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좋아하는 스타일과 느낌은 천차만별이다. 백 명의 사람이 있다면 백 개의 취향과 선호가 있다. 클라이언트의 취향을 파악하고 선호하는 스타일을 이해하는 것이 늘 먼저다. 디자이너의 개성과 일관성은 말하지 않아도, 보여주지 않아도 이미 클라이언트들이 잘 알기 마련이다. 편안하고 익숙한 느낌과 기존의 주택에서 가졌던 생활 경험의 연속성을 원하는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면밀히 표현하기 위해 기존의 경험을 파악하고 새로이 재현하려 애썼다. 과도한 꾸밈과 스타일링으로 행복한 가정이 오래 머물러야 할 공간인 집이 쉽사리 질리는 일은 없어야 하기에 공간을 연출하거나 꾸미기 보다는 사람에게 맞추려 했다. 온화하고 따듯한 가정, 즐겁고 행복한 가정이 머물 공간은 응당 편하고 자연스러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대는 디자인 포화상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우리는 이 모든 공간과 사물에서 디자인을 접합니다. 많은 디자인이 사람의 눈을 흥미롭게 할 수는 있지만 모든 디자인이 인간에게 이로울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감성과 이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디자인, 특히 공간디자인은 우선 사람에게 안락감을 주어야 하고 편리함을 느끼는 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태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저희 디자인 솔루션 플러스는 이러한 기본적인 마인드에 밑바탕을 두고 어떤 프로젝트든지 인간을 먼저 고려하는 인간 중심의 디자인을 고집합니다.



Q. 클라이언트의 취향과 디자이너의 개성이 어우러졌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A. 클라이언트께서 바라셨던 것들이 있고, 제가 추구하는 방향, 할 수 있는 일, 뭐 그런 여러 가지들이 잘 맞았고 잘 어울렸죠. 말씀드렸지만, 클라이언트께서 처음에 바라셨던 것은 편안함이었어요. 원래 살고 계신 곳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을 이곳에서도 이어서 느낄 수 있기를 바라셨어요. 그래서 원래 집의 느낌을 살려서 일관성과 연속성을 공간에 부여했죠. 익숙한 편안함과 안락함을 잃지 않아야 하니까요. 기본적으로는 공간에 색채를 사용하면서도 웜톤을 위주로, 아이보리와 우드를 베이스로 썼어요. 마찬가지로 최대한 과도한 연출은 하지 않으려고 했죠. 공간에 연출이 많아지면 예쁘고 세련될 수 있지만 쉽게 질릴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스타일링은 공간이 아닌 가구나 어떤 소품으로 할 수 있도록, 또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했죠. 반면에 공간은 최대한 모던하고 미니멀하게 만들어서 정갈하면서도 질리지 않게 했어요. 그런 것들이 조화롭게 됐어요. 정갈하고 편안한 집, 익숙하고 질리지 않는 집, 그런 게 집이잖아요. 집은 가정이 머무르는 곳이니까요.



Q.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평소의 철학이 궁금하다.

A. 집이라는 공간을 얘기하기 위해 먼저 얘기해야 할 것들이 있죠. 삶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즐기고 웃고만 보내기에도 짧고 소중한 시간이잖아요. 그 귀한 시간을, 삶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 무엇보다 즐겁게 웃으며 보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차피 해야 할 일, 어차피 지나가는 시간이라면 이왕이면 웃으면서 즐겁게 보내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삶이라는 건 또 시간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공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하잖아요. 삶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바로 집이라고 생각해요.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의 삶과 또 가족의 삶이 이루어지는 곳이 집이니까, 집에서 모든 이들이 행복하길 바라죠. 행복한 가정이 있는 곳, 웃음과 즐거움이 있는 곳, 서로 마음으로 공감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그런 장소가 집이길 바라죠. 그런 가정, 그런 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그 즐거움과 행복을 담아낼 수 있기를, 뭐 그래요. 그게 제가 평소에 생각하는 집, 주택이에요. 행복한 가정이 머무는 곳, 가정을 행복하게 만드는 곳, 그게 집이고 주택이고 그렇죠.



Q. 즐거움과 웃음, 행복에 대한 평소 철학이 느껴진다. 클라이언트들과도 그렇게 즐겁게 소통하는가?

A. 그럼요. 당연하죠. 저는 클라이언트들과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요. 제가 클라이언트들을 즐겁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클라이언트들께서 절 행복하게 만들어주시기도 하죠. 가끔씩 깜짝 놀랄 선물로 저를 놀라게 하는 분들도 계시고, 그렇게 함께 즐거워해요. 어떻게 보면 저를 괴짜라고 여기실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그래요, 클라이언트들과 보내는 시간도 늘 웃고 즐겁고 행복해요. 저만큼 클라이언트들도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라고요. 서로 웃음으로 편안하게 대하고 많이 교감하고 공감하고 소통해요. 그러다 보니까 그게 늘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편하게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그만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게 되잖아요. 디자이너로서는 그런 경험이 결국 더 좋은 표현, 더 좋은 디자인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원하는 것을 잘 실현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부분이, 시간이 지나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또 그 신뢰가 깊어지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와 함께 작업하셨던 많은 분들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절 믿어주시고 절 찾아주시는 건 그만큼 절 신뢰하시기 때문이겠죠. 물론 제가 그 신뢰에 부응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는 건 당연하고요. 그런 경험, 그런 시간이 즐겁고 행복해요. 



Q. 클라이언트와 관계가 좋아 작업에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 같다. 특별히 어려운 점이나 까다로운 점은 없었나?

A. 디자인 작업 자체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어요. 클라이언트께서 원하는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명확했고, 제 스타일을 보여드리고 그런 후에 또 직접 선택하셨으니까 디자인에 어떤 갈등이나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다만 시공 과정에서 관련 업체가 조금 원활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저희가 나중에 직접 마무리를 해야 했어요. 그게 좀 뭐랄까, 어렵다거나 까다롭다기보다는, 차라리 처음부터 저희가 담당했으면 제대로 체크하고 철저히 마무리할 수 있었던 부분인데, 나중에 마무리를 해야 하는 바람에 조금, 아쉽다고 할까요, 그 정도지 어려운 건 없었어요. 굳이 어려움을 꼽자면 지역적으로 겨울에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운 곳이라 공사가 좀 더뎠어요. 그게 정말 굳이 꼽자면 하나인데요.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즐거웠고 행복했죠.



Q. 이제 와서 돌아봤을 때 아쉬운 부분은 없나?

A. 아쉬운 부분이라기보다는, 저는 그래요, 한 번 작업을 마친다고, 현장이 끝나고, 작품과 저와의 관계, 클라이언트와 저와의 관계가 끝나는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기획하고 연출하고 만들어내는 공간들이 물론 처음 그 모습 그대로도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작거나 크거나 보수할 부분이 생기기도 하고 클라이언트가 생활하고 사용하면서 미흡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추가로 또 원하는 게 생길 수도 있고 그렇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처음 작업을 다 마친 후로도 이곳을 계속 꾸미고 만들어 가고 있어요. 장독대와 퍼팅 연습장이 생겼고요, 석축을 쌓고 개울도 만들었고, 화단도 새로 꾸몄고요. 세상에 완벽한 게 어디 있겠어요. 다만, 점점 좋아질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공간도 그렇고요.



Q. 디자이너로서 책임을 진다는 것, 관계가 지속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A. 특히 주택 같은 경우에는, 클라이언트께서 생활을 하기 전에 작업을 하잖아요. 그리고서 이제 공간에서의 생활이 시작되고 시간이 지나면 처음 생각했던 것,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더 필요한 것들이 생기기도 하고 그래요. 사용하다 보면 보수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기도 하고요. 공간의 쓸모도 조금씩 변하는 것이 당연하고, 새로운 용도와 욕구가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런 것들을 이왕이면 제가 제 손으로 더 좋게 만들어 드리려고 해요. 예를 들면, 조용히 작은 식구가 살기 위해 집을 지었는데, 손님이 너무 많아진다거나, 경치가 너무 좋아서 초대하고 싶은 분들이 늘어난다면, 사랑채나 별채가 하나 더 있으면 좋지 않겠어요? 이왕 별채를 만든다면 주변 환경과도 어울리고, 불편하지 않고, 어떤 가마솥과 아궁이를 만든다거나 아니면 찜질방 같은 곳을 만든다거나 하는 새로운 즐거움이 더 생긴다면 좋지 않겠어요? 이런 식이죠. 제가 작품과 클라이언트와 관계를 지속하고 책임진다는 건. 점점 더 좋아지는 거에요. 



Q. 앞으로 계획이나 지향하는 바는 어떤 게 있나?

A. 계획은 뭐 많죠.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있고, 바빠요 사실. 계획이라기보다는 제가 지향하는 건, 그래요, 요즘에는 디자인이라는 말도 많이 쓰이고 어딜 가도 디자인이라는 말을 많이 접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디자인이라는 것이 그냥 보기 좋게 만든다고 다가 아니잖아요. 디자인은 인간에게, 사람에게 이로워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의 감성과 이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디자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인테리어 디자인, 공간 디자인은 무조건 보기 좋게 꾸미기만 하면 안 되잖아요.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안락함을 주고 편리함이 느껴지는 건 기본이고, 더 좋은 삶과 더 좋은 생활로 이끌어가는 그런 어떤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항상 그런 마음을 갖고 있어요. 어떤 일을 하든지 그런 마음으로 해왔고 앞으로도 어떤 일, 어떤 공간, 어떤 프로젝트를 제가 맡더라도 항상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인간 중심의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즐겁고 행복한 건 당연하고요.





기사 노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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