 작가가 주창하는 재미주의(Funism)가 무엇인가를 오롯이 느낄 수 있게 한다. 아트놈 작가는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박생광 화가의 채색작품에 강렬한 끌림을 느꼈고, 이는 후에 그가 아트놈이라는 이름으로 데뷔해 작업하는 데에 큰 기반이 되었다. 레드 캐슬, 그리고 꿈의 미로 노란 간판 사이를 헤쳐나가고 나면 붉은 성을 곧 만나게 된다. 레드는 빛과 색의 삼원색에 모두 속하는 기본색, 동시에 인간이 자연에서 발견한 가장 초기의 유채색이다.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붉은색과 레드 캐슬, 그 벽에 걸린 크리스티나 마키바 작가의 작품은 마법의 성에 당도한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마법이 우리 삶에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일상의 문제를 잠시 잊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선함의 승리를 믿게 되기를 추구합니다.” 작가의 말이다. 붉은 성을 지나면 보이는 곳은 꿈의 미로다. 핑크 컬러를 테마로 신비로운 꿈 속으로 향하는 입구를 연출했다. 컬러 시티 컬러 시티에서는 동화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컬러를 담은 도시를 만나볼 수 있다. 그야말로 컬러들의 축제, 빛의 향연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배경은 이스탄불이다. 작가 예너 토룬은 이스탄불 도심 공업지대와 개발 지역 사이에서 보석 같은 건축물을 발견해내기 시작했다. 그는 스스로를 ‘컬러 헌터’로 소개한다. 회색 도시였던 이스탄불의 무채색 건물들 사이에서 발견한 강렬한 컬러는 순식간에 그를 스타 작가로 만들었다. 그는 사진에 후보정을 많이 가미하지 않는다. 더 좋은 순간이 올 때까지, 그저 기다릴 뿐이다. 전시의 퇴장로에서, 우리는 좋아하는 색을 하나씩 고르게 된다. 에디터는 보라색을 골랐다. 그리고 그 색 뒤에 적힌 시한 구절. 큰 말은 아니지만 작은 위로가 된다. 컬러는 오늘도 우리들을 매혹할 것이고, 어떤 컬러는 우리를 괴롭히기도 할 것이다. 어떤 색은 배경이 될 것이고, 어떤 색은 그 배경 위에서 시선을 빼앗을 것이다. 이 전시 자체가 사진을 찍기 좋은 포토스팟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보다 밖에 나가 카메라 렌즈를 돌려볼 것을 추천한다. 분명 마음에 드는 색, 그리고 오직 그 자리에서 당신만 볼 수 있는 색이 있을 것이다. 린 더글라스나 예너 토룬처럼 말이다. 천천히 바라보자. 그리고, 찰칵.

미니언즈 특별전

지금2•30대의어린시절에포켓몬스터와디지몬,블리치와원피스같은애니메이션이 있었다면요즘의10대에게어린시절은무엇으로기억될까.[겨울왕국]의엘사와안나를 떠올리게될까?아니면[뽀로로]나[또봇]시리즈?아니면[인사이드아웃]같은영화를 떠올릴까.글쎄.적어도하나확실한것.그자리에분명‘미니언즈’친구들이있을거라는 사실말이다.사실[슈퍼배드]의1편이나왔을때만해도,한국에서는그렇게흥행에 성공한영화는아니었고,잘알려져있지도않았다.그러나[슈퍼배드2]와[슈퍼배드3], 이어[미니언즈]를거치며인기있는프렌차이즈로재탄생했다. 물론영화가매번눈에띄는흥행을기록했던것은아니었지만, 국내브랜드와의콜라보,방송에서의등장등으로아동,청소년 세대에게는유쾌하고귀여운친구로자리잡았다.그러나10대에게만인기있는캐릭터인것은결코아니다.지난15년방영됐던 [무한도전]에서배우심형탁이일명‘두찌빠찌뽀찌’댄스를선보였던것을생각해보자.그래.미니언들에게는사람을묘하게동심으로돌아가게하는부분이있다.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만나볼수있는[미니언즈특별전]또한그렇다.곳곳에배치된참여, 체험포인트는물론,잘꾸며진공간들을따라영화속세계를마주하다보면어느새다섯살꼬마로돌아간자신을발견하게된다. 두터운문을열어보자.관람객들은요약해놓은영화속장면들을 만나게된다.아직[미니언즈]프렌차이즈를관람하지않았다고 해도전시장을찾는걸두려워할필요없는이유다.몇발짝더걸어들어가면[슈퍼배드1]부터[슈퍼배드3]까지그간영화의역사와제작기를감상할수있다.어렵고복잡한과정을거쳐우리 앞에서게된귀여운미니언즈친구들의바보같은눈동자를멍하니바라보다보면자칫징그럽게느껴질수도있는외눈박이캐릭터가꽤사랑스러워보일것이다. 미니언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미디어 공간을 지나고 나면 이어서 그루(Felonius Gru)의 실험실을 만나게 된다. 그루는 악당으로, 세계 최강의 악당을 쫓는 미니언들에게 보스로 추양 받는 인물이다. 그러나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그는 악당보다는 아버지의 면모를 보이게 된다. 작전을 이루기 위해 입양했던 마고, 에디스, 아그네스 세 자매 때문이다. 이 독특하고 신기한 실험실에서 우리는 직접 그루 혹은 미니언이 된 것처럼 이것저것을 만져보고, 들여다보며, 달 훔치기 계획을 세워볼 수도 있다. 곳곳에 준비된 포토존 역시 주목할만하다. 다음에보이는것은마고와에디스,아그네스의사랑스러운공간이다.아이들의방을모티프로한이곳에서는,관람객들역시실제로세자매가된듯한들뜸을마음껏느낄수있다.아이들의스케치북을찢어그대로옮겨놓은 듯한디테일에서우리는마고와에디스,아그네스를실제로만나게된다.옆에는귀여운소녀,아그네스가사랑하는유니콘을초대형으로만날수있다.핑크빛색감과행복을선사하는연출은관람객들의마음을사로잡고만다. 이곳이여느전시와다름없는뻔하고지루한전시회가아닌이유아닐까.다음공간에서는관객의취향과개성에맞춰원하는무늬와좋아하는색으로우주공간을마음껏칠해볼수있는캔버스가주어진다.여기서라면관람객은그저관람객이아니라,한명의창조적인예술가가되어새로운하나의미니언유니버스를탄생시킬수있다.뿐만아니라마음껏춤을따라출수있는곳,리듬에맞춰게임을진행할수있는곳또한마련되어있다. 가장흥미로운점은,빅터‘벡터’퍼킨스(Victor‘Vector’Perkins),스칼렛오버킬(ScarlettOverkill),엘마초(ElMacho),발타자르브래트(BalthazarBratt)등다양한빌런들과함께사진을찍을수있는포토존이다.이곳에서관람객들은캐릭터들과함께재밌는포즈를취하며영화속미니언이된것같은기분에빠질수있다. 이번전시의하이라이트는바로이곳이아닐까.에디터가전시장을방문했을때,가장카메라에담기어려웠던공간도바로이곳이었다.많은관람객들이연신카메라셔터를누르며,이공간에서빠져나오지못하고있었기때문이다. 이곳에서는관람객이자신만의미니언을만들거나,퀴즈를풀고,퍼즐을맞추며[슈퍼배드]의세계에한껏빠져들수있다.더불어커다란공간을차지하고있는바나나풀장은남녀노소불구하고어린이가되어만끽하기좋다. 다음공간은미니언들의역사를차곡차곡쌓아놓은공간이다.미니언은석기시대에도곁에있었으며이집트시대에는건축가로활약했고, 중세시대에는뱀파이어로그모습을드러냈고,나폴레옹시대에는군인이었으며빙하기에는이글루에서생활했다.영국에서는왕이기도 했고그는킹밥(KingBob)으로불렸다.역사속미니언들을만나고나면,우리곁에숨어있던미니언들이갸우뚱하며고개를내밀며인사할것같다.그래,미니언들아,벨로(Bello)또푸파이(Poopye)!미니언들을만나면인사할수있게미니언말도꼭연습해두어야겠다. 다음공간은미니언들의역사를차곡차곡쌓아놓은공간이다.미니언은석기시대에도곁에있었으며이집트시대에는건축가로활약했고, 중세시대에는뱀파이어로그모습을드러냈고,나폴레옹시대에는군인이었으며빙하기에는이글루에서생활했다.영국에서는왕이기도 했고그는킹밥(KingBob)으로불렸다.역사속미니언들을만나고나면,우리곁에숨어있던미니언들이갸우뚱하며고개를내밀며인사할것같다.그래,미니언들아,벨로(Bello)또푸파이(Poopye)!미니언들을만나면인사할수있게미니언말도꼭연습해두어야겠다.

TO THE MOON WITH SNOOPY

유명한 ‘개’ 캐릭터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짱구는 못말려] 속 귀여운 흰둥이? [검정 고무신] 속의 땡구? 누군가는 [리그 오브 레전드] 속의 나서스나 [플란다스의 개] 속 파트라슈를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스누피를 빼놓고 ‘개 캐릭터’를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스누피는 알아도 [피너츠]는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지도 모르겠다. [피너츠(Peanuts)]는 찰스 M. 슐츠가 1950년부터 2000년까지 신문에 연재한 네칸 만화로, 무려 75개국 2,600개 매체에 연재되었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태어난 찰스 슐츠는 어린 시절부터 만화가가 되길 원했다. [타임리스 토픽스 Timeless Topix]에서 만화 레터링 작업을 시작한 찰스 슐츠는 모교인 Art Instruction Schools에서 강의를 하며 [피너츠]의 모델이 되는 Charlie Brown과 Linus Maurer 등을 만나게 된다. [피너츠]는 찰리 브라운과 루시 반 벨트 등 어린 아이와 찰리의 반려견인 비글, 스누피의 일상으로 채워진다. 따뜻하고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은 독자들에게 묘한 울림을 준다. 찰리 브라운은 평범한 이들의 상징이다. 매번 실패를 거듭하지만 결코 좌절하는 법이 없다. 스누피는 찰리의 반려견이지만 의사, 변호사, 전투기 조종사로 변신해 많은 일을 해결하는, 평범한 이들의 판타지에 맞닿아 있는 캐릭터다. 서로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이들은 부딪히고, 서로를 감싸 안는다. 독자들이 [피너츠]에서 따뜻함을 느끼는 이유다. Special Exhibition of Charles M. Schulz Museum 롯데뮤지엄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달착륙 50주년을 기념해 1969년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의 달 탐사라는 역사적 사건을 되새기기 위해 개최되었다. NASA는 달 표면에 발을 내딛는 역사적 순간을 맞이하기 전 최종 리허설로 아폴로 10호를 먼저 쏘아 올린다. 토머스 스태포드, 존 영, 유진 서난은 그들이 타고 갈 아폴로 10호의 콜 사인을 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에 토머스 스태포드는 달 곳곳을 탐사(snoop around)하고 연구하기 위한 임무에 어울리는 콜 사인으로 ‘스누피’를 선택했다. 사령선의 이름은 유진 서난이 존 영에게 붙여줬던 별명인 ‘찰리 브라운’이 되었다. 작가는 훗날 그의 캐릭터들에게 일어난 가장 특별한 사건으로 바로 이 아폴로 프로젝트를 꼽는다. 뿐만 아니라 스누피는 나사의 세이프티 마스코트이기도 했다. 1967년 우주비행사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폴로 1호의 비극적 화재는 직원들의 사기에 큰 타격이었다. 나사는 이후 안전 의식을 높이고 책임감을 키우기 위한 안전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 중, 나사 유인 우주 센터 공보실 부실장 앨버트 찹(Albert M. Chop)은 나사의 세이프티 마스코트로 스누피를 제안한다.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캐릭터인 스누피를 채택한다면, 사람들이 우주 계획에 더 친근감을 느끼고, 보다 신중하게 작업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결과 1968년 3월 우주비행사 스누피 프로그램이 공식 채택되게 된다. Contemporary Art and Snoopy 어둡고 신비로운 우주 공간을 헤쳐나간 뒤, 스누피와 현대미술의 만남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홍경택, 이동기, 강강훈, 옥승철, 노상호 등 다양한 작가들의 참여로 스누피는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 극사실주의와 초현실주의의 영역을 넘나드는 회화의 변주 속에서 재탄생한 스누피에게는 어떠한 틀도 주어지지 않는다. 스티키몬스터랩이 작업한 조형물을 지나가면 국내 현대 미술가들이 대거 참여한 공간을 만나게 된다. 노상호 작가가 유화와 수채화 물감으로 제작한 두 작품은 여러 이미지를 조합, 한데 섞은 새로운 상상력을 보인다. 권오상 작가는 사진과 조각이라는 서로 다른 매체를 혼합해 작품세계를 펼쳐왔다. 작가는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 집에서 보내준 사진을 바탕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찰리 브라운과 함께 모인 어린이들의 모습은 우리를 동심 속으로 데려다 놓는다. 다음 공간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홍승혜 작가의 작품이다. 스크린 속, 픽토그램으로 단순화된 스누피가 움직이고, 그 앞에선 사각형 픽셀로 제작된 스누피 피규어가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홍경택 작가의 작업도 눈여겨볼만하다. David Bowie의 Space Oddity의 한 소절을 인용한 는 화려한 색감과 기하학적 패턴 안에 캐릭터를 배치, 우주의 모습을 생동감 넘치게 담아냈다. 이동기 작가의 도 흥미로운데, 이 작품에는 다양한 이미지가 중첩되어 있다. 김홍도의 <씨름>에 등장하는 춤추는 소년부터 오륜기,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인 아토마우스 등 다양한 이미지가 만나 인류 역사의 크고 작은 흐름을 보여주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박승모 작가는 인물, 오브제를 알루미늄 와이어로 감싸 새롭게 탄생시킨다. 와이어로 만들어진 스누피의 형상은 스누피가 무중력 상태의 달 위를 걸어가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같은 공간에서는 그라플렉스(Grafflex)의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차용한 캐릭터, 단순한 도형을 굵은 선으로 그려 심플하며 유쾌한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그라플렉스 신동진 작가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스누피를 재해석한 4연작을 그려냈다. Snoopy Art Figures 롯데뮤지엄은 새로운 예술적 에너지를 통해 급성장하고 있는 아트 토이 영역을 함께 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플라스틱 대체 소재인 에버모인 ABS로 만든 피규어들은 각 작가들의 손을 통해 재탄생했다. 필독, 하연수, LOEY(찬열), ph-1, 노상호, 홍승혜, 서사무엘, 신모래, 김재경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롯데뮤지엄은 월드비전과 함께 이 피규어들로 자선 이벤트를 진행한다. 티켓박스에 비치된 응모권에 희망 입찰가를 기재하면 최고가를 응모한 관객이 이를 입찰 받을 수 있다. 수익금은 월드비전을 통해 기부된다. Street Art and Snoopy 스누피와 거리 미술이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로 지난 달 컬쳐 주제로 다뤘던 ‘그래피티’ 처럼 말이다. 정크하우스(Junkhouse)는 집을 주제로 작업을 진행하는 작가다. 그가 만든 빨간색 스누피 하우스를 지나가면 스누피를 주제로 한 거리미술이 펼쳐진다. 역동적인 형태와 화려한 색채로 꾸민 제이 플로우(Jay Flow) 작품 속 [피너츠] 캐릭터들의 우주비행은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작가는 무중력 상태의 달 위에서 꿈을 꾸듯 자유롭게 유영하는 스누피와 우주인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어 보이는 것은 매드빅터(Madvictor)의 작품이다. 익살스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을 우주적인 이미지로 새롭게 해석해 보여준다.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 등 캐릭터는 특징이 지워지고, 새로운 색채로 분할돼 벽면을 구성한다. 색면들과 형상들이 새롭게 조화되며 미지의 우주공간, 혹은 그 너머를 여행하는 피너츠 캐릭터들이 완성된다. Peanuts Global Artist Collective 찰스 슐츠 작가와 그 캐릭터들에 영향을 받은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들은 피너츠 글로벌 아티스트 콜렉티브(Peanuts Global Artist Collective)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그 중 케니 샤프(Kenny Scharf)와 앙드레 사라이바(Andréé Saraiva)가 참여했다. 피너츠를 읽으며 성장한 케니 샤프는 문화, 지리적인 장벽 없이 모든 사람을 연결하는 가치와 감정이 담겨 있음을 발견하고, 피너츠의 캐릭터들을 3차원적으로 재해석해냈다. 앙드레 사라이바는 간결한 선으로 특유의 유머러스한 화면을 만들어냈고, 이는 피너츠 캐릭터에 자연스레 녹아 들었다. 환상적인 색채와 이야기로 재탄생한 피너츠의 인물들은 인류의 동심과 사랑, 우정을 대면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었다. Snoopy Runway 이번 전시의 마지막 공간은 놀랍고도 특별하다. 이전에 만나지 못한 패션과 의상의 캐릭터가 런웨이 속 모델이 되어 포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창적인 감성에 세계적인 흐름이 접목된 스누피 인형들은 각기 창조적인 에너지를 뽐낸다. 50센티미터 크기의 옷들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다. 달착륙 50주년을 맞아 진행되는 전시인만큼,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면면 역시 만만치 않다. 레트로퓨처리즘(Retro-Futurism)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김진영, 이수연 디자이너(DEWEDEWE), 비 오는 날 아침의 감성을 풀어낸 박형준 디자이너(JD SCENTOLOGY), PVC와 코튼 소재를 사용해 만든 우주복을 뽐내는 서형인 디자이너(MAMACOMMA), 런던 패션 위크에서 선보인 2020 SS 컬렉션을 새롭게 제작한 윤춘호 디자이너(YCH)를 비롯해 총 12개 브랜드, 디자이너가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앞서 소개한 작품들을 제외하고도, 신모래, 사일로 랩(Silo Lab), MLH 등 다양한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전시 공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찰스 M. 슐츠 작가는 ‘행복은 포근한 강아지’라고 이야기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전시장 곳곳을 둘러보며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과 함께 행복에 빠지게 될 것이다. 현대미술과 패션으로 풀어낸 롯데뮤지엄의 이번 전시 속에서, 예술의 무한한 창조력과 따뜻한 감동을 경험해보자.

MY SPACE 展

담벼락에, 칠판, 바닥, 공책에 낙서 한 번 하지 않으며 자란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모두 조금씩은 아티스트였을지도 모르겠다. 고작 낙서가 무슨 예술씩이나 되느냐고 묻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 낙서는 예술의 영역 안에 있어왔다. 바로 ‘그래피티’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피티(Graffiti)는 그 역사의 시작과 함께 늘 논란의 대상이었다. 공공장소, 벽에 그림과 글자를 그려 넣는 행위. 그래피티가 타인의 재산을 훼손하는 행위와 직결되기 때문에 이를 그저 범죄에 불과하다고 보는 입장과 많은 이들에게 그 예술성을 인정 받고 있는 반달리즘과 반항 정신을 중심으로 하는 예술의 하나라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그래피티가 꼭 반달리즘과 반항 정신을 기치로 삼을 필요는 없다. 그래피티는 이미 하나의 ‘표현 기법’ 중 하나로서 우리의 삶 속에 자리 잡아가고 있으니까. 뮤지엄 그라운드에서 준비한 기획전 《MY SPACE》에서 만날 수 있는 그래피티들처럼 말이다. 뮤지엄 그라운드는 Artime Joe, XEVA, Semitr, Kenji Chai 등 개성 넘치는 그래피티 작가들을 초대했고, 그 결과 뮤지엄 그라운드의 공간들은 그래피티가 발산하는 운동감과 에너지를 통해 전시공간을 넘어 ‘예술의 현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현대의 그래피티는 그 주제와 내용에 있어 점차 다양해지면서도 취향과 정서는 계속해 공유되고 있었다. 이렇게 모인 동시대 네 명의 작가가 꾸며낸 MY SPACE. 전시 공간의 벽면 전체를 채우는 뮤럴, 다양한 오브제, 캐릭터와 레터 스타일을 통해 이전의 미술관에서 만날 수 없었던 예술의 현장감을 그대로 느껴보는 건 어떨까. ARTIME JOE Artime Joe는 1993년 독일을 중심으로 결성, 현재 10개국 27명이 소속된 크루 스틱업 키즈에서 10년 째 활동 중인 아티스트다. 그의 작업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캐퍼스일 것이다. 캐퍼스는 커다란 모자를 의인화한 캐릭터다. 때로는 스프레이 페인트와 룰러를 들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이 캐릭터가 작가의 페르소나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는 대목이다. 캐퍼스는그의작품과작품을잇는역할을한다.ArtimeJoe의작업에등장하는캐릭터는이미여러영화와애니메이션,게임을통해익숙하다.세일러문,소닉,도라에몽,슈퍼마리오,아톰,드래곤볼까지.이캐릭터들의머리위에씌워진캐퍼스들은작가와관람객들을대신해여러캐릭터사이를뛰어다니며전시를채워나가고있다. KenjiChai KenjiChai는싱가포르를중심으로,여러작가들이함께만든짓나잇(Zincnite)크루에서활동중인말레이시아작가다.그는아티스트가 되기전에그래픽디자이너였다.그에게그래픽디자인이란그저‘숫자로된파일’이었고실제의작품처럼느껴지지않았다.초등학교때부터미술경연대회에참가했던그가마침내발견한건‘그래피티’라는작업의창조성이었다.그래픽디자인과그래피티의차이는적지않다.벽에는실행취소버튼도없고,새파일기능도없다.반대로그어려움은작가에게더큰자부심을가져다주었다. KenjiChai는‘떠돌이강아지,차이고(Chaigo)’라는캐릭터를중심으로자신의공간을풀어나갔다.길을잃은떠돌이강아지.차이고에게는자신만의공간이없다.KenjiChai에게차이고는자신그자체다.길을잃고 방황하던어린나날들,세상어디에도기댈곳이없던좌절감을우연히마주친유기견에게서떠올렸다.KenjiChai는과거의힘듦에멈추지않기위해차이고를통해세상과대면한다. XEVA XEVA는한국에그래피티가잘알려지지않았던때인1999년부터계속해그림을그려온아티스트다.그래피티와회화,스프레이와유화라는경계를자유롭게오가는그는탄탄한드로잉을기반으로자신만의시그니쳐스타일을선보인다.첫시작은단지호기심이었다.호기심이즐거움으로바뀌는데에는오랜시간이걸리지않았다.모든벽이그에게는활력소였다.고등학교 시절배운서양화기법,대학에서경험한그래픽디자인,일러스트레이션을바탕으로그는매우독특한시도를이어가고있다.XEVA는Space를공간을넘어‘우주’의차원으로확장시켰다.일상을둘러싼세계,즉감각적공간이라는한계를벗어나려는작가의발상.추상과반추상의독창적이미지가연속되며경험해볼수 없는미지의세계앞에관람객을데려다놓는다.그가사실적얼굴이각각의내면적정서와마주하도록했던‘인물시리즈’는작가자신의내면을추상적으로분열시킨작품을통해확장되었다. Semitr Semitr는그래피티작업에서자유로운플로우를만들어내고자했다.그는단순한그래피티를관람객들에게보여주기보다,그래피티아티스트로서시도할수있는다양한것에주목했다.작업실에놓인골판지,종이박스,아크릴,스티로폼과같은버려진물건이그래피티를위한‘재료’로활용되었다.오브제를쌓아만든형태위에새긴글자는입체적공간의흐름을만들었다.이번전시에초점을둔것은표면적인이미지보다는글자자체의물리적변형이었다. 《MYSPACE》展을보고나서는순간관객들은자신들이미술관에서그럴듯하게정돈된‘예술 이후’를관람한것이아니라,작가들이정성스럽게그려놓은예술,그안에깊숙이들어갔었음을 깨닫게된다.단지이미그림을그려놓은캔버스가벽면에걸리는것이아니라,벽면자체가거대한캔버스가되는곳이기때문이다.예술은생각보다먼곳에있지않다.관람을마치고집에들어갈때,자그마한스케치북과크레파스라도한번사보는게어떨까.자신의내면을담은캐릭터를하나둘씩그려내는순간,우리역시아티스트가되어가고있는스스로를만나게된다.

내 이름은 빨강머리 앤

누구든지 마음 속에 빨강머리 소녀 하나쯤은 품고 살아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이들은 초록 지붕 집에 살던 해맑고 명랑했던 소녀로 앤을 묘사하겠지만, 앤은 실은 상처가 많은 사람이었다. 상처가 많았기에 밝은 척 미소 지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힘들고 지친 마음을 이고 살아가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애써 괜찮은 척 하는 현대인들 역시 어쩌면 앤과 비슷하지 않을까. 앤을 보며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어릴 적 친구들, 어릴적 다녔던 학교, 어릴 적 학교에서 집에 오며 했던 상상들, 어릴 적 살았던 동네까지. 앤은 그렇게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떠올리게 하는 존재고, 자신과 닮은 앤을 보며 우리는 상처를 조금씩 회복해 간다. 갤러리아포레 MMM 전시장에서 열리는 <내 이름은 빨강머리 앤>은 마음 속 앤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적지 않은 것들을 전달해주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반 고흐 인사이드>, <클림트 인사이드>, <앨리스: 인투더래빗홀>, <슈가플래닛>에 이은 미디어앤아트의 여덟 번째 프로젝트다. 출간 이래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아온 ‘빨강머리 앤(Ann of Green Gables)’을 소재로, 공간 연출,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설치 작품, 음악, 영상 등을 전달한다. 이번 전시에는 마담 롤리나, 노보듀스, 안소현, 손민희, 박유나, 이영채, 최윤정, 김미로, KATH 등 다양한 작가가 참여해 전시의 보는 재미를 더했다. 불쌍한 고아소녀 “절 원하지 않으셨던 거군요! 제가 남자 아이가 아니라서 필요 없으신 거죠!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이제껏 절 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모든 게 너무 아름다워서 오래가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어야 했는데. 아무도 정말로 날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야 했는데. 아. 전 어쩌면 좋아요? 울고만 싶어요!” 앤은 고아였다. 또래 친구들도 없이 고아원에서 그저 상상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니면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을 돌보거나. 초록 지붕 집의 매슈와 마릴라에게 입양되었지만, 사실 그들은 남자 아이를 원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앤은 절망하게 된다. 하지만 앤이 그들에게 입양되지 않는다면 부유한 집의 식모로 일을 하게 될 처지였고, 매슈와 마릴라는 마음을 돌려 앤과 함께하기로 결심한다. 공상가의 방 “가난하다는 게 위안이 될 때도 있어요. 멋진 것들로 가득 차 있으면, 상상할 여지가 하나도 없으니까. 이 방에 들어왔을 때 상상력이 조금 부족한 방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마릴라 아주머니의 깔끔한 성격에 걸맞게, 아무런 장식이 없는 방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생각이 들자마자 저도 모르게, 바닥에는 벨벳 카펫을, 창문에는 실크 커튼을 상상하고 있는 거 있죠?” 앤은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였다. 자신이 원하는 것, 소망과 바람을 끊임없이 상상하며 그 공상 속에서 행복해 할 줄 아는. ‘공상가의 방’ 섹션에는 앤이 상상했음직한 앤의방과 옷이 가득하다. 레이스가 달린 드레스와 원피스, 멋진 카펫이 깔린 방까지. 모두 같이 앤의 방에 앉아 앤이 되는 자신을 상상해보자. 낭만가 “그렇게 아름다운 곳을 그냥 ‘가로수길’이라고 불러선 안 돼요. 그런 이름은 아무런 뜻도 없으니까요. 음, 이렇게 부르는 게 좋겠어요. 기쁨의 하얀 길. 여러 가지 상상을 할 수 있는 멋진 이름 같지 않아요? 전 장소나 사람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항상 새로운 이름을 지어 붙이고 그렇게 생각하곤 해요.” 앤은 낭만적이었다. 주변의 길, 호수, 나무와 사물들에게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예쁜 이름을 붙여주고 만족해 했다. 스스로의 이름 대신 코딜리아라고 불러달라고 얘기하기도 했을만큼 말이다. 그는 자연과 사물에 이름을 붙여 세상에 둘도 없는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주었다. 가로수길은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기쁨의 하얀 길’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오직 앤에게만 있는 길이니까. 유령의 숲 한 걸음 걸어 들어가면, 의외의 공간이 눈 앞에 펼쳐진다. 스산하고 음침한 기운이 맴도는 이곳은 앤과 다이애나의 상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유령의 숲’이다. 저녁이 되면 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흐느끼며 시냇가를 걷고, 머리 없는 남자와 해골들이 노려보는 숲. 이 숲에서 우리는 어떤 유령들을 만나게 될까? 혹시 숲에서 유령을 만나더라도 무서워하지 말고 말을 걸어보자. 실은 앤과 다이애나가 만들어 낸 상상 속 친구들일 뿐이니까. 영원한 친구 다이애나 “일단 손을 잡아야 해. 원래는 흐르는 물 위에서 해야 하지만, 이 길에 물이 흐르고 있다고 상상하자. 내가 먼저 맹세할게. 해와 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내 마음의 친구 다이애나 배리에게 충실할 것을 엄숙히 맹세합니다.” 둘도 없는 친구 앤과 다이애나가 영원한 우정을 엄숙히 맹세하는 이 장면은, 영혼의 친구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로망처럼 남아 있는 장면이었다. 이곳에는 앤과 다이애나가 주고 받았을 메시지들과, 함께 그렸을 그림들이 여기저기 장식되어 있다. Novoduce가 참여한 일러스트와 EETOTALART가 참여한 앤과 다이애나의 추억 속 공간은 많은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빨강머리 빨간색 머리는 앤에게는 큰 콤플렉스였다. “빨간 머리를 가진 사람은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어요. 주근깨나 초록빛 눈이나 제 말라깽이 몸은 상상으로 바꾸어버릴 수 있거든요. 그렇지만 이 빨간 머리만큼은 제 상상으로도 없앨 수가 없어요. 정말 가슴이 아파요. 이건 제가 평생을 안고 가야 할 슬픔이에요.” 이곳은 앤의 콤플렉스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빨간 머리는 서구권에서는 눈초리의 대상이었다. ‘빨강머리는 불 같은 성격을 가지고 신랄한 말을 많이 한다는 정형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적이고 남들보다 생기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앤은 그의 머리를 바꾸고자 했지만, 결국 그럴 수 없었다. 현대인들도 수많은 콤플렉스를 지니고 살아간다. 외모, 성격, 혹은 능력. 이곳에는 각자의 콤플렉스를 써보고, 또 지워 버릴 수 있는 체험존이 마련되어 있다. 에이번리의 다정한 이웃들 “앨런 사모님은 우리가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에이번리의 이웃들 중 앤에게 중요한 영향을 준 여성들에 대해 소개하는 공간이다. 린드부인, 스테이시 선생, 앨런 목사 부인, 조세핀 할머니 등, 앤이 에이번리 여성들을 인터뷰해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컨셉으로 공간이 펼쳐진다. 말할 수 없는 친구, 길버트 “홍당무! 홍당무!” “이 비열하고 나쁜 놈아!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해.” 그런 다음 ‘퍽!’하는 소리가 났다. (–) “별로 중요하지는 않고, 딱히 말하고 싶진 않지만… 그렇지만… 그 친구는 주관이 뚜렷하고 똑똑하니까, 세상에 대한 재미있는 얘기들을 나눌 수는 있겠죠.” 앤의 훌륭한 라이벌이었지만, 동시에 앤을 ‘홍당무’라고 놀려댔던 길버트. 길버트는 앤에게 몹시 이중적인 존재였다. 어쩌면 길버트는 앤의 첫사랑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침내, 앤은 길버트를 용서해내고 만다. MMM은 그런 앤의 마음을 추측이라도 하듯, 길버트를 향한 앤의 숨겨진 마음과 상상, 무의식을 드러냈다. 사랑하는 가족, 매튜와 마릴라 “매튜 아저씨는 겉보기엔 저와는 정반대일지도 몰라요. 항상 조용한 분이거든요. 하지만 저는 아저씨를 만나자마자 알았어요. 우리가 마음이 통할 거라는 사실을요.” 앤의 말처럼 매튜와 앤은 썩 잘 어울리는 가족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매튜는 늘 조용했고, 앤은 늘 수다쟁이였다. 앤이 자신이 원하던 아이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매튜는 고민에 빠진다. 이 아이를 다시 고아원에 데려다 주기보다는, 자신과 마릴라와 함께 살아가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결국 앤의 입양에 회의감을 보이던 마릴라 역시 앤과 함께 하기로 결심하고, 셋은 가족이 되었다. 이곳은 앤과 마릴라, 매튜가 꾸려가는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크게 매튜와의 추억을 담은 공간, 마릴라와의 추억을 담은 공간 두 곳으로 나뉜다. 길모퉁이 “앞으로 제 앞에 또 무슨 일들이 생길지 궁금해요. 어떤 영광과 다채로운 빛과 어둠이 펼쳐질지, 어떤 새로운 풍경이 있을지, 어떤 낯선 아름다움과 마주칠지. 새로운 모퉁이 앞에 선다는 것, 정말 설레는 일 아닌가요?”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모퉁이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 비극일지, 혹은 희극일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앤은 이 모퉁이를 도는 일을 두고 무척이나 설렘을 느꼈다. 우리 앞에 어떤 길모퉁이가 있을까? 자 조금만 더 걸어가보자. 상상도 못한 즐거운 일이 우리를 맞게 될지도 모르니까.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

미술관과 갤러리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 전시를 찾지 않는 이유를 묻곤 한다.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하다.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것. 사실 그렇다. 미술관을 처음 가보는 이에게 전시란 오랫동안 서서 걸으며 의미가 와닿지 않는 그림과 캡션만 잔뜩 보다 나오는 일일 것이다. 그것이 설사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나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같은 명작가라도 해도 말이다. 단지 교과서에서만 보던 그림을 실제로 보네, 하는 정도의 느낌 뿐. 그런 이들 또한 대림미술관에서 준비한,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로 꼽히는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의 전시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Jaime Hayon: Serious Fun)》라면 부담 없이 즐기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이메 아욘(Jamie Hayon)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스타 디자이너다. 그의 작품에는 이야기가 있다. 그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오가며 사물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사람들의 감정과 상상을 자극한다. 그래서 그에게는 ‘오브제의 연금술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대림미술관은 이번 전시에서 관객들이 평범한 사물들에 숨어있는 판타지를 발견하고, 각 오브제들이 주인공이 되어 저마다의 사연을 들려주는 7가지 공간을 만나게 된다. 디자인, 가구, 회화, 조각, 스케치부터 특별 제작된 대형 설치 작업에 이르는 작품들로 구성된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Jaime Hayon: Serious Fun)》을 통해서 하이메 아욘이 초대하는 새로운 세계 속 이야기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장의 입구에서 관객들을 반겨주는 것은 엉뚱하고 기발한 아욘의 세계를 대변하는 <그린 치킨(Green Chicken)>이다. 전시의 시작, 관객들에게 환영의 인사를 건네는 <그린 치킨>은 일곱 개 공간에 숨겨져 있는 오브제들의 사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Crystal Passion 그린 치킨에게 작별을 건네고 들어선 공간은 온통 새빨갛다. 이곳은 하이메 아욘과 250여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장인 정신의 전통을 이어온 프랑스 크리스탈 브랜드 바카라(Baccarat)와 협업 끝에 탄생한 공간. 하이메 아욘의 손을 거친 크리스탈은 세라믹이라는 전혀 다른 물성을 지닌 재료와 결합했다. 그는 다양한 텍스처와 두께,컬러를 이용해 열대 과일의 영롱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기하학적 형태의 크리스탈 제품만을 고집해온 바카라와하이메 아욘의 만남은 그래서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파인애플, 석류, 물방울, 골프공 등을 본 떠 만든 형태에 조각 패턴을 입혀, 선명한 빛깔을 칠해 보석과 같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Modern Circus & Tribes 전통과 현대, 지역과 지역이 만나는 순간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아프리카의 전통 마스크와 의복 등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7개의 유리 화병 <Afrikando> 시리즈와 6점의 세라믹 화병 세트와 나무 테이블로 구성된 설치 작품 <Mon Cirque>를 감상하게 된다. <Afrikando> 시리즈는 아티스트가 밀워키 아트 뮤지엄(Milwaukee Art Museum)의 《Technicolor》 전시를 위해 디자인한 작품이다. 이는 전통을 지켜가고 있는 베네치아의 유리 공예 전문 브랜드 나손 모레티(Nason Moretti)와 코워킹을 통해 만들어졌다. <Mon Cirque>는 곡예라도 하듯 자유로운 형태의 곡선을 갖춘 화병과, 물결의 모양을 본뜬 듯 만든 상판에 각기 다른 모양을 가진 다리를 결합해 완성되었다. 하이메 아욘은 작품들을 위해 몰드를 사용하지 않고 핸드메이드로 제작했다. Checkmate ⓒ 하이메 아욘, 대림미술관 제공 공간을 옮기면 거울로 가득찬 방에서 수많은 체스 말들을 만나게 된다. 디자이너가 2009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London Design Festival)을 위해 제작한 대형 체스 게임 설치 작품인 <The Tournament>를 소개하는 공간이다.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의 역사적인 전투로 여겨지는 트라팔가르 해전(Battle of Trafalgar)을 모티브로 삼았다. 그는 이탈리아 유명 세라믹 브랜드(Bosa)의 장인들과 2m 높이의 체스 말 32점을 제작했다. 각각의 말에는 그만의 감성을 담은 그림이 그려졌다. 각 체스 말의 그림은 런던을 대표하는 역사적 건물, 돔, 타워, 첨탑 등을 하이메 아욘만의 스타일로 담아낸 것이다. 해당 작품은 런던 트라팔가르 광장(Trafalgar Square)에 설치돼, 각 말들을 직접 대중들이 움직여 게임에 참여하게 했다. 스페인 출신의 작가가 자국의 패배를 작품화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하이메 아욘만의 자유분방함과 작가정신을 동시에 읽어낼 수 있다. Dream Center 한층 올라가면, 우리는 하이메 아욘이 그린 꿈의 전경들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 소개된 작품들은 하이메 아욘이 런던 데이비드 길 갤러리(David Gill Gallery)에서 열었던 개인전 《Mediterranean Digital Baroque》의 벽화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이 꿈의 센터에서는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하이메 아욘만의 판타지가 펼쳐진다. 마드리드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스케이트 보드와 그래피티를 즐기고, 밀라노와 프랑스 파리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며 체화한 다국적 경험들을 기반으로 한 이 작품들에서 우리는 작가의 초창기 시절을 만날 수 있다. Cabinet of Wonders 걸음을 옮기면 하이메 아욘의 ‘소중한 오브제’들을 만나게 된다. 하이메 아욘의 ‘캐비닛 오브 큐리오시티(Cabinet of Curiosities)’를 재해석한 이 수상한 캐비닛에는 70여점에 달하는 다양한 스케일의 오브제와 스케치북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작가 특유의 유선형 디자인이다. 우리는 이 공간을 통해 자연스레 그만의 작품 세계에 녹아들게 된다. 종이 위에 그려낸 스케치가 3차원의 오브제로 현실화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그곳에서 직관적으로 깨닫게 된다. 캐비닛 선반에 적용된 모션 효과를 통한 연출은 위트 있게 오브제에 영혼을 불어 넣는다. 이 오브제는 대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어느샌가 작품 속 세계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Furniture Galaxy 3층의 마지막 공간. 은하수를 닮은 푸른 공간에 펼쳐진 백색 가구들의 별. 가구 디자이너로서의 면모를 드러낸 공간이다. 프리츠 한센(Fritz Hansen), BD 바르셀로나 디자인(BD Barcelona Design), 마지스(Magis) 등 많은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하이메 아욘의 가구는 각 브랜드의 전통과 아이덴티티를 배반하지 않고 그 스스로의 개성과 스타일을 덧입혀 만들어졌다. ‘디자인은 사용자의 감성을 건드리고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을 단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별을 보듯 하이메 아욘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또 감탄하게 된다. Hayon Shadow Theater 한 층 더 올라가면 보이는 전시의 마지막 공간. 우리는 이곳에서 하이메 아욘이 꾸민 거대하고 드라마틱한 그림자 극장을 만나게 된다. 최초로 선보이는 이 그림자 극장에는 그의 상상 속 캐릭터가 살고 있다. 백색 메탈에 형형색색의 아크릴을 겹쳐 탄생한 개성 있는 설치물들은 빛과 그림자를 통해 살아 움직이게 된다. 이렇게 움직이는 실루엣과 다양한 소리들은 관객들을 단순한 갤러리 속 전시를 넘어 연극으로 초대해낸다. 작품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그림자 극장, 이곳에서 관객은 단지 방관자를 넘어 연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작품들이 말을 걸어오는 연극의 주인공이 된다. 각기 작품 속에 하이메 아욘이 숨겨 놓은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관객들은 전시를 다 관람한 이후에도 한동안 디자이너가 펼친 마법 속에 빠져있게 된다. 다양한 작품 속의 이야기가 즐거웠다면, 어서 서랍 속에서 자신만의 스케치북을 꺼내 보자. 어느 순간 스케치북 속에서 손짓하고 있는 당신들만의 오브제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까.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

일상(日常)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지금 당장 메모지에 적어볼 것. 반복, 지루함, 타성, 보통, 항상, 언제나, 늘. 일상은 항상 반복되고 언제나 지루하다. 타성에 젖기도 쉽고 늘 보통의 상태로 계속된다. 그런 일상에서 새로움을 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어 사전을 펼쳐 나오는 예문만 봐도 그렇다. “일상으로 하고 있는 일.” “현대인은 시간에 쫓기며 바쁜 일상을 살고 있다.” “일상에 묻혀 오랫동안 감추어져 있던 회향(回鄕)에의 의지가…. (최일남, 서울 사람들)”그렇다. 일상은 늘 있는 것이고, 우리가 쫓겨 바쁘게 느끼는 것이며, 생각과 의지를 ‘묻는’ 것이다. 서울미술관은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를 통해 마냥 단조롭게만 느껴졌던 ‘현대인의 일상’을 재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아침, 낮, 저녁, 새벽의 총 네 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좇아 일상을 소재로 다룬 현대미술전 분야 약 10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일상의 비일상성을 느껴보자. IXDesign이 늘 말해온 것처럼, “모든 삶과 모든 일은 예술이다.” 황선태 ㅣ 07:30 아침 세션에서는 이정우, 황선태, 이형준, 요고 나카무라, 노이연 작가의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황선태 작가의 시도는 무척 흥미롭다. 유리와 보드판으로 제작된 스크린 위에 드로잉과 발광다이오드(LED)를 통해 제작한 <빛이 드는 공간> 연작은 햇살이 쏟아지는 익숙한 공간들을 연상케 한다. 황선태 작가의 작품이 특별한 점은, 별도의 채색 없이 빛과 라인만으로 우리를 어떤 순간의 어떤 공간으로 데려다 놓는다는 것이다. 빛이 맺힌 계단 앞에 서면 관객들은 작가를 따라 지하실로 내려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햇살이 내리쬐는 강당에서는 학창시절 체육관에 모여 떠들던 작은 나를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보게 된다. 우리 주변의 빛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동이 트면 내 작은 방에도 어느새 빛이 드리운다. 커튼을 스친 빛은 내 눈을 띄우고 나는 하루를 시작한다. 무심코 지나치지만, 내 곁의 빛도 이렇게나 아름답다. 유고 나카무라 ㅣ 8:10 조금 더 나아가면, 관객은 유고 나카무라 작가의 독특한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스크린에 반복 재생되는 영상은 그 앞에 선 관객을 압도한다. 작품의 이름은 . 촘촘한 스크립트로 짜인 한 편의 애니메이션은 우리의 출근길을 연상케 한다. 좁디 좁은 플랫폼으로 끝없이 몰려드는 사람들. 좁은 열차에 억지로 몸을 끼워 맞추는 승객들. 사람들 사이에 한계치에 가깝게 실려가다 보면 어느새 발에 땅이 닿지 않아도 움직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유고 나카무라 작가는 독일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미술감독으로, 물리학을 기반으로 한 자신의 철학 세계를 작품 위에 펼친다. 한 방향으로 계속 걷기만 할 뿐이던 작품 속 군중들은 이내 서로에게 총을 겨누기 시작한다. 그들은 총을 맞고, 곧 사라진다. 꽉 막힌 출근길 위에 이어지는 서로를 향한 총격. 유고 나카무라의 작품은 바쁘고 삭막한 현대인의 일상을 작품을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노연이 ㅣ 11:00 삭막한 일상은 관계를 공허하게 만든다. 노연이 작가의 작품에서처럼 말이다. 노연이 작가는 ‘혼자’가 무엇인지에 대해 주목한다. 노연이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은 각기 혼자다. 개별의 작품에서 그들은 홀로 등장하고, 누군가 함께 등장하는 작품이더라도 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는 법이 없다. 작품에 등장하는 연인조차 실은 분리된 캔버스 너머에서 겨우 함께할 뿐이다. 노연이 작가의 그림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또 분리된 개개인 뿐만은 아니다. 그들을 무엇이 분리하고 있느냐 역시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바로 선이다.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공간과 공간, 인물과 인물을 분리하는 이 선들은 작품 밖으로 나와 각기 작품과 작품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어쩌면, 작가는 현대사회의 개개인은 분리되어 있지만 동시에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려 했을지도 모른다. 하나의 직물에서 날실과 씨실은 결국 개별로 분리되어 있는 듯하지만, 실은 모두 직조되어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마운틴 스튜디오 ㅣ 14:00 걸음을 옮기면 온통 노란색으로 장식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2019 올해 최고의 모바일 게임(Best Mobile Game)으로 선정된 ‘플로렌스(Florence)’를 감상하고, 또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게임은 이제 하나의 종합 예술이 되었다. 그림, 음악, 영상을 담고 있으며 관객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 마운틴 스튜디오(Mountains Studio)가 개발한 이 게임은 연애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한 사람을 우연히 알게 되고, 그에게서 설렘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고, 연애를 하고, 권태기를 맞고, 서로를 원망하게 되고, 헤어지고, 그 때문에 슬픔을 느끼는 지난하고 아픈, 그렇지만 아름다운 과정을 담아냈다. 게임을 체험해보는 관객들은 누구라도 자신의 지난 연애들을 떠올리며 아파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공감은 가장 효과적인 약이라는 것을. 요시유키 오쿠야마 ㅣ 17:30 요시유키 오쿠야마 작가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20대 사진작가다. 2011년 대학 재학 당시부터 커리어를 시작했다. 포카리 스웨트 광고를 찍은 작가로도 유명하지만, 그는 무형의 존재를 여러 기법을 통해 이미지화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사진은 어딘가 빛이 바라기도 했고, 강렬하기도 하다. 때로는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양 느껴지지만 때로는 선 하나 하나가 또렷하게 다가온다. 그는 사진에 시선을 담기 위해 트리밍을 하고, 이미지의 순서를 바꾸고, 촬영한 사진을 프린팅해 다시 촬영하기도 한다. 이렇게 완성된 그의 사진에는 그만의 따스함이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업들은 요시유키 작가의 사진집 에 실린 것으로, 특별하고 독특한 것, 멋지고 세련된 것보다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풍경을 소소하게 담아냈다. 이오 ㅣ 19:00 이오 작가의 주된 소재는 ‘몸’이다. <연결사회>는 한 남성의 몸을 촬영, 사진을 재배열해 연결한 것이다. 이러한 연결을 통해 이 몸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졌다. 스크린에 복잡하게 연결된 전기선들은 보통 감춰지기 마련이지만, <연결사회>에서는 전선 역시 작품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외부의 자극을 수용하는 인간의 신경다발을 연상케 한다. 이오 작가는 인간과 기술의 유사점을 찾는다. 기술이 발전하며 인간이 점점 퇴화한다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기술이 발전하며 인간의 삶 역시 단계적으로 발전해왔다. 이 작품처럼, 기술은 발전했고 우리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이전에는 느낄 수 없던 것들을 느낀다. 김태연 ㅣ 21:35 김태연 작가는 ‘소재’를 고민한다. 오랫동안 태피스트리 작업을 해온 작가는 소재와 제약, 표현의 한계에 대해 고민하던 중, 직조와 재봉기법을 활용해 그만이 가진 섬유소재를 찾아왔다. 그것은 신문지였고, 종이였으며, 포장지였고, 풍선이였으며, 테이프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작가는 ‘비닐’의 물성에 집중한다. 소재로서의 풍부한 가능성, 동시에 인간이 비닐을 사용함으로써 일으키고 있는 수많은 환경오염. 비닐로 직조된 가방 가운데 자리한 이 ‘비닐 섬(Plastic Island)’은 바다 한 가운데에 쓰레기들이 쌓여 만들어졌다는 쓰레기 섬을 연상시킨다. 동시에 작가는 인간을 떠올린다. 인간들 역시 이렇게 쓰이고 버려지는 일회용품과 다를 바 없구나,하고 말이다. 빛나는 ㅣ 02:45 대개봉, 지구는 너무 좁다, 모든 것이 무너진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환상적인 여행, 북미 박스오피스 대반전 흥행 주인공, 결정적 한방, 악마를 잡기 위해 손잡다, 너희 다 죽었어, 박스오피스를 메운 포스터에 적힌 문구들이다. 잘 디자인된 영화의 포스터들은 영화의 내용과 주제를 함축적으로 드러내지만, 관객들을 유혹하기 위해 적힌 문구들은 쉽게 주의를 앗아가 버린다. 영화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스튜디오 ‘빛나는’은 이번 전시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 감상이 아니라 선전물이 되어버린 포스터에서 문구도, 제목도 제거했다. 오로지 영화 속 단 한 장면만이 남아 관객들을 매혹한다. 한숨나는, 상영중, 압도적인, 경이로운, 눈이 썩는, 쓰레기, 발로 만든. 영화를 홍보하고 평가하는 강력한 단어들은 전단지에서 따로 뜯겨 전시된다. 이제 진짜 영화를 감상할 시간이다. 전시의 이름은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이지만, 전시장의 풍경을 둘러보고 나면 우리의 삶의 부분 부분이 예술임을, 그리고 그런 예술들이 우리의 삶을 다시 어떻게 풍요롭게 만들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 전시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 이 전시는 정말 ‘안 봐도 사는 데 지장이 없는’ 전시일 것이다. 이 전시뿐만 아니라 모든 전시가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전시를 보고 난 관객들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전시를 통해 내가 보는 하루가 조금은 달라졌음을 말이다.

제임스 진, 끝없는 여정 - II

JAMES JEAN ETERNAL JOURNEY 제임스 진, 끝없는 여정 LOCATION: 롯데뮤지엄 www.lottemuseum.com 자유롭게 하늘을 유영하는 일, 유니콘을 타고 세계를 여행하는 일, 꽃의 요정과 만나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일 등 꿈속에서 혹은 상상 속에서나 해봤을 법한 일들을 스크린에 아름답게 표현해내는 작가, 제임스 진(James Jean)이 롯데뮤지엄에서 «끝없는 여정»을 개최한다. 순수하고 몽환적인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제임스 진은 DC 코믹스 표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브랜드 프라다(Prada)와 협업한 작가, 영화 Shape of Water의 포스터 작가 등 다양한 작품 이력의 아티스트로 알려져 있다. 타이완계 미국인으로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정체성과 특별한 상상력의 결합은 그를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의 경계를 허물고 자유롭게 넘나드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작가로 만들어주었다. 회화, 영상, 오브제, 설치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제임스 진은 작품마다 내면에 감춰진, 대서사시를 담은 화면으로 작품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지난 호에 이어 제임스 진이 그려낸 독특한 작품 세계에 빠져보자. 오방색을 주제로 한 제임스 진의 신작 섹션이 끝나면 작가의 기억과 역사가 깃든 지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인생의 희로애락, 삶과 죽음이 얽혀있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 녹아든 대서사시를 화면 위에 써내려간다. 그의 초기작품들은 다양한 은유와 상징이 얽혀있는 시적 공간이다. <메이즈 l Maze>(2008)에서 한 소녀는 굴릴 수 없는 미로 형태의 굴렁쇠를 뒤에 숨기고 굴렁쇠를 열심히 굴리며 달려가는 소년을 바라보고 있다. 작가는 <헌팅 파티 l Hunting Party>(2009)와 <타이거 l Tiger>(2010), <체럽스 Cherubs>(2010)에서와 같이 작품을 대형화면으로 확장하면서, 폭력과 죽음이 난무하는 파괴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겹겹이 쌓아 올린 색채를 통해 만든 어두운 톤의 화면 안에서 각양각색의 동식물과 인물들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제임스 진은 붓끝의 새로운 질감과 텍스처, 그리고 색채를 혼합해 인간의 욕망과 공포, 참혹한 현실을 환상적인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이번 전시에서는 꽃이 만발한 정원에서 나비를 잡는 <아우렐리안즈 Aurelians>(2016)와 아름다운 숲에서 유니콘을 탄 소녀가 등장하는 <트래블러Traveler>(2018) 등 이전 작품과 확연히 다른 밝은 색채를 통해 환상의 세계를 표현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완벽한 드로잉과 다채로운 색채는 작가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몽환적인 화면을 창조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작가는 동양과 서양의 다양한 도상들과 재료, 표현기법을 혼합하며 동식물을 함께 그려냄으로써 그의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도상을 창조한다. “최고의 이야기는 너무도 어둡고 비극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어둠을 예술로 승화시켜 소통할 수 있기에 그 결과물의 아름다움은 비극과 미를 넘나드는 극단적인 경험을 완성한다.” “The best stories seem to be the darkest and most tragic. But since we can transform and communicate that darkness into art, the beauty of the resulting work completes this dichotomy of experience.” 제임스 진은 뉴욕의 미술 명문 ‘스쿨 오브 비쥬얼 아츠(SVA)’를 졸업 후, 2001년부터 미국 만화산업을 대표하는 DC코믹스(DC Comics)의 『페이블즈 Fables』 커버 작업을 시작하면서 그 이름을 알렸다. 81편 이상의 코믹북 표지를 제작한 제임스 진은 이를 계기로 여러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을 하는 등 촉망받는 작가로 명성을 쌓았다. 작가는 커버 작업을 통해 전통 방식인 손 그림과 컴퓨터 작업을 어우르는 다양한 기법을 연구했다.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표지를 위해 다채로운 캐릭터를 창조했고, 이미지 속에 스토리를 압축하는 시도를 이어갔다. 이러한 시도는 이후 그의 작품 속 흥미로운 내러티브와 섬세한 묘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2017년, 제임스 진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Shape of Water>, <마더! mother!>, 그리고 <블레이드 러너 2049 Blade Runner 2049>까지 할리우드 대작 3편의 포스터를 제작한다. 영화의 스토리를 함축적으로 담아내면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롭고 아름다운 분위기로 전 세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제임스 진은 올해 7월 말 개봉하는 영화 <사자>의 포스터 작업을 함께 진행하며 한국에서의 활발한 소통의 포문을 열었다. <제임스 진, 끝없는 여정>은 ‘현실을 압도하는 환상, 환상을 압도하는 현실’이라 표현할 수 있는 그의 작품 세계를 완벽히 담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가 펼치는 환상적인 작품 세계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경험이자 작가와 한국 팬들이 한걸음 가까워지게 되는 계기, 또 그를 잘 몰랐던 이들에겐 작가만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제임스 진, 끝없는 여정 -Ⅰ

JAMES JEAN ETERNAL JOURNEY 제임스 진, 끝없는 여정 LOCATION: 롯데뮤지엄 www.lottemuseum.com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 눈부시게 아름다운 작품을 선보이는 제임스 진(James Jean)은 무한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작가다.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로 DC 코믹스 팬들에겐 굉장히 익숙한 작가일 것이다. 롯데뮤지엄에서는 다양한 매력과 커리어를 가진 작가 제임스 진의 전시회를 개최한다. 완벽한 테크닉과 풍성한 화면으로 전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는 제임스 진의 이번 전시에는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10m 길이의 대형 회화를 포함한 9점의 신작 및 5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DC 코믹스부터 영화 포스터, 브랜드 프라다와의 협업까지 한계 없는 작가의 지난 20년 간 예술세계를 총망라한 전시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임스 진은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초반부터 DC 코믹스의 표지 아티스트로 일하며 예술계에 입문했다. 일러스트레이트로서 먼저 활동을 시작한 제임스 진은 2008년부터 ‘순수미술’을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페인팅 작업에 돌입했다. 공상과학소설을 닮은, 대서사시를 담은 환상적인 화면과 풍부한 표현력으로 큰 호응을 얻어내며, 상업미술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예술계와 대중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대만에서 태어나 어렸을 적 미국으로 이민을 간 제임스 진은 스스로를 미국인 혹은 아시아인이라고 정의하지 않으며 미국과 아시아의 경계에서 배회한다. 이러한 작가의 정체성은 작품 속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적으로 탐구하며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곳으로서 작품 속 인생의 내러티브를 완성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은밀한 내면과 현실 속 문제들이 혼재된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실재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I’m always trying to push the paintings toward something more unusual and unexpected. So I take a foundation grounded in craftsmanship grounded in the culture so I sort of transform it into my world.” “나는 좀 더 특이하고 예상치 못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로 인해 정교함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 나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제임스 진은 2006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숙련된 드로잉 테크닉을 통해 일상, 머릿 속에 펼쳐진 상상의 나래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2007년부터 제작된 드로잉에서는 주변 인물과 일상의 모습, 만화 속 캐릭터같은 독특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중첩된 선들과 여러 장면이 교차하는 표현방법은 서술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방식이자 보는 이들이 작품에 빠져들게 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작가는 본격적으로 순수 회화를 제작하면서 드로잉을 통해 본인만의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2011년 제작된 드로잉에는 동물과 식물, 자연과 인간 등 이질적인 요소들을 혼합하여 탄생한 하이브리드가 존재하는 기괴한 세계가 담겨있다. 작가는 완벽에 가까운 숙련된 드로잉 기술을 기반으로 선과 악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상상 이상의 캐릭터들을 창조했다. 작가는 <제임스 진, 끝없는 여정>에서 아시아 시각 문화의 모태가 되는 다섯 가지 색깔(오방색)을 주제로 선택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동서양의 주제를 결합하여 만든 작가 특유의 독특한 도상들과 다양한 시각 예술의 재료와 장르가 집약된 새로운 작품들을 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우주 삼라만상의 질서를 담은 다섯 가지 색깔은 그의 작품에서 ‘인생’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특별한 이정표가 되었다. 작가는 완벽한 행복이 존재하는 이상향의 세계가 아닌, 인간의 욕망과 다양한 감정들이 뜨겁게 대립하는 삶 속 깊은 곳에 내재한 현실을 드러내고자 했다. [Red] 붉은색을 테마로 한 작품은 불이 타오르는 지옥 <인페르노-레드 파이어 l Inferno-Red Fire>(2018)와 붉은 새들로 가득한 꿈의 세계 <에이비어리-레드 파이어 l Aviary-Red Fire>(2019)이다. <인페르노-레드 파이어>에서 제임스 진은 뜨거운 불길이 가득한 지옥을 독특하게 표현했다. 화면 전체를 가로지르는 푸른색의 거대한 나뭇가지를 중심으로 불길을 피우고 있는 어린 악마들의 모습이 보인다. 푸른색 나뭇가지와는 대조적으로, 붉은 선만으로 표현된 불길과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흔한 지옥도와는 다르게 유쾌하면서도 평화롭다. 제임스 진은 푸른색과 붉은색, 나무와 불길, 어린아이들과 악마라는 상반된 요소들을 화면에 조합해 생명과 죽음, 행복과 고통이 혼합된 혼돈의 세계를 보여준다. Aviary - Red Fire, 2019, Acrylic on canvas, 304.8×624.8cm ⓒ 2019 James Jean <에이비어리-레드 파이어>에서는 강렬한 붉은색을 통해 화면 오른쪽의 승려가 꾸는 꿈의 세계를 보여준다. 붉은색 연기에 휩싸인 승려의 꿈은 화면의 왼쪽으로 펼쳐진다. 줄 없는 악기를 연주하는 동자가 있고, 그 위로 붉은색의 줄을 늘어뜨린 나무가 기괴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작가는 가마우지라는 새를 이용해 낚시를 하는 중국 어부들에 모티브를 얻어 작품을 그려냈다. 오랜 전통의 낚시법이 돈을 버는 관광상품으로 변질된 것을 보고, 작가는 승려의 꿈에 가마우지 어부를 등장시켜 전통과 과거를 한낱 소비품으로 여기는 현실을 비판하고자 했다. 이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인간의 욕망과 행동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Blue] 제임스 진은 푸른색을 주제로 세 점의 대형 작품을 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디센던츠-블루 우드 l Descendents-Blue Wood>(2018)는 어린 소년들이 푸른색 하늘에 떠다니고 있는 작품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하늘 세계를 보여준다. Descendents - Blue Wood, 2019, Acrylic on canvas, 335.2×1097.2cm ⓒ 2019 James Jean 작가가 롯데타워에 처음 올랐을 때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으로 10m 길이의 거대한 화면에 그려져 마치 눈앞에 푸른 하늘이 성큼 다가온 것만 같다. <디센던츠-블루 우드>는 ‘추락’, ‘하강’이라는 단어적 이미지와는 다르게 어린아이들이 국화, 모란, 연꽃 등 구름처럼 만개한 꽃들 사이를 노닐 듯 떠다니고 있다. 이 작품은 인간과 자연이 아름답게 합일된 초자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순수한 세계를 의미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생명, 탄생을 의미하는 꽃들을 ‘하강’이라는 죽음의 의미와 결합해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인간의 운명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패시지-블루 우드 l Passage-Blue Wood>(2018)는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채와 함께 바다 위 거대한 배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는 거대한 배를 타고 앞으로 진격하는 기괴한 동물과 식물들을 볼 수 있다. 뱃머리 쪽 향을 들고 서 있는 소녀 뒤로 인간인지 동물인지 모를 괴수들이 각각 무기를 들고 배가 향해 가는 곳을 바라보고 있다. 불안함과 긴장감이 느껴지는 작품은 다양한 문명이 공존하고 교차하는 우리의 현실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른 이상과 욕망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이들은 한배를 타고 있지만 언제 서로를 공격할지 모르는 우리의 모습으로 전 지구적인 난민 문제를 상징하기도 한다. [Black] 검은색을 주제로 한 작품은 소용돌이치는 바다 <월풀-블랙 워터 l Whirlpool–Black Water>(2018)와 님프들이 등장하는 <베이더즈-블랙 워터 l Bathers-Black Water>(2018)이다. 제임스 진의 작품에는 거대한 파도와 물결이 자주 등장하는데, 작가에게 물결은 인생의 거대한 에너지임과 동시에 작품을 그릴 때마다 느끼는 불가항력의 에너지이다. <베이더즈-블랙 워터 l Bathers-Black Water>(2018)에서 세 명의 님프는 검은색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가운데 떠 있는 산호섬 위에서 머리를 내려뜨리고 멱을 감고 있다. 그들의 머리카락 또한 칠흑 같은 검은색이다. 얼핏 평화로운 듯한 광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님프들 뒤로 가위를 들고 있는 남자가 있다. 남자의 머리에서는 ‘장수(長壽)’를 상징하는 메밀국수가 흘러나오고 있다. 님프들은 인간의 장수를 상징하는 긴 머리카락을 고이 씻고 있지만, 그들이 모르는 새 거대한 위협이 바로 뒤까지 와있다. 섬을 금방이라도 삼킬 것 같은 큰 파도 한가운데서 평화로이 목욕하는 님프의 모습은 한 치 앞을 모르는 현실과 위협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Stampede - Blue Wood, 2019, Acrylic on canvas, 335.2×1097.2 cm ⓒ 2019 James Jean <스탬피드-블루 우드 l Stampede-Blue Wood>(2018)에서는 말 무리가 동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서양화에서 주로 다루는 주제를 청화백자의 안료를 연상시키는 푸른 선으로만 완성한 이 작품에는 동서양의 다양한 기법과 이미지가 혼재된 새로운 시공간이 펼쳐진다. 정밀한 묘사와 표현 방법으로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키는 제임스 진의 섬세함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푸른색의 선만을 사용해 그렸음에도 진격하는 말과 군중의 모습에서는 역동적인 움직임이 느껴진다. 무기를 들고 있지만 다양한 꽃과 새의 형상으로 치장한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은 전쟁이라는 단어와는 다른, 이질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White and Yellow] <타이거-화이트 메탈 l Tiger-White Metal>(2019)에서는 위협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호랑이 가족을 표현했다. 구리 패널 위에 흰 물감을 사용해 그려진 어미 호랑이는 온몸으로 새끼 호랑이를 지키고 있다. 제임스 진은 미국과 멕시코의 정치적 문제로 국경 지역에서 이주자와 그 자녀들을 분리한다는 뉴스를 듣고 이 작품을 제작했다. 오방색 중 노란색을 상징하는 <가이아-옐로우 어스 l Gaia - Yellow Earth>(2019)에는 만물의 어머니이자 땅의 여신인 가이아와 용맹한 호랑이가 함께 등장한다. 가이아는 장수와 복을 상징하는 거북이의 목을 양손으로 부여잡고 있으며, 거북이는 빛나는 구슬을 토해 내고 있다. 제임스 진은 스테인드글라스라는 빛과 예술이 조화된 방식으로 성스러운 자연과 그 에너지를 표현했으며, 구리 패널과 유리, 스틸 등 다양한 재료와 방식을 통해 실험적인 작품 세계를 펼쳤다. Tiger - White Metal, 2019, Mixed media on cradled copper panel, 197×152.5cm ⓒ 2019 James Jean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II

‘그리는 것’의 특별한 가치를 재조명하는 대규모 기획 전시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LOCATION: 디뮤지엄 ‘그림’과 ‘그리기’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단어이자 경험, 기억이다. 어렸을 적, 방학 숙제로 그림일기를 그리거나 놀이터 또는 바닷가 모래사장에 쭈그려 앉아 막대기로 모래 위에 그림이나 글을 끄적였던 것 같은 기억 말이다. 과거, 사람들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벽에 그림을 그렸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이것이 점차 발전해 그림이란 보는 사람들에게 이야기, 생각,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하나의 예술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어떤 이는 ‘그림’이란 캔버스나 종이 위에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고 그려내는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그리기는 우리 일상 속에 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유일했던 시각적 기록물이었던 그림에 대한 대중적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매 순간을 시각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쉬워지면서 일어난 당연한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며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모색하고자 한다. 섬세한 감성을 담아낸 상상과 표현의 도구로서의 ‘그림’ 자체가 가지는 의미와 매력이 사진이나 영상과는 또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이에 디뮤지엄(D MUSEUM)은 대규모 기획 전시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를 개최했다. 향기와 소리, 시각적 요소까지 오감을 통해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전시에서는 350여 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지난 호에서는 13개 섹션 중 7개의 공간을 살펴보았다. 아이엑스디자인 4월호에서는 여러 작가들이 포진한나 머지 6개의 공간을 함께 감상해보자. Wild Flower, 2014, ⒸKatie Scott, Excerpted from Botanicum, published by Big Picture Press 미로 속에 머무르는 환상 / Magnifying Glass 자연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담긴, 신비로운 실험실이 떠오르는 <미로 속에 머무르는 환상 / Magnifying Glass>는 런던에서 활동하는 케이티 스콧(Katie Scott)의 작업 전시 공간이다. 작가는 작은 곤충부터 고래까지 다양한 동물들을 분류해 사실적인 세밀화로 소개한 『동물 박물관(Animalium) 』으로 수상한 이력이 있으며, 2016년에는 영국 큐 왕립 식물원(Royal Botanic Gardens, Kew)에서 식물을 연구하며 2년에 걸쳐 그린 『식물 박물관(Botanicum)』을 출판하기도 했다. 자연 세계와 동식물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를 기반으로 실재와 상상을 결합해 표현하는 작가는 생명체를 이루는 유기적인 구조를 충실히 관찰하는 동시에 대상이 작가에게 의미하는 바를 환상적으로 표현한다. 전시장은 박물관과 같은 진열대,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 제임스 폴리(James Paulley), 그리고 플라워 아티스트 아즈마 마코토(Makoto Azuma)와 협업한 미디어아트 공간, 실험실로 구성되어 다채로운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지나간 기억을 간직하다 / The Drawing Room <지나간 기억을 간직하다 / The Drawing Room>은 가구, 오브제, 패션, 드로잉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페이 투굿(Faye Toogood)의 작품 전시 공간이다. 어린 시절 영국 러틀랜드(Rutland)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 자연을 벗 삼아 성장한 페이 투굿은 천연 소재에서 영감을 찾고, 재료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에 관심을 가지며 이를 작업에 투영해왔다. <드로잉 룸 The Drawing Room>은 전통적인 영국식 시골집의 ‘응접실(drawing room)’을 의미하는 단어와 페이 투굿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그려진 방’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사면의 벽에 걸린 천 위에 그려진 찬장, 창문, 액자, 식물 등 모든 사물은 작가의 유년 시절 기억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모든 것은 작가가 직접 손으로 그려낸 대형 설치 작품으로 작가의 감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메롱, 낙서폭탄 / Cheeky Universe 해티 스튜어트(Hattie Stewart)는 유머러스한 캐릭터와 화려한 색상의 패턴이 등장하는 독특한 낙서를 잡지부터 공간까지 여러 표면에 자유롭게 실험하는 작가다. <메롱, 낙서폭탄 / Cheeky Universe> 는 잡지 커버부터 거울에 비친 작품까지 작가의 생기와 즐거움이 더해진 작업으로 가득하다. 생생하고 장난기 넘치는 시각적 정체성을 구축한 해티 스튜어트는 스스로를 ‘전문 낙서가(professional doodler)’라 칭하며 광고와 현대미술, 패션 등 다양한 분야를 유연하게 아우른다. 작가는 전통적이고 평범한 스타일을 따르기보다 자신만의 대담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함으로써 일러스트레이션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구슬모아당구장 D PROJECT SPACE / Hannam-dong 29-4> 구슬모아당구장은 2012년 개관 이래 젊은 크리에이터 36팀을 발굴해 그들의 실험적인 도전과 창작활동을 지원해왔다. 디뮤지엄은 구슬모아당구장의 역대 전시작가 중 그리기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무나씨, 김영준, 조규형, 신모래 작가를 다시 초대해 그들의 오늘과 마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첫 번째 작가 무나씨는 검은색 잉크를 사용해 자신이 잘 이해하고 있는 감정과 생각을 그리는 작가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마음에 대한 탐구를 보여준다. 김영준 작가는 움직이는 그림에 관심이 많은 애니메이션 작가로 공간과 그 속에 존재하는 개체와의 심리적 긴장, 관계를 그림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3개의 모니터를 통해 스토리가 이어지며, 하나의 심도 깊은 이야기가 그려지는 작품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조규형 작가는 디자이너이자 스토리텔러로 그래픽, 가구, 텍스타일 디자인, 픽토그라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그의 작품은 대표작인 ‘그림 서체(Pictograph Font)’로 사용자가 컴퓨터에 글을 입력하면 문자가 그림으로 입력되어 화면에 나타나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며, 독특한 경험으로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신모래 작가는 분홍, 파랑, 보라와 같은 몽환적인 색채를 활용해 자신의 일상과 기억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독특한 감성으로 표현하는 작가다. 감성적인 분위기를 가득 머금은 그림, 또는 슬퍼 보이기도, 근사해 보이기도 하는 오묘한 느낌의 그림을 통해 많은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창밖을 통해 스며드는 햇빛이나 바다를 비추는 달빛, 네온 조명과 같은 여러 빛의 산란 효과를 화면 속에 담아낸다. 이러한 시각적 효과는 그림에서 느껴지는 고독함과 공허함을 한층 더해 보는 사람의 공감을 자아낸다. 작가는 무언가를 읽는 듯한 느낌의 이미지를 그리고 싶어 주로 작업 전에 글을 쓰고 문장을 다시 읽어 본 후, 그림으로 옮겨내 완성한다. 이러한 그림들은 선명하고 정서적인 온도로 채워진 일기장과 같다. Sundaayyyssss, 2014 ⒸStefan Marx 일요일을 그려주지 / Lousy Sketchbook 작가가 일요일을 맞이하는 자세, 일요일에 느끼는 기분과 행동을 그림으로 표현한 <일요일을 그려주지 / Lousy Sketchbook>은 독일 작가 슈테판 마르크스(Stefan Marx)의 작품이다. 일요일이 되면 소름이 끼쳐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 숙취에 힘들어하며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 등 일요일이 싫은 작가의 기분을 위트 있게 표현한 작품으로 작가가 내한해 직접 그림으로 전시장 벽을 채웠다. 슈테판 마르크스는 감정을 말보다 이미지로 표현하기 위해 티셔츠에 즉흥적으로 흑백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또래들에게 인기를 얻자 17세에 티셔츠 브랜드 라우지 리빙(Lousy Livin)을 직접 설립해 운영하기 시작했고, 이후 사람과 동물, 풍경에 대한 유머러스한 드로잉, 캔버스 회화, 조각, 세라믹, 음반 커버 작업 등의 다양한 예술 활동을 이어왔다. solitude, 2012 ⒸJuliette Binet 이제 느린 그림의 일부가 되어 / Silent Horizon <이제 느린 그림의 일부가 되어 / Silent Horizon>는 쥘리에트 비네(Juliette Binet)의 작품으로 채운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의 전시공간이다. 쥘리에트 비네는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느린 속도로 정교하게 그리는 작가로 인물의 대사없이 장면의 전환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며 서정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의 작품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작가의 작품을 통해 편안하고 따스한 감정을 느끼며, 자연스러운 관람의 여정을 맺을 수 있다. 어린이와 성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짧은 이야기를 담은 그림 책을 꾸준히 발표해왔으며, 형태를 세밀한 결로 나눠 길고 짧은 선으로 채워나가며 완성하거나 점묘 또는 그라데이션 기법을 사용해 표면의 텍스처를 정제해 보여준다. 『에드몽 Edmond』(2007)을 출판한 이후, 꾸준히 새로운 인쇄 형식을 실험하며 신작을 발표하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