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건물의 파사드다. 디 베르카는 카버 글로벌의 파사드를 메탈 패브릭(Metal Fabric)으로 덮었다. 새롭게 건물을 지어 올리는 것이 아닌 기존의 건물을 아름답게 만들고자 했던 의도로 뷰티 산업을 이끄는 화장품 회사의 오피스라는 공간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메탈 패브릭은 기존 건물의 형태를 숨기고 보완해 디자이너의 의도에 성공적으로 부합했다. 상층부의 무채색 외관과 어울리는 금속 소재의 입구는 건물에 잘 어울리는 것은 물론 보편적인 크기보다 큰 크기로 입구를 드나드는 이들에게 자긍심과 특별한 공간이라는 감성을 느끼게 한다.



 
묵직한 문을 통해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외부의 무채색과는 전혀 다른 순백색의 공간이 나타난다. 2층 높이로 만들어진 크고 높은 로비는 무채색 건물의 외양과 극적으로 대비된다. 화이트 톤의 바닥재와 벽면, 안내 데스크는 다소 거친 듯한 외양과 대조적으로 현대적이고 세련된 감성으로 완성됐다. 특히 2층 높이에서 쏟아지는 천장 조명이 마치 햇살이 쏟아지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모던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 눈에 띈다. 길게 배치된 안내 데스크와 화이트 톤 인테리어, 천장의 조명이 합쳐져 카버 글로벌의 로비는 어느 오피스보다 고급스럽고 특별한 공간으로 기획됐다.

 
건물은 직원들이 사용하는 오피스동과 임원들이 사용하는 증축동으로 나뉜다. 오피스동은 젊은 회사의 분위기에 맞게 유리와 밝은 톤의 컬러로 계획됐다. 특별히 우아하게 치장된 계단과 플로어 중앙에 배치된 미팅룸은 직원은 물론 공간을 찾는 방문객에게도 젊고 밝은 분위기를 전하기에 충분하다. 증축동은 오피스동과 레벨에 차이를 둔 스킵 플로어(Skip Floor) 형태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테라스와 옥상 정원이 만들어져 공간에 여유를 더한다. 실내와 실외의 중간에 있는 테라스와 옥상 정원은 사용자에게도 여유를 더해줘 사무실의 긴장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우아한 화장품 회사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카버 글로벌 오피스의 원래 용도는 택배 회사의 창고 겸 사무실이었다. 공간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감성이 극적으로 변한만큼 공간의 용도와 기능 또한 극적으로 변해야 했다. 수직으로 공간을 증축하는 대신 리모델링과 수평으로의 증축을 동시에 진행해 사용자가 공간을 사용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질 공간을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디 베르카는 도시의 풍경과 거리의 균형을 생각한 디자인, 환경으로서의 공간을 계획해 주변 이웃과의 조화까지 고려했다. 덕분에 카버 글로벌의 오피스는 파사드를 통해 은유적으로 드러난 공간의 정체성만큼이나 은근하면서도 특색있는 공간으로 완성됐다.
 
기사 노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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