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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그리는 것’의 특별한 가치를 재조명하는 대규모 기획 전시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LOCATION: 디뮤지엄 나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직접 말을 하거나 끄적끄적 글을 쓰는 방법이 있고, 요즘은 영상이나 녹음으로 기록을 남길 수도 있다. 그리고 내 생각을 시각적이면서도 다채롭게 표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리는 것’이다. ‘그리는 것’은 역사 속에서 각 시대의 다양한 면모를 기록하고 기억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각을 시각화하고 개성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사용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미디어아트와 같은 디지털화된 시각 이미지로 가득한 현대 사회에서 아날로그적인 감성, 손끝을 통해 탄생한 사람의 온기와 기억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디뮤지엄(D MUSEUM)은 대규모 기획 전시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를 개최했다. 공감 가는 일상의 이야기, 눈과 카메라가 포착하지 못하는 섬세한 감성을 담아낸 상상과 표현의 도구로서 ‘그리는 것’의 특별한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이번 전시에서는 드로잉, 일러스트레이션, 오브제, 애니메이션, 설치 등 350여 점의 작품을 시노그라피, 센토그라피, 사운드를 접목한 공간 기획과 함께 공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총 6개국 16인의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는 작가의 감성에 따라 13개의 옴니버스식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기계문명과 자동화에 익숙해진 우리는 ‘손으로 그리는 것의 의미’와 ‘작가들의 감성’, ‘그림에 대한 취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드로잉, 모든 것의 시작 / Drawingscape 전시장은 창문, 정원, 응접실, 박물관 등 참여 작가 16인의 작업 세계에 영감을 준 공감적 모티브를 바탕으로 그려진 개별 전시 공간을 안과 밖으로 거닐며 일상의 장소에 숨겨진 환상의 순간을 펼쳐낸다. 첫 번째 공간은 <드로잉, 모든 것의 시작 / Drawingscape>으로 엄유정 작가의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엄유정 작가는 주변 환경에서 마주친 인상 깊은 장면이나 대상을 드로잉과 페인팅으로 그려낸다. 엄유정 작가의 드로잉은 주변과 인물, 상황과 움직임의 층위가 있는 풍경을 만들어내는 시작점이다. 소재는 아이슬란드의 광활한 설경에서부터 자신에게 감흥을 준 인물들, 동식물, 빵처럼 일상 속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들에 이른다. 주로 빠른 시간 안에 완성되는, 단선적이거나 대담하게 화면을 가로지르는 시원한 붓질로 작품 안의 내러티브와 그리는 순간의 심상과 선택을 흥미롭게 엮어낸다. 작가가 주변에서 영감을 얻고 소재를 찾듯, 전시 공간은 자연스럽게 관람객의 시선이 닿는 벽에 작업을 나열하듯 진열해 일상을 관찰하는 느낌으로 구성했다. 낯선 사물을 찾다 / Mysterious Window <낯선 사물을 찾다 / Mysterious Window>에서는 파리에서 활동하는 피에르 르탕(Pierre Le-Tan)의 작업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십자 긋기(cross-stitch) 화법으로 대상의 형태와 음영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피에르 르탕은 ‘창’을 중요한 오브제로 삼아 작품을 통해 매번 다른 풍경과 낯선 사물을 향해 열려있는 창의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작가는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창 밖 풍경의 자리를 내어 주며 작가만의 공간에 관객을 초대하며 신비로운 느낌을 주곤 한다. 작가는 연필과 인디언 잉크, 오래된 구아슈(gouache)만으로 단순하게 작업하는 것을 즐기며, 주로 자신 앞에 있는 오브제나 사진을 관찰하며 그림을 그린다. 전시 공간은 피에르 르탕의 십자 긋기 화법을 공간에 재현한 듯, 벽과 벽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작가가 보는 이들을 작품 속으로 초대하는 것처럼, 벽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틈을 통해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 구성 또한 관람객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낭만적인 계절을 걷다 / Mellow Forest 오아물 루(Oamul Lu)는 중국의 차세대 일러스트레이터로 주로 자연적인 요소와 인물이 한 화면에 조화롭게 어우러진 따뜻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낭만적인 계절을 걷다 / Mellow Forest>에서는 오아물 루 작가의 섬세한 그림 세계를 접할 수 있다. 어렸을 적부터 본인이 좋아하거나 상상한 것을 그대로 표현해 보고자 매일 그림 연습을 해온 작가는 산속 작은 마을에서 성장하면서 자연의 미묘하고 다양한 색에 대한 감각을 키워왔다.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에는 자신이 방문한 곳에 대한 섬세하고 자유로운 관찰이 담겨있다. 스케치북에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의 매력적인 색감과 풍경의 정취를 가득 채우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어딘가로 여행을 떠난 듯한 휴식과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젊은 작가이니만큼 디지털과 아날로그 페인팅을 혼합해 수많은 빛깔의 자연경관과 그 속에서 노닐거나 사유에 잠긴 인물들을 그리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눈을 깜빡이며 움직이는 gif 그림 작업을 만나볼수 있다. 상상 속에 가두다 / Inner Garden 몽환적이고 깊은 향취와 함께 어두운 조명 속을 거닐며 오직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네 번째 전시 공간은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언스킬드 워커(Unskilled Worker) 작가의 작업이 전시된 <상상 속에 가두다 / Inner Garden>이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한 작가는 SNS를 통해 큰 인기를 얻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작가의 작업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암울한 시대를 환기시키는 동시에 순수한 어린아이의 세계로 초대받는 듯한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그림 속 인물들은 커다랗고 깊은 눈동자로 관객을 응시한다. 그들의 시선은 순수하고 연약했던 작가의 유년시절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고, 주변에 공감하는 성인이 된 작가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기도 하다. 2014년에는 세계적인 포토그래퍼 닉 나이트(Nick Knight)가 작가의 작업에 관심을 가지며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의 대표 의상을 위한 초상화 시리즈를 의뢰하기도 했다. 또한, 『하퍼스 바자 아트Harper’s Bazaar Art』가 선정한 7인의 주요 여성 현대 미술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되어 매거진 커버를 그녀의 작품으로 장식한 바 있다. I don't see the characters' stares as vacant - rather, I see my figures as trapped, which is exaggerated though their eyes. It's as if they know that they are in a painting, trapped within its frame. -UNSKILLED WORKER-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 Blind Love 여성이 중심인물로 등장해 주변 인물이나 그를 둘러싼 세계와의 관계를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을 그리는 크리스텔 로데이아(Kristelle Rodeia) 작가는 프랑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다. 연필이나 잉크를 사용해 세밀한 밑그림을 그린 후 디지털로 채색해 사실적인 묘사를 완성하며, 작품 속에는 여성의 순수함과 아름다움, 연약함과 묘한 잔혹성, 경쾌함과 유머가 어우러져 있다. 이번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 Blind Love> 에서는 굽이치듯 유연한 벽을 넘어 한쪽 벽면 전체를 작품으로 아우르고 있는 전시 구성을 보여준다. 작업을 세밀히 살펴보면, 여성이 자신의 자아와 교감하는 듯한 장면이나 이성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다양한 사랑의 얼굴을 비유적으로, 때로는 잔혹한 느낌으로 표현한다. 판타지의 문턱을 넘어서다 / Super Realistic World 하지마 소라야마(Hajime Sorayama)는 40여 년 동안 메탈을 소재로 다양한 로봇 일러스트레이션과 조각을 선보여왔다. 그런 그의 작업을 볼 수 있는 <판타지의 문턱을 넘어서다 / Super Realistic World>는 오랜 시간 그려온 그의 공상과학적 이미지를 담고 있다. 메탈의 물성에 빠져 여성 휴머노이드를 그려온 작가는 자신의 일러스트레이션 스타일에 대해 슈퍼리얼리즘(superrealism)이라 명명했으며, 에어브러시 페인팅 기법을 이용해 정교한 여성 로봇을 표현하면서 다양한 대중문화 컨텐츠로써 기계적 판타지의 서막을 열었다. 전시장에서는 그림 작품부터 커다란 전시 조형 작품까지 만나볼 수 있으며, 메탈의 특성을 더욱 강조할 수 있는 하얀 벽과 눈부신 천장 조명이 인상적이다. 작가는 로봇의 실제감을 강조하기 위해 메탈 신체에 반사되는 색으로 땅을 의미하는 갈색과 하늘을 의미하는 파란색을 선택해 자연스러운 인식을 유도했으며, 디뮤지엄은 이에 상응하듯 작가가 그려온 판타지, 공상과학적 이미지를 그대로 녹여낼 수 있는 전시 공간을 기획했다. 유리 장미, 소라, 별, 어젯밤 / Glowing Bed <유리 장미, 소라, 별, 어젯밤 / Glowing Bed>에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 람한(Ram Han) 작가의 신작 및 작업이 전시되어 있다. 개인적인 서사가 뒤얽힌 초현실주의적 분위기를 그리는 작가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기억 속에 자리한 향수를 시각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이에 가상 공간을 만들어 다양한 사물들과 노스텔지아를 일으키는 과거의 단편들이 한 곳에서 만나 몽환적인 분위기를 발산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자칫 복잡한 듯하지만, 작품 속 물건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일만한 스토리가 담겨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수성을 자극한다. 또한, 작가의 작품은 화면 안의 인물, 공간, 사물의 형태와 관계에 관심을 돌리게 하는 사이키델릭하면서도 흡입력 있는 색의 사용과 연출을 특징으로 한다. 계단에서부터 새로운 전시의 입구까지 이어진,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7번째 전시 공간은 람한 작가의 신비롭고 초현실적인 작품 분위기를 더욱 고취시킨다.

에르제: 땡땡 展

땡땡 탄생 90주년 대규모 회고전 에르제: 땡땡 展 LOCATION: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 Hergé Moulinsart 2018 ‘땡땡의 모험(Les aventures de Tintin)’은 벨기에 브뤼셀 출신 만화가 에르제가 만든 만화 시리즈로 아스테릭스와 함께 프랑스-벨기에의 고전만화로 꼽힌다. 주인공 땡땡과 강아지 밀루가 세계 여행을 하면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고, 그 과정에서 악당을 무찌른다는 교훈적인 내용이다. 1929년 첫 발간 후, 약 50개 언어로 번역되며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온 ‘땡땡의 모험’은 만화 또한 하나의 예술작품이라는 개념을 일깨워준 만화로 기억되고 있다. 이 만화를 집필한 에르제는 만화뿐만 아니라 회화까지 아우르는 뛰어난 실력의 예술가로 그만의 철학과 신념, 열정을 담은 작품으로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왔다. 특히, 에르제의 만화 속 인물들은 실존인물에서 영감을 받은 만큼 사실적이고 마치 살아있는 듯 해 많은 이들이 더욱 열광했다. 그리고 ㈜인터파크는 이런 에르제와 땡땡의 모험을 그대로 녹여낸 전시 [에르제: 땡땡]전을 기획했다. 1년 이상의 준비 과정을 거친 전시는 파리 퐁피두 센터를 시작으로 그랑 팔레, 런던의 소머셋 하우스, 덴마크를 거쳐 아시아 최초이자 국내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오리지널 드로잉과 회화, 사진, 영상 등 총 작품 477점을 만나볼 수 있는 10개의 공간으로 기획해 많은 볼거리를 자랑한다. 당대 최고의 예술가로 평가받는 앤디워홀이 애정하던 예술가 에르제, 그리고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모티브가 된 ‘땡땡의 모험’을 담은 전시를 새로운 모험이라 생각하고 지금 바로 땡땡과 함께 떠나보자. “땡땡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작업은 항상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즐거웠다.” _ 에르제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에서는 유명한 만화가이기 이전에 예술가로서의 에르제를 조명하며, 관람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1960년대 초, 회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것, 당시 가장 현대적이었던 예술에 매혹되었던 것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 ‘땡땡의 모험’이라는 만화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다른 느낌의 현대 미술을 보는 것 같은, 에르제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에서는 제목 그대로 예술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에르제의 모습과 실제 그가 소장했던 예술품을 볼 수 있다. ‘20세기 소년’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접한 신문사 업무는 에르제에게 동시대의 그림과 조각들에 대한 기사는 물론, 최근과 먼 과거의 예술 운동까지도 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땡땡의 모험’이 탄생하고 친구들 및 지인들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에르제는 작품을 그릴 때 예술 운동을 참고하기 위해 이미지 기록(documentary image bank)을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환갑의 나이에 현대 미술에 눈을 뜨게 된 에르제는 개인 컬렉션을 모으는 즐거움을 발견하고 예술에 푹 빠져 지냈다고 한다. 에서는 에르제 만화책의 탄생 과정,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번역된 ‘땡땡의 모험’ 표지, 영상 미디어 아트, 아이디어 단계 스케치 등 ‘땡땡의 모험’, 그리고 에르제와 관련된 다채로운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탄탄한 스토리와 풍부한 표현력으로 ‘이미지를 쓰는 소설가’이자 ‘예술적 스토리 작가’라 평가받는 에르제는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그리고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기는 것을 좋아한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힌 적 있다. 작가이자 만화가로서 에르제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세트와 환경을 꾸미고, 서사를 구축하고, 이야기의 문을 열고, 캐릭터들을 창조하며 끊임없이 기술을 연마하고 성장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진행되는 만화 방식이다. 그는 영화 연출에 사용되는 트릭을 비롯해 소설가들이 사용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변모시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과 세계를 구축해왔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도 반짝이는 별이 우리를 비춰주듯, 아름답고 감성적으로 꾸민 은 에르제 만화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여주고 있다. 1940년, 독일 군대가 벨기에를 점령한다. 신문사 ‘20세기 소년’이 문을 닫았고, 에르제는 더 이상 신문사에 그림 연재를 할 수 없었다. 이후 땡땡의 모험은 보충판 ‘르 수와르 – 쥬네즈(청년판)’에 재등장해 1941년 7월까지 연재되다가, 이후에는 ‘르 수와르’의 자체 연재 만화로 등장했다. 2차 세계대전 때 에르제는 만화가로서 성공적인 시기를 보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에르제가 그래픽 아티스트로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원칙인 단순함과 가독성을 지키면서도 마침내 작품에 색채를 더해 <별똥별의 모험>을 창작한다. 에르제는 음영이나 그라데이션이 없는 은은하고 깔끔한 톤을 선호했다. 이전에 작업했던 흑백 앨범에 색깔을 더해야 하는 과업에 직면해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끝까지 그만의 스타일과 독특한 색감을 고수해나가며 본인만의 예술적 아이덴티티를 독자들에게 더욱 확실히 각인시켜주었다. 또한, 이 시기에 <황금 집게발이 달린 게>에서 아독 선장이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 캐릭터는 매우 감정적이며 퉁명스러운 태도, 급한 성미, 욕설을 퍼붓는 당당함 등 솔직하고 거침없는 캐릭터로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얻기도 했다. 에르제의 스케치 과정과 스케치 단계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은 벽면을 채우고 있는 연필로 그린 보드를 통해 에르제의 뛰어난 초상화 솜씨를 보여준다. “전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스케치하고 줄을 긋고 삭제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가끔은 캐릭터 작업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연필로 종이를 뚫어버릴 때도 있어요!”라던 에르제의 말처럼 연필 한 획, 한 획에 정성이 들어있는 그의 스케치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 오랜 시간 동안 만화는 마이너 예술로 간주되어왔지만, 에르제는 ‘땡땡의 모험’을 통해 만화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예술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예를 들어 아독 선장, 땡땡, 칼큘러스 박사를 그린 몇몇 스케치들은 뒤러, 홀바인, 다 빈치, 앵그르 같은 거장들의 작품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복잡성, 세심함, 정확하고 다채로운 톤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한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이 자연스럽게 전시장 내부로 안내하는 에서는 땡땡의 모험 이외의 에르제 만화 시리즈를 볼 수 있다. 에르제는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들에 특별한 애정을 쏟았다. 특히, 땡땡과 톰슨 형제, 아독 선장 등 ‘땡땡의 모험’에게는 확실히 그랬지만, ‘퀵과 플륍크’에게는 조금 덜했다. 에르제의 어린 시절을 본 따 만들어, 모든 시간을 장난치고 노는 데 보내는 캐릭터인데도 말이다. 반면, 에르제는 조, 제트와 조코(Jo, Zette and Jocko)의 캐릭터들에게는 전혀 애착을 갖지 않았다. 이 시리즈는 에르제가 의뢰받아 제작한 것으로, 자신만의 영감으로 창조하지 않았다. 그는 열정 없이 시리즈를 작업했고, 이에 스토리들의 숫자는 한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은 만화가로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에르제의 재능을 조명한다. 1930년대, 아뜰리에 에르제-광고가 출범했고, 에르제는 포스터와 심볼, 홍보 만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전시된 작품들은 그래픽 디자인의 이념을 보여주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명료함부터 레터링, 분배, 간격, 색깔을 비롯해 클리어라인 드로잉 스타일의 기본 원칙을 구성하는 에르제의 특징들을 엿볼 수 있다. 예술가로서의 경력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중 하나는 ‘다람쥐 팀’이라는 홍보 연재 만화로 당시 디즈니 스튜디오 영상의 영향을 받았다. 에르제의 30대 시절, 가장 중요했던 전환점이자 사건은 중국인 친구 ‘창’을 만나고 푸른 연꽃을 출간한 것이다. 에서는 그의 만화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던 동양인 아티스트와의 만남을 기록하고 있으며, 강렬한 인상을 주는 붉은 카펫과 한 벽면을 따라 흘러가는 용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전까지는 백인 우월주의나 유색인종 차별 등의 내용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나 창과의 만남 이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서사를 보여주는 ‘새로운’ 땡땡의 모험이 시작됐다. 에르제는 ‘다른 캐릭터들’이 단지 땡땡을 위한 엑스트라로 남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결심했고, 친구 창은 그의 예술작품에 중국의 화풍이 더해지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공간은 여러 가지 작품들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면서 그들의 만남에 집중한다. 인디아 잉크를 사용한 보드, 푸른 연꽃과 연관된 20세기 소년 커버 일러스트레이션, 광고 전단지, 그리고 창의 개인 물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에르제는 항상 이야기 들려주는 것을 좋아했다. 이 독학 예술가는 무엇이든지 흡수하는 태도와 무한한 호기심으로 서사 기법, 데쿠파주(découpage) 및 다른 기술들을 빠르게 습득하기도 했다. 에서는 에르제가 유럽 만화의 아버지가 되기까지의 창의적인 변화 과정을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에르제가 자신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이야기한 인물들(하비에르, 생토강, 맥마누스)부터 그의 첫 역작(first significant) 드로잉, 어린 시절의 끄적이던 낙서부터 능숙해진 보드, 미숙한 복제 기술에서부터 최고의 질을 가진 종이에 찍어낸 아름다운 프린트들, ‘르 보이스타우트’ 출판 직전에서부터 카스테르만에서 출판한 앨범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땡땡의 모험’시리즈는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적 깊이, 예술적 아름다움, 과학적 사고력과 추리력, 인류 역사와 자연에 대한 소중한 깨달음, 나아가 정의로운 삶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유럽의 초등 교과서에 실릴 만큼 교육적인 내용과 함께 전 세계, 전 연령대의 사랑을 받고 있는 ‘땡땡의 모험’은 가족만화의 고전이며 현재까지도 사랑받는 걸작이다. 그리고 이러한 에르제의 탄생 9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은 관람객들에게 어디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에르제의 삶과 ‘땡땡의 모험’의 시작과 기록을 상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며, 유익하다는 관람객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하여 마음이 깊어짐을 느낍니다: 예술가의 명상법

-사비나미술관 신축 재개관 기념 특별전- 그리하여 마음이 깊어짐을 느낍니다: 예술가의 명상법 Private Moon-레오니드 티쉬코브 LOCATION: 사비나미술관 ‘명상’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휴식’, ‘치유’, ‘위로’ 등 외부의 스트레스로 인해 당신의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편안함과 안정을 가져다줄 수 있는 따뜻한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것이다. 몇 해 전부터,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보면 일상에 위로를 전하는 에세이와 심리학 관련 도서, 공감이나 치유를 주제로 한 책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많은 이들이 고도의 스트레스와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본인들의 지친 마음에 공감해주고, 위로 받기 원함을 보여준다. 이처럼 공감과 위로를 원하는 사회를 바라보며 사비나미술관은 ‘명상(瞑想)’을 그 답으로 꼽았다. 서울 진관동 은평구에 새롭게 개관한 사비나미술관은 북한산과 개천, 둘레길 등 자연 친화적인 환경이자 자연과 도심의 경계에 자리해 있다. 자연을 보러 왔다가 전시와 함께 힐링할 수 있는 주제이자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명상’을 메인 주제로 선택한 사비나미술관은 예술가들이 어떻게 명상을 작품화하고 명상이라는이 슈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관람객들과 함께 보며 소통하고자 했다. ‘명상(瞑想)’은 한자 그대로 풀면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다’를 뜻하며, 깊이 있게 해석하면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 아무런 왜곡 없는 순수한 마음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신축 재개관을 기념해 전시를 기획한 사비나미술관은 2층과 3층에 [그리하여 마음이 깊어짐을 느낍니다: 예술가의 명상법] 그리고 5층에 [레오니드 티쉬코브 ] 전시 공간을 조성해 관람객들에게 명상의 가치와 의미를 찾고, 국내에서는 만나보기 힘들었던 유니크한 작품 감상의 기회를 마련 했다. 전시장 내부는 세 면이 만나는 삼각형 형태의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되어있으며, 커다란 창문과 천창으로부터 들어오는 자연광이 전시장의 작품들과 어우러져 거칠지만 평온한 느낌을 준다. 2층 전시장은 자연을 소재로 작가만의 바라보기 방식과 석채, 목탄 등 다양한 표현방식이 더해져 자연과 소통하며 잠시 멈추고 바라볼 수 있는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예술가들은 자연과의 교감을 시도해 자연현상에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고, 관람객 또한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3층 전시장에서는 예술가만의 호흡과 감각, 몰입과 안정의 방식을 보여주며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의외의 명상 방식을 제안한다. 전시는 뇌파와 생체인식센서, 빅데이터 분석을 이용한 작품으로 관객의 적극적인 체험을 유도하고 일상생활에서 실천해볼 수 있는 유쾌한 명상 방식을 제안하기도 한다. 몰입의 순간 ‘매일 아침 일어나 고요함 속에 자신의 내면에 깊이 몰입한다.’ 총 28팀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참가한 [그리하여 마음이 깊어짐을 느낍니다: 예술가의 명상법]은 2층과 3층에서 만나볼 수 있다. 명상과 관련된 작품들로 크게 4가지 카테고리의 작품들이 전시장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첫 번째 카테고리 ‘몰입의 순간’은 강운, 김윤수, 배성미, 이재삼, 최병소, 허윤희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작가들의 고민과 사색을 느껴볼 수 있는 ‘몰입의 순간’에는 끊임없이 선을 긋는다든가, 반복적으로 무엇을 닦는다든가 또는 매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그려보고 기록하는 등 작가들이 명상하는 방식과 작업의 행위 등을 통해 작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이를 보며 관람객도 작가와 공감하면서 본인만의 명상 방식을 찾아볼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만나게 된다. 보이지 않는 세계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초월의 순간을 맛보다.’ 작가들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자신만의 어법으로 시각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영적이고 신적인 존재와 만나기도 하고, 초자연적인 에너지나 새로운 차원의 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박선기, 안창홍, 이벨리쎄 과르디아 페라구티, 이일호, 이정록, 장 샤오타오, 정보영, 제리 율스만이 참여한 ‘보이지 않는 세계’ 카테고리에서는 작가들이 ‘명상’이라는 주제로 생각하고 표현해낸 제3의 세계 또는 실재하지 않는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그중 이정록 작가의 시리즈는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장노출 상태에서 라이트 페인팅 기법으로 스트로보의 순간광을 필름 위에 중첩하는 방식으로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만든 작품이다. 하늘, 나무, 바다 등 자연을 기초로 정신적이고 영적인 느낌을 담아 자신만의 신화적 풍경을 선보임으로써 낯섦 너머의 오묘한 세계를 빛으로 담고 있다. 흘러가는 구름처럼, 지나가는 바람처럼 ‘무심코 바라본 파란 하늘의 구름, 바람에 흩날리는 초록 잎에 이내 마음이 편해지곤 한다.’ 숨 막히게 치열한 사회, 일상 속에서 우리는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되고 시달린다. 본 전시에서 만나볼 작가들은 모든 것이 빠르고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편안하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한다. 그것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기도 하고, 자연을 바라보는 창문이 되기도 하고, 인간 사회의 모습이 투영된 낯선 흰개미의 사회가 되기도 한다. 강석호, 김성호, 마이클 케나, 송영숙, 임창민, 한애규, 허수빈 작가의 작품이 포진된 해당 카테고리에서는 바람, 흙, 바다, 나무 등 우리 주변에 머물며 친근함과 경외감을 함께 주는 자연을 주제로 해 사람들에게 휴식을 취하는 듯한 편안한 감정과 함께 안정감을 준다. 또한, 관람객들은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말로 직접 전하는 것과는 또 다른 위로와 여유를 얻을 수 있다. 나를 만나는 시간 ‘오롯이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것’ [그리하여 마음이 깊어짐을 느낍니다: 예술가의 명상법]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관람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라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쉽고 편하게 명상하는 방법, 미술관에서 즐기는 편안한 휴식, 고정관념을 벗어난 예술가들의 유쾌한 명상 방식 등을 보여준다. 작가들은 명상이란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으로 주변의 사물을 이용해 명상하는 방법을 만들고 제안한다. 김기철, 김지수×김선명, 리즈닝미디어, 이준, 조던 매터, 허스크밋나븐의 작품이 포진된 카테고리는 실제로 직접 그물 위에 올라가 자연의 상징물과 함께 휴식하는 체험, 특별할 것 없어 보였던 사물들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명상하는 체험, 정신적 에너지를 이용해 팝콘을 만드는 체험 등을 통해 관람객이 적극적으로 전시를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달을 사랑한 남자, ‘레오니드 티쉬코브’의 국내 첫 개인전 Private Moon-레오니드 티쉬코브 사비나미술관 5층 사비나플러스에서는 달을 사랑한 남자, ‘레오니드 티쉬코브’의 국내 첫 개인전 [Private Moon-레오니드 티쉬코브]를 만나볼 수 있다. [그리하여 마음이 깊어짐을 느낍니다: 예술가의 명상법]의 일환으로 개최된 러시아 설치예술가 레오니드 티쉬코브의 개인전으로 국내 관람객들에겐 최초로 공개되었다. 직접 제작한 인공달과 함께 세계를 여행하며 사람들의 마음속에 달빛을 비추는 레오니드 티쉬코브는 2003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현대미술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북극, 뉴질랜드, 프랑스, 대만,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장소에서 설치 프로젝트인 을 진행해 왔다. ‘달’이라는 신비로운 이미지의 주제는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초현실적이고 동화 같은 판타지를 경험하게 한다. 동시에 이번 전시는 이상향을 실현하는 의미로 각박한 현대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할 것이다.

케니 샤프, 슈퍼팝 유니버스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펼친 팝 아트의 황제 KENNY SCHARF, SUPER POP UNIVERSE 케니 샤프, 슈퍼팝 유니버스 2차 세계대전 후 유럽이 전쟁의 폐허를 복구하는 사이, 산업 문명이 급 속도로 발달한 미국의 예술 시장에는 새로운 미술 양식들이 등장한다. 미국에서 추상표현 미술이 중심이 됐고 그에 대한 반동으로 일상의 이 미지를 인용한 팝 아트가 탄생한다. 팝아트를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킨 앤디 워홀 이후로, 키스 해링, 장 미쉘 바스키아와 함께 팝아트의 전성기 를 이룩한 케니 샤프는 새로운 방식으로 예술사조를 이끈 스트리트 아 트의 선구자였다. 케니 샤프는 핵폭발, 냉전 시대, 환경파괴, 에이즈 등 당시 미국이 직면하고 있던 심각한 주제에 만화적 유희를 혼합하거나 작가 특유의 기괴하면서 유쾌한 감성으로 표현함으로써 독창적인 자신 만의예술 철학, 예술 세계를 펼친다. 사회적 문제를 새롭게 해석하고 누 구보다도 POP 하며, HIP 하게 표현해 우리에게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 운 방법을 제시하는 케니 샤프, 그의 환상적인 세계로 들어가 보자. CLUB 57 전시장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반짝이는 미러볼 그리고 신나는 레트로 음악과 함께 우리는 8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 나게 된다. 이스트빌리지에 위치한 CLUB 57을 그대로 재현한 이곳은, 새로운 예술을 갈망하던 젊은 작가들이 모여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예술 반항아들의 집합소였다. 당시 SVA(스쿨오브비주얼아트)에 재학 중이던 케니 샤프는 만화같은 그림을 그리거나 우주에 집착하는 작업을 했다, 하지만 이는 교수들에게 장난처럼 보여졌고 예술로 써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CLUB 57에서 그의 작업은 실험적인 도전이었다. 케니 샤프와 키스 해링을 비롯한 젊은 예술가들은 CLUB 57에서 비전문적이고, 즉흥적이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새로운 문화를 통해 주류 예술에 도전했다. JETSTONE TV 속 세상은 케니 샤프에게 환상의 세계였으며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1960년부터 방영된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과 [미래 시대 우주 가족 젯슨]은 당시의 현실, 경제공황과 경제침체,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미래의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특별한 매 개체가 된다. 밝은 색채와 귀여운 캐릭터들이 그가 표현한 현실의 공포와 불안을 완충시키며 다양한 이미지의 층을 형성한다. 현 실의 고민을 과거와 미래의 만화 캐릭터로 표현함으로써 초현실적인 현실을 만드는 그의 표현은 유머러스하지만 내면은 진지하 다. 케니 샤프는 더 나아가 다양한 종교에도 관심을 가지며, 여러 가지 도상을 도입하여 지구 종말 이후 구원의 세계를 보여준다. SUPER POP 하얀 외벽이 파란색으로 바뀌면서 케니 샤프가 만든 우주 공간, 초현실주의 팝 아트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소비 사회와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 대한 수많은 고민과 재해석을 통해 창조된 슈퍼 팝은 기존 팝아트의 최고치를 출력해 끌어냈다. 슈퍼 팝은 케니 샤프의 예술 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개념을 담고 있다. 케니 샤프는 슈퍼 팝에 대해 ‘내가 경험한 모든 예 술 사조, 초현실주의는 물론이며 1950년대의 추상표현주의, 1960년대의 팝아트, 1970년대의 미니멀리즘 등이 내화 되고 끌어올라 토해낸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 공간은 그가 보여주고 있는 독창적인 팝 아트의 방식을 명확히 보여준다. Donuts & Hotdogs 앤디 워홀에게 캠벨 수프가 있다면 케니 샤프에겐 도넛이 있다. 케니 샤프는 도넛이 가장 미국적인 정서, 즉 미 국 중심의 소비주의와 자본주의를 표현한다고 생각했다. 우주 공간에 거대한 도넛과 핫도그가 떠 있는 이미지는 르네 마그리트를 연상시키는데, 케니 샤프는 서로 이질적인 상관관계의 배경에 물체를 두는 초현실주의 기법 데 페이즈망(dépaysement) 기법을 사용했다. 케니 샤프는 물질주의 삶이 주는 거부할 수 없는 화려함과 그 이면 (혹은 그 배경)에 숨겨진 잔혹한 인간성을 도넛 시리즈를 통해 표현한다. Pikaboom 케니 샤프의 전시는 귀여운 캐릭터들과 화려한 색채들로 보는 눈을 즐겁게 만든다. 그러나 그 안의 이야기는 보이는 것만큼 신나거 나 가볍지만은 않다. 작가는 작업 초기부터 핵폭발로 인한 지구 종말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왔다. 에이즈, 핵전쟁 그리고 환경파괴 같은 위험을 밝은 만 화 세계와 결합하여 과거와 미래, 즐거움과 공포, 선과 악이 혼재된 작품으로 표현했다. Pikaboom은 핵폭발의 장면에 작가 특유의 유쾌함을 담아 피 크닉 테이블과 의자로 제작했다. 무거운 주제를 발랄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여러 사회 문제에 직면한 우리들에게도 꼭 필요한 토론의 장소가 아닐까. Cosmic Cavern 코스믹카반은 이번 전시의 가장 하이라이트인 공간이다. 형광색 오브제들이 가득 채워진 바깥의 세상과는 단절된, 환상의 세계를 보여 준다. 70년대 후반 경제침체와 냉전 시대의 핵전쟁에 대한 공포가 극대화되면서 세기말적 종말론이 고조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케 니 샤프는 1981년, 친구 키스 해링과 함께 살던 아파트의 옷장에서 주워온 플라스틱 폐기물에 형광 페인트를 칠해 벽 안에 붙였다. 이 렇게 불안과 혼란을 피할 수 있는 ‘내일이 없는 듯 신나게 놀 수 있는’ 우주로 통하는 공간, 코스믹카반을 창조했다.

<나의 어린 왕자에게> 展

어른을 위한 힐링 동화 ‘어린 왕자’ 미디어 아트, 어린 왕자를 살게 하다: <나의 어린 왕자에게> 展 “가령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1943년 출간 이후, 180여 개 국어로 번역되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는 스테디셀러 동화 ‘어린 왕자’. 어렸을 때 읽었던 것보다 어른이 되어서 읽었을 때 더 큰 공감과 감동을 주는 ‘어른을 위한 동화’로도 유명하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별들이 아름다운 건 보이지 않는 한 송이 꽃 때문이야” 등 많은 명대사를 남기며 어른이 된 우리가 일상 속에서 늘 고민하고 맞닥뜨리는 ‘사람’과 ‘관계’,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때 묻지 않은 어린 왕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순된, 꿈을 잃어버린 듯한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나의 순수했던 어린 시절과 꿈을 되돌아보게 하는 동화이기도 하다. K현대미술관은 동화 ‘어린 왕자’의 장면, 대사들을 미술적으로 재해석하고 다양한 미디어아트를 통해 시각화하는 <나의 어린 왕자에게> 展을 개최했다. 국내외 작가 20여 명이 참여한 <나의 어린 왕자에게> 展에서는 회화와 영상설치, 비디오게임 등 다채로운 표현을 통해 ‘어린 왕자’에 대한 색다른 시각과 해석을 경험할 수 있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권위적이고 지배욕으로 가득한 왕, 타인의 관심과 인정을 애타게 바라는 허영쟁이, 술에 취한 주정뱅이, 계산과 소유에 집착하는 사업가, 시간에 쫓겨 쉬지 못하는 점등인, 확인되지 않은 남의 이야기로 책을 쓰는 지리학자. 여섯 개의 행성을 지나며 이상한 어른들을 만나온 어린 왕자가 지구에 도착해 겪는 여정을 다루고 있는 동화 ‘어린 왕자’. 그리고 이 특별한 동화를 모티브로 한 <나의 어린 왕자에게> 展의 부제는 [Geo+Visual+Scape]이다. 현대미술(Visual)을 통해 동화 저편의 풍경(Scape)을 우리가 자리한 현실(Geo)로 가져오며, 이로써 동화 ‘어린 왕자’를 세상 속에 살아 숨 쉬게 만든다는 의미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동화 속에서 누누이 강조되는 두 주제, ‘틀에 갇히지 않는 상상력’과 ‘길들인다는 것’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내놓는다. 관람객들은 미디어아트를 통해 구현된 어린 왕자의 여정을따라가며 단순히 동화책을 읽는 간접적인 경험이 아닌, 직접 동화 속을 거니는 듯한 감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전시는 5층에서 4층으로 이어진다. 5층에서는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조종사는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하고,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된다. ‘어른들의 삶’에 익숙해져 있던 조종사는 어린 왕자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잃어버리고 있었던 것을 다시금 돌이켜 보게 된다. 전시는 Jack Turpin과 Yuehao Jiang의 작품으로 시작된다.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시뮬레이션 영상과 어린 왕자의 유명한 에피소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여러 섹션으로 나뉜 전시장을 둘러보면 ‘양 한 마리만 그려줘요.’라는 어린 왕자의 말에서 모티브를 얻어 관람객이 양을 그리며 직접 조종사가 되어보는 체험 존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비디오 게임, 볼트와 너트를 활용한 입체 작품, 모션 페인팅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아이였던 과거를 지나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어떻게 변했는지 되돌아보고, 잊고 살았던 어린 시절 꿈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다. K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층별로 미장센을 제작해 전시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5층의 네온 미장센은 Jason Rhoades가 展에서 선보인 네온 작업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네온 미장센은 어린 왕자가 여정 중에 경험한 감정과 관계에 관한 단어들로 이루어지며, 철새 대신 단어를 쥐고 날아다니는 어린 왕자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네온 미장센 옆으로는 YALOO 작가의 비디오와 설치 작업이 있다. 어린 왕자의 순수한 마음과 그가 살았던 행성 B612의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해냈다. 그러나 ‘하트’ 모양의 작품은 동화 ‘어린 왕자’ 속에서 다룬 다양한 이야기처럼 때론 절망적이고 때론 안타까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은 사랑을 의미하기도 한다.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 구지은 작가의 작품은 ‘어린 왕자’ 속 등장하는 허영쟁이의 모습을 담고 있다. 스스로 부풀리며 정서적인 포만감을 얻는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풍선껌을 오브제로 선택했으며, 사람들이 씹고 버린 볼품없는 껌을 모아 샹들리에로 구성했다. 작품 <꿈꾸는 풍선껌>은 실속 없는 자신을 화려하게 포장하는 허영쟁이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으며, 흔히 SNS나 자랑 등을 통해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중요하게 여기는 현대의 어른들이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4층에서는 본격적인 어린 왕자의 여행이 시작된다. 철새 무리로 행성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던 어린 왕자는 마침내 지구에 도착한다. 4층에서는 어린 왕자와 함께 걸으며, 혹은 직접 어린 왕자가 되어서 그가 겪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함께 느끼고 경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4층 전시 공간은 평온하면서도 이질적인, 분홍빛의 향연으로 시작된다. ‘나’의 그림자를 그대로 비추는 스크린과 끊임없는 움직임을 보이는 빛 속에서 주변 모든 게 변해도 ‘나’라는 주체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다음은 Adem Elahel 작가의 작품으로 일몰을 44번이나 봤다는 어린 왕자의 말에서 착안했다. 3D 프린터로 출력된 설치물 위로 인위적인 일출과 일몰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어린 왕자의 주제와도 이어진다. 4층의 미장센은 구획 미장센으로 <2006 멕시코비엔날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구획 미장센은 빈자리 없이 모든 땅을 단절하고 나누려는 사람들의 경향을 풍자했다. <2006 멕시코비엔날레>에서 노란 안전선으로 정해진 일정한 크기의 구획 안에 작품들을 전시했듯, 이번 전시에서는 서로 다른 인간 군상이 양립하는 ‘어린 왕자’ 속 지구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구획 미장센에 전시된 작품은 정보의 진위를 판별하지 못하고 수용해버리는 정보화 시대의 허점을 다룬 이주원 작가의 작품,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자체도 정형화된 것이라 생각해 자유로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보아뱀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윤여준 작가의 작품 등 ‘틀에 박히지 않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했다. "All grown-up were once children, although few of them remember it."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지만, 그걸 기억하는 어른은 없다. ‘어른이지만 아이인 자신의 별을 찾는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동화 ‘어린 왕자’를 다룬 <나의 어린 왕자에게> 展은 현대인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는 전시다. 동화를 시각적이고 감각적으로 해석했다는 점, 미디어아트라는 가장 현대적인 미술 매체를 통해 동화 속 어린 왕자에게 역동성과 온기를 부여했다는 데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된 후, 다시 한 번 ‘어린 왕자’를 읽고 공감하며 나 자신, 내 주변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던 것처럼 이 전시를 본 후, 현대 사회에 맞춰 변해가는 나 그리고 내 곁에 소중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의미로 남을 것이다.

나는 코코 카피탄, 오늘을 살아가는 너에게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가진 것은 무엇이 있을까? 좋은 공기와 물도 값을 지불하고 살 수 있는 시대지만, 시간은 예외다. 모든 사람이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는다. 10대에 맞 는 죽음과 80대에 맞는 이별은 똑같이 아플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거라 믿 지만, 우리는 모두 오늘을 처음 살고 있다. 코코 카피탄은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응원의 메세지를 보낸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당신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알린다. 전시는 보그(Vogue), 데이즈드(Dazed), 도큐먼트 저널(Document Journal) 등 유명 패션 매거 진에 소개된 에디토리얼 작업으로 시작된다. 고전적인 패션 화보와 동시대 대중문화로부터 영향을 받은 이 작업은 모델의 포즈, 성격, 감정을 전달하며 기존 패션 사진과 다른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어떠한 형식이나 관념에도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아티스트 특유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작가는 다양한 실험과 소재의 활용을 통해 소비사회의 상업과 예술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드러내며, 빅 팝 이후 의 시간을 살아가는 현시대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 소비문화의 아이콘이자 팝 아트가 대표적으 로 다뤄온 ‘코카콜라’를 주제로 한 세 점의 핸드라이팅, 사진, 세라믹 설치 작품들은 일상 속에 깊숙이 침투한 상 업 광고 속 상징이 개인의 삶과 인식에 미치는 거대한 영향력을 보여준다. 스페인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란 코코 카피탄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느낀 가치관의 혼란, 문화적 소외감, 개인적 신념과 사회적 통념 사이의 내적 갈등을 페인팅, 설치, 사진으로 표현한다. 특히 환상과 실제를 오가는 어 린 시절에 대한 기억과 유쾌하고 친근한 방식의 패러디를 통한 자기 탐구 작업, 염세적 태도를 지닌 풍자적 작품 들은 아티스트로서의 사회적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스스로 치열하게 탐구한 시간을 대변한다. 마지막 공간은 코코 카피탄이 스페인의 올림픽 싱크로나이즈 선수들을 촬영한 사진 작품들과 수영장 설치 작품을 통해, 보이지 않고 잡을 수 없지만 꿈꾸는 것을 이루려 는 모든 사람의 노력에 응원을 보낸다. 특히, 8m의 대형 핸드라이팅 작품은 긴장과 두려움 속에서 모두의 노력과 그로 인한 가능성에 대해 긍정의 가치를 찾아낸다. 기사 김리오

미래의 씨앗 展

미래 에너지 수소의 여정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The Seed of New Society’가 송원아트센터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 평창동 계올림픽에서 선보였던 ‘현대자동차 파빌리온’을 재현한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의 재전시 요청 및 국제 광고제인 ‘2018 칸 라 이언즈’ 디자인부문 본상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 추진됐다. 전시는 크게 세 개의 테마로 나뉘어 있다.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Universe’ 관은 수소의 기원을 의미하는 곳이다. 어두운 우주와 수많은 별을 감상할 수 있는 이 공간은 가장 풍부한 물질인 수소를 통해 수소전기차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각기 다른 높이에 떠 있는 별은 관람객의 상상력을 더욱 크게 키워줄 것이다. 두 번째 공간은 ‘Water’ 관으로, 수소를 만드는 씨앗인 물방울을 통해 수소전기차가 만드는 미래 도시의 모습 을 보여준다. 수로를 따라 흐르는 수천 개의 물방울이 발수 코팅된 대리석 위를 빠르게 흘러 가운데 호수로 모이 는 장면을 마주할 수 있다. 관람객은 직접 손을 움직여 물방울들의 움직임을 조정할 수 있어 색다른 재미를 더한 다. 모인 물은 커다란 호수가 되고 이 물이 재사용됨을 알리며, 수소의 자연 친화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Hydrogen’ 관에서는 물에서 시작해서 물로 돌아오는 수소전기차의 순환 과정을 소개한다. 태양열에 의해 생 성된 전기는 물을 분해하고, 물에서 분리된 수소는 차를 달리게 하며, 다시 깨끗한 물로 돌아오는 경로를 나타냈다. 이번 미래의 씨앗은 여타의 자동차 전시와는 달리 차 없이 디자인과 체험형 컨텐츠로만 구성한 전시다. 현대자동차 크리에이 티브 웍스와 세계적인 건축가 아시프 칸(Asif Khan)이 컨셉과 디자인을 맡았다. 기사 김리오

갤럭시 오디세이 :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

‘마츠모토 레이지’는 여러 별을 거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통해 현시대를 그려내며, 인류가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는지 날카롭게 표현한다. 기계 인간에 어머니를 잃었음에도 기계 행성으로 향하는 철이. 그와 함께 아득한 미래로 나아가보자.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어느 세대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음악. 누군가에겐 생소할 수도, 또 다른 사람에게는 추억이 담긴 곡이기도 하겠다. 은하철도 999는 안드로메다행 열차의 이름으로, 기계 몸을 향해 지구를 떠나는 철이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갤럭시 오디세이 :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는 80년대 추억의 명작 만화 ‘은하철도 999’를 집중 조명한 전시다. 일본의 국민 만화가이자 애니메이션 감독 마츠모토 레이지의 탄생 80주년 기념으로 열린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 중 가장 크게 흥행한 ‘은하철도 999’를 다루고, 작가의 우주관을 오마주한 여러 예술가의 미디어 아트를 소개한다. 첫 번째, 아카이브 섹션에서는 ‘마츠모토 레이지’의 아카이브룸을 포함해 캐릭터룸, 만화룸, 작가의 작업실 등 총 5개의 공간이 자리한다. 국내에서 은하철도 999가 가장 흥했던 80년대를 재현한 아카이브룸과, 추억의 만화룸, 실제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업실을 연출한 작가의 작업실까지. 마츠모토 레이지의 2017 최신작 원화 [미래도시]를 포함한 클래식 피규어 60여 점, 코믹북, 음반 등 기타 오리지널 컬렉션 약 50점 등이 전시되어있다. 관객은 본격적인 전시에 들어가기 전에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어지는 두 번째 공간은 오마주 섹션이다. 비주얼 아티스트 유하다 작가의 [꽃들의 별], 일러스트레이터 집시의 [메텔], 미디어 아티스트 윤제호 작가의 [공간에서 공간으로],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신남전기의 [MPC 134340(pluto, 명왕성)]까지, 만화 속 장면을 각자의 스타일대로 재해석한 국내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마지막 체험 섹션은 책과 영상으로만 즐길 수 있던 은하철도 999를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번 전시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체험 섹션은 디지털샤워룸, 인터렉티브 미디어룸, 뮤직비디오룸, VR룸, 만화 그리기 체험룸, 로보틱스까지 이어진다. 전시장 중앙에서 진행되는 컴퓨팅 아트는 하이라이트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현대의 최첨단 기술력으로 선보이는 융합 컨텐츠로, 인간의 욕심을 경계하며 삶의 한계를 시사하는 작가의 깊은 세계관이 담겨있다. 또, 평범한 전시장이 아닌 전기•전자 및 애니메이션 시장의 중심인 ‘용산전자상가’에서 전시를 선보임으로써 색다른 기획과 기술력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가 그려낸 인간을 경험하고, 인간의 유한한 삶에 대해 생각해보자.

Decision Forest

지금 가진 감정이 관심인지 사랑인지에 대해 헷갈릴 즈음 당신을 마주할 때면 들리는 심장 소리가 생경하기만 하다. 우리는 매일매일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살아있음을 느낄 기회는 많지 않다. 늘 곁에 있는 타인도 그렇다. 익숙하기에 잊기 쉬운 것이다. 잊혀진 나의 존재를 되살리고 싶다면, 함께하는 타인과 관계를 깊게 만들고 싶다면,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라파엘 로자노헤머: 디시전 포레스트 전시를 경험해보라. 라파엘 로자노헤머: 디시전 포레스트는 관람객이 직접 작품에 참여하며 감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전시다. 라파엘 로자노헤머는 26년간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동시대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 중 하나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지름 3M의 거대한 3D 원형 조각 을 마주할 수 있다. 은 지난 10년간 태양에 대해 NASA와 작가가 협업한 결과물이다. 아트리움의 은 VR 체험을 통해 거대한 노출 콘크리트의 공간이 ‘강’과 관련된 텍스트의 구조물로 변화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지하 전시장의 첫 번째 작품 는 미국 LA의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진행한 공공프로젝트를 실내로 옮겨온 것이다. 관람객들은 거대한 인공 해변에서 서로 어우러지며 놀이에 참여할 수 있다. 작품을 이루는 소형 모래 박스는 실내에 재현된 해변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작은 크기로 투사한다. 투사된 이미지에 손을 대면 카메라는 이를 포착해 영사기로 생중계하며, 해변 위로 투사된다. 은 라파엘 로자노헤머와 크지슈토프 보디치코의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얼굴인식 및 형태 감지 알고리즘을 사용해 참여자들의 모습과 전시공간 내에서의 그들의 공간 관계를 기록한다. 벽에 투사된 이미지는 함께 기록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 작품 안에서 관람객 서로가 맺은 관계 및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는 목소리를 시각 정보로 변환시켜 빛의 패턴을 만들어내는 작품으로, 관객이 인터컴에 말하는 목소리를 소재로 한다. 관람객이 녹음한 소리에 따라 빛의 패턴이 유동적으로 물결치고 목소리는 점차 낮은 톤으로 변형된다. 앞서 누적된 약 288개의 다른 소리와 새롭게 누적된 목소리가 섞여 새로운 청각적 환경을 연출하며, 빛의 움직임과 조화를 이루며 다채로운 공간을 생성한다. 는 참여자들의 지문을 기록하는 동시에 그들의 심박동수를 감지한다. 이 작품은 관객 10,000명의 데이터를 계단식 디스플레이로 보여준다. 220배로 확대 가능한 전자 현미경과 심장 박동 측정기가 내장된 센서에 손가락을 넣으면, 센서를 통해 기록된 지문은 곧바로 화면의 가장 큰 칸에 나타난다. 와 마찬가지로 다른 관객이 작품에 참여하면, 이전의 기록은 옆으로 옮겨지며 가장 오래된 지문부터 화면에서 사라진다. 은 240개의 투명 백열전구로 구성된 인터렉티브 설치 작품이다. 전시장 한편에 위치한 작품의 인터페이스는 내장된 센서를 통해 관객의 심장 박동을 측정한다. 관객이 인터페이스를 잡으면 컴퓨터는 맥박을 감지하고, 참여자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전구가 맥박의 속도에 따라 깜빡이기 시작한다. 측정된 데이터가 전시장에 방출되는 순간, 모든 전구는 꺼지고 기록된 시퀀스가 한 칸씩 이동하며 빛을 낸다. 동시에 기록된 심장 소리는 공간을 가득 매운다. 이번 전시 제목인 ‘Decision Forest’는 관객의 선택, 관람객과 작품의 상호 작용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결괏값을 의미한다. 또한 통제할 수 없는 대중의 본성, 불완전한 지각의 과정, 불확실하고 규정되지 않은 공간에서 발휘되는 창의성 등 여러 가지 개념의 집합이기도 하다. 전시된 작품은 관람객이 주인이 되어 만들어가는 창의적인 소통의 플랫폼이 될 것이다.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다가올 계절을 대비라도 하는 듯 날씨가 변덕스럽다. 유월은 쨍쨍 뜨는 해와 쏟아지는 비가 공존하는 계절이다. 이맘때쯤의 어린 나는 일기장 속 해와 우산 중 어느 것을 동그라미로 표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영국의 비평가 존 러스킨은 “햇볕은 감미롭고, 비는 상쾌하고, 바람은 힘을 돋우며, 눈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수없이 날씨가 바뀌는 이곳, 디뮤지엄으로 발걸음을 향해 보자.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는 날씨를 주제로 독창적인 미감을 보여주는 사진부터 촉각과 청각을 극대화한 설치작품까지 작가들의 다양한 관점을 소개한다. 날씨는 그리스 신화의 천둥번개, 19세기 영국 소설 속 폭풍우, 대중가요 가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거치며 오랫동안 삶을 이루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필연적 원동력이 되어 왔다. 전시는 총 세 개의 챕터 “날씨가 말을 걸다”, “날씨와 대화하다”, “날씨를 기억하다”로 크게 나뉘어 전개된다. 기후는 돌과 나무가 지구에 있는 것처럼 당연히 존재하며, 늘 같은 자리에 있는 것은 인지하기 어렵다.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라는 전시명과 이어지는 첫 번째 챕터, “날씨가 말을 걸다”에서는 날씨에 관한 일반적인 관념을 다채로운 시선으로 담아낸다. “날씨가 말을 걸다”는 우리가 무심하게 대했던 일상을 재발견하게끔 만들어준다. 전시는 크리스 프레이저의 설치작업 로 시작된다. 사람들이 오갈 때마다 여닫히는 회전문은 공간의 분위기와 구조를 극적으로 변화시킨다. ‘햇살’ 섹션은 따뜻한 태양아래 나른하고 행복한 날을 기록한 마크 보스윅과 올리비아 비의 작품, 유쾌한 시선으로 해변을 담아낸 마틴 파의 사진으로 이루어졌다. 궂은 날씨로 인식되는 날씨의 요소를 서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눈, 비’섹션에서는 요시노리 미즈타니가 구현한 초현실적인 이미지, 북극의 삶을 동화처럼 기록한 예브게니아 아부게바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 ‘어둠’섹션은 짙은 어둠과 아련한 밤의 서사를 탐구하는 작업들이 전시된다. 사라져버리는 대상을 붙잡아 목화 솜으로 빚어낸 노동식의 작품을 따라 계단을 오르면, 두 번째 챕터 “날씨와 대화하다”로 이어진다. “날씨와 대화하다”에서는 시각, 촉각, 청각 기반의 작품들을 입체적으로 경험하며, 인공적인 색이 아닌 자연현상 속에서 발견한 푸름을 소개한다. 이은선은 1년 넘게 촬영한 하늘 사진에서 채집된 다양한 색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관객은 설치물을 보고 각자가 기억하는 하늘과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안개’섹션에서는 물리적으로 구현된 안개를 경험해볼 수 있으며, 갑웍스의 다채널 영상 설치와 베른나우트 스밀데의 시리즈가 시적 오브제로서 구름과 안개를 다룬다. 하늘이 시각, 안개가 촉각을 열어줬다면 ‘빗소리’ 섹션은 청각에 집중한다. 사운드 디렉터 홍초선과 라온 레코드가 채집한 빗소리를 들으며 관객은 30m에 이르는 전시장의 어두운 복도를 따라 걷는 체험을 하게 된다. 세 번째 챕터 “날씨를 기억하다”에서는 각자의 기억 속 날씨가 어떠한 감정과 형태로 자리 잡는지 관찰한다. 주변의 사물들에 빛, 바람을 투영시켜 풍경을 기록하는 울리히 포글의 설치부터, 매일 촬영한 사진에 같은 날의 세계적 이슈나 개인적인 사건들을 손글씨로 기록해 병치시키는 야리 실로마키, 화면에 이질적인 요소들을 중첩해 초현실주의적 장면을 연출하는 김강희 등 다섯 작가의 개성에 따라 기록된 날씨를 엿볼 수 있다. 뱅글뱅글 한 자리만 도는 일상에서 나를 즐겁게 할 변화는 무엇이 있을까? 몰랐던 지름길이나 두 개 들어있는 알사탕은 그야말로 소소한 행복이다. 어제와는 다르게 드라마틱한 날씨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매일의 날씨에 대해 색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관객은 내면 어딘가에 자리한 기억과 잊고 있던 감정을 새로이 꺼내보며, 익숙한 일상의 순간이 지닌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석유비축기지에서 문화비축기지로

©T1-유리파빌리온내부 마포구 서울 월드컵경기장 맞은편에 5개의 석유탱크가 있다. 1973년 석유파동 이후 76~78년에 5개 탱크를 건설해 당시 서울시민이 한 달 정도 소비할 수 있는 양인 6,907만 리터의 석유를 보관했던 이 석유비축기지는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됐다. 10년 넘게 방치되어 있던 탱크는 지난 2013년 시민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문화비축기지로의 변신을 결정했다. 41년간 일반인의 접근과 이용이 철저히 통제됐던 산업화 시대 유산이 모든 시민이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T3-탱크원형-항공 탱크에는 1부터 6까지 숫자가 붙어 있다. 차례대로 둘러봐야 할 것 같지만 순서는 상관없다. T1은 석유비축기지에 원래 존재하던 5개의 탱크 중 가장 작은 탱크였다. 경사면을 따라 올라가는 원래 지형을 활용해 입구를 터널처럼 만들었다. 터널을 따라 걷다 보면 지대는 점점 높아지고, 공간은 점점 넓어진다. 기존 탱크를 해체한 후 남은 콘크리트 옹벽을 이용해 유리 구조물인 벽체와 지붕을 새로이 설치했다. 유리 탱크 안으로 들어서면 탁 트인 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 철골 구조로 지붕을 지탱해 실내에는 기둥을 두지 않았다. 매봉산의 암벽이 유리 벽을 통해 시야에 그대로 들어오는 이곳에서는 눈이 오거나 비가 내리는 날, 모든 불빛이 꺼지고 휘영청 달 밝은 날이 더 기대된다. ©김리오 T2 역시 기존 탱크를 해체해 새롭게 조성했다. 기존 탱크는 T6의 외장으로 사용했다. 진입로를 따라 경사로를 올라가면 공연장을 만날 수 있다. 입구부터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오르막 바닥을 이용해 탱크 상부에는 야외 공연장을, 하부에는 실내 공연장을 마련했다. 야외 공연장은 탱크를 감싸고 있던 전면의 옹벽을 그대로 둬 무대 시설의 일부로 활용했다. 구조가 우아하고 시원한 형상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연자의 음성을 웅장하게 전달하며 친환경 울림통 역할을 한다. 탱크의 뒤쪽은 매봉산의 절개면으로 칡이 암벽을 뒤덮고 있는 풍경이 공연장의 빼어난 배경이 되어준다. ©김리오 T3는 5개의 탱크 중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비축 탱크로, 유일하게 원형 그대로 보존했다. 녹슬어가는 탱크를 감싼 철제 부속물 역시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산화되고 풍화되는 콘크리트 시설물 위로 녹색의 이끼들이 뒤덮고 있다. 이곳은 이용할 수 없는 원형보존공간으로 진입로와 탱크를 잇는 철제 다리가 있지만 접근할 수 없다. T3는 과거를 보존하기 위해 그리고 미래를 위해 개조를 유보했다. 석유 비축 당시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해 방문객이 석유비축기지가 세워진 역사적 배경과 경제 상황을 되돌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인공이 서서히 자연으로 동화되어 가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김리오 T4는 전시장으로 기획된 탱크다. 하지만 내부를 훤히 밝히는 조명은 없다. 탱크를 활용할 때 건축가는 스스로만의 절대적인 원칙을 세웠다. ‘탱크 자체를 보강하거나 구조물로 사용하지 않을 것.’ 이에 전등을 포함한 일체의 설비도 탱크 자체에 부착하지 않았다. 어둡고 텅 빈 탱크 안으로 가느다란 빛 줄기가 들어오고 기다란 파이프 기둥이 그 빛을 반사한다. 공간은 스스로를 드러낸다. 전시, 퍼포먼스, 워크숍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 가능하나, 이 공간의 무게를 견딜 수 있어야만 작품이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T5는 탱크 외부를 빙 둘러 전시 공간으로 구성했다. 상설전시실로 문화비축기지가 탄생한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꾸며놓았다. 탱크 내부는 이 외부 공간의 중정이자 영상실이다. 전시로를 따라가다 보면 외부 공간이 내부가 되고 내부 공간이 다시 외부가 된다. T6는 T1과 T2에서 해체된 철판을 재활용해 다시 조립한 신축 건축물이다. T2는 외틀 옹벽의 외장재로, T1은 안틀 옹벽의 내장재로 삽입했다. 운영사무실, 정보교류실, 강의실, 회의실, 카페테리아 등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이 있다. ©김리오 문화비축기지는 많은 이에게 알려진 유명한 전시나 공연을 기획하지 않는다. 대신 아직 가치가 검증되지 않은 것들을 모아 새로운 컨텐츠를 생산한다. 아직 자신만의 전시를 열지 못한 신진 예술가가, 자신만의 컨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일반인이, 모임 공간을 찾는 소규모 동호회가 기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지난 10월 문화 비축기지가 4년간의 준비를 마치고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멈춰있던 기지에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기사 고민주 사진 김리오

흰 까마귀야, 너의 영웅담을 들려줘

©김리오 신사동 가로수길의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플래그십 스토어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전 공간이 ‘Entropy(엔트로피)’라는 심미한 주제로 무형의 현상을 젠틀몬스터만의 감성으로 형상화했다면 이번에는 좀더 직관적인 주제로 젠틀몬스터만의 유쾌한 기발함을 보여준다. 언제나 예상치 못했던 표현력으로 우리의 허를 찔렀던 젠틀몬스터의 이번 테마는 흰 까마귀(The White Crow)다. ©김리오 공간 내 1층에서 5층, 그리고 지하 1층을 따라 순차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진행된다. 신사 플래그쉽 스토어에 들어서면 까마귀가 전봇대에 앉아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내부에는 겁에 질려 공격적으로 울어대는 까마귀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여기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까마귀가 살고 있던 숲에 외계인이 침략한다. 외계인의 침략에 까마귀들은 혼비백산해 도시로 도망가고 지금의 도심 전봇대 위에서 무서움에 떨며 앉아있다. ©김리오 ©김리오 2층으로 올라가면 까마귀를 몰아내고 곳간을 점령한 촉수괴물을 만날 수 있다. 촉수괴물은 촉수를 쉼 없이 움직이며 우리를 위협한다. 이어지는 3층 공간에서는 외계인들이 도시를 점차 점령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너진 벽돌 사이사이로 8명의 외계인들이 무너져가는 도시를 바라보고 있다. 4층에는 숲 안에 외계인이 타고 온 우주선 3대가 놓여 있다. 외계인의 위협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던 까마귀들 중 한 마리는 숲에 알을 두고 온 걸 떠올린다. 그리고 도망치던 발길을 돌려 알을 구하러 간다, 외계인이 타고 온 우주선을 타고. ©김리오 ©김리오 ©김리오 지하 1층에 들어서면 까마귀의 영웅담이 재생되는 공간 맞은편으로 굳게 닫혀있는 문이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비장한 기운이 느껴지는 음악이 시작되면서 화려한 조명 아래 까마귀가 각을 맞춰 움직인다. 얼핏 까마귀의 영웅담을 기념하는 것 같기도, 이야기의 엔딩을 장식하는 장면 같기도 하다. 어릴 적, 엄마가 불을 끄고 재우려 하면, 항상 재밌는 얘기를 해달라고 조르곤 했었다. 그러면 그녀는 자신이 어릴 적 겪었던 무서운 일이나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왜 그 이야기를 믿었지?’라고 생각할 만큼 허술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오늘 젠틀몬스터가 들려준 흰 까마귀의 영웅담 역시 어쩌면 엄마의 이야기만큼이나 유치하다. 그래서 한번 더 귀 기울이게 된다. 공간을 오르다 보면 그들이 촘촘하게 짜놓은 스토리에 우리는 또 한 번 흰 까마귀의 영웅담에 빠지게 된다. ©김리오 기사 고민주 사진 김리오

WHAT IS THIS?

Ⓒ김리오 종이는 우리와 많은 순간을 함께 했다. 어릴 적 낙서에서부터 종이 비행기, 수업시간 몰래 주고 받던 쪽지, 기록을 위한 매체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흰 종이 안에 많은 것을 담았고 남겼다. 아티스트의 아이디어 노트는 창작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오는 5월 27일까지 개최되는 展 은 우리의 일상을 담담히 적어 내려온 종이 본래의 속성에 집중했다. 순수 예술뿐 아니라 가구, 조명, 제품, 공간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10팀의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종이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며 재료 자체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김리오 전시는 리차드 스위니(Richard Sweeney) 작가의 ‘고요한 새벽의 별 빛’으로 시작한다. 순백의 종이를 다양한 기법으로 접어 만든 8점의 소형 종이 조각들과 대형 설치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자연과 건축물의 형상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 된 작품으로 고요한 새벽녘의 별 빛처럼 공간 속에서 물결치듯 반짝이는 종이의 우아함을 드러낸다. 각 전시의 시작점에는 SNS 작가 ‘오밤 이정현’의 서정적인 글귀를 녹여 내어 관람객의 감수성을 두드린다. 이어지는 공간은 타히티퍼슨(Tabiti Pehrson) 작가의 ‘섬세한 손길이 만든 햇살’로 백색 종이에 반복적으로 새긴 기하학적이고 유기적인 무늬를 정교하게 도려내어 만든 2점의 설치 작품을 소개한다. 작가는 빛이 만들어 낸 그림자까지 작품으로 여겨, 섬세하게 커팅된 흰 종이를 투과하며 햇살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통해 가벼움과 무거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김리오 아틀리에 오이(atelier oÏ) 작가의 ‘멈춰진 시간을 깨우는 바람’은 일본 기후현(岐阜県)의 전통지를 사용해 만든 대형 설치 작품을 소개한다. 사계절의 변화와 기후현의 아름다운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공중에 모빌처럼 설치된 작품은 방문객의 움직임만으로도 쉽게 흔들린다. 순백의 종이를 투과하는 아름다운 빛과 그림자가 천장 가득 드리우며 나부끼는 그림자가 산들거리는 바람을 연상시킨다. Ⓒ김리오 ‘익숙한 풍경에 숨은 놀라움’은 가구, 조명, 패션, 제품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토라푸 아키텍츠(TORAFU ARCHITECTS), 줄 와이벨(Jule Waibel), 스튜디오 욥(Studio Job), 토드 분체(Tord Boontje)의 기발한 종이 작품이 전시된 공간이다. 캐비닛, 샹들리에, 책상에서부터 꽃병, 벽걸이 장식품과 같은 작은 오브제까지 실험적이고 실용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김리오 Ⓒ김리오 다음 공간은 ‘거리에서 만난 동화’로 짐앤주(Zim&Zou)의 페이퍼 아트 시리즈를 보여준다. 아날로그 문화에 대한 노스탤지어와 수공예적인 제작 과정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작은 오브제부터 대형 설치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한 동화 같은 장면을 볼 수 있다. ‘꽃잎에 스며든 설렘’은 완다 바르셀로나(Wanda Barcelona) 작가가 흐드러지게 핀 등나무 꽃의 형상에서 영감을 받아 4,000여 개의 종이 꽃송이들과 4,000여개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로 구현한 초현실적인 정원이다. 무성하게 펼쳐진 수천 개의 등나무 꽃송이들은 화려한 색에서부터 점점 엷어져 백색으로 이어지는 그라데이션 효과를 연출하며 꽃잎에 스며든 설렘을 보여준다. Ⓒ김리오 Ⓒ김리오 ‘그곳에 물든 기억’은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공간이다. 마음 스튜디오(Maum Studio)가 종이를 활용해 갈대 숲을 재현했다. 연분홍 빛의 종이 갈대들이 사방을 에워싼 거울에 반사되어 갈대 숲이 끝없이 펼쳐지며 넘실대는 하늘 역시 무한하다. 여기에 웅장한 음악이 어우러지며 따뜻한 감성을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기사 고민주 사진 김리오

런닝맨 Running Man

약속만 아니었다면 꼼짝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문을 여는 순간 느껴지는 살을 에는 듯한 찬 공기에 잠시 약속을 취소할까도 생각했다. 그렇게 떨어지지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목적지에 도착하니 귀가 떨어질 것 같고 손은 이미 감각이 없어진 지 오래였다. ‘괜히 왔나’ 후회도 잠깐. 런닝맨에 입장해 직원에게 게임규칙에 대해 설명을 듣는 순간 우리의 게임은 시작됐다. 그렇게 실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미션을 수행하다 보니 제한시간 60분은 훌쩍 지나가있었고, 체험관을 나와서는 상쾌한 날씨에 모두 패딩 지퍼를 잠그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했다. ‘런닝맨’은 실내 곳곳에 마련된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어트랙션이다. 약 300평 공간에 12개 미션 스테이지로 구성된 ‘런닝맨’은 방사형 구조로 동시 입장 가능인원은 250명 정도다. 서울 관광의 중심인 인사동에 위치한데다 언어 제약이 없는 체험형 어트랙션으로 내국인 나들이객은 물론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런닝맨’ 체험방식은 간단하다. 제한시간 60분 동안 가능한 한 많은 R포인트를 획득해야 한다. 방문객들은 체험관 입장 시 팔찌를 받아 레드/블루/그린 중 하나의 소속팀을 선택하게 되며, 이후 ‘디지털 줄넘기’, ‘이름표 떼기’, ‘깜깜한 암흑미로’, ‘거울미로’ 등 각기 다른 12개 미션들을 수행하면서 완료 보상으로 R포인트를 얻게 된다. R포인트는 미션 장소 곳곳에 숨겨진 키오스크에 팔찌를 가져다 대도 획득할 수 있으며, 1인당 최대 88개까지 얻을 수 있다. 런닝맨 팔찌를 차고 게임을 시작하면 벽면을 따라 늘어선 키오스크에 팔찌를 갖다대며 R포인트를 획득하는 초급반에 들어서게 된다. 여기서 포인트를 얻는 방법을 이해했다면 본격적으로 당신의 체력과 집중력을 시험하는 게임으로 이어진다. 제한된 시간 안에 양 발을 빠르게 움직여 일정 횟수 이상을 채워야 하는 미션부터 불시에 반짝이는 불빛에 맞춰 점프해야 하는 줄넘기 미션, 고도의 집중력이 있어야만 찾을 수 있는 똑같은 R몬 찾기, 통로를 찾다 거울에 무한 부딪히게 되는 거울미로까지. 추위에 얼어있었던 몸은 어느새 열기로 가득하다. 체험을 마치고 나왔을 때는 제한시간 동안 획득한 R포인트 개수에 해당하는 등급의 런닝맨 배지가 기념으로 제공된다. R포인트를 80개 이상 찾으면 ‘런닝맨 인증서’를 받을 수 있고, 체험관 내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참가자는 쭈뼛쭈뼛 런닝맨에 입장했을지라도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어느새 맘껏 소리지르고, 놀라고, 움직이며 의욕 넘치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진행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체면을 내려놓고 소리를 질러야 하기도 하고 똑같은 길을 빙빙도는 바보 같은 모습, 미션을 수행하느라 버벅대는 모습까지. 처음에는 쑥스럽더라도 한번 내려놓고 나면 즐겁다.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미션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게임이 끝나고 나면 입장 전 어색했던 몸동작과 부끄러움 대신 한결 가벼운 유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사 고민주 사진 김리오

The Art of the Brick

AN ENDLESS CHANGE OF LEGO The Art of the Brick ©김리오 각이 진 네 개의 모서리. 네모는 내게 경직된 모습이었고 부자연스러웠다. 때때로 우리는 비뚤어진 생각을 갖고 있거나 편협한 태도를 가진 타인을 빗대어 ‘모났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네모난 빌딩, 네모난 자동차, 네모난 가방, 네모난 방 등 온통 네모난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도 각이 진 네모는 부정적인 대상이었다. <디 아트 오브 더 브릭(The Art of the Brick)>은 네모난 레고들이 모여 곡선을 만들고 형태를 이룬다. 그리고 그 모습은 곡선이 만들어낸 모습만큼은 아니지만 자연스럽다. 작품 속 모서리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자신의 모를 숨기거나 깎아내야 하는 우리의 모습에 어쩐지 더 친근하고 깊은 위로가 전해진다. ©김리오 <디 아트 오브 더 브릭(The Art of the Brick)>은 CNN이 선정한 꼭 봐야 하는 10개의 전시 중 하나로 한국 최초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전시 중이다. 이 전시회의 주인공 네이선 사와야(Nathan Sawaya)는 세계 최초로 오직 LEGO® 브릭만을 사용해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다. 어린 시절부터 브릭으로 집이나 자동차, 동물들을 만들면서 놀았던 그는 브릭에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끊임없이 독창적인 디자인을 창조하면서 단순한 LEGO® 브릭을 작품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LEGO® 브릭 아트를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김리오 네이선 사와야의 작품 중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것은 ‘Yellow’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자신’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나이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는 “어른들은 이 작품이 가슴을 찢어 열며 느끼는 고통에 공감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느껴보고 싶은 그 무언가가 있다. 아이들은 노란색 내장들이 튀어나와 바닥에 막 흩어져 있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내가 방황하던 시절에 겪었던 변화를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김리오 ©김리오 ©김리오 작가는 단순히 브릭을 조립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색과 움직임, 빛과 원근감을 활용해 경악, 감탄, 웃음, 심지어 공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네이선 사와야의 손에서 브릭은 그의 이야기를 전달하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완성되어지는 것이다. 그 결과 네이선은 대중문화사에서 예술가로서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또한 팝 아트와 초현실주의를 획기적인 방식으로 통합해 새로운 차원의 예술을 제시함으로써 예술세계에서도 잊을 수 없는 큰 업적을 남겼다. ©김리오 ©김리오 ©김리오 네이선 사와야의 작품이 우리에게 더 잘 다가오는 이유는 그가 브릭 아트를 하기까지의 과정에 있을 것이다. 브릭 아트를 하기 전, 그는 안정된 생활이 보장된 변호사였다. 그것을 포기하고 전문적인 레고 브릭 아티스트가 되고자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염려했다. 당시의 고뇌는 ‘Grasp’ 작품에 잘 나타나 있다. 여러 손들이 인물을 붙잡고 있는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얘기한다. “인생의 과제는 꿈을 향해 나아갈 때 구속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힘을 찾는 것이다.” 본 전시는 네모는 네모일 수 밖에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며 네모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사 고민주 사진 김리오 / 디아트오브더브릭 제공

PLASTIC FANTASTIC : 상상 사용법

상상사용법 PLASTIC FANTASTIC ©김리오 플라스틱을 생각해보라. 어쩐지 불투명하고 촌스러운 색의, 그다지 견고하지 않은 오브제가 떠오를 것이다. 디뮤지엄에서 준비한 PLASTIC FANTASTIC은 이러한 우리의 상상을 깨트려준다. 그것도 완전히. ©김리오 PLASTIC FANTASTIC은 기적의 소재라 불리는 플라스틱이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와,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켰는 지에 대해 말한다. 40여 명의 디자이너가 제작한 2,700여 점의 제품, 가구, 조명, 그래픽, 사진 등은 유기적으로 진화해 온 플라스틱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김리오 ©김리오 ©김리오 새로운 마음을 먹기 위해서는 이전의 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PLASTIC FANTASTIC은 크게 여섯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지는데, 디뮤지엄이 제시하는 첫 번째 섹션이 그렇다. 이전까지 우리가 갖고 있던 플라스틱의 형태를 지우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 번째 섹션 ‘폴리머, 꿈꾸다’는 쇼메이커스의 설치 작품으로 시작된다. 계단을 따라 이어지는 하얗고 불투명한 오브제는 우리를 플라스틱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이어지는 작품으로는 도쿠진 요시오카의 인비저블 컬렉션이 있는데, 온통 순수하고 간결한 공간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점차 사그라지게 한다. ©김리오 전시는 ‘컬러로 물들이다’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꿈꾸다’로 이어진다. 실험용 기구부터 집안 소품까지,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우리 삶 속으로 깊게 들어오는 플라스틱의 발전 과정을 볼 수 있다. 이전에는 없던 다채로운 색을 가지며, 새로운 디자인으로 제작된 플라스틱을 소개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공간은 공원처럼 꾸며, 플라스틱이 가진 내구성과 방수성을 나타낸다.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아름다운 색상으로 자리한 플라스틱은 공간을 더욱 실용적이고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김리오 ©김리오 샹들리에 조명이 장식된 아름다운 계단 위로 올라가면, 단순한 생활 속 소품을 넘어 예술로 승화시킨 플라스틱을 만날 수 있다. ‘디자인, 풍경이 되다’와 ‘마스터 디자이너, 일상으로 들어오다’ 섹션에서는 플라스틱과 디자인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디자인 그룹 멤피스의 에토레 소사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공간부터 플라스틱의 특이성을 깨닫고 포착한 사진가의 작품까지, 여러 예술가가 사랑에 빠진 플라스틱을 체험할 수 있다. ©김리오 마지막 섹션은 ‘또 다른 세상을 꿈꾸다’로, 쇼메이커스의 영상과 설치를 통해 ‘폴리머, 꿈꾸다’의 흐름을 이었다. 끊임없이 영상이 흐르는 푸른 복도를 지나가며, 우리는 플라스틱에 대한 끝없는 가능성을 느낄 수 있다. 이제 우리는 플라스틱이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온 플라스틱을 이해하고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보자. ©김리오 플라스틱의 역사를 총망라하는 PLASTIC FANTASTIC은 디자인사적인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작가 40여 명의 작업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산업용 플라스틱에 우아함과 기능을 더해 가정으로 들여온 선구자 안나 카스텔리 페리에리를 시작으로, 과감한 이탈리아 감성을 빛으로 풀어낸 페루치오 라비아니, 시적 언어로 예술과의 경계를 넘나드는 도쿠진 요시오카 등 젊은 감각을제시해 디자인의 중심에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또, 과거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비주얼 디자인 스튜디오 쇼메이커스와 장소-특정적 요소를 활용한 공간 설치로 주목받는 박여주 작가가 참여해 트렌디한 경험을 유도했다. ©김리오 ©김리오 글 / 사진 김리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 Into The Rabbit Hole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 Into The Rabbit Hole 새롭게 재해석한 명작동화 ©김리오 백설공주, 신데렐라, 콩쥐팥쥐, 헨젤과 그레텔, 인어공주... 지금은 어렴풋하게 대강의 줄거리만 기억나는 동화. 최근에 다시 읽어본 적이 있는가? 어렸을 땐 주인공과 스토리에 집중해서 보느라 ‘공주가 왕자를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엔딩이 가장 중요했다. 그 결말을 보기 위해 서둘러 동화책을 넘겨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어제 다시 읽은 동화에선 생소하게 느껴지는 대사 한 줄이 눈에 크게 띄였다. 길을 묻는 앨리스에게 고양이는 말한다. ‘넌 틀림없이 어딘가에 도착하게 돼있어. 걸을만치 걸으면 말이지.’ 슥 읽고 지나칠 수도 있는 부분이었지만 고양이의 대답은 때아닌 위로가 되어 귓전을 울렸다. ©김리오 서울숲 갤러리아포레에서 2018년 3월 1일까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특별전 을 전시한다. 본 전시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나라의 앨리스> 시리즈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새롭게 표현한 것으로 개성 넘치는 일러스트레이션 작가, 감각적인 뮤지션, 키치한 설치작가와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영상크루 등이 ‘21세기의 원더랜드’를 재구성해 보여준다. 앨리스의 모험은 언니와 함께 강둑에 앉아 심심해하던 앨리스가 시계를 꺼내 보는 토끼를 따라가며 시작된다. ©김리오 ©김리오 ©김리오©김리오 전시 역시 앨리스의 발자취에 따라 , , , 의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앨리스는 어떻게 다시 밖으로 나올지 생각조차 않은 채 토끼를 따라 무작정 토끼굴로 들어간다. 그리고 생전 알지 못했던 이상한 나라를 맞닥뜨렸음에도 불구하고 늘 그래왔던 세계인 것처럼 받아들이며 선입견 없는 태도로 모험을 계속해 나간다. 이러한 앨리스의 태도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김리오 ©김리오©김리오 버지니아 울프는 얘기한다. “앨리스 시리즈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우리가 아이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책이다.” 래빗홀을 지나면 넓다란 전시장에 앨리스가 거쳐왔던 원더랜드가 모여있는데, 정해진 전시 관람 순서는 없다. 어린 시절, 순서나 방법에 개의치 않고 무작정 저지르고 봤던 그때처럼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거침없이 모험을 즐겨보자. 가장 흥미를 끌었던 건 전시장 가운데 있던 Happy Unbirth-day다. 생일이 아닌 비생일에만 받을 수 있는 선물로 한 사람당 한 장의 문장을 선물 받을 수 있다. 그러니, 당일 생일인 분은 참고하도록. 혹 선물을 못 받더라도 아쉬워하지 말자. 여기선 비생일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날이 364일이나 되니까. ©김리오 ©김리오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 ‘앨리스’가 떠올랐다. 앨리스가 우리만큼 자랐다면 어떤 어른이 되어있을지, 어른이 된 앨리스가 원더랜드를 다시 탐험하게 되면 이전과는 어떻게 다를지도 궁금했다. 어른이 된 앨리스를 만날 수는 없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전을 통해 우리가 직접 원더랜드를 탐험해볼 수 있다. 이상한 나라는 여전히 이상한 곳이므로 둘러보는 동안 모든 의구심과 경계심을 풀어도 좋다. 단, 재판에서 갑자기 증인으로 서게 되어 처형 위기에 처하면 ‘당신들은 고작 카드일 뿐이야!’라고 외칠 것. 빠르게 현실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김리오 ©김리오 기사 고민주 사진 김리오

VOGUE like a painting

VOGUE like a painting 사진과 명화이야기 © 김리오 그림은 인상적이다. 붓터치만으로 대상의 인상과 분위기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 때 대상은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된다. 그림을 감상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화가가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느냐’다. 어떤 작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그 날의 날씨와 바람마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작품은 관람객의 관점에 따라 제각각 다른 형태로 다가온다. 오는 10월 7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展: 사진과 명화이야기>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비롯해카라바조, 르누아르, 고흐, 달리, 클림트와 같은 화가들의 걸작들을 사진으로 재해석했다. 세계 3대 패션 사진작가로 알려진 어빙 펜, 파울로 로베르시, 피터 린드버그 등 현대의 시각으로 바라본 고전 회화는 우리에게 색다른 시선을 제공할 것이다. © 김리오 © 김리오 이번 전시는 패션 잡지 보그의 아카이브에서 엄선한 작품을 통해 패션 사진과 명화의 관계를 새롭게 탐구한다. 세계에서 가장영향력 있는 사진 작가 어빙 펜, 파울로 로베르시, 피터 린드버그 등 대가들은 명화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시선으로 회화를풀어낸다. 교과서나 미술관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명화는 포토그래퍼의 시각을 통해 재해석되어 사진의 대상이나 기술,구성 면에서 피카소의 입체파 회화부터 앤디 워홀의 팝 아트에 이르기까지 여러 시대의 미술사를 보여준다. © 김리오 © 김리오 전시는 초상화– 정물화–로코코–풍경화–아방가르드에서 팝 아트까지 - 보그 코리아, 영상, 오브제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작품에는 영감을 받은 고전 회화와 그에 대한 설명이 함께 부착되어 있어 손쉽게 그 차이를 느껴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팀 워커는 패션 화보계의 피터팬이라 불린다. 그는 순수함과 풍부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다음 페이지에서는 하늘색의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긴 옷자락을 드리운 채 계단을 올라가는 사진을 발견할 수 있다. © 김리오 Tim Walker_Lily Cole on Spiral Staircase, Whadwan, Gujarat, India, 2005_ⓒ Tim Walker 위 작품은 팀 워커가 인도를 여행하던 중 발견한, 폐허가 된 궁전에서 촬영한 작품이다. 그는 처음 이곳을 마주하고 궁전 안의 나선형 계단에서 긴 옷자락을 난간 아래로 드리운 모델의 이미지를 상상했다. 이후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궁전에 어울리는 긴 드레스와 그가 가장 아끼는 모델 릴리 콜을 데리고 인도로 다시 돌아가 촬영한다. 치밀한 준비 과정이 있었음에도 우연히 누른 셔터 한 컷으로 완성된 것처럼 보인다. 사진은 19세기 영국의 화가 에두아르드 프레데릭 빌헬름 리히터가 그린 <푸른드레스> 속 여인을 연상시킨다. © 김리오 © 김리오 우리는 일상의 많은 순간에서 영감을 받는다. 그것이 그림일 수 있고, 음악이, 어쩌면 누군가의 말 한마디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이번 전시는 사진으로 구체화된 작가의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고전 회화에서 사진으로. 영감에 영감을 거듭한 작품들이 당신에게 어떤 씨앗을 심어놓았을지 궁금하다. 기사 고민주 사진 김리오

카페소사이어티

카페소사이어티 Cafe Society 끝나지 않은 여름이야기 ©김리오 靑春(청춘),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으로 많은 이들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절이라 얘기한다. 그래서 청춘은 말이 많다. 어른들은 ‘엄살이 심하다. 참을성이 없다. 이기적이다.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른다’며 그들을 얘기하고, 어떤 젊은이는 ‘청춘이란, 포기하는 과정이라고’, 한 시인은 ‘말은 할 수 있지만 목소리는 없는 나이, 이것도 저것도 아닌 나이’라고 정의한다. 오는 9월 10일까지 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카페소사이어티 Café Society_끝나지 않은 여름이야기> 전(展)은 현 시대의 청춘에 주목했다. 많은 이들이 얘기하지만 정작 본인은 어떤 것도 정의 내릴 수 없는 청춘에게 전시를 소개한다. ©김리오 ©김리오 <카페소사이어티 Café Society-끝나지 않은 여름이야기>전은 지난 4월부터 6월 중순까지 약 90일간 진행했던 <카페소사이어티 Café Society-Spring Edition>의 시리즈 전시로 화려해 보이지만 공허한,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애잔한 청춘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울미술관은 작품 전시 공간을 우리 일상 속 친근한 ‘카페’로 꾸며, ‘카페’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왔는지도 되짚어 준다. 오롯이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조성된 화이트 큐브(White Cube) 전시 형태와는 달리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해 작품과 관람객과의 활발한 소통을 유도한다. ©김리오 ©김리오 ©김리오 ©김리오 카페(Café)는 프랑스어 ‘커피’를 뜻하는 단어로 17세기 초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최초의 카페가 생긴 이후, 유럽 전역에 퍼졌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시인, 화가, 소설가 등 다양한 예술가들이 카페에서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교류하며 활발한 문화 소통이 이루어졌다. 지금 미술관이 하고 있는 역할을 카페가 했던 것이다. 전시는 낭만다방부터 스윗블라썸, 콜드브루, 다크로스팅 모두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마다 해시태그 형태의 키워드가 준비되어 있어 관람객들은 보다 재미있게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김리오 ©김리오 ©김리오 본 전시는 1950년대의 다방을 재현한 낭만다방을 제외하고 모두 45세 미만 젊은 작가들의 작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젊은 작가들의 시선은 우리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현재 내 모습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전시장 내에는 <음악감상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단순히 바라보는 관람이 아닌 오감으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 음악감상실은 월별로 테마를 바꿔 진행하며, 8월에는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주제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김리오 기사 고민주 사진 김리오 / 서울미술관 제공

ADER: WE ADER WORLD

ADER: WE ADER WORLD But Near Missed Things ©김리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 중 한 구절이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반복한다. 어제 지나쳐왔던 길, 같은 버스, 항상 마주치는 사람들. 그 관계 속에서 풍경은 서서히 희미해지고 그저 지루한 회색 배경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오는 7월 16일까지 열리는 크리에이터 그룹 아더(ADER)의 전시 는 ‘But near missed things(가까이 있는 것을 놓치다)’를 컨셉으로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주변의 흔한 것들이 하나의 콘텐츠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평범한 일상에 새로운 시선을 제공할 것이다. ©김리오 ©김리오 전시는 그룹을 구성하는 각 팀의 머릿속을 상징하는 8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진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사원증이 팬에 걸린 채 허공에 나부끼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사원증은 실제로 아더 에러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시원한 바람 통로를 지나치면 계속해서 튀어 오르는 탁구공을 찾아볼 수 있다. 아더 마케팅 팀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형상화한 것이다. 전시 공간 전체를 한 눈에 내려볼 수 있도록 설치된 계단은 다양한 정보와 새로운 흐름을 예측, 반응하는 마케터의 감각을 표현하며 신발 신은 지팡이는 고객을 안내해주는 역할을 한다. ©김리오 ©김리오 이어지는 공간은 디자인 팀이다. 스케치와 펜을 매단 채 돌아가는 타이어 레일은 분주히 움직이는 디자인 팀의 모습을 표현한것이다. 이곳에서는 아더의 미공개 디자인 드로잉과 Inspiration Swatch를 엿볼 수 있다. 알, 꽃 등 예상치 못한 내용물이 담긴 쓰레기통을 비롯해 내부 거울을 통해 다방면으로 반사되는 이미지는 엉뚱한 생각들로 가득한 아트 팀을 위트 있게 보여준다. ©김리오 디렉터 팀은 한쪽 벽면을 가득 매운 시계로 시간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분 단위로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워 최고의 결과물을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천장 높이까지 쌓여 있는 구겨진 종이만으로도 그들의 고뇌를 느낄수 있다. ©김리오 일렁이는 촛불만이 어두운 실내를 밝히는 이곳은 커뮤니케이션 팀이다. 전화벨이 쉴 새 없이 울려댄다. 종이뭉치, 흔들리는 촛불, 전화기 설치물, 각종 운송장 등을 활용해 실제 커뮤니케이션 팀의 모습을 연출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전화벨 소리는 어두운 실내와 어우러지며 밤낮없이 활발히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팀의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김리오 형형색색의 볼풀공이 통로를 가득 매운 이곳은 컨텐츠 팀이다. 포토그래퍼 Can Dagarslani와의 이미지 작업물 중 공개되지 않았던 비하인드 컷을 소개한다. 벽면에 걸려있는 의류는 실제 촬영에서 쓰였던 제품이다. 컨텐츠 팀은 전시 공간 중 관람객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공간이자 장난기 가득한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이어지는 공간은 MD팀으로 택배상자와 운반용 손수레 등의 전시물을 활용해 아더 에러의 제품관리, 유통과정을 표현했다. ©김리오 ©김리오 전시 마지막 순서는 아더의 독자적인 브랜드 라이프 스타일 팀 로 모래와 당근, 채소를 가득 싣은 리어카가 그 정체성을 드러낸다. 전시는 아더를 이야기하며 일상에 유쾌한 농담을 건넨다. 평범한 것에 행위를 더하면 의미가 되고, 장소를 달리하면 근사한 오브제가 된다. 대상은 그대로다. 달라진 건 우리의 관점이다. 는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굳어져 버린 일상에 신선한 환기를 제공할 것이다. 기사 고민주 사진 김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